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게임기는 패밀리(일본에서는 패미콤이라 불렸다)라는 게임기였다. 어린나이에 힘들게 일하시는 엄마를 졸라 산 게임기였다.

팩이라고 불리는 게임 소프트웨어를 끼워 사용하는 게임기였는데 당시 만해도 패밀리가 있는 친구의 집은 항상 많은 친구들이 모이고는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패밀리는 친구와 같이 할 게임도 거의 없었는데 뭐 그리 많이들 모여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옛날 TV있는 집에 사람이 모이는 것과 비슷한 거였을까?


플레이스테이션(이하 플스)도 마찬가지였다. 플스가 있는 친구 집엔 학교 끝나자마자 많은 아이들이 몰려가고는 했다. 그래도 플스는 패밀리와 다르게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았다. 더불어 32비트 최신 게임기답게 패드의 여유만 있다면 멀티탭이라는 액세서리를 사용하면 무려 4인용, 두개를 사용하면 무려 8인용까지도 가능했다. 단지 8인이 함께할 게임이 없어서 문제였지만 그래도 게임은 함께 하는 거라는 이미지는 새긴 것 같다.

멀티탭도 놀라웠지만 플스의 독특한 점이라면 메모리 카드라는 저장장치였다. 메모리 카드는 게임의 전반적인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였는데 주로 게임 세이브 데이터를 저장하고는 했다. 용량이 한정되어 있는 팩과는 달리 메모리카드만 있다면 얼마든지 세이브 데이터를 옮기고, 복사하고, 보관이 가능했다. 툭 하면 세이브 데이터가 공중분해 돼 버리는 팩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임 세이브 데이터가 한번이라도 날아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세상의 진리를 어린나이에 알게 해주곤 했다. 내 경우 세이브가 중간에 날아가자 그 게임자체를 접은 적도 더러 있었다. 아무튼 메모리카드는 친구의 데이터를 받을 수도, 내 데이터를 나눠 줄 수 있어서 세이브가 날아간다 해도 처음부터 해야 하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나는 매달 게임 잡지를 사고는 했는데 일어로 된 게임 공략을 위해서였다. 이 게임 잡지에는 복사게임시디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와 메모리카드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가 함께 들어있었다. 인기 있는 게임의 스티커가 들어있었는데 때로는 공략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스티커 욕심 때문에 산적도 더러 있었다.


메모리카드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내 것'이라는 하나의 인식표이자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였기에 놓칠 수 없는 게임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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