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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삼청동의 느긋한 커피의 여유, 봉산리의 급박한 불산의 피해

날씨 좋은 10월의 가을, 높으신 두 양반이 삼청동 무슨무슨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시민들에게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장면이 포착됐다. 대중을 의식하듯 창가 쪽에 앉아 선글라스에 '브이'자까지 펼쳐 보여주는 여유와 다정함도 보여주신다. 오랜만에 답답한 파란집을 벗어나 두 내외 분께서 오붓하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토요의 오후를 만끽함이란 충분히 경쾌하고 맑게 다가온다.

 

같은 시간 때,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의 주민들의 분노는 마치 시커먼 커피물이 부글부글 넘쳐 흘러 온 바닥을 적시듯 했다. 정체불명의 괴이한 가스에 2천500백명의 주민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주변기업의 피해만 94억이 넘어갔다. 멀쩡하게 살던 우리집을 팽개치고 급작스레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 온 주민들이 불안과 노여움에 가득 찼다. 이에 구미의 '왕'은 '피해 액수가 나와야 보상을 해 줄 것 아니냐'하는 엉뚱한 볼멘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절대 피해시민에게 손해입히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은 마치 보험회사 영업사원이 막 사고를 입은 피해자에게 다가와 '돈으로 보상할 테니 엄살 부리지 마라'고 꾸중하는 느낌이다. 하나 덧붙이면, 불산 한 방울이면 뼈가 녹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노약자의 호흡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고 한다. 돈으로 그들의 건강과 생활과 집을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다면 한 번 그렇게 해 보라.

 

당신이 사는 동네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맛보는 동안, 당신이 책임져야 할 밑 동네 주민들은 끔찍한 멸망영화의 주인공인 된 듯한 서늘한 공포감을 맛보고 있다. 그 커피를 마시는 '간만'의 때가 매우 좋지 않다. 아니, 상당히 불쾌하고 어둡게 다가온다. 지금 두 분은 커피 마실 때가 아니다. 내려가서 불산의 현장을 마실 때다.

 


Written by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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