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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스크린 샷] 폴리스 스토리 2014 그리고 성룡


성룡이라 하면 80년대에 태어난 이들에겐 영웅이자 최고의 스타였다. 물론 나도 어렸을 적 성룡의 액션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친구들과 비디오를 함께 시청한 뒤 성룡의 액션을 따라하며 뛰놀고는 했다. 우리의 윗세대에게는 이소룡이 있었다면 우리세대에는 성룡이었다. 


나는 특히 아시아판 ‘인디아나 존스’라고 불렸던 ‘용형호제’를 좋아했는데 특유의 성룡식 생활형밀착형 코믹액션이 잘 살아난 작품이었다. 이와 더불어 내 머리 속에 성룡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폴리스 스토리’였다.

영화의 제목처럼 폴리스 스토리는 성룡의 경찰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맨몸으로 나쁜 조직에 맞서 싸우는 성룡의 모습을 보고 어린 시절 경찰의 꿈을 가진 아이들이 종종 있었고, 나도 그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랬기에 폴리스 스토리 2014는 기대가 컸다.



Take 1. 액션 없는 폴리스 스토리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사회적으로는 영웅이었으나 정작 자기 가정을 못 돌본 종 반장(성룡)은 사이가 좋지 않던 

딸과의 만남을 위해 ‘우’ 클럽을 찾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괴한들에게 납치를 당하게 되고 종 반장은 딸을 구하기 위해 인질이 된다. 인질이 된 종 반장은 클럽 내 납치된 사람 모두는 클럽 주인인 ‘우 사장’과 연관이 있었음을 알게 되며 자신도 그 일원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번 작품은 액션영화의 단골 소재인 납치와 이를 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폴리스 스토리가 기존의 작품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액션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액션은 있으나 성룡식 액션은 없다. 

영화 초기 딸을 만난 종 반장은 딸을 납치한 동일범에게 공격을 당해 감금당하게 되고 의자에 몸이 묶인 체 감시를 당하게 된다. 여기서 탈줄 장면을 살펴보면 묶고 있던 철사를 풀고 몇 차례의 공격으로 가볍게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이 모습은 성룡의 액션이 아니다. 


기존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에선 완벽한 액션은 사실 없었다.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으로 주변 사물을 이용한 액션을 펼쳤고, 이것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예전 성룡이었다면 의자에 묶인 철사를 풀고 싸우는 것이 아닌 묶인 체 의자를 이용한 액션을 선보였을 것이다. 


이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폴리스 스토리 2014의 스토리 전개는 대부분 대화로 풀어간다. 기존의 폴리스 스토리에서 액션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영화중반부 긴 액션장면이 있으나 이는 크게 중요한 장면은 아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 액션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대부분 대화를 통해 이야기 전개시킨다.


기존의 액션을 통한 빠른 스토리 전개에 비해 이번 작품은 대화를 통한 느린 스토리 전개를 선보인다. 이 영화가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일 것이다.



Take 2. 1인 영웅물의 전형적 메타



영화 초반 성룡은 택시를 타고 번화가로 가게 되는데 뒷좌석에 앉아 있는 성룡은 매우 피곤한 모습으로 잠들어있다. 성룡이 피곤한 모습으로 번화가를 찾은 이유는 바로 딸의 연락을 받고 딸을 만나기 위해서였는데 이 장면은 2007년에 개봉한 ‘다이하드 4.0’의 초반 부분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이다. 


다이하드에서의 존 맥클레인은 사회적인 영웅이지만 정작 자기 가정은 잘 돌보지 못해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이며 딸과는 사이가 좋지 못하다. 폴리스 스토리 2014 역시 사회적으로는 영웅이지만 정작 본인의 아내는 지키지 못했고 딸과의 사이가 좋지 못하다. 


사실 이런 유형은 과거 유행을 주도 했던 1인 영웅물 시리즈의 전형적 메타다. 주인공의 늙음과 함께 ‘사회적으로는 영웅이지만 정작 본인의 가족은 지키지 못했다’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아버지라는 희생과 사랑으로 가족을 구하며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영웅이 되어 감동을 안겨준다. 


폴리스 스토리 2014 역시 딸과의 오해-불화-납치-구출-행복 식의 전형적인 흐름을 취하고 있고 이 점은 ‘이 영화에선 성룡식의 화려한 액션은 볼 수 없다’라고 선고하고 있다. 아무래도 딸이 납치된 상황에서 우스꽝스럽게 싸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덕분에 이번 폴리스 스토리 2014는 굉장히 어중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시원한 액션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탄탄한 반전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거기에 홀로 테러 집단과 싸우는 모습은 ‘다이하드’의 모습을 띄고 있고, 딸을 구하는 모습은 ‘테이큰’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계속해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은 성룡의 특유의 액션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였다. 



Take 3. 아쉬운 그래서 더 아쉬운




기존 폴리스 스토리의 재미는 성룡의 액션의 다양화였다. 액션의 정석이 이연걸이라면 성룡의 액션은 주변사물을 이용한 액션이었다. 지금처럼 화려한 CG로 무장된 액션이 아닌 성룡이라는 배우 그 자체의 액션이었다. 그러나 폴리스 스토리 2014에서는 이러한 액션을 조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종종 있는 액션장면도 둔탁하고 무겁다. 그것을 커버하기에 스토리 라인은 허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성룡은 60세의 나이다. 당연히 예전 전성기의 액션을 선보이기는 이미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났다. 성룡의 액션을 따라하던 꼬마 역시 30대의 나이가 됐다. 어린 시절 영웅의 늙음은 나의 늙음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늙음을 부정하기위해 그의 화려한 액션을 더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