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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블랙데이 기념 짜장면 이야기


오후 7시쯤 친구 녀석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블랙데인데 짜장면 먹어야하지 않겠냐?” 블랙데이라고 해서 4월 14일 날 솔로인 사람들이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고 한다. 언제부터 이런 것이 생겼는진 모르겠지만 솔로인지라 짜장면은 맛있게 먹었다. 


생각해보면 짜장면은 우리나라 음식도 아닌데 이런 기념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 이상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기에 이런 기념일도 생겼을 거란 생각이다.

짜장면이라 함은 채소와 고기를 넣고 기름과 춘장을 넣어 볶아서 만든 양념을 면과 비벼먹는 한국식 중화요리다. 중국에서 처음에서 만들어졌지만(중국에서는 작장면이라 불린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진 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원작보다 리메이크가 더 성공한 사례라고나 할까?


중국식 짜장면인 작장면은 우리식 짜장면과 다르게 단맛보다는 짭짤한 맛이 강해 춘장을 사용하기는 하나 많이 넣지 않는다고 한다. 최초의 한국식 짜장면은 1905년 인천에 거주하는 화교들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최초의 중화요리집인 ‘공화춘’에서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후 50년대 중반 춘장에 카라멜을 첨가하면서 지금의 우리 입맛에 맞는 짜장면이 탄생했는데 당시 정부에서 펼친 ‘분식장려운동’과 맞물린 짜장면은 급속도로 퍼지며 대표적 국민음식이 됐다.


짜장면의 가격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해갔다. 60년 초엔 15원, 70년도엔 200원, 80년도엔 500~700원, 90년도에 들어서 1,300원을 돌파했으며 90년도 말에는 2,000원을 기록, 현재에 들어서 4,500원 정도의 가격으로 인상됐다. 오랜 시간동안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한 끼 식사로는 가장 싼 음식일 것이다. 만원을 줘도 치킨 한 마리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 5천 원 정도의 돈으로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짜장면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동안 한편으로 매콤하고 속까지 확 풀리는 시원한 국물을 주무기로 한 짬뽕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짜장이냐? 시원하고 얼큰한 짬뽕이냐를 놓고 누구나 한번쯤은 심각히(?) 고민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 다음으로 고민되는 것이 짜장, 짬뽕 선택이었을까. 그래서 차후 사람들은 이 고민을 해결하고자 ‘짬짜면’, ‘짜볶면’ 등 두 가지 음식을 동식에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만들어 냈고 큰 인기를 끌었다.


짜장면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이 저렴한 가격과 맛뿐이었을까? 짜장면하면 짬뽕과 더불어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철가방이다. 즉, 배달이 가능했다는 건데 우리나라의 배달문화를 이끈 장본인이라고 봐도 무색할 정도로 음식 배달계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짜장면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것도 이 철가방과 배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짜장면은 빨리 배달을 하지 않으면 면이 불어 맛이 떨어지는데 그 어떤 음식보다 빠른 배달을 요했고, 한국인의 급한 성질과도 잘 맞아 떨어져 대표적 국민음식이 된 것은 아닐까싶다. 



이제 수많은 먹거리의 풍요 속에서 짜장면은 전화만 하면 오는 가벼운 음식이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 짜장면은 졸업식이나 가족외식으로만 먹었던 분위기 있는 음식이었다. 지금은 다른 여러 음식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있어 짜장면은 귀하고 분위기 있는 음식임은 틀림없다. 더불어 치솟는 물가 속에서 여전히 저렴한 가격으로 남아준 짜장면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written by 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