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우아한 옷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고급스런 가방을 멘 여성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있다. 회사로 가는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지 바쁜 걸음이다. 멀뚱멀뚱 나는 짧은 1초 동안 여자의 스타일을 평가하고 바로 컵으로 눈이 향한다. 자동반사적이다. 스타벅스, 커피빈, 엔젤리너스 등 유명한 커피전문점의 커피인지 아니면 길 다방표 커피인지를 확인한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 해서웨이’가 잘 차려입고 커피를 양손으로 들고 뉴욕 한복판 거리를 걷는 장면은 여성 누구나 꿈꾸는 장면이다. 직업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현대여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직장에 다니면 꼭 반듯한 옷을 차려입고 커피한 잔을 손에 쥐며 출근해야지 생각했는데, 현실은 사무실에서 잠 쫓기 대용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쨌든 커피는 현대 여성을 돋보여주는 필수 아이템이자 궁핍함을 보여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러한 커피의 모순적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요즘 한층 연말분위기를 채우기 위해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 한잔을 구입할 때마다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 20장을 채우면 다이어리를 제공한다. 실제로 다이어리의 가격은 스티커 20장을 채우는 것보다 저렴하지만 사람들은 커피 브랜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20장을 빼곡히 채운다. 다이어리를 탐하는 자들은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약속장소를 필사적으로 카페로 추진한다. 


모으는 재미와 붙이는(?) 재미는 마약과도 같아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인터넷 카페에서 스티커가 장당 약 500원~1,000원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까지 나오는 걸까? 그냥 다이어리를 구입하면 될 것을. 사실 나도 길거리에 떨어진 스타벅스 스티커를 주워 모으면서까지 다이어리를 받았다. 


“난 스타벅스 커피가 더 맛있어. 나는 커피빈. 나는 투섬.”, “나는 벤티 싸이즈의 아메리카노를 마셔줘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라며 으스대며 서로 커피 브랜드에 따른 선호도를 자랑하는데, 이것은 브랜드 커피만 마시는 까다로운 여자임을 5분간 보여주는 면이다. 그러면서 비싼 커피를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타는 모습을 보여준다. 커피의 화려함을 택한 대신 지갑의 궁핍함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자기 자동차를 타고 커피를 마시는 진정 커피러버들도 있지만 말이다.


written by 빙구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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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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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천신만고 끝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손에 쥐었다. 아아...그동안 얼마나 길고 긴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던가! ㅜㅜ 돌이켜보니 12월은 스타벅스 다이어리 스티커 모으기에 정신줄 놨던 달이었다. 오늘의 커피, 아메리카노, 라떼, 비안코, 초콜렛 모카에서부터 프라프치노까지! 스타벅스 메뉴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메뉴를 30일이란 시간 동안 훑어보았던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물론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돈 주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정가 17000원. 그러나 이것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스티커 모으기 대작전'을 통해 이것을 획득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는 총 17개의 스티커를 모아야한다. 주어진 시간은 11월 1일부터 12월 31일 내에 한해서다. 17개의 스티커 가운데에서도 3개는 크리스마스 전용 음료를 마실 때 주는 빨간 스티커이고, 나머지 14개는 일반 음료를 마실 때 주는 하얀 스티커다. 물론 빨간 스티커를 주는 음료는 일반 음료보다 훨씬 비싸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제 값 주고 마실 경우 최소 5만 3000원어치가 넘는 비용이 든다. 하얀 스티커의 일반 음료 중 가장 싼 '오늘의 커피'와 빨간 스티커의 크리스마스 음료 중 제일 저렴한 음료를 샀을 때의 기준이다. 그냥 샀을 때보다 무려 3배 이상의 돈이 든다. 


다이어리를 손에 넣고 싶어하는 층은 2030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주머니가 얇다. 그냥 맨 땅에 헤딩하면 훅 털린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작전이 필요하닷!  


- 작전 하나. 스타벅스 '스티커+1' 마케팅 철저히 활용하기!

12월에 접어들자 여자친구는 나에게 당분간 스타벅스 커피를 최대한 이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로 날짜별로 바뀌는 '스티커+1' 행사에 관한 내용을 보내주면서, 가급적 이 지침서에 맞게 음료를 마셔줄 것도 함께 부탁했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는 남성인 나로서는 힘이 들었다ㅡㅜ;;; 그 중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일반 음료 포함하여 12000원 이상 구입 시 스티커 한장 추가

요게요게 아주 미묘해~~ 둘이 가서 음료 2개를 시키면 120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턱걸이 가격이 나온단 말이다. 스티커를 받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비싼 케잌까지 먹긴 그렇고..... 2000원짜리 쿠키를 하나 사면 오케이! 


2. 두유라떼 마시면 하얀색 스티커 한장 추가에 사이즈 업

우유보다 상대적으로 두유의 단가가 낮다는 점을 공략한 것 같다. 어쨌든 두유를 싫어하지 않는 나로서는 쌩유! 


3. 텀블러에 음료 주문하면 하얀색 스티커 한장 추가 

일회용 컵과 머그잔 사용을 자제하여 비용 감축을 하려는 것 같다. 텀블러 그 까이꺼 들고가기 어려운 거 아니쥐. 이것두 쌩유!


4. 크리스마스 음료시키면 스티커 한장 추가

'비싼 거 맛있으니까 어서 마셔보라'는 소리다. 어차피 스티커로 다이어리 받기로 작정한 거다! 하나 마셔 하나 덜 마시면 되는거다. 이것두 썡유!


5. 스타벅스 전용카드에 30000원 이상 충전시 빨간색 스티커 한장 추가

아...여기서부턴 좀 어렵다. 내가 스벅 전용 매니아가 아니기 때문에 카드까지 사는 건 좀...(긁적긁적). 이건 여자친구의 몫이다. 오래전부터 전용 카드를 사용하면서 '별'을 철저하게 활용했던 여자친구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새해가 되도 그 카드로 먹을 거 어려울 것 없다. 토스! 오케이! 


6. 텀블러 사면 스티커 한장 추가 

아아...이건 나도...여자친구도 부담스럽다. 포기한다;;;




- 작전 둘. 합동 대작전 돌입하기!

이렇게 모아도 사실 다이어리를 받기에는 아직 스티커가 부족하다. 17개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더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같이 모으다 보면 다이어리 하나 받고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희한한 집착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 것도 받아야지 않겠어? 동생껀? 주변 사람들껀? 응???'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뇌 속이 온통 스티커로 뒤덮인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여기서부턴 가족, 친구, 친지를 동반한 모든 지구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원기옥도 아니고;;;;; 


1. 스티커 있어?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별 생각없이 스티커만 받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의 지갑을 열어보라! 특히 남자들 지갑! 대부분 카운터에서 '스티커 모으세요?'라는 질문에 어정쩡하게 '아...네' 하면서 그냥 주머니에 넣어두거나 지갑 한 켠에 무심코 끼워두는 사람들을 공략하면 돈 들이지 않고 스티커를 모을 수 있다. 


2. 어? 다이어리 받았어? 남는 거 있어?

이제 막 다이어리 받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닿으면 지체없이 물어보라. 반드시 그들도 과욕에 따른 처치곤란의 스티커들이 두 세 개쯤은 남아있다. 그렇게 남은 것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솔로들은 자신의 것만 받으면 그 다음엔 땡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남 줘버리고 만다. 염치는 무슨. 만나서 받아라 ㅋㅋㅋ. 


3. 엄마아빠~~스타벅스에서 모임해요!

요새 엄빠들 모임도 커피숍에서 종종 이루어진다. 난 분명히 봤다. 아줌마 셋이서 스벅 오셔서는 음료만 시키고 스티커는 '아뇨, 됐어요.' 하고 마는 것을...(아...저걸 날 줬다면...아악 ㅠㅠㅠㅠ) 연말에 엄빠들 송년회 정말 많다. 그 중에서 한번쯤은 분명히 커피숍 간다. 많게는 열명씩도 간다구! 사전에 철저히 부모님 교육에 들어가면 된다. 엄빠! 커피숍 가면 꼭 스타벅스로 가요! 그리고 스티커 받아오는 거 잊지 마세요! 



- 작전 셋. '막장의 눈'으로 관찰하기 

연말에 스타벅스에 가서 조용히 주변을 관찰해보라. 모두들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다. 특히 카운터 주변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왜 추운데 2층, 3층 가지 않고 1층에 우글우글 앉아있단 말이냐!!! '막장의 눈'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쥐 후훗. 꼭 이 와중에도 스티커 안 모으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다. 이 사람들 꼭 한 두 개씩 그냥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그냥 스티커를 받은 채 주변 테이블에 올려놓고 횅 가버린다. 이 때를 놓쳐선 안돼!!! 냄새가 폴폴 나는 양반 곁에 웅크리고 있다가 먹이를 놓고 가면 살쾡이처럼 잽싸게 달려가 낚아채버려! 실제로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모아 덕지덕지 더러운 스티커 판을 종업원에게 내민 내 친구도 있다구! 이젠 눈치 염치 코치 다 없는 거야!!! 달려들어!!! 붙여!!!





이렇게 우린 연말에 스타벅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다이어리도 몇 개 획득했다^^ 그리고 돈도 꽤...썼다^^;;; 이렇게 우린 스타벅스에 '적금'을 들어주었지요 아하하^^;;;;;;;;;



스타벅스가 노리는 것은 단순히 매출 증진이 아니여. 고것은 일차적인 것잉게... 고것보담서도 음료 전체를 한번 쫘악 훑어봐라 그거여! 다 먹다 보면 어케 뒤여? 레시피 고것에 중독이 되어부러~~스벅 커피 하면 딱 혀에서 맴이 돈당께! 스티커를 도구 삼아 사람들의 시각과 미각에 철저하게 '스타벅스' 네 글자를 각인 시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게 뭔줄 알여? 커뮤니티여. 혼자 모으다가는 말짱 거지되부러~~ 주변 사람들 도움이 필요혀~~~ 얼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뮤티니가 맹글어져써~~! 다이어리 받고 서로들 사진 찍고 페북 올리고 막 이래저래 자랑질들을 혀. 프라다 가방 메고 다니는 것 마냥 '나 스타벅스 다이어리 쓰는 사람잉게 고렇게 아쇼!' 딱 눈도장 찍는겨. 어차피 속에 내용은 거기서 거기여~ 이와 같이 소비자의 브랜드와 디자인의 연중 상용화를 통해 스타벅스 이미지의 지속화를 노린다. 그것은 맨 마지막 장에 붙어 있는 무료 쿠폰 세 장에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언제든 스타벅스에 들러달라는 것이다. 


Written by 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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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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