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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맥가이버 키드의 생애

 

 

  80~90년대 만큼 TV에서 외화시리즈를 많이 방영한 시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의 꿈은 아마도 외화 주인공이 되는 것이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힘, 신체능력, 두뇌, 창조력, 정의감, 인간애, 유쾌함, 침착함 등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600만불의 사나이[각주:1]와 맥가이버[각주:2]가 기억에 남습니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힘과 신체능력을 대표한다면, 맥가이버는 두뇌와 창조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상반되는 캐릭터들이지요.

 

  저는 맥가이버가 꿈이었어요. 어린 마음에도 600만불의 사나이는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는지...아니면 우리 집에는 돈이 없어 '사나이'가 되는 비용인 600만불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잘 기억은 안나네요. 600만불의 사나이 흉내내며 계단 5칸(놀라워라!!) 위에서 뛰어내리곤 했지만요.

 

  맥가이버가 되는 것은 쉬우면서도 놀라워 보였어요. 일상생활에서 쓰던 물건들을 새롭게 사용하기만 하면 되었거든요. A와 B를 조합해서 새로운 쓰임을 만든다. 특별한 것을 평범한 것에서 찾는다. 근데 이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물건들의 형태와 성질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이것과 저것을 조합해서 다른 그것을 만드는 창조력도 있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맥가이버의 능력을 동경하기 시작한 이후로 어머니가 골치 꽤나 썩으셨죠.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을 모아 댔으니까요. 철제 옷걸이를 구부려 망가뜨리기도 하고, 시한폭탄 만든다고 멀쩡한 시계를 분해하기도 했거든요. 맥가이버칼 사달라고 졸라대기도 했으니까(맥가이버칼만 있었어요...). 아마 이 시절을 살았던 '맥가이버 키드'들도 저와 같지 않았을까요?

 

  집에 도둑이 들 것에 대비해서 갖가지 도구들을 껴안고 잠들기도 하고, 방의 문이 열면 작동하는 부비트랩(!)을 장치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홀로집에'의 케빈도 맥가이버 키드였네요. 그때는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케빈이 얼마나 부럽던지 몰라요.

 

  그 시절 많던 맥가이버 키드들은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시절 익힌 재능을 발휘해 '생활형 맥가이버'가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이버 없이 가위로 나사를 풀고, 족발 먹을 때 종이컵 1/3을 잘라 쌈장을 담고요. 망치 없이 못을 박고, 스마트폰 액정을 직접 교체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해돋이 보러 가서 라면을 끓여먹을 때 참치캔 뚜껑으로 햄을 썰고, 참치캔으로 국물을 떠서 먹고 있을지도 몰라요. 주변의 놀라움을 즐기면서요...

 

  맥가이버는 세계평화를 위해 싸웠지만, 우리 '맥가이버 키드'들은 가족과 친지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있지 않을까요?

 

  내년, 아니 올해 2013년에 맥가이버가 영화로 리메이크 된다고 합니다. 21세기의 맥가이버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하네요. 최첨단 기계를 남용하는 요새의 첩보요원 속에서 너무 구식으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그래도 '맥가이버 키드'로서 기대를 가져봅니다.

 


사진 출처 : http://stargatesg1971.livejournal.com/32534.html

 

* 맥가이버의 만화도 즐기세요. 재미납니다.

맥가이버 패러디 : http://lastplacecomics.com/comics/the-new-adventures-of-macgyver/

생활밀착형 맥가이버 : http://www.pajamaforest.com/2009/10/23/my-macgyver-moment/

 

* 맥가이버에 대한 철학이야기도 있어요. 흥미롭습니다.

맥가이버와 철학 : http://greenbee.co.kr/blog/334

 

 

written by 요리사


  1. 600만불의 사나이는 원래 우주비행사였어요.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에 큰 부상을 당해 시력과 팔다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죠. 그때 특수기관의 도움으로 무쇠팔, 무쇠다리, 매의 눈을 가진 사나이로 다시 태어나게 되요. 사이보그 개조(?) 비용이 600만불이라나요? 그때부터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무리들을 '띠.띠.띠.띠.띠.띠.'하는 효과음과 함께 물리치게 되지요. [본문으로]
  2. 맥가이버는 어렸을 때 사고로 부모님와 할머니를 잃고 할아버지 밑에서 비폭력주의 청년으로 자라나요. 그래서 말할 때마다 '우리 할아버지가 말했지.'라고 하는 '그랜파파보이'가 되었나봐요. 우연한 기회로 특수요원이 되어요. 뛰어난 두뇌와 임기응변, 전공인 물리학을 바탕으로 최첨단 무기를 가진 악당들을 고작 칼 하나로 물리치고 다니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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