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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힐링클래식]6. 첼리스트 양성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양성원을 알게 된 것은 라흐마니노프 베스트 앨범[EMI]을 통해서였다. 첼로 소나타. 활시위를 켜는 첫 음부터 온몸에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단숨에 빠져들었다. 한달 정도 이 곡만 주구장창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양성원을 더 알고 싶어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적이던 찰나, 때마침 EMI에서 양성원 전집 한정반이 출시되었다는 꿀같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주저없이 서점으로 뛰어가 집어들고, 신주단지 다루듯 집으로 모셔와 오디오에 귀를 묻었다.


양성원만의 매력을 딱 집어 말한다면 남성미 넘치는 현의 군무가 아닌가 싶다. 특히 졸탄 코다이의 첼로 독주는 상당히 독보적이다. 타연주가와 비교해 들어봐도 수준에서나 색깔에서나 부족함이 없다.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뱉어내는 숨소리와 적막 속에 퍼지는 송진냄새가 음반 속에 자욱하다. 인간의 냄새가 진동한다.

양성원씨에게는 형이 있다. 형이 그냥 형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씨다. 소니에서 발매한 양성식씨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본 사람은 안다. 음악의 신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타고난 천재.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예술세계가 아니다. 활날에 서슬이 시퍼렇다. 척추가 저리다.

실례를 무릎쓰고 평하건대, 동생은 그런 과는 아니다. 지독한 노력을 통해 재능을 만들어낸, 너무나 인간적인 첼리스트이다.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라는 말이 어울리는 연주가. 한 음 한 음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것이 느껴진다. 듣는 이가 숙연해질 정도의 노력의 기운이 서려있다. 이 사람은 준재이다.

유명잡지의 인터뷰에서 양성원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저는 연주를 망치면, 때로는 잠을 못 이룰만큼 예민해집니다. 한 밤 중에 집밖을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무대에서 틀린 곳을 부질없이 방에서 혼자 연주해보기도 합니다. 그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두렵다면 연주자가 되기 힘들 겁니다. 하루라도 첼로를 잡지 않으면, 다시 감각을 되돌려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다 첼로를 잡게 되면, 조금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좋습니다."

촌스럽지만 좋단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아파하면서도 그 아픔마저도 즐거움의 자양분으로 빨아먹는 한 인간의 절실함이 묻어난다. 아흔살의 파블로 카잘스가 죽는 그날까지 연습에 매진했던 것처럼, 이 사람 역시 손에 활을 쥘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에게 인간적인 경이로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Written by 사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