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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26년 5.18



우여곡절 끝에 영화 ‘26년’이 곧 개봉을 앞뒀다. 26년은 강풀의 웹툰인 ‘26년’을 영화한 작품이다. 영화 26년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만큼 제작이 쉽지 않았다. 

특히 이 영화는 영화제작에 어려움이 더 많았다. 영화제작을 앞두고 갑자기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통에 영화가 무산될 위기였다. 하지만 26년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투자인 제작두레를 통해 스크린 상영을 앞두고 있다.


5.18이라는 소재로 처음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2007년에 개봉한 ‘화려한 휴가’ 역시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화려한 휴가는 ‘그 사람’에 대한 언지는 없었다.


80년대 생인 나에게 5.18은 한줄 요약이 가능하다. “신군부 세력은 병력을 동원하여 군권을 차지하였고 5.18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력으로 진압한 뒤 통치권을 장악하였다.” 이것이 80년대 생인 내가 책으로 배운 5.18이고 학교에서 배운 광주 민주화운동이다. 정확힌 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은 이것뿐이다.

내가 처음 5.18을 알게 된 건 사실 굉장히 어린 나이었다. 아마 10살 때였나? 당시 우리 집은 마당이 딸린 집 한 켠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주인집의 막내아들이 나와 나이 때가 비슷해 종종 주인집에 가서 놀고는 했는데 주인집답게 우리 집엔 없는 비디오가 있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인집 막내와 나는 방에서 놀고 있는데 공 비디오테이프가 하나 있어 별 생각 없이 비디오를 틀었다. 지금 나이에서 그런 테이프를 발견했다면 뭐 좋은(?)게 들어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열어 봤겠지만 그런 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단순 호기심이었다. 그 테이프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영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탱크 옆으로 지나가는 시민에게 총격을 가하는 군인, 이미 군인에게 맞아 피 흘리는 시민, 적붉은색으로 얼룩진 하얀 천을 덥고 누워 있는 사람들, 인정사정없이 군화발로 찍어 내리는 계엄군들. 그 테이프엔 이런 장면들이 여과 없이 담겨 있었다.


보는 내내 무서웠다. 어릴 적 가장 무섭게 봤던 나이트메어보다 더 무서웠다. 어린나이라도 나이트메어는 허구요 진실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지금 보는 건 현실이고 지금이라는 게 무서웠다. 나에겐 민주주의를 외치는 것보다 총 칼에 찔려 쓰러지는 장면만 보였고 이런 게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불법인 것처럼 가지고 있으면, 알고 있으면 안 될 거 같았고 당시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내가 처음 접했던 광주 민주화 항쟁이었다.



테이프는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다. 아마 어린나이에 주구장창 그런 장면만 나오니 재미가 없었던 거 같았다. 그 후 잊고 지냈다. 이후 나도 세상도 5.18은 그냥 보통 날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날. 그냥 예전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날. 그렇게 사회는 치부해왔다. 오죽했으면 어릴 적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 사람’은 코미디의 대상이었을 뿐이었다. 항상 그렇게만 떠들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수능에서 근현대사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가르친 적이 없다. 특히 5.18에 대해선 더욱 그랬다. 예전엔 그래야 했고,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수능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현실도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 생각된다. 그래야만 우리는 억울하게 죽어간 5월의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절이 올 때까지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한다. 바로 세우고 단죄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written by 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