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ciety

동대문 시장 탐구록 - 저렴하게 센스 있게 동대문 쇼핑



동대문시장에 옷 사러 가보신 분들 많을 거야. 나도 필 꽂히면 밤11시쯤 동네친구 꼬셔서  급 쇼핑 후 새벽에 택시타고 돌아오곤 해. 예전에 동대문 옷이 ‘싸서’ 막 사 입기 좋은 줄 알았는데 가보니 생각보다 비싸서 등 돌린 적 있어. ‘뭐야? 이제 동대문도 돈독이 올랐구만!’ 싶어서 실망 좀 했지. 근데 이래저래 시장에 대해 알게 되고 몇 번의 경험을 해보니 이게 비싼 게 아니구나 싶더라. 그 얘기 좀 해볼까 해.


동대문시장은 도매와 소매로 구역이 나뉘어있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두타, 밀리오레가 있는 곳이 소매야. 도매는 큰 길을 건너면 있는 또 다른 고층빌딩 집결지인데 동대문에서 옷 좀 사 입어 봤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알아. 여기에서는 우선 소매만 얘기 할 거야. 



소매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디자이너’와 ‘사입’매장으로 주인이 직접 디자인을 하는 매장과 도매에서 떼어온 매장을 분류해. 대부분 사입 매장이고 이들 간에는 속도경쟁, 가격경쟁이 심해. 누가 먼저, 혹은 누가 더 저렴하게 파느냐가 승패를 결정하지. 물론 디자이너와 사입 간에도 경쟁은 있어. 

한 번은 디자이너가 매장에 옷을 걸어놨는데 바로 앞 사입 매장에서 똑같은 옷을 팔더래. 어디서 샀느냐며 싸움 나고 난리 났는데 그냥 도매에 있길래 사온 것뿐이라며 사과한마디 없이 옷을 내렸다고 해. 그러나 이미 디자이너는 그 옷의 생명이 끝났다고 하더라. 거기 말고 다른 집에서도 사갔지 않겠냐며.


이곳의 이런 특징을 알고 나면 쇼핑을 하는 게 조금 재밌어져. 디자이너 매장은 ‘디자이너 존’이라고 친절하게 표지판이 붙어있고 표지판이 없는 곳은 그냥 사입 매장이라고 생각하면 될 꺼야. 


우선 디자이너 존의 특징은 패기 넘치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본인들의 디자인을 맘껏 하기 때문에 신선한 맛이 있어. 색상이나 디자인이 화려하고 과감해서 구경만 해도 재미가 쏠쏠하지. 디자이너 의상이기 때문에 원단이나 패턴이 고급이고 옷이 탄탄해. 그 덕에 가격은 조금 놀랄 수 있어. 하지만! 그 속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지. 세일도 은근히 자주하기 때문에 세일 상품을 노리면 백퍼 득템 할 수 있어. 동대문에서 디자이너 샵이 있는 곳은 두타밖에 없으니 두타 1층 몇 군데와 지하1층 한 코너를 찾아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사입 매장은 도매에서 구매해온 것들이라 매장별로 겹치기도 하고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해. 근데 여기서 잘 알아야 할 건 발품을 파는 만큼 저렴하고 좋은 옷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야. 같은 디자인이어도 소재가 다를 수 있으니까. 사입 매장의 진정한 매력은 찾아보는 재민데 무엇을 찾아보느냐, 바로 백화점표 옷과 유사한 옷을 찾는 거지. 이건 내가 동대문에 자주가게 된 계기이기도 하지.



예전에 한 번 명동 백화점 투어를 한 적이 있어. 아이쇼핑 좀 해볼까 하고 신나게 백화점에 들어섰지. 옷이 아주 예쁘고 탐이 났어. 그러나 옷 가격은 전혀 예쁘지 않더라. 점점 구매의욕이 떨어지며 터덜터덜 돈으로 지친 맘 돈으로 달래보자며 동대문으로 간 거야. 비교적 싸니까 뭔가 하나 건질 수 있을 거라며. 근데 이게 웬일? 백화점에서 내가 눈물 흘리며 등 돌린 옷들이 여기에 고스란~히 걸려 있는 거야! 내 눈을 의심했다 진짜!! 디스플레이까지 비슷해. 백화점을 요기다 옮겨놓은 줄 알았어. 근데 그냥 똑같이 카피면 안 되지. 불법이잖아. 자세히 보니 동대문 옷이 아주 미묘하고 디테일하게 다르더라고. 보면 볼수록 확실히 다르긴 달라. 


튀는 색은 튀지 않게, 장식이 과한 옷은 노말 하게, 전반적으로 부담스러운 옷은 평범하게 바꿔 놨어. 그러면서 특징은 살려뒀어. 게다가 옷의 질이 좋아. 인터넷이랑은 확실히 달라. 가격은 절반! 백화점 옷이 10, 20하면 동대문 옷은 5, 10하는 거지. 그니까 동대문 옷 따지고 보면 아주 비싼 것도 아니야. 다, 생각이 있는 가격이더란 말이지. 잘 생각해봐 여러분. 싸고 실용적인 옷 입을래 비싸고 조심스러운 옷 입을래?


물론 뭐든 비싼 게 제 값 한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돈은 없지만 패셔너블하고 싶은 20대, 저렴하게 여러 벌 갖고 싶은 30대, 질 좋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 찾는 40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동대문도 가끔 들러볼만 하지 않나? 우리 엄마는 센스가 넘쳐서 50대 이지만 여기서 보물을 찾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착장 하셨는데 15만원 들었어. 이만하면 가끔 가볼만 하지 않은가 싶어. 개인의 취향이니까. 





인터넷 옷은 못 믿겠고 백화점 옷은 너무 비싸다 싶은 분들에게 강추~ 옷에 관심 있는 분들! 뉴 시즌에 백화점 들렀다가 동대문 한 번 가보세요. 신세계가 열립니다. 크크크.


Written by 돌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