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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힐링 클래식]1.아침엔 멘델스존을 들어라



MENDELSSOHN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두 개의 소나타: 2 Sonata for Cello and Fortepiano]


  누군가의 음악을 들을 때 나는 ‘그 사람의 기운을 받는다’는 말을 즐겨 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음악에는 그 사람의 인생관과 열정, 기쁨, 슬픔, 고뇌, 좌절, 초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것은 음악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매일같이 아침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컴퓨터를 두드리고, 서류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쓰는 동안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켜고, 온 몸에 잉크를 묻혀가며 악보를 썼다. 평생을 그렇게 말이다. 그들이 마신 수천 잔의 커피, 숨소리, 움켜쥔 머리칼, 환희에 찬 손짓, 페달을 밟는 유쾌한 발동작, 연인과의 달콤한 키스까지 그의 모든 것이 그 한 곡에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는 명반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클래식의 영원한 귀공자 멘델스존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두 개의 소나타: 2 Sonata for Cello and Fortepiano]. 첼로를 화두에 놓고 피아노의 선율을 밑바탕에 둔 멘델스존의 걸작 중 하나다. 그는 작곡가이기 전에 앞서 당대의 피아니스트와 어깨를 견주는 대단한 실력자였다. 그리고 그의 동생 파울이 아마추어 첼리스트였기 때문에 그는 첼로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첼로의 우아함과 피아노의 경쾌함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실내악곡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의 정식이름은 야코프 루트비히 펠릭스 멘델스존이다. 펠릭스(행운아)라는 말 뜻대로 그는 클래식계의 타고난 '럭키가이’였다. 경제적, 정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을 안식과 평화의 온실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마음껏 펼쳤다. 할아버지는 계몽주의 철학가, 아버지는 은행가, 어머니는 인텔리 음악애호가였다. 집안에는 자신을 위한 전속 오케스트라가 있어 언제든지 이들을 이용하여 여러 음악적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음악을 사랑했던 그의 가족들은 멘델스존가(家) 음악회를 만들어 당대의 음악가들과 교류할 정도였다.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피아노 한 대 살 수 없어 기타로 대신 작곡을 해야만 했던 암담한 현실과 비교하면 더욱 ‘행운아’라는 단어가 와 닿는다.  





  곡의 느낌은 한마디로 '즐거움' 그 자체다. 무리하지 않는 첼로 특유의 저음과 담백한 포르테피아노의 핑거링이 어우러져 보드라운 한편의 시를 써 내려 나아간다. 웅장한 저택의 아침, 멘델스존의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실내악을 연주하며 즐거운 미소를 짓는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음폭의 큰 기복이 없고, 곡 전체가 완만한 음률의 곡선을 이루고 있어 귀의 거슬림이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 곡이 아침에 듣기에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침은 하루 중 가장 예민한 시간이다. 몸의 구석구석이 휴식에서 깨어나는 때이므로 함부로 깨우면 하루가 삐걱댄다. 그래서 혹자는 아침 10시까지 웃으면 그날 하루 종일 웃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만큼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느냐는 하루에 있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 아침, 10분만 일찍 일어나보자. 그리고 멘델스존이 당신에게 선물한 이 곡을 살며시 틀어보자. 볼륨을 가운데에 맞추고 귀부터 슬며시 깨워보자. 그리고 풍족하고 즐거웠던 멘델스존의 럭셔리한 삶 그 자체를 흐르게 하자. 그가 웃음 지으며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나의 인생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포근한 이불 속에서 같이 웃음 지어주자. 나의 아침에 좋은 음악을 선물해주는 것, 그리고 나에게 살며시 웃음 지어주는 것,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자, 마음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면 이제 당신의 방에 커튼을 활짝 열어라. 오늘 하루도 활짝 열린다는 그 마음으로 활기차게 시작해보자. 당신의 오늘 하루, 당신의 한번뿐인 인생, 이 멘델스존의 명반으로 응원하겠다.    


Written by 사샤


[각주:1]

  1. 이 앨범은 마지막 LP세대이기도 한 네덜란드의 노장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의 연주와 노련한 포르테피아니스트 스텐리 호흘란드가 호흡을 맞추었다. 현대의 그랜드 피아노를 사용하지 않고 포르테피아노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 피아노로 연주할 경우, 피아니스트의 색깔에 더 비중을 두어 개발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음향이 지나치게 강하고 풍만하여 첼로의 색깔을 오히려 덮어버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대에 만들어진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하면 음의 지속 시간이 짧고 음색이 훨씬 밝고 투명해서 베이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첼리스트는 자신의 개성을 뽐내기 위해 애써 무리할 필요 없이 멘델스존이 기획한 감미로움 그대로를 온전히 살려낼 수 있다. 연주자의 균형뿐만 아니라 악기의 균형까지 섬세하게 고려한 명반 중의 명반이니 꼭 들어보기 바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