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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스마트 폰과 전화번호부



114로 걸려오는 전화의 양이 줄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114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114로 전화하여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보다는 직접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여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 전 시절엔 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전화번호를 찾고는 했다. 물론 이 전화번호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114 때문에 차츰 없어지기 시작한 것 중 하나다. 그런데 전화번호부를 없어지게 만든 114도 스마트폰이라는 최첨단 장비로 인해 서서히 없어져 가는 것이다. 디지털 첨단 장비의 출현으로 인해 점차 사라져가는 것들이 비단 114뿐일까?


집에 한 권씩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부에 우리 집 전화번호를 찾아 줄긋던 시절 ‘삐삐’라고 불렸던 무선호출기의 등장은 사회적인 큰 이슈를 낳았을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조금이나마 편리함을 제공해 주었다.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무선호출기에 연락받을 전화번호를 남겨 연락을 취하는 방식인 무선호출기는 지금 생각하면 아주 불편하고 상상도 못할 방식이지만 그 당시엔 정말 획기적이고 사회에 큰 이슈를 자아낼 만했다.


무선호출기를 이야기하자면 공중전화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1인 1 휴대폰 시대라 공중전화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그 당시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였다. 공중전화의 위치까지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슨 통화를 그리 길게도 하는지 기다리는 사람들을 짜증나게 했던 사람도 있었다. 더불어 공중전화부스 안에는 꼭 쇠사슬에 묶여 있던 전화번호부도 함께 있었는데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을 찢어가 항상 너덜너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중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동전을 바꾸러 다니는 사람들, 공중전화 위에 지갑을 올려놓고 갔던 사람들 그리고 전화카드. 공중전화에 관한 에피소드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전화번호부나 공중전화, 무선호출기 등 한때는 생활하면서 꼭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휴대폰이라는 첨단 장비의 보급으로 점차 잊혀가는 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휴대폰의 대중화는 진정한 디지털 시대의 시작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휴대전화의 등장은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함으로써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됐고, 공중전화는 비바람을 피하는 용도 정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무선호출기는 ‘아! 내가 이걸 사용하던 시절도 있었지’하고 추억을 되짚어볼 만한 물건이 됐다.


휴대전화가 보급되고 나서 우리 생활에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중 하나가 바로 ‘약속장소의 결정’이 아닐까 한다. 휴대전화가 보편화되면서 약속장소를 미리 정하지 않아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하루 전 혹은 미리 연락해 “어디서 몇 시에 만날까?”라고 했던 것들이 이제는 휴대폰을 통해 바로바로 정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와 함께 실종된 것도 있으니 바로 ‘약속 시간’이다.


명확히는 ‘잘 지켜지지 않는 약속시간’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약속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 같다. 오죽하면 코리아 타임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은 약속시간에 늦게 되면 상대방이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책임감 덕뿐인지 약속시간이 잘 지켜졌다. 휴대폰의 보급된 후부턴 늦더라도 연락이 가능하니 조금은 늦어도 된다는 생각이 약간은 생겼나 보다. 물론 휴대폰으로 인해 엇갈리고 답답한 마음도 사라졌다고는 하나 핸드폰이라는 최신식 기기 덕에 사람이 지켜야할 기본적인 것조차 잊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휴대폰의 진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 작고 휴대하기 편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전화기의 개념을 떠나 사진, 동영상 촬영 등 어느새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갔다. 휴대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하기도하고 허전하기도 하며 휴대폰도 없는데 괜히 문자소리가 귀에 맴도는 경우를 한 번쯤은 느껴봤으리라…


오늘날 휴대폰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편해졌다. 그러나 지하철이나 친구들끼리 만나서도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자면 삭막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배고파 끓였던 라면의 받침이었던 그을린 전화번호부가 그립고 따뜻했음을 느낄 때가 있다.


written by 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