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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커피를 찾는 사람들#2] 일상=커피



우리나라는 믹스커피와 친한듯하다. 작은 식당을 가더라도 식당입구 앞에는 공짜 커피자판기가 있기 때문이다. 밥 먹고 커피한잔은 식후 땡이란 말을 할 정도다.


한번은 중국에 갔더니 한국 사람들을 위해 믹스커피를 천원에 팔고 있었다. 습관이 무섭다고 밥 먹고 ‘식후 땡’을 위해 천원을 지불해서라도 커피를 마신다. 나도 그 습관에 길들여져 식사 후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 천원이란 거금을 주고 마실까 말까 고민을 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 먹진 않았지만 장난으로 ‘중국에서 커피장사나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커피를 접하게 된 계기는 시골로 답사를 갔을 때였다. 인심이 넉넉한 마을 주민은 나를 반갑게 맞으며, 항상 커피를 내왔다. 시골에서 커피는 접대음료로 통했다. 재밌는 건 집집 나름의 제조방식이 있었고 맛도 조금씩은 다르다는 점이었다. 


설탕과 커피를 듬뿍 넣은 커피를 감사의 표정과 함께 마셨다. 처음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집을 들릴 때마다 커피가 나오니 당황스러웠다. 6가구를 돌며 6잔을 마셨다. 손님에 대한 최상의 접대로 커피를 내온 것이기에 사양 못하고 감사의 말과 함께 억지로 다 마셨다. 숙소로 돌아갈 때쯤엔 속은 속대로 부대끼고 머리는 머리대로 아픈 거 같았다. 연거푸 6잔을 마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영향인지 지금은 하루에 커피 6잔은 기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커피포트에 물 끓이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거다. 출근 중에도 시원한 캔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지하철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지오지아’ 커피를 마신다. 유일하게 지하철 자판기에서는 지오지아가 800원이다. 


뾰로롱 둥글둥글 회사에 도착하면 업무시작하기 전까지 종이컵에 물을 부어 커피한 잔을 한다. 가끔 친구들이 맥심커피를 많이 마신다며 아메리카노 ‘칸타타’나 공유가 선전하고 있는 ‘카누’를 한 봉지 주고는 한다.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래도 난 맥심이 좋다.


점심시간. 졸음이 서서히 다가오면 또 한 잔의 커피와 “역시 커피는 오후 두시에 마셔야 제 맛!!”이라고 외치는 동기들과 수다 오 분을 떤다. 그래서인지 이때부턴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는 나에게 있어 하루를 유지해주는 각성제다. 그리고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 내세울 수 있는 무기도 된다. “나가서 커피한잔?” 바깥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웅크려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그 맛이란… 


컴퓨터와 나와 나란히 앉은 공간에서 또 두 시간 작업. 뚜닥뚜닥. 또닥또닥. 입이 심심하당. 이번엔 좀 특별하게 커피에 홍차를 타 마셔 볼까? 냉큼 맥심커피에 유럽의 향이 느껴지는 다즐링을 타서 마시면 홍차라떼가 된다. 배고프면 커피에 율무차를 타서 곡물라떼를 만들어 먹는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홍차라떼, 곡물라떼 만큼 맛이 좋다. 가격도 착하고. 


아, 가끔은 나도 화려함을 느끼기 위해 커피 마시러 회사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점심은 식당에서 2500원짜리 밥을 먹고, 커피는 커피숍에서 점심시간 할인을 적용받아서 3000원에 사서 마신다. 커피 값이 밥값보다 비쌀지만 뭐 분위기 값이라고 해두자. 평소엔 싼 커피를 마셔주니 가끔은 비싼 커피 마셔줘도 되잖아? 이래나 저래나 나름의 합리화를 통해 오늘도 커피 한 잔… 이제 커피는 일상이다.


Written by 빙구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