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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등교 그리고 뽑기와 불량식품



학교를 가기 전에 책과 공책, 필통 말고도 꼭 함께 준비해서 가야하는 게 있었다. 다름 아닌 손걸레였다. 손걸레의 용도는 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 종례할 때쯤 모두들 책상 밑에 앉아 준비해 온 손걸레와 왁스를 꺼내 바닥을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바닥은 짙은 갈색의 나무 바닥이었는데 학교가 끝날 때쯤이면 모두들 마루 같은 바닥에 앉아 왁스칠 후 손걸레로 자기자리를 닦고는 했다. 그래서 손걸레가 꼭 필요했다. 대부분 친구들은 학교 근처 풍산문방구에서 샀는데 나는 엄마가 예쁜 문양으로 되어 있는 천으로 손수 바느질해 만들어줬다. 문방구에서 사는 손걸레는 다 똑같이 생겼고 두께도 얇아 걸레질을 하다가 바닥의 튀어나온 가시에 찔리기도 했는데 엄마가 만들어 준 내 손걸레는 두꺼워 그럴 염려가 없었다. 나름 아이들에게 자랑거리였다.


손걸레도 챙겼으면 실내화가방을 손목에 걸고 학교에 간다. 깜빡하고 실내화가방을 안 챙기면 큰일이다. 학교 내에는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 신발을 벗고 양말 상태로 있어야 한다. 가끔씩 실내화가 없는 아이들을 선생님이 혼내고는 했다.



실내화가방을 있는 대로 흔들어 대며 학교로 간다. 학교를 가는 시간은 대략 걸어서 30분 정도다. 사실 바로 학교로 가면 금방 갈 수 있다. 근데 친구들과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위에서 말한 풍산문방구.


학교를 가는 길에는 3군대의 문방구가 있다. 우선 집근처에 있는 평촌문방구’, 조금 학교를 돌아가면 나오는 풍산문방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퍼와 같이 운영하던 동주슈퍼가 있다. 이 세 문방구 중에서도 풍산문방구와 동주슈퍼가 짱이다. 왜냐면 풍산문방구는 다양한 뽑기와 짱깨뽀가 있고, 동주슈퍼에는 많은 종류의 불량식품 때문이다.


우선 먼저 들리는 풍산문방구에서 뽑기를 한다. 커다란 종이에 스테이플러 고정되어 있는 작은 쪽지들 중 하나를 뽑는다. 그리곤 쪽지를 열어보면 순위가 있는데 순위대로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근데 나는 한 번도 좋은 게 걸려본 적이 없다. 나는 꼭 석수를 받고 싶었는데 한 번도 받아 본적이 없다.




5학년 형들은 종이에 있는 뽑기를 하지 않았다. 형들은 짱깨뽀를 통해서 한 번에 여러 장 받을 수 있는 걸 했는데 가위바위보만 잘하면 10장을 받는 형들도 있다. 짱깨뽀에서 이겨 뽑기가 나올 때 소리가 나는 정말 좋아한다. “텅컹 텅컹하는 소리를 내는데 흡사 기계가 바로 뽑아내는 듯 한 소리를 낸다. 나온 종이를 살짝 꺾어서 열어보면 꼴등이 대부분이었다. 뽑기의 1등상품은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자동차였다. 근데 한 번도 걸린 사람을 본적이 없다.

풍산문방구에서 뽑기 한 판 했으면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풍산문방구에 들리기 위해 조금 일찍 나왔지만 형들 하는 거 구경하느라 조금 늦었다. 빨리 동주슈퍼에 가야한다.



동주슈퍼에 가서 아침에 엄마한테 받은 300원 중 100원으로 학교에서 먹을 불량식품을 사야한다. 나는 많은 불량식품 중에서 특히 꺼벙이를 좋아한다. 친구들은 밭두렁을 좋아하는데 나는 너무 딱딱해서 싫다. 꺼벙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맨날 꺼벙이만 먹는 건 아니다.

가끔은 짝꿍을 사서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학교 끝날 때 먹을 때도 있었다. 돈이 없을 땐 친구랑 50원씩 보태서 하나를 사 나눠서 먹기도 한다. 짝꿍의 두 가지 맛 중에서 나는 보라색 맛을 좋아한다. 그래서 친구랑 같이 사면 친구는 빨강색을 줬다.


다른 친구들은 아폴로를 사기도 했고 쫀듸기를 사기도 했는데 쫀듸기와 아폴로는 먹는 게 불편해서 많이 먹지는 않았다. 어떤 친구는 둘둘 말아 놓은 껌 테이프를 사기도 했는데 난 왜먹는 지 잘 모를 정도로 맛이 별로였다. 근데 사실 돈이 없어서 못 먹은 게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 꼭 돈 많으면 피져, 월드컵, 쫄쫄이, 똘똘이, 씨씨, 맥주사탕도 다 사먹을 생각이다.


나는 꺼벙이를 사면 빨리 봉지를 뜯어서 왼쪽 주머니에 몽땅 쏟아 넣었다. 그리고는 학교에 가면서 주머니에서 하나씩 꺼내 먹기도 했고 학교에 가서 하나씩 꺼내 먹기도 했다. 한번은 돈이 많아서 꺼벙이두 개를 사서 한 주머니에 다 넣었는데 그 때의 그 빵빵한 주머니의 두둑함(?)을 잊을 수가 없다. 근데 저번에 주머니에 구멍이 난줄 모르고 쏟아 넣었다가 바지춤으로 다 흘러 내려온 적도 있었다. 그래서 주머니에 넣을 땐 주머니가 빵꾸 안 났는지 꼭 확인을 해야 한다.


불량식품을 가지고 학교를 갈 때는 잘 숨겨야한다. 왜냐면 교문 앞에서 꼭 주번 형들이 서 있었는데 갖고 있는 것을 보면 뺏었다. 그리고 교문 앞에서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얹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안 하면 막 뭐라 했다. 그래서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른 체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을~”하면서 맹세를 하고는 했다. 그렇게 하면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코멘터리+


지금 생각하면 학교에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시켰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가 불량식품이라고 불렸던 과자들은 사실 식품식양청의 심의(?) 통과한 과자들이었는데 왜 불량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오히려 추억의 과자가 됐다.


그리고 손걸레와 항상 같이 가지고 다녀야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왁스다. 왁스도 비누왁스도 있었고 물 왁스도 있었는데 나는 비누왁스를 좋아했다. 왁스가 없는 친구는 옆 짝꿍의 왁스를 빌려 쓰기도 했다. 그리고 걸레질 할 때 나무 바닥의 가시가 가끔 손에 박혀 아팠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쫀듸기는 구워 먹어야 맛이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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