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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on

글도 음식과 같다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 심신이 지쳤다. 너무 많이 먹어서 뇌에 배탈이 난 듯하다. 지근지근한 느낌이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신호로 느껴진다. 내일의 일정도 아마 이로 인해 지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계속 읽어나아가야 한다는 점이 슬프고, 무겁다. 


글을 읽는 것도 그렇지만 쓰는 것도 문제다. 시상이 떠올랐을 때, 지금 당장 머리에서 영상이 후르륵 지나가는 그 때를 바로 포착했을 때 쓰지 않으면 안된다. 그 때를 놓치면 글을 써도 시들시들하다. 마치 3~4일 물에 넣어둔 꽃을 보는 느낌이랄까. 


이것은 논문, 보고서, 소설, 수필, 잡문 가리지 않고 모두 적용되는 문제다. 글은 어느 정도의 논리 정립의 수순을 밟아야 그 다음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논리 정립의 수순에 앞서 선행되는 것은 감각적 포착의 단계다. 감각적으로 '아, 이렇게 흘러가면 되겠다'라고 하는 전구의 번쩍임,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 번쩍번쩍하기 위해서는 늘 싱싱한 마음과 체력이 뒷받침 되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글쟁이일수록 자기 컨트롤이 절실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쟁이들이 이것에 실패한다. 그래서 술을 찾는다. 


내려놓고 쓴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기에 한편으로의 재미도 느껴진다. 쉬우면 재미가 없다. 약간 모순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이게 글쟁이의 양면성이다. 벌써 한시구나. 오늘 하루도 수고한 거다. 그렇게 위로하고 자야 피곤이 덜 한거다. 우리 모두 수고했다. 밤바다를 보고 싶다.


 Written by 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