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처음이신 분 계세요?"

 

강사가 묻는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하나, 둘...여섯 명 중 두 명이 생초짜. 생초짜는 70센티미터 초보자 풀의 라인 한편으로 안내되었다. 라인 저편은 초보분들의 영역이다. 같은 물을 공유하지만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지금부터 음 파 할거에요. 물속에서 숨을 내쉴 때는 코로 음 하고 물밖에서 파 하고 입으로 마시는 거에요."

 

강사가 풀에 시범을 보여준다. 그래, 숨 쉬는 것은 자신이 있지. 하고 생각했다. 음 파 음 파 음 파를 연습했다. 여기까지는 할 만했다.

 

다음에 한 것은 앉아서 물장구 치는 것이다.

 

"앉아서 손은 뒤를 짚고요. 무릎을 펴고 힘차게 물장구를 치면 되요."

 

역시나 시범을 보이며 강사가 알려준다. 몇번 따라해보니 물장구를 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물속에서 물장구를 할게요. 난간을 잡고 몸을 편안하게 뻗는 다음 허벅지를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물장구를 치세요."

 

강사의 시범대로 해봐도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나의 여자동료는 곧잘 따라한다. 다리를 막 휘저으니 몸이 물에 떠.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다시 해봐도 실패. 어느새 발은 바닥을 차고 있다.

 

"남자분들은 몸에 너무 힘을 줘서 많이들 그래요. 근육도 많고. 어깨에 힘을 빼고 해봐요. 다리를 너무 꽉꽉 누르지 말고 다리가 빠지면 들어올린다는 생각으로 하면 되요."

 

여자동료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고 있을 때 옆에서 '니 마음 다 알아'라는 시선을 던지던 강사의 말이다. 말은 쉽지. 몸은 가라앉는다. 몇번 몸을 잡아주던 강사의 한마디,

 

"남자회원님, 바닥에 엎드리시고 허벅지만 물에 내놓고 물장구쳐 보세요. 힘드시면 음 파 하시고요. 여자회원님은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동료는 생초짜에서 초보로 신분이 상승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상 '땅짚고 헤엄치기'를 한다. 의미는 '아주 하기 쉬운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서 '아주 쉬운 일을 능히 해야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바뀐다.

 

사실 부끄러울 만도 한데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원래 못한다고 인정해버리니 바닥에 엎드려 물장구치는 걸 즐길 수 있었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수영을 배울 때도 좀처럼 뜨질 못했다. 부표는 나의 친구. 진작에 뜰 줄 알았으면 수영할 줄 알았겠지. 하고 중얼거렸다.

 

"많이 좋아졌어요. 근데 아직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네요. 그리고 구석에서 하지 마시고 가까이 오세요."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라인 가까이로 조금 다가서 연습을 한다. 강사가 이제는 팔을 쭉 펴고 음 파와 함께 물장구를 치게했다. 음 할 때 몸이 조금 뜨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파 하려고 고개를 들면 다시 가라앉았다.

 

"......이 분이 안 뜨는 것은 발장구를 어느 정도 쳐야 뜨는지 잘 몰라서에요......"

 

물로 전달되는 말소리가 꿈같다. 초보분들의 시선을 느끼고, 생초짜의 쿨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아. 나는 초보인 걸. 초보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이런 느낌을 보여주려 했으나. 현실은, 어떻게 뜨지도 못하지? 불쌍하다. 이런 느낌이었을까.

 

한시간이 다 되어 다함께 손을 모아 화이팅 하고 끝났다. 감히 예상해보자면 한달내내 바닥짚고 물장구만 칠 것 같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하루이틀 사이에 고쳐질 게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몸에 느껴지는 새로운 감촉. 다 내려놓고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배우는 것이 얼마 만인지. 지금껏 너무 아는 척만 하고 있었는다. 물에 뜨지도 못하면서.

 

written by 잠수부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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