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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그림으로 보는 아이들세상- 박물관 체험놀이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늘 아이들을 위한  체험코너가 있습니다. 그곳은 늘 엄마와 아이들로 북적북적대죠. 뭔가를 만들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고, 스탬프를 찍기도 하고 기타 등등 요새는 체험놀이도 부쩍 발전해서 별의 별 것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들. 여기서 하나 팁을 드리도록 하죠. 아이들이 체험놀이할 때 뒷전에서 쉬지 말고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거기에 아이들의 지금의 성향과 앞으로의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 예를 하나 드리도록 하죠 후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쌍천 이영춘 박사를 기리는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농촌위생운동에 크게 이바지한 군산의 대표적인 위인이죠. 내용을 아는 친구들도 있겠고, 모르는 친구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건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중요한 건 아이들이 전시회를 보고 나서 하는 체험놀이의 결과물입니다. 마침 그곳에서는 이영춘 박사의 밑그림을 주고 색칠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 두었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그림도 아이들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이 점을 잘 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이 그림들을 모두 아이들이 그렸다는 전제 하에서 얘기합니다) 수백장의 그림 중에서 특징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들만 보여드리도록 하죠 후후. 




아주 스탠다드한 학생입니다. 원래 사진을 그냥 따라 그린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반듯하고 말 잘듣는 아이의 전형적인 케이스입니다. 정해진 메뉴얼에 맞추어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 개성이나 그런 것들은 그림에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냥 주어진 여건에서 개척없이 순응할 스타일이라는 얘기죠. 어머니가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시고, 아니라고 하신다면 무언가 일상에서 할 수 없는 다른 교육이 필요한 그런 아이입니다. 다음 그림 보시죠. 





네. 이 친구 불만이 있습니다. 리본은 그렇다 치고 입을 보십시오. 시뻘건 색으로 입을 아예 뭉개버렸군요. 왼쪽 눈썹이 아예 코 밑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굉장히 화가 나 보여요.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생각나네요. "Why so serious???" 이런 친구들의 경우 어머니는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아이가 어떤 점이 불만이 있는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 보시죠. 




이 친구 보십시오! 돈을 돌같이 보고 살아오신 이영춘 박사님께 "돈 좀 있냐!"는 멘트를 과감하게 갖다 붙였습니다! 네. 전형적인 무법자 스타일이네요. 그런데 돈 좀 있냐고 묻는 사람이 안경도 깨지고 쌍코피까지 터졌습니다. 학교 내에서 개구쟁이인데다가 싸움이 잦은 아이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위 학생들과는 달리 이름도 쓰지 않았습니다. 활발 그 자체겠죠. 이런 모습이 좋으시면 그냥 두셔도 관계는 없습니다만...자 다음 갑니다. 





꽤 재미있는 친구입니다. 영화 혹성탈출을 봤던 걸까요? 아니면 멋진 턱수염을 그려넣은 걸까요? 아무튼 뭐하나 일반적인 것이 하나 없는 판을 깨버린 친구입니다. 그리고 학위모 위에 자신의 이름을 커다랗게 써 넣었습니다. 자아도 굉장히 강한 것 같구요. 자기 세계가 굉장히 독특하고 강한 아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예술적 기질은 없습니다. 예능으로 가면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 이 아이는 잘 잡아주어야겠죠. 다음요. 





화려한 인생을 꿈꾸고 있군요. 머리부터 상의까지 알록달록에 체크무늬까지 스펙터클합니다. 색안경도 빨강과 파랑의 대비색을 썼습니다. 아래 위로 자신의 이름을 분명하게 적어 넣었구요. 반과 번호도 넣었습니다. 커서...밤문화...자세히 말하면 클럽과 나이트를 좋아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가 춤이나 노래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군요. 넥스트!





..........네...박사님을 여자로 만들었군요. 실명을 밝혀드릴 순 없지만 남자이름은 확실합니다. 긴 노랑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어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왜 남자를 여자로...했을까요? 좋아하는 여자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남자의 심리상 정말 좋아하는 여자를 이런 식으로 폄하하지는 않습니다. 굉장히 독창적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네. 그만두도록 하죠. 다음요!





네..드래곤볼에 나오는 사이어인 베지터를 그렸습니다. 한쪽 눈가에는 상대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스카우터를 장착했군요. 측정결과 상대의 전투력이 6,000,000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대단하군" 한마디 날리는 것으로 보아, 그리고 눈이나 입이 굉장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대보다 전투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람한 팔뚝까지 그려넣은 것을 보십시오. 이 아이는 만화에 일단 미쳤습니다. 드래곤볼은 적어도 90년대 만화이거든요. 어떤 매체를 통해서 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로 대단합니다. 그저 평범하게 자랄 스타일은 아니네요. 오늘의 레전드로 임명합니다.


자, 어떻습니까? 똑같은 밑그림을 주어도 아이들은 제각기 자신이 그리는 세상에 비추어 그림을 재해석했습니다. 획일적인 삶을 살고 있는 어른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죠. 당신의 아이는 어떻습니까? 내일부터 유심히 체험놀이하는 당신의 자녀를 지켜보십시오. 그리고 체험놀이의 결과물과 아이의 행동을 비교해서 관찰해보십시오. 아이의 현재와 미래가 보입니다. 미술치료는 별 다른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무궁한 발전을 소망하겠습니다!


P.S. 그런데 이분...최근 나는 가수다에 나왔던 가수 김○○ 닮지 않았나요???


Written by 사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