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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해적

해는 기다리지 않는다 [서울에도 해는 뜬다] 해는 기다리지 않는다 윽....어윽! 변기에 앉아 힘을 준다. 쾌변이다. 잠시 행복감을 느낀다. 며칠 규칙적인 생활을 했더니 장운동이 좋아진 모양이다. 물을 내리고 옷매무새를 추스르다 문득 생각한다. '잠깐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아, 맞다. 해돋이 보러 하늘공원에 온거지.' 그렇다. 나는 해가 뜨는 것을 보려고 하늘공원에 왔다. 시계를 본다. 오전 7시 53분이다. 새벽에 휴대폰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몇 번을 고민하다 '일.어.나.자.'라고 중얼거리며 정신을 차렸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용케 옷을 찾아 입고 집을 나섰다. 녀석의 기운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용트림을 하는 녀석을 달랬다. 괜찮아, 라며 녀석을 잠재웠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 더보기
[보물섬] 고향에서 불어오는 바람 봄바람(東風) 너는 바다 밖에서 새로이 불어와 새벽 창가 시 읊는 나를 뒤숭숭하게 하지. 고마워라. 시절 되면 돌아와 서재 휘장 스치며 내 고향 꽃피는 소식을 전하려는 듯하니. 知爾新從海外來, 曉窓吟坐思難裁. 堪憐時復撼書幌, 似報故園花欲開. 이 시는 통일신라의 천재 문인 최치원의 ‘東風’ 이다. 그가 당나라 유학 중에 지은 시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나를 위로해 주었던 시들 중 하나이다. 당시 나는 봄을 타고 영국으로 들어왔기에, 추운 겨울을 외롭게 나며 다시 찾아온 따스한 봄기운은 내게는 마치 선물과도 같았다. 이 봄바람은 부푼 꿈을 안고 부지런히 유학준비를 했던 한국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일깨워 주었다. 굳게 결심했던 포부가 어려움과 외로움에 슬며시 바래졌을 때, 다시금.. 더보기
늑대소년, 그 시절을 향한 무한긍정, 그리고... [우리는 이 시대의 해적이다] 늑대소년, 그 시절을 향한 무한긍정, 그리고... 용산에서 늑대소년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동창회 부부동반 모임인 듯 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이 정겨웠다. 신호가 얼른 바뀌지 않아 어르신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어르신 한 분이 또다른 어르신에게 핀잔를 준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안그래도 그 어르신이 뭘 그렇게 찾으실까 궁금해하던 중이었다. 자연히 귀를 쫑긋 세웠다. "입대할 때 용산에 모였잖아. 육이오 때. 육십년만에 처음 오는 것 같네." 대답을 하면서도 어르신은 계속 무언가를 찾았다. 핀잔을 줬던 어르신도 이해한다는.. 더보기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서울에도 해는 뜬다]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07:15 남산을 오르는 버스에 있다. 아마 첫차인 듯하다.. 함께 하는 이들은 네다섯명 정도.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창밖만 바라본다. 아직 주위가 어둡다. 저멀리 도시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여전히 남아있는 가로등 불빛과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아침의 불빛이 교차하고 있다. 어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빛의 경쟁. 승리자는 없다. 반복만이 있을 뿐... 그런 날이 있다. 랜덤으로 틀어놓은 노래가 지금 내 상황과 우연히 겹치는 날.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된 듯한,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슬픔은 날 가로질러 저 멀리 또 흘러가는데 허무했던 숱한 밤을 지나서 또 다시 돌아오는 공허한 공기들 태양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기회는 언제고 반드시 찾.. 더보기
솔로를 위한 성탄허비지침서 어느새 연말. 주말 저녁거리는 이미 커플들로 가득 차 솔로들은 설 자리가 없다. 연말은 솔로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왜? 바로 성탄!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닷!! 내 생일도 아닌 날에 왜 이렇게 우리는 우울해야하나? 하지만 걱정마라. 크리스마스에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이 순간 세상의 모든 솔로를 위한 본격 솔로지침 제1장 ‘성탄허비 지침서’를 공개하겠다. 제1절 잠들라. 꿈이 너를 평안케 하리라 잘 생각해보라. 크리스마스는 별것인가? 내 생일도, 내 친구 생일도 아니다. 여자 친구처럼 있다고 믿으나 보이지는 않는 예수의 탄생일이다. 우리에겐 아무런 기념이 되지 않는 날이란 말이다. 그저 검정 숫자 가득한 12월 달 한줄기 희망 같은 빨간 날일뿐이다. 정말 꿀 같은 휴일이란 말이다! 연말이라고 친구 망년회.. 더보기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새턴#7] 남자라면 열혈이다 남자라면 열혈이다 패밀리가 비록 8비트 게임기이기는 하나 사실 전설적인 게임이 많았다.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도 그렇고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가 좋은 예다. 이 둘은 나중에 게임계의 큰 획을 긋는 대작인데 이후로 계속적으로 시리즈가 출시되어 전설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처럼 잘 찾아보면 대작의 시초이거나 괜찮은 작품이 패밀리에 많았는데 특히 ‘게임은 협동이다’를 보여준 작품이 있으니 바로 ‘열혈 시리즈’였다. 패밀리를 가졌던 유저라면 한번쯤은 해봤을 정도로 유명하고 패밀리의 대중적인 게임이었다. 일단 친구와 함께 2인 협동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점은 우리들이 열광하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기존에 2인 플레이가 되는 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인 플레이기는 하나 먼저 게임을 하는 사람이 .. 더보기
부아나 비디따 술샤 클럽 - 애니팡 지금까지 해적라디오의 DJ 세이렌이었어요. 끝 곡으로 전설 속으로 사라진 밴드 부아나 비디따 술샤 클럽의 노래를 보내드릴게요.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해체하고, 행방이 묘연한 그들을 추모하며 들어볼게요. 어딘지 모를 바다의 밑바닥에 잠들어 있을지도 모를 부아나 비디따 술샤 클럽의 애니팡을 남기고 저는 이만 물러날게요. 난파당하지 말고 좋은 항해 하세요.~~~굿 럭~~~ 오랜세월 모아왔던 논문 파일들을 지워 버리고 목숨같은 나의 책들을 헐값에 팔아버렸지 예~ 미안해 멤버들아 나는 더이상 인문학을 하지 않을거야 함께 울며 웃으며 공부한 추억을 가슴속에 남길게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쓸데없는 개멋에 취해 (개멋에 취해) 미련하게 청춘을 소모하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네 이런 비호감적인 학문을 해.. 더보기
[500원] 우리 동네 빵집가게에는 아가씨가 이쁘다네 우리 동네에는 빵집이 하나 있는데 그 가게에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한 명 있다. 매일 저녁 퇴근길, 동네 어귀에 이르면 빵집 쇼윈도 너머로 항상 그녀를 볼 수 있다. 이 순간만큼은 단순히 내가 퇴근하는 길에 그녀를 본 것인지, 그녀를 보기 위해 일하러 갔다 온 것인지 헛갈릴 때도 있다. 달코롬한 빵 냄새에도 홀려 자연스럽게 눈길이 향할 만도 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언젠가는 턱을 궤고 TV를 보고 있고, 언젠가는 폐장 준비로 막대걸레질을 하고 있고, 언젠가는 그냥 서 있기도 한다. 그녀는 몇 살일까? 얼핏 보면 나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주인일까, 주인네 딸일까? 내가 스쳐가는 지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날 감지하기는 할까? 궁금함도 잠시 내가 그녀를 유리창 너.. 더보기
스마트폰도 결국 핸드폰이었다 언제쯤이었을까? 친구한 녀석이 새로 나온 아이폰을 처음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평소 애플사의 아이팟을 애용하던 나는 아이폰이라 하여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단지 아이팟 터치에 전화기 기능을 더한 새로운 제품 정도로 인지하는 정도? 그러나 친구 녀석이 나에게 보여준 다양한 어플들은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도 이랬을까?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 신기함 그 자체였다. 그중 여자 목소리로 대신 욕을 하던 어플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고 재밌었다. 차후 내가 스마트폰을 구입하자마자 가장 먼저 설치한 어플도 그 욕 어플이 었을 정도다. 거기에 지금은 국민 어플이 된 ‘카카오 톡’은 더욱 신기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 어플은 전화번호가 있고 상대방도 이 어플이 있으면 자동으로 친.. 더보기
[보물섬] 꿈꾸는 연구실 꼬마 주인이 사라지면 잠에서 깨어나 움직이는 장난감 병정들과 같이 교수님께서 퇴근하시면 어김없이 연구실의 책들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마음껏 그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좁은 연구실에서 드넓은 세상을 만나고, 그렇게 꿈을 키워 간다. 어렸을 적에는 몰랐다, 교수님께서 본인의 연구실에 제자를 들여놓는 그 진정한 의미를. 돌이켜보면 나도 모르게 가장가까이에서 나의 미래를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으면 따뜻한 차를 타주시며 정성스레 그네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교수님의 모습, 논문과 수업 준비를 하느라 컴퓨터 자판을 치는 모습, 교수님이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았지만 끊임없이 책과 싸움하며 고뇌하는 모습, 한강이 바라보이는 창문에 서서 사색하는 모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