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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단

스마트폰, '매의 눈'을 앗아가다 친구 중에 진짜 특이한 놈이 있다. 각종 동물을 다 따라하는 이상한 재주를 가진 인간이다. 우, 마, 견의 소리는 물론이요, "꺄악꺄악" 까마귀 소리에 "꿔기어~~"하고 닭 울음소리까지 섭렵했다. 어느 수준이냐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흉내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정말 그 동물이 자기 주변에 있는지 이리저리 살필 정도다. 더 대단한 점은 동물의 소리 뿐만 아니라 몸짓, 동작 하나하나까지 정말 똑 닮게 한다는 사실이다. 어슬렁 어슬렁 먹이를 겨냥해가는 표범의 걸음걸이 흉내를 낼 때는 정말 '저 인간 모글리 아냐?' 할 정도로 등골이 오싹하다. 그런데 그 보다 더 무시무시하게 카피하는 동물이 있다. '동물의 왕국'을 틀면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 단골손님, 바로 미어캣이다. 늘 몇몇의 보초병들이 땅굴 앞에 .. 더보기
남자는 집이다 대학 졸업 후 쉴 틈도 없이 직장을 얻고, 혹 넘어질까 걱정하며 달리니 벌써 이립(而立)이다. 뜻을 세울 나이라는데 정작 뜻 보다는 항상 주머니에 돈이 떨어질까 걱정하며 살았다. 그러니 정작 결혼은 친구 청첩장에서나 보는 단어이자 의미다. 명절이면 “이제 결혼해야지”라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에 매번 건조하게 “아직 할 것도 많고, 돈도 없고요. 아직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내가 대답을 하고도 이 아이러니에 웃음이 난다. 결혼은 본디 사랑하는 이성과 평생을 약속하는 성스러운 의식. 이 성스런 의식에 대한 대답에 애인이라는 이성은 빠진 체 ‘돈도 없고요’로 대답하다니. 결혼을 위한 가장 우선 조건은 평생을 같이 할 애인 아닌가? 그럼 현재 만나는 사람이 없는 내 답도 애인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 더보기
사람이 집이다 나의 큰집, 큰아빠 큰엄마가 계신 큰집은 대전 석교동에 있다. 마당이 멋들어지게 자리 잡고 있으며 드라마에서나 올 법한 멋진 이층집이었다. 나무 바닥으로 되어있던 넓은 거실은 한 발, 한 발 내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는 했다. 내 방하나 없던 작은 집에 살았던 나에겐 큰집은 나에게 정말 큰집답게 커다란 집이었다. 이런 큰집은 갈 때마다 놀이터였다. 특히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던 큰집은 나에게 보물창고였다. 자상하셨던 큰엄마는 항상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셨는데 흡사 일본식 가옥처럼 너무 과하진 않았지만 절제가 있었던 그런 품위 있는 정원이었다. 이런 정원의 식물들을 신기해하며 바라보기도, 마당의 강아지와도 함께 뛰놀았다. 거실에서 이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한발 한발 옮길 때마.. 더보기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새턴 vol.3 나의 첫 게임기는 패밀리(일본에서는 패미콤이라 불렸다)라는 게임기였다. 어린나이에 힘들게 일하시는 엄마를 졸라 산 게임기였다.팩이라고 불리는 게임 소프트웨어를 끼워 사용하는 게임기였는데 당시 만해도 패밀리가 있는 친구의 집은 항상 많은 친구들이 모이고는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패밀리는 친구와 같이 할 게임도 거의 없었는데 뭐 그리 많이들 모여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옛날 TV있는 집에 사람이 모이는 것과 비슷한 거였을까? 플레이스테이션(이하 플스)도 마찬가지였다. 플스가 있는 친구 집엔 학교 끝나자마자 많은 아이들이 몰려가고는 했다. 그래도 플스는 패밀리와 다르게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았다. 더불어 32비트 최신 게임기답게 패드의 여유만 있다면 ‘멀티탭’이라는 액세서리를 사용하면 무려 4인용.. 더보기
엄마, 딸, 손녀 그리고 헌 신 대학로 혜화로터리를 건너 한성대 입구 사거리에 접어들어 좌회전을 받으면 곧장 성북동 길로 이어진다. 사거리 주변에는 과일장수, 과자장수, 떡장수, 김밥장수 누구 할 거 없이 이런저런 상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님들과 흥정을 벌인다. 성북동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오면 오래된 철물점, 문방구, 사진관, 쌀집, 추어탕집이 보이고 그 뒤로 빽빽하게 살림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쪽저쪽에 고등학교, 중학교도 보인다. '서울에 아직도 이런 동네가 있나' 싶을 정도로 7080년대의 냄새가 폴폴나는 그런 동네라고나 할까. 암튼 와보면 '아 여기가 성북동이구나'라는 필이 딱 느껴진다. 중간 쯤 올라오면 큰 길가에 조그마한 구멍가게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매우 올드한 국수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앞 횡단보도을.. 더보기
초가을의 커피, 풍경 스케치 초가을에 접어들고 있는 10월의 첫째 주 일요일. 아침공기가 제법 쓸쓸해진데다가 창으로 내리쬐는 햇살도 한결 차분해졌다. 이글이글 아스팔트 기운에 맥을 추지 못하던 담쟁이들도 때를 만났다는 듯 슬그머니 잎새 끝에 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늦여름 태풍이 쓸고 간 하늘 판에는 푸른 물감만 잔뜩 뿌려져 있고, 실낱같은 흰 구름들은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지구 반대편으로 흘러가고 있다. 창밖 프레임 속 풍경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어느덧 1회용 플라스틱 잔에 얼음 꽉꽉 채운 아메리카노 보다는 하얀 머그잔에 따끈한 달콤 라떼 한잔을 내려 마시면서 몸 안의 생기를 북돋아 주고 싶어진다. 공기가 얼어붙고 태양빛이 멀어져 간다는 것은 그만큼 일상생활의 뜨거움도 한층 식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공연의 열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