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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새턴 vol.4




세상에는 많은 민간요법들이 존재한다. 배 아픈 아이에겐 배탈 약보다 빠른 할머니나 엄마의 따뜻한 손이 있듯이 게임 세계에서도 여러 민간요법들이 존재한다.

나의 첫 게임기였던 패밀리 경우 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데 슬롯에 팩을 끼워 넣는 형식이었다. 지금의 SD카드랑 비슷한 형식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원시적인 느낌이다. 때로는 팩의 케이스, 즉 플라스틱이 부셔져서 PCB보드 체로 게임에 꽂아 넣을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게임은 팔팔 잘만 돌아가곤 했다. 이런 점이 팩의 장점이기도 했다.


패밀리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패밀리 최고의 민간요법은 바람이었다. 게임기에 팩을 꽂아 넣을 때 유독 인식이 안 되는 게임들이 있었다. 다시 꽂아도 인식이 안 되는 건 똑같았는데 이럴 때 최고의 방법은 팩과 게임기에 입을 대고 후후바람을 불어 넣는 것이었다.

바람을 불고 다시 꽂으면 이상하리만큼 인식이 갑자기 되고는 했다. 원인을 따지자면 그냥 먼지가 쌓여서 안 되던 게 바람을 불어서 먼지가 제거되어 인식이 됐다고는 밖엔.


여담으로 대학시절 여자 친구와 함께 당시 최고의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DS를 같이 산적이 있다. 당시 닌텐도DS는 국내에 정식 유통되어 한글로 만나 볼 수 있었는데 내가 게임 팩을 넣기 전에 입으로 후후불자 여자 친구는 오빠 여기 입으로 불면 안 된다고 쓰여 있는데 왜 자꾸 바람을 부는 거야?”라며 핀잔을 주는 것이었다.

어릴 때 팩을 꽂을 때면 바람을 불던 것이 익숙한 나로썬 당연한 절차였는데 그 아이에겐 이숙하지 않은 행동이었던 것 같다. 그것도 그럴 것이 게임기에 보면 주의 사항으로 입으로 바람을 불지 마세요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었는데 게임기를 오래 만들어 온 닌텐도에서 이런 민간요법도 모르고 그런 주의 사항을 적어 놓는 게 이해가 안됐다. 그럼 도대체 닌텐도 직원들은 그 주의사항을 지키며 어떻게 팩을 인식시키는지 참으로 궁금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나는 그 후로도 아랑곳 안고 계속 입으로 바람을 불고 팩을 넣고는 했다.


근데 나중에 보니 여자 친구도 나랑 똑같이 입으로 후후불더니 팩을 넣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아이의 말로는 게임이 인식이 안 되서 오빠가 하는 대로 바람을 후후 불었더니 인식이 아주 잘돼는 거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후로 그 아이도 나처럼 팩을 꽂을 때 최고의 민간요법인 바람을 불어 넣고 게임을 하곤 했는데 손녀딸의 배를 낫게 한 할머니처럼 볼 때마다 흐뭇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플스에도 여러 민간요법이 존재했다. 게임이 인식이 안 되기로는 패밀리 저리가라였던 플스는 툭하면 시디가 인식이 안 되서 메모리카드 관리 화면으로 넘어가기 일수였다. 그래도 패밀리의 경우 게임하던 도중 멈추는 일이 그나마 없었는데 플스는 게임 중에 수시로 시디를 읽다가 못 읽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고 하루 종일 시디를 읽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 하는 민간요법이 있었는데 바로 플스 본체에 무거운 책 올리기, 뒤집어 놓기, 옆으로 세워 놓기 등이었다. 나는 주로 본체 뒤집기를 사용했는데 성공률은 대략 80% 이상이었다. 이정도의 성공률이니 누구든 안하려 해야 안할 수 없는 민간요법이었다. 내 친구는 주로 옆으로 세우는 방법을 취했는데 그래서 나중에 플스2가 나왔을 땐 옆으로도 세울 수 있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시디를 못 읽는 경우는 시디의 표면에 스크래치가 많을수록 심했는데 이 스크래치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한 친구는 시디에 치약을 바른 적이 있다. 치약이 시디의 표면을 얇게 벗겨내어 스크래치를 없어준다는 이유였는데 나도 해본 적 있지만 효과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아 후로 사용해 본적은 없다.


플스는 초창기 시디플레이어 마냥 조금의 충격만으로도 게임이 멈추기 일 수였다. 그래서 각자의 노하우인 민간요법으로 해결했고 플스를 가진 사람이라면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written by 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