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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차 마시는 앵무새] 내 생애 첫 커피

고은 시인의 생애 첫 커피。

 

“전쟁 때는 여기 선착장 바로 앞까지 미군 부대 헌병이 있었어. 그때는 헌병이 휘발유 몇 드럼을 파도에 떨어뜨려서 팔아먹었어. 내가 본부 운수과에 있을 때 조사하러 나온 적이 있었거든. 여기까지가 미군 부대였으니까. 그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셔 봤어. 미군 헌병이 큰 깡통에 들어 있는 커피를 주는 거야. 그야말로 원두커피지. 먹어 보니까 고소하더라고. 그런데 배가 고프니까 그걸 꿀떡꿀떡 다 먹었어. 그게 몇 리터더라? 무척 큰 거였는데 그걸 다 먹고 정신이 이상하게 됐어. 그래서 야전 병원에 실려 갔잖아. 그때 커피 병에 걸려서 혼이 났어.”[각주:1]

 

 

위의 짤막한 글은 고은 시인의 인터뷰 내용이다. 선생님이 33년생이시니까 그의 20대는 1950년대, 그리고 한국전쟁 때를 말하겠다. 미군 군수물자에서 얻은 커피, 그 맛이 쓰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소하기도 하고, 선생님은 당시에 알고 계셨을까? 훗날 우리 국민들이 그 커피 맛에 지독하게 중독될 것을…  

 

 

 

 

내 생애 첫 커피。

 

 

나는 80년대 생이다. 그리고 내 생에 첫 커피는 초등학교에 막 들어갔던 시절 막내이모가 타준 아이스커피였다. 무려 아이스커피! 커피 둘에 투게더 바닐라 아이스크림 크게 두 스푼을 넣어서 타준 커피였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명절 때마다 이모를 만나면 그때의 커피 이야기를 한다. 요즘에도 가끔 그 맛이 생각나서 타 먹어 보지만 그때의 맛을 도저히 따라갈 방법이 없다. 맛있다고 소문 난 아메리카노에도 시도해봤지만 그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단순히 커피가 맛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잠깐의 일탈을 맛볼 수 있어서일까. 당시 어른들 사이에서는 커피가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다고 회자되어 못 먹게 하곤 했다. 반면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맛있는 것을 어른들끼리 몰래 먹기 위해서 우리들한테는 주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더랬다. 진위여부는 차치하고, 첫째인 엄마와 막내이모는 15년 터울이기에 나름 당시의 X세대였던 막내이모는 나에게 맛난 이모표 아이스커피를 타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혁명이었다.   



사진 출처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3390E424E2D265735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1/12/19/20111219000533_0.jpg

 

Written by 앵무새

 

  1.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동양북스, 2012, 488-489쪽에서 발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