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31 03:30




어릴 적 내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육회 같은 생고기류가 하나였고 또 하나는 바로 커피였다. 어머니는 유독 이 두 가지 음식을 못 먹게 했었는데 생고기야 면역 약한 아이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치고 커피는 왜 그랬나 모르겠다.

항상 어머니의 말로는 커피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란다.”라고 어린 나를 설득하고는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린 녀석이 커피를 마시고 잠을 못 잘까봐 걱정하셨던 것 같다. 뭐 카페인이 몸에 좋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더불어 지금과 다르게 인스턴트 커피 밖에 없던 시절, 절대로 인스턴트는 입에 못 대게 하셨던 어머니 의지의 한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 때 맞췄던 교복도 작아질 만큼 시간이 지났을 때 무렵 같은 반 친구 녀석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봤다. 지금 생각하면 쓰기 밖에 안했던 커피를 뭐 맛있다고 그 아이는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내 기분은 흡사 선생님 몰래 담배를 피는 거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어릴 적부터 커피는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라고 인식이 박혀 있어서 그랬던 거 같은데 한번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유혹을 잘도 이겨내고 먹지 않았다. , 그렇다고 내가 동글 안경에 바른생활만 하는 답답한 학생은 아녔는데 아마도 고등학생 때 하지 말아야할 흡연을 하면서 커피까지는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커피보다 안 좋은 것이 흡연인데 말이다.


그 와중 나에게 커피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했던 것이 커피우유였다. 자기합리화이자 절충안이었는데 커피우유는 우유라는 이유만으로 내 자신에게 용서를 구했던 거 같다. 그래도 당시엔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커피우유를 참 좋아했던 거 같다. 나름 어른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커피도 아니고 우유도 아닌 것을 가지고 말이다.

시간 지나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일하는 도중, 누구를 만달 때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마시는 나이가 됐을 때 나에게 커피우유는 그냥 이도저도 아닌 음료가 돼 버렸다. 그 후로 나는 한동안 커피우유를 마신 적이 없다.

누군가 나에게 왜 커피우유를 안마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커피우유는 이도저도 아닌 거 같아요. 어차피 라떼 한잔 시키면 우유가 들어가는데 커피우유는 뭔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라떼가 아니고서야 커피우유는 백날 먹어도 커피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커피도 잘 먹지 않는 지금에서 종종 커피우유를 먹자면 생각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쓰지도 않고, 달달하고, 속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주구장창 먹어댔던 믹스커피나 아메리카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어린애 입맛일진 모르지만 말이다.


보면 옛날 보다 종류도 많다. 비닐 팩에 빨대 잘못 꽂아 질질 흐르던 커피우유밖에 없던 때 와 다르게 종류도, 크기도, 맛도 많이 생겨났다. 편의점 유제품 코너에 가선 커피 전문점처럼 무엇을 먹을까?’하고 고민도 한다.

어릴 적 아빠의 구두를 신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던 것처럼, 나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됐으면 했다. 정작 어른이 됐을 땐 자리 때문에 먹는 커피가 뭐 좋다고 그리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의 호기심 때문이었겠지만 커피우유가 아닌 진짜 커피를 먹을 나이가 빨리 왔으면 하고 바랬다. 그 시절이 소중한지도 모르고 말이다.


내일이 되면 커피 대신 커피우유 하나를 먹을 생각이다. 커피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것이긴 하지만 쓴 소리만 가득한 세상, 달달한 커피우유로 한번 달래보려고 말이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것이 나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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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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