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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



어느덧 입시도 끝나 이른 시간에도 거리에 교복 입은 학생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매일 같이 영하 10도를 오가는 추위라 해도 억압에서 풀려난 젊은 혈기를 꺾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날도 추워 책이나 보자고 시립도서관을 찾았다. 근데 책은 구경도 못했다.  책은커녕 자리에 한번 않아 보지도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밖에서 대기표를 받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삼 놀랐다. ‘아! 우리나라가 이리도 독서에 열을 올렸던가?’하는 생각에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책은 책이나 도서가 아닌 문제집을 보고 있었다. 언뜻 보아하니 취업준비생들인 듯 했다. 책도 다양하다. 토익, 토플, 자격증, 공무원시험 교재 등. 아무튼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도서관을 찾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생이 도서관을 찾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꼭 책을 보기 위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보려 하는 사람보다 ‘취업’을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숫자로만 봐오던 청년실업이 몸소 느껴진다.

예전엔 책이나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으면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한가했다. 시험기간에는 오히려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도서관은 만원이었다. 항상 시험기간인 것 마냥 요즘엔 시립도서관을 보면 항상 만원이다. 닭 울기 전에 일어나 도서관을 가지 않으면 한자리 붙이고 않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MB의 정권의 300만일자리 창출 공약이 무색할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난은 예년 보다 낮아 졌다고 한다. 청년들이 취업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취업을 포기하고 있어 실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업보다는 다른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원 진학, 공무원 시험, 졸업의 연기 등이 그 예다. 표면적 실업률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사실적 실업은 예년 보다 높다는 것이 노동지원청의 의견이다. 이러한 취업난은 이공계기피 현상도 한몫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직자나 금융권, 대기업의 공채시험은 매년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그러나 이공계열 연구소나 현장직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 요즘의 취업난이 무색하게 사람을 구할 수 없어 힘들다고 한다. 더불어 요즘 아이들의 이공계기피현상까지 더 해져 연구현장 직은 점차 사람이 줄고 사무, 공직 즉, 화이트컬러는 수백, 수천 명씩 몰리는 양극화가 더해가고 있다.

이미 이공계 기피는 사회 전반적으로 큰 문제로 다가왔다. 국내대학의 공대는 사회인문계열에 비해 매년 적은수의 신입생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기피의 원인을 보자면 어려운 이공계열의 학업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요즘 어린사람들은 어려운 것은 피하고 이른바 ‘쉽게 쉽게’가 정신이 꽉차있다. 조금만 힘들고 어려우면 쉽게 포기해버리고 어렵다고 생각되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주변에서 쉽사리 볼 수 있다. 물론 인문계열이 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이공계열의 빠듯한 학업과 다소 어려운 학업과정은 요즘 아이들이 기피하기에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한 졸업 후 진로를 따지자면 이공계는 더욱 기피된다.


많은 대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삼성맨을 꿈꾸거나 멋진 금융계의 화이트 컬러를 원한다. 이공계에서 밤잠 못자고 공부해 지방 연구소보다는 수도권에 위치하고 초봉과 대우부터 다른 사무직을 선호한다. 급변하는 첨단과학시기에 뒤처지면 퇴출되는 이공계보단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을 택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실업난이라고 하지만 정작 이공계열 회사에선 사람을 못 구해서 아우성인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실업난의 현주소다. 그렇다고 이공계를 기피한다고 아이들만 붙들고 흔들 것이 아니라 기술직이라면 우습게 보는 현사회 풍토와 이렇게 만드는 어른의 뇌구조부터 바꿔야할 것이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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