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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인상 MB정부가 저물어가는 요즘, 정부에서 통 듣지 못한 말이 있으니 바로 ‘인하’라는 단어 같다. 인하라는 단어를 언제 들었는지조차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그 정도로 지금은 기름값뿐만 아니라 생계에 유지하는 기본적인 식료품부터 해서 공공요금, 대중교통 요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치솟아 언제부터인가 만원으로 제대로 된 물건 하나 사기도 쉽지 않다.만원이라는 돈의 단위는 작은 단위가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지갑에 달랑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있으면 이보다 가볍게 느껴질 수가 없다. 차라리 천 원짜리 10장이 오히려 더 두둑한 느낌이 든다. 이처럼 만원이라는 단위는 어느새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는 작은 돈 단위가 돼버렸다. 만원으로 버스 10번도 못 탄다. 그것도 광역버스를 탈 시에는 왕복이.. 더보기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 어느덧 입시도 끝나 이른 시간에도 거리에 교복 입은 학생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매일 같이 영하 10도를 오가는 추위라 해도 억압에서 풀려난 젊은 혈기를 꺾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날도 추워 책이나 보자고 시립도서관을 찾았다. 근데 책은 구경도 못했다. 책은커녕 자리에 한번 않아 보지도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밖에서 대기표를 받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삼 놀랐다. ‘아! 우리나라가 이리도 독서에 열을 올렸던가?’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책은 책이나 도서가 아닌 문제집을 보고 있었다. 언뜻 보아하니 취업준비생들인 듯 했다. 책도 다양하다. 토익, 토플, 자격증, 공무원시험 교재 등. 아무튼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도서관을 찾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취업준.. 더보기
개천의 용은 없다 얼마 전 참 구미가 당기는 드라마를 발견했다. 주말드라마인 ‘청담동 앨리스’가 그것인데 현재 3화분밖엔 방영되지 않았지만 시작부터 아주 흥미로웠다. 특히 여자의 허영심과 된장녀로 화두를 던져 신랄하게 비난하는 모습은 아주 신선했다.줄거리는 대략 신데렐라 스토리다. ‘노력이 나를 만든다’라는 신조를 굳게 믿고 사는 한세경(문근영 분)과 세계적인 명품유통회사 아르테미스의 최연소 한국회장인 차승조(박시후 분), 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다. 그런데 일반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하기엔 이 드라마는 너무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노력형 긍정녀인 세경은 온갖 노력으로 취업에 모든 것을 내건다. 하지만 사회에서 돌아오는 것은 처음부터 가지지 못한 부에 대한 차별이다. 이에 반해 세경보다 못한 고등학교 동창인 윤주(소.. 더보기
나쁜 것도 익숙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무엇인가에 대해 익숙해진다. 이것은 사람이 학습하고 숙달하는 것에 대한 하나의 증명이기도 하다. 낯선 것을 낯설지 않게 만드는 사람의 기능.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사는데 참 편리한 것이다. 담배를 처음 피기 시작한 무렵, 옷에 밴 담배 냄새에 엄마는 매번 잔소리를 하셨다. 방에 들어오실 때마다 “이놈의 담배 냄새 때문에 니 방엘 못 들어오겠다.”라며 핀잔을 놓으셨다. 그런데 이것도 10년 가까이 되자 그 냄새에 익숙해지셨는지 언젠가부터 잔소리가 멈춰섰다. 나쁜 담배에 엄마가 적응한 것이다. 어디 담배 뿐 만이랴. 통증도 익숙해진다. 얼마 전 운동을 하다 다친 손목이 계속 시큰하다 싶더니 나중에는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왔다. 손을 딛고 일어 설 때마다 신경이 무척 거슬렸는데 그 때.. 더보기
26년 5.18 우여곡절 끝에 영화 ‘26년’이 곧 개봉을 앞뒀다. 26년은 강풀의 웹툰인 ‘26년’을 영화한 작품이다. 영화 26년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만큼 제작이 쉽지 않았다. 특히 이 영화는 영화제작에 어려움이 더 많았다. 영화제작을 앞두고 갑자기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통에 영화가 무산될 위기였다. 하지만 26년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투자인 제작두레를 통해 스크린 상영을 앞두고 있다. 5.18이라는 소재로 처음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2007년에 개봉한 ‘화려한 휴가’ 역시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화려한 휴가는 ‘그 사람’에 대한 언지는 없었다. 80년대 생인 나에게 5.18은 한줄 요약이 가능하다. “신군부 세력은 병력을 동원하여 군권을 차지하였고 5.18.. 더보기
남자는 집이다 대학 졸업 후 쉴 틈도 없이 직장을 얻고, 혹 넘어질까 걱정하며 달리니 벌써 이립(而立)이다. 뜻을 세울 나이라는데 정작 뜻 보다는 항상 주머니에 돈이 떨어질까 걱정하며 살았다. 그러니 정작 결혼은 친구 청첩장에서나 보는 단어이자 의미다. 명절이면 “이제 결혼해야지”라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에 매번 건조하게 “아직 할 것도 많고, 돈도 없고요. 아직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내가 대답을 하고도 이 아이러니에 웃음이 난다. 결혼은 본디 사랑하는 이성과 평생을 약속하는 성스러운 의식. 이 성스런 의식에 대한 대답에 애인이라는 이성은 빠진 체 ‘돈도 없고요’로 대답하다니. 결혼을 위한 가장 우선 조건은 평생을 같이 할 애인 아닌가? 그럼 현재 만나는 사람이 없는 내 답도 애인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 더보기
스타벅스, 구직의 구천을 맴도는 자의 도피처 “야! 진짜 오래간만이다” 영풍문고 음반 코너에서 기웃대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로 어깨를 툭 친다. 돌아보니 노○○형이다. 안본 사이에 몰라보게 살이 빠진 모습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형과 나는 한 학년에 1반, 반 인원수 30명, 전교생을 합쳐도 180명이 채 되지 않는 사립학교 출신의 동문이다. 당시 방송매체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열린 교육 1세대’다. 형은 ○○국민학교 3회 졸업생, 나는 4회 졸업생이다. 조그마한 건물 한 채에 매일같이 오고가며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함께 생활해 온 까닭에 오늘처럼 서로 갈 길 가다 마추져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그런 정도라 보면 되겠다. 그리고 형과 나는 오랜 시간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이곳저곳 골목길에서.. 더보기
삼청동의 느긋한 커피의 여유, 봉산리의 급박한 불산의 피해 날씨 좋은 10월의 가을, 높으신 두 양반이 삼청동 무슨무슨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시민들에게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 포착됐다. 대중을 의식하듯 창가 쪽에 앉아 선글라스에 '브이'자까지 펼쳐 보여주는 여유와 다정함도 보여주신다. 오랜만에 답답한 파란집을 벗어나 두 내외 분께서 오붓하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토요의 오후를 만끽함이란 충분히 경쾌하고 맑게 다가온다. 같은 시간 때,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주민들의 분노는 마치 시커먼 커피물이 부글부글 넘쳐 흘러 온 바닥을 적시듯 했다. 정체불명의 괴이한 가스에 2천500백명의 주민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주변기업의 피해만 94억이 넘어갔다. 멀쩡하게 살던 우리집을 팽개치고 급작스레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 온 주민들이 불안과 노여움에 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