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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를 열광하게 했던 것들

삼국지 쉽게 읽기- 나는 게임부터 했다. 삼국지는 중국 후한시대 말, 위ㆍ촉ㆍ오가 천하를 두고 치열하게 다툰 전쟁사다. 역사의 시간으로 재본다면 백년이 채 되지 않은 다소 짧은 스토리다. 중국사 전체의 비중에서 따져 봐도 삼국시대가 자치하는 역사적 의의는 사실 그다지 높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국지는 동양의 남자들을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려버린 고전 중의 ‘TOP’으로 손꼽히고 있다. ‘삼국지를 열 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하지 마라’는 말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여하튼 삼국시대가 실제 어떻게 벌어졌는지 정확히 몰라도, 삼국지가 나에게 미친 파급력이란 매우 깊고 진하다. 내가 처음 삼국지를 접한 것은 책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서였다. 국민학교 4학년 때 동네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일본 KOEI사에서 출시한 ‘三國志 Ⅲ’ 게임을 알게 됐다... 더보기
등교 그리고 뽑기와 불량식품 학교를 가기 전에 책과 공책, 필통 말고도 꼭 함께 준비해서 가야하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손걸레였다. 손걸레의 용도는 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 종례할 때쯤 모두들 책상 밑에 앉아 준비해 온 손걸레와 왁스를 꺼내 바닥을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바닥은 짙은 갈색의 나무 바닥이었는데 학교가 끝날 때쯤이면 모두들 마루 같은 바닥에 앉아 왁스칠 후 손걸레로 자기자리를 닦고는 했다. 그래서 손걸레가 꼭 필요했다. 대부분 친구들은 학교 근처 ‘풍산문방구’에서 샀는데 나는 엄마가 예쁜 문양으로 되어 있는 천으로 손수 바느질해 만들어줬다. 문방구에서 사는 손걸레는 다 똑같이 생겼고 두께도 얇아 걸레질을 하다가 바닥의 튀어나온 가시에 찔리기도 했는데 엄마가 만들어 준 내 손걸레는 두꺼워 그럴 염려가.. 더보기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새턴#8] 슈퍼마리오는 배관공이다 패밀리의 전설적인 게임을 논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게임이 바로 마리오 시리즈다. 전편에 이야기한 열혈 시리즈도 역사의 길이 남을 역작이지만 사실 마리오 시리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마리오는 처음 1985년 닌텐도에서 발매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에서 첫 등장했다. 지금 플레이를 해보면 지금의 화려한 그래픽의 온라인 게임에 비하면 하찮은 그래픽에 단순한 게임성을 지녔지만 85년 당시엔 정말 충격적이었다. 당시의 게임은 갤러그 같은 단순한 게임이 많았다. 갤러그가 재미없다는 소린 아니다. 단지 갤러그 같은 게임보다 마리오가 훌륭하다는 거다. 마리오는 단순함 속에 묘한 매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고유의 아이템과 캐릭터성 그리고 아기자기함이다. 아마 마리오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마리오하면 버섯이 떠오.. 더보기
아이템풀 한때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소위 노가다라는 것을 한 것인데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5시에 작업이 마무리 되고는 했다.어느 날 오후 5시가 되어 집에 가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멀리서 같이 일하는 형님이 날 보며 갑자기 “아이템풀 좀 줘”이러는 거다. 순간 ‘이양반이 날도 안 더운데 더위를 먹었나? 한참 일하는 사람한테 왜 아이템풀을 달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공사현장에서 아이템풀이라니? 그런 이름의 공구가 따로 있었나 싶었다. 결국 내가 “뭐요?”라고 되묻자 그 형님은 다시 한 번 “아이템풀 달라고!!”하는 것이다. 아이템풀이 무엇이던가? 90년대 초등학교도 아닌 국민학교 시절 구슬치기, 팽이치기, 땅따먹기 하며 놀던 .. 더보기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새턴#7] 남자라면 열혈이다 남자라면 열혈이다 패밀리가 비록 8비트 게임기이기는 하나 사실 전설적인 게임이 많았다.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도 그렇고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가 좋은 예다. 이 둘은 나중에 게임계의 큰 획을 긋는 대작인데 이후로 계속적으로 시리즈가 출시되어 전설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처럼 잘 찾아보면 대작의 시초이거나 괜찮은 작품이 패밀리에 많았는데 특히 ‘게임은 협동이다’를 보여준 작품이 있으니 바로 ‘열혈 시리즈’였다. 패밀리를 가졌던 유저라면 한번쯤은 해봤을 정도로 유명하고 패밀리의 대중적인 게임이었다. 일단 친구와 함께 2인 협동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점은 우리들이 열광하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기존에 2인 플레이가 되는 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인 플레이기는 하나 먼저 게임을 하는 사람이 .. 더보기
스마트 폰과 전화번호부 114로 걸려오는 전화의 양이 줄었다고 한다. 이유인 즉,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114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114로 전화하여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보다는 직접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여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 전 시절엔 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전화번호를 찾고는 했다. 물론 이 전화번호부도 시간이 지나면서 114 때문에 차츰 없어지기 시작한 것 중 하나다. 그런데 전화번호부를 없어지게 만든 114도 스마트폰이라는 최첨단 장비로 인해 서서히 없어져 가는 것이다. 디지털 첨단 장비의 출현으로 인해 점차 사라져가는 것들이 비단 114뿐일까? 집에 한 권씩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부에 우리 집 전화번호를 찾아 줄긋던 시절 ‘삐삐’라고 불렸던 무선.. 더보기
나는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생이다 나는 국민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모두들 초등학교를 다니지만 내가 초등교육을 받을 시기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국민학생이니?”라고 물어보면 “네?”하고 반문이 돌아온다. 아마 생전 처음 듣는 단어일 테니 되묻는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초등학교로 바뀐 건 1996년 이후다. 일제강점기 일본왕의 칙령으로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의미인 ‘국민학교’로 불렸는데 광복이후에도 그대로 사용했다. 이후 민족정기회복차원에서 명칭을 국민에서 초등학교로 변경했다.물론 나는 그 변경사항 없이 그대로 국민학교라는 이름으로 초등교육을 마쳤다. 내가 졸업한 이후 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일지 몰라도 난 어쨌든 초등학교를 다닌 적은 없다. 처음엔 초등학교라는 게 입에 착착 붙질 않아 주구장창 국민학교라고 .. 더보기
부루마블은 현실이다 함께 모여 부루마블 할 때면 부루마블의 주인이 꼭 가장 먼저 시작을 했다. 뭐 주인장 어드밴티지 같은 거였다. 주인 녀석은 알토란같은 나라에 멈춰 그 나라에 호텔을 지었다. 운이 좋을 땐 더블이 걸려 한 턴에 두 개의 나라를 사기도 했다. 물론 그 나라엔 모두 호텔이 올라갔다. 두 번째로 시작한 녀석은 운도 없이 방금 사논 나라에 걸리곤 했다. 호텔이 올라간 나라에 지불 할 돈은 녀석이 가지고 있던 돈의 절반이다. 나는 그나마 운이 좋아 주인 녀석이 사 놓은 나라엔 걸리지 않았지만 카드를 뽑는 곳에 걸렸다. 나라를 갖지 못한 거다.초기부터 돈이 가장 많은 주인 녀석은 비싼 유럽 쪽 나라를 사기 시작했다. 스톡홀름, 런던, 뉴욕 등 땅 값만 해도 비싼 이 나라에 호텔을 지었다. 나도 부지런히 나라를 사 나.. 더보기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새턴#6] 록맨의 전설 록맨의 전설 패밀리라는 게임기인 하드웨어를 가졌다고 하나 소프트웨어인 게임팩이 한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한 게임만을 계속할 수도 없는 것 또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이것의 대안책이 바로 합본팩이었다. 합본팩은 팩 하나에 여러 가지 게임이 들어있는 것을 말하는데 작게는 몇 개에서 많게는 백단위의 합본팩도 있었다. 대게 합본팩은 1~2개의 메인 게임과 나머지 잡다한 게임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 메인게임을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잡다한 게임은 거의 쓰레기 수준의 게임이었다. 간혹 쓰레기 게임 속에서 조금은 할 만한 게임을 발견할 때도 있지만 그런 일은 드물었다. 합본팩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팩 겉면에 붙어있는 그림이나 게임명이 실제 게임과 다를 때가 있다는 점이었다. 한번은 겉면에는 상당히 괜찮은 게.. 더보기
갱시기는 맛있다 한적한 일요일 초저녁. 초등학교 동창 녀석 결혼식 다녀온 남자 셋은 헤어지기 아쉬워 당구장에 들어섰다. 당구 한 게임이야 1시간이면 충분하고 다시 길을 나선 세 남자는 번화가 한 커피숍에 들어갔다. 다 큰 사내 셋이 모이면 당연하듯 술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상정이겠지만 잔 기울이기엔 이른 시간이요 저녁을 먹자니 아쉬운 시간이었다. 사내 셋이라 해도 자리가 없어 말 못했지 자리만 있다면 여자들 못지않은 수다다. 이 날 오랜만에 모인 세 남자의 화두는 음식이었다. 이 : 요즘 장사는 어떠냐? 손님은? 진 : 자꾸 나이가 있으신 손님들이 와서 걱정이다. 우리 집 컨셉은 젊은 여성인데 말이야.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와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보쌈에는 왜 김치가 없냐? 찌개는 너무 달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에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