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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on

[생각하는 앵무새] 5만원짜리 녹차 한 잔 上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글입니다.

 

등장인물 소개
1. 앵무새(해적단 메인작가)
승패의 키를 쥐고 있는 자. 언제나 클라이맥스의 샷 부분은 그가 차지한다.
영리하다, 선장 어깨 위에 발만 얹어서 선장을 조종한다. 
 - 특징: 배고프면 시끄러워 진다
 - 필살기: 깐죽거림

 

2. 저격수(해적단 객원작가)
BBK 저격수로 잘 알려진 정봉주 18대 국회의원의 출소에 기념해 해적단의 저격수로 활동하고자 출현한 자.

정봉주의 매서운 눈매를 따라가진 못한다. 입담도.
 - 특징: 저격수인데 민첩하지 못하다
 - 필살기: 삐딱하게 보기(진짜로 재수 없게 고개를 기울이고)   

 


“아, 춥다. 진짜 개춥네. 이 새낀 왜 안 쳐 오는 거야?”
오늘 간만에 저격수를 만나 치맥을 하기로 했다. 동네에 가까이 살고 있는 앵무새와 저격수, 우리가 항상 뭉치면 실없는 얘기와 세상에 대한 증오를 독설이 낭자하게 토해내기에 해적단 놈들마저도 가능하면 우리를 피하곤 한다.
‘그래, 그렇게 오늘도 우리 둘이다.’
저격수가 8시까지 집 앞으로 오기로 했다. 나는 ○○역 2번 출구 앞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스물스물하게 올라올 저격수를 기다렸다. 마치 여친 나오기를 목 빼놓고 기다리고 있는 행인마냥.
‘아 추워, 씨밤. 은행 안에라도 들어가야지! 개새끼 또 늦네.’

 

○○역 2번 출구 바로 옆에는 ■■은행이 있다. 내가 왜 이딴 역 이름과 은행을 계속 얘기 하냐면 이게 이 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동네라서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 나는… 돈을 주웠다, 5만원을!!! 지하철역들을 다 돌아다니다 2번 출구에 바로 떡하니 코앞에 은행이 있다면 그게 여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계속 거기서 서성대지는 말기를…

 

아무튼 그렇게 나는 추워서 은행 안으로 들어가 ATM이 있는 쪽에 서서 저격수를 기다렸다. 바깥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저격수의 머리통이 빼꼼하고 나오는지 응시하고 있었다.
‘죽여 버리겠어…’
집 바로 앞이라 나는 추리닝 차림에 점퍼를 입고 목도리를 뱅뱅 얼굴에 감고서 있었다. 은행 안은 이미 문 닫고 어두운 상황, 그리고 눈부시게 밝은 현금인출기들 쪽에는 어느 아줌마 한 분께서 돈을 뽑고 계셨다. 막 장을 보고 오셨는지 짐들이 많았다. 손을 자유롭게 하느라 짐들을 아래로 내려놓고 힘겹게 돈을 뽑고 계시다가 나를 쳐다보고는 흠칫 하셨다.
‘아니, 이 아줌마가 어딜 보고 놀라시나? 내가 도둑놈같이 생겼나! 난 이제 아줌마 따위한테는 눈길도 안 줄라요.’
뭐, 나만의 생각인지. 다른 총각이 하나 들어오고는 돈을 뽑고 나간다. 역시 젊은이들은 빠르다. 다른 총각이 또 들어온다. 그러나 저격수 이 새끼는 보이질 않는다. 마침내 돈을 다 뽑으셨는지 짐들을 갖고 낑낑대시며 문 밖으로 나가려는 아줌마. 근데 문을 못 여셨다. 미시오가 아니라 당기시오, 라네요. 양손이 자유롭지 않으셨기에 할 수 없이 도적놈같이 생긴 내가 손수 문을 열어드린다. 아주 젠틀하게. 아까의 눈빛이 본인도 마음에 걸리셨는지 눈인사를 하시며 나가셨다.

‘아줌마, 나니깐 문 열어주지. 저격수였음 얄짤없어요. 난 도적이 아니라오, 해적이지.’

 

“음~ 음~ ♪~♬~♩~”
저격수 기다리는 동안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 새끼가 이젠 나를 노래하게 만드네. 근데 아까부터 계속 귀에 거슬리게 저 소리는 뭐야?’
그러고 보니 얼마쯤 됐을까. 아까부터 계속 띠디디딩!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옆에서 돈 뽑고 있는 애한테 문제가 있나? 다가가는 찰나 아뿔싸! 아까 나갔던 그 아줌마 글쎄 돈을 덩그러니 뽑아가지도 않고 가버린 것이었다. 이럴 때 평소 굼뜨던 것은 온데간데없이 앵무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재빨리 낚아채서 밖으로 나갔다. 나이스 캐치!! 그렇다, 아까 그 아줌마를 찾으러 간 것이다. (설마 이 사람들! 내가 그 돈 갖고 튀려고 후다닥 나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 원, 사람들하곤 참…)

 

아무리 두리번두리번 동서남북을 쳐다봐도 그 아줌마는 보이지 않았다.
‘아~ 이 아줌마, 걸음걸이는 또 왜 이리 빨라?’
때마침 저격수가 등장했다. 스물스물하게 나타난 것이었다. 역시 그답다.
“야! 앵물앵물~ 미안하다, 좀 늦었다!”
“…”
“야! 미안하다고 이 새끼는. 대꾸도 안 하네, 이젠! 이 물주님께서 오셨는뎀?”
“씹탱아! 잠깐 있어봐. 나 말이야…”
“미친놈, 뭔 일 있냐? 안하던 짓 하고 그래, 불안하게시리. 너, 그 날이냐?”

늘 죽자고 달려들어 늦은 걸 문책하며 쌍욕을 해왔던 내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자 이 저격수 놈이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야, 나… 나… 돈 주었다!! 아싸~ 땡 잡았네, 그것도 오만원!! 오만원!! 푸하하!”

“뭐?! 진짜냐??”

저격수는 먼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이내 머리가 재빠르게 회전된 모양이었다. 오늘은 자기가 쏘기로 한 날이었는데 돈 굳었다고 좋아하는 듯 음흉한 미소로 서서히 쪼개며 덩달아 좋아하기 시작했다.
“일단 치킨집으로, 고고”
“고고!!”

 

(이어서 계속..)

 

Written by 앵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