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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3 [힐링클래식] 4. 아디오스 노니노, 곡은 아닌.
>그래, 무엇을 들었습니까?

<선생님의 세 곡을 들었어요. 아디오스 노니노, 무무키, 리베르탱고. 너무나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들을 곡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삼십대의 제가 듣기에는 너무나 먼 그런 느낌 말이죠. 어쩌면 선생님의 곡들은 제가 육십칠십이 되어도 들을 수 없는 곡일지도 모르겠네요.

> 왜 그런 생각을 했죠?

< 글쎄요.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다만 말이죠. 선생님의 반도네온이 가슴을 훔쳐갑니다.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가서는 영영 돌아올 것 같지 않은 곳으로 마음 덩어리를 한 줌 뚝 떼어가는, 그런 구구절절한 느낌이 있어요. 제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선생님이 없습니다. 전혀 다른 별에 발을 딛은 순간이 찾아온 거에요. 반도네온을 아예 접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선생님의 반도네온은 음악이라기보다는 어떤 장면 같아요.

> 특별한 장면이라도 떠오릅니까?

< 암요. 이베리아 반도요. 저는 리스본의 어느 허름한 술집에 앉아있네요. 탱고를 추고 있는 한 여인이 있어요. 이미 저는 적포도주를 한참 마셔 정신이 몽롱하군요. 어디서 온지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 춤추던 그 여인이 곁에 다가와 잔을 들고 수작을 거네요. 별로 웃기지도 않은데 손과 발짓으로 서로 깔깔대며 이야기를 나누네요.

> 저로서는 영광이군요. 제 잔도 받으세요.

<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장면에 등장하는 사나이는 엄밀히 따지면 제가 아닙니다. 저는 베토벤, 모짜르트, 쇼팽의 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집을 사랑해요. 선생님의 음악은 너무 뜨거워요. 그렇다고 베토벤이 뜨겁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선생님의 반도네온은 당장이라도 떠날 여인처럼 너무 두렵고 달구어진 빨강색의 치마에요. 30대의 저로선 가질 수 없는 음악입니다. 그래도 가끔 찾아와 선생님을 뵙고 갈께요. 대신 술은 마시지 않겠습니다.

> 언제든지요.




written by 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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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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