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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warning] 이상한 나라의 어른들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다. 지인에게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사실 별일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제대로 소식을 접하고 ‘290명 실종’이라는 상황을 알았을 땐 할 말을 잃었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들이 타고 있었다는 말에서 세월호의 침몰은 더 참담하게만 느껴졌고, 그저 아이들이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도했다.



이상한 나라의 기자들



이미 많은 수의 인명사고가 발생한 참담한 사고였지만 이를 더 참담하게 만들었던 건 소위 대한민국 언론이라고 말하는 기자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았을 때였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짐승이었고 괴물이었다.


한 기자는 이번 사고를 영화 ‘타이타닉’과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빗대어 기사를 썼다. ‘선박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가 화재를 모으고 있다.’식의 기사는 계속 영화에 대한 정보를 담았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흥행했다’식으로 마무리했다. 물론 이 기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되었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었다. SKT가 긴급 구호 물품을 보낸다는 기사의 제목엔 SKT의 광고에 나오는 장난스러운 멘트인 ‘잘 생겼다’를 집어넣었다. 한 기자는 생존자에게 직접 SNS를 보내 배 안을 찍은 사진이 있냐고 물었으며 한 쪽에선 사망자가 받을 보험료에 대해 써 내렸다. 소위 메이저 언론이란 곳은 생존자에게 물어선 안 될 질문이나 쏟아냈다.

과연 이들이 사람일까? 길에서 돌아다니는 짐승도 이러지는 않을 것 같다. 하물며 인간이라는 족속이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으며 이것들이 대한민국의 언론이라는 점은 더욱 끔찍하다. 그냥 이것들은 쓰레기다.


그들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면 그들은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운운하며 ‘기자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라고. 하지만 그들은 기자이기 전에 인간이다. 그들이 인간이라면 같은 인간을 먼저 보호했어야한다. 그것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이다. 그것을 포기한 그들은 이제 인간이 아님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대한민국 언론은 썩었다. 아니, 이미 한참 전에 썩고 썩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방문이나 속보라고 내보내는 그들은 그저 기레기일 뿐이다.



이상한 나라의 어른들



사고소식과 함께 이상한 소식들은 계속 전해졌다. 사고 당시 배안에 사람이 많이 남아있었던 것은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란 안내방송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작 가장 배안에 오래 남아있어야 할 선장과 기관사들은 가장 먼저 배에서 빠져나갔다.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행동인가? 하긴 이런 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초기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도 서울 시민들에게 ‘안심하라’고 방송한 뒤 먼저 서울을 탈출하고 한강 다리를 폭파했다. 안타깝게도 썩어빠진 정신만 그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달랐다. 본인보다 약한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6살인 오빠는 한 살 어린 여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줬다. 22살의 어린 승무원은 끝까지 남아 승객들의 대피를 도우다 목숨을 잃었다. 선원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22살의 어린나이의 승무원은 알았지만 가장 어른인 선장은 몰랐다.


침몰한 세월호를 보면 꼭 이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귀감이 되어야할 어른들은 그저 남을 희생시키고, 본인은 더 나은 삶과 더 좋은 대접을 받길 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가 이 같은 사고를 만들었고 ‘나만 아니면 돼!’하는 어른이란 괴물이 나라의 어린희망들을 집어 삼켰다.


마지막으로 이 이상한 나라의 지도층은 알아뒀으면 좋겠다. 사고현장에서 쓸 때 없이 가 있을 거면 내려가지 마라. 그냥 제발 가만히 있어라. 구조에 방해만 되니깐.


written by 저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