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 1. 자신이 게임 속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부류>
-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는데 "어? 이게 뭐지?"란 식의 뜻뜨미지근한 반응만 보인다.

- 배고프면 일어나서 풀이나 뜯는다. 
-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조차 잊게 되고 곧이어 게임 속 부속물로 전락한다. 한가하게 제자리를 맴돌다가 머지않아 먹잇감이 되거나 다른 캐릭터의 도구로 전락한다. 게임의 일부로 흡수된 것이다.
- 게임부속물이므로 논할 가치조차 없다.  
 
<유형 2. 게임 부속물로 전락된 것은 알지만 업그레이드가 안되는 부류>
- '게임이란 사실을 잊으면 게임부속물로 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 하지만 게임 한구석탱이 속에서 안주하고 있다. '게으름'이라는 저주의 마법이 걸려 있다. 
- 노력을 하지 못하고 오직 게임 시스템 탓만 하며 투덜댄다.
- 이 부류의 99/100은 평생 그렇게 처박혀 산다. '게으름'의 마법은 웬간해서는 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이미 게임 부속물이다.
- 적 출현시 유형 1과 마찬가지로 추풍낙엽이다.
 
<유형 3. 게임 플레이는 하지 않고 허풍만 늘어놓는 부류>  
- 자신이 게임부속물인 점을 강력히 부정한다.
- 자신이 마치 엄청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영웅인듯 떠들어댄다.
- 당연히 게임 부속물이다.
- 빈약한 HP로 깐죽대다가 주위의 적에게 금방 들통나고 표적이 된다.  
- 유형 2보다 더 위험하다. 집중 포격받고 난도질 당한다.
 
<유형 4. 열심히 게임 플레이를 하는 부류>
- 전략과 실속은 없지만 한푼두푼 HP를 저축하고 열심히 아이템을 찾는다.
- 전략과 실속이 없는 덕분에 내실성이 거의 없다.
- 그래도 열심히 무언가를 찾아다닌다.
- 적에게 발견되면 즉시 죽임을 당한다.
- 결과적으로 유형 3과 다를 바가 없다. 게임부속물이다.  
 
<유형 5. 전략과 모험을 걸고 플레이를 하는 부류>
-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
- 그렇기 때문에 풀 뜯어먹고 돈 줍고 하는 짓은 잘 안한다.
- HP와 아이템을 얻을 전략적 방법을 구사한다.
- 나름의 성과가 있다.
- 다만 모험과 승부를 즐기기 때문에 한 순간에 모든 재산을 잃을 위험이 있다.
- 유형 1,2,3,4의 부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게임 부속물이 아니다. 게임 주인공이다.
 
<유형 6. 신중함과 전략을 구사하는 부류>
-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
- 단번에 많은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 다만 너무 신중해서 아이템 획득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 그래도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부류이다. 전략을 통해 HP와 아이템을 확보하고 보존하기 때문이다.
- 게임 주인공이다.

  

자,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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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간단한 패턴그림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정말 쉬우니깐 우리 구니스 친구들 천천히 잘 따라해보세요!!

 

준비물
세장의 색지, 펀치, 딱풀

 

스텝 1

두 가지 다른 색의 종이를 길쭉하게 자릅니다.

꼭 자를 대고 반듯하게 자를 필요는 없어요. 

가위로 자연스럽게 다른 굵기로 자릅니다.

 

 

 

 

 

 

 

 

 

스텝 2
펀치를 이용해서 가늘게 자른 종이들을 불규칙적으로 구멍을 뚫어줍니다.

 

 

 

 

 

 

 

 

 

 

스텝 3
다른 종이 위에 딱풀을 이용해서, 구멍을 뚫어 놓은 긴 종이를 붙입니다. 붙일 때 서로 자연스럽게 겹치면 나중에 모양이 예쁘게 나옵니다. 

 

 

 

 

 

 

 

 

 

스텝 4
계속해서 아래 판의 종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붙입니다. 자, 드디어 완성되었네요!

멋진 구멍이 난 세로줄 패턴의 그림이 만들어졌어요!!

 

 

 

 

 

 

 

 

동전오배건의 평가
우리 아이들에게 규칙적인 패턴과 불규칙적인 패턴을 동시에 가르쳐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가위 오릴 때와 펀치 사용할 때 옆에서 안전에 유의해 주시고요. 사진에 보이는 색말고도 다양한 색을 활용해서 만들어보세요. 아이들 방 안에 걸어 놓으면 참 멋있는 작품이 되겠네요.  

어때요? 참 쉽죠?! ㅎㅎ 


+ 동영상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1Myw6LDpWo

 

Written by 동전오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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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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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1 11:46

 

 

 

안녕! 구니스 친구들!!
구니스가 뭐냐고? 바로 우리 친구들의 엄마아빠가 여러분들처럼 어린 시절에 즐겨봤던 영화라고 할 수 있지. 구니스를 보고 당시의 어린아이들은 모두 모험과 도전을 꿈꿨단다. 구니스는 그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으로 악동클럽이라고 할 수 있어.

 

참, 나는 애꾸눈 선장 윌리라고 해. 정확히 28년 전 구니스가 내가 오랫동안 숨겨놓은 보물을 찾으러 모험을 떠났었지. 구니스는 성공했단다. 그래서 더 이상 보물지도와 나의 보물들은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2013년 새해를 맞아 여러분들을 위해서, 이번에는 아예 보물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려고 해.  

 

여러분들은 모두 잘 따라올 수 있을 거야. 우리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한때는 구니스의 친구였다는 것을 잊지 마. 그럼 이제 부모님과 함께 모험을 떠나보는 거야! 나와 함께 모험을 떠나보면, 진정한 보물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겠지?! 그럼, 그래야 너희들은 악동클럽 구니스라고 할 수 있지!
건투를 빈다.

 

- 애꾸눈 선장 윌리가, 2013년 새해에 

 

 

 


안녕하세요, 한때의 구니스 친구 여러분들!
어느덧 여러분들도 개구쟁이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되었겠군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요즘 아이들이 우리처럼 도전과 모험을 꿈꾸며 자라고 있을까?’ 우리가 한때 스필버그 아저씨의 선물들로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바로 이러한 마음에서 동전오배건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했답니다.

 

영국 BBC의 어린이방송 Cbeebies에서 방영 중에 있는 미스터 메이커(Mister Maker)라는 만들기 프로그램을 활용할 생각입니다. 주변 일상도구들을 이용해서 부모와 함께하는 만들기놀이를 계속 포스팅할 예정입니다(6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아이들에게 만들기놀이의 즐거움을 알려주시고 창의성과 함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구니스로 만들어주세요.
http://www.mistermaker.com/

 

Written by 동전오배건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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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간 저녁 7시 10분. 강남역 2호선은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다. 줄은 스크린 도어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단 끝까지 길게 늘어진다. 퇴근길에 늦게 합류한 사람들은 이 기괴한 ‘놀이기구 행렬’에 긴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러시아워, 버스를 타나 지하철을 타나 꼴은 마찬가지다. 할 수 없이 전쟁같은 사람통에 몸을 맡긴다.

 

취이잉...‘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낭랑한 녹음멘트와 함께 이중으로 된 기계문이 일제히 열린다. 봇물 터지듯 사람들이 우르르 튕겨 나온다. ‘으어어~’, ‘꺅!’ 여기저기서 비명 아닌 비명을 내지르고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더니 곧이어 그 앞으로 ‘모세의 길’이 열린다. 선두는 해병대다. 자신의 몸으로 육탄방어 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을 뚫고 전진한다. 후발대가 착실하게 그 뒤를 따라 붙는다. 행여나 줄이 끊길세라 나오는 사람들 모두 ‘앞으로 밀착’ 형태를 단단히 유지한다.

 

떠난 자들의 빈자리를 기다린 자들이 순식간에 메꿔버린다. 이번 열차에 어떻게든지 몸을 싣고픈 사람들은 까치발로 문끝에 간당간당 매달려 주변 사람들을 거의 포옹하다시피 한다. ‘어서! 제발...!’ 출입문이 닫히기만을 고대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출입문과 스크린 도어가 ‘윙~치킹 윙~치킹’ 소리를 내며 닫힐 듯 말 듯 약만 올린다. 결국 몇 명의 사람들이 열차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선다. 이 정도라면 나는 '세 번째 열차 정도에 몸을 실을 수 있겠구나' 하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세 번째 열차를 탔다. 아니, 밀려들어 왔다. 가만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본다. 빼빼로 통의 초코막대처럼 조금의 여유도 없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신체 부위 중 움직일 수 있는 건 얼굴과 손 뿐. 특히 남자들은 성추행 의혹에 휘말리지 않게 위해 하나같이 ‘가슴 위에 손’을 하고 있다. 모두들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DMB 보는 사람, 카카오톡하는 사람, 쇼핑몰 구경하는 사람, 인터넷 신문 보는 사람, 눈을 감은 채 시끄럽게 헤비메탈 드는 사람, 정말 각양각색이다. 핸드폰이야 말로 이 지옥철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진통제인 것이다.  

 

5년 전 쯤, 어느 시골 마을의 양계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커다란 공간에 형광등 불빛달랑 몇 개 켜져 있는 어두컴컴한 방이었다. 가로세로 약 50cm 정도 되는 수백 개의 철장 속에 수천마리의 닭들이 갇혀있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양계장이 떠나가라 울부짖는다. 때가 되면 물과 모이가 나온다. 먹이를 먹기 위해 이리저리 엉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힘에서 밀린 자는 모이도 거의 먹을 수 없다. 슬슬 미쳐가는 닭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닭의 주인장은 목숨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의 온도와 먹이, 빛 정도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다 탈진하여 죽어버릴 것 같아 보이지만 주인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죽으면 그저 골라내어 폐기할 뿐이다. 슬며시 물어보면 국가에서 정한 최소치 기준만 벗어나지 않으면 그런 것들 따위 전혀 상관없다는 식으로 답한다.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갈 이 훗날의 상품에 영양식품상 가시적인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관계없다는 얘기다.

 

퇴근길 지옥철 안에서 연신 애니팡을 눌러댄다. 동시에 카톡으로 약속을 잡는다. 갓 튀겨낸 치킨에 맥주 거하게 걸친다. 만취해서 집에 돌아온다. 쓰러져 잔다. 천둥 같은 알람소리에 벌떡 잠에서 깬다. 어제 마신 술에 반쯤 취해서는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한다. 오늘도 십분 늦게 나왔다. 망할, 출근길 지옥철이 도착한다. 으쌰으쌰 응원행렬처럼 온 사람들이 철통 안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닌다. 모두들 인상이 꾸겨진다. 열차가 조금 안정되자 다시 애니팡에 빠져든다.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무개념 인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잠복해 있던 경찰들이 수갑을 채워 다음 역에서 끌고 내린다. 지옥철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정상제품들이 온전히 제품 부속코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힘찬’ 하루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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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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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0 17:31

내 등교의 시작은 책가방 챙기기로 시작됐다. 전날 자기 전에 챙겨 놓으면 편한 것을 부지런하지 못한 성격에 맨날 아침에 부랴부랴 싸기 바빴다. 물론 이것도 오전반 일 경우에만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우리학교는 학교건물은 크지 않은데 학생은 많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서 학교에 갔다. 오전반은 말 그대로 오전에 학교에 가서 오후에 끝나는 반이었고 오후반은 12시쯤 등교해서 5시쯤 끝났다. 이게 한 주마다 바뀌고는 했다. 


둘 다 장단점은 있었다. 오전반은 아침잠 많은 나에게는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거기에 책가방 챙기다 보면 항상 시간이 빠듯해진다. 그래도 좋은 건 무엇보다 일찍 끝나서 애들하고 맘대로 놀 수 있다는 거였다. 오후반은 늦게 학교를 가니 늦잠을 잘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오후반은 오전반 애들 놀고 있을 때 학교를 가야하니 정말 가기 싫었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지 매번 오전반이면 오후반 애들이 부러웠고 오후반이면 놀다가 학교가야 하게 너무 싫었다. 조삼모사가 따로 없었다.


한번은 오후반이라 일찍 일어나(이상하게 오후반엔 아침에 잘 일어난다) 우리 동네의 아이들의 성지인 88오락실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나름 게임 좀 하는 녀석이었던 나는 ‘슈퍼 마리오3’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도 모른 체 하고 있었다. 근데 빠져도 너무 빠져 학교 갈 시간인데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뒷목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뒤 돌아보니 양손을 팔짱을 낀 체 어머니가 눈을 얇게 뜨시고는 날 내려다보고 계셨다. 속으로 ‘이젠 난 죽었다’를 남발하는 동시에 그대로 집에 끌려가 죽도록 혼났다. 물론 그 덕에 학교는 늦지 않고 잘 갔다.


나의 책가방은 인기 절정의 가방인 ‘2020 원더키디’ 가방이었다. 파란색 배경에 주인공인 ‘아이캔’이 멋진 총을 들고 있었고, 미모(?)의 여주인공인 ‘예나’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가방을 보고만 있어도 절로 학교에 가고 싶어졌다. 가방과 함께 나의 마음을 항상 흐뭇하게 해줬던 것이 또 있었는데 바로 3단 변신 필통이었다. 


이 3단 변신 필통으로 말하자면 일단 필통 외부에 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는 했는데 ‘탁’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돋보기가 튀어나왔고, 다른 버튼을 누르면 멋진 모습을 갖춘 연필들이 미사일 발사대에 거치된 것처럼 파바박 튀어나오곤 했다. 이 필통이 있으면 연필이 부러져도 상관없었다. 나의 자랑이었던 3단변신 필통은 오른쪽 끝 버튼을 누르면 연필 깎기가 ‘팍’하고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모든 버튼을 눌러 모든 기능을 활성화(?) 했을 때의 모습은 흡사 대서양에 당당히 서있는 항공모함 같았다. 최고였다.


근데 생각해보면 3단 변신 필통의 연필 깎기는 사용한 적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는 멋진 ‘샤파’연필 깎기가 있어서 연필을 꽂고 몇 바퀴 휘휘 돌리면 아주 뾰족하게 연필이 깎였기 때문이다. 이 역시 나의 자랑이었다. 

샤파 연필 깎기는 연필이 작으면 고정이 되지 않아서 잘 안 깎였는데 이럴 땐 모나미 볼펜 펜대를 분리해 라이터 불로 살짝 달군 후 몽당연필 뒤에 꽂아 넣으면 새 연필 마냥 길어졌다. 이것이 엄마표 연필깍지였다. 연필깍지 연결 후 연필 깎기에 넣고 고정 후 다시 깎으면 기가 막히게 잘 깎였다. 엄마표 연필깍지는 나중에 빼서 다른 연필에도 끼워 넣을 수 있어서 참 편리했다.


이렇게 그날 공부할 바른 생활, 산수, 말하기 듣기, 쓰기 책을 잘 챙기고, 이에 맞는 공책을 책가방에 잘 넣으면 학교 갈 준비는 끝이었다. 아, 물론 꼭 필통은 챙겨야 한다. 필통 놓고 가면 짝꿍이 못된 아이면 연필을 잘 안 빌려주기 때문이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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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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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있어
흔한 눈길조차 주지 않아도
산이 좋다.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런 말 들려주지 않아도
바다가 좋다.

 

산과 바다 같은 그대가
그냥 좋다.

 


산에 오르면 그 웅장함과 숲의 신비함에 마냥 좋습니다. 산에 가면 내가 좋은 것이지요. 바다에 가면 세상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는 그 위대한 포용력에 그냥 좋습니다. 덕분에 시야가 탁 트이고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며 위안을 받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파도소리만 철썩일 뿐 나에게 아무런 말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바다가 좋습니다.

 

그 사람은 산과 바다처럼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대에게 다가가면 내가 좋았습니다. 산과 바다는 내가 온 것이 반갑다는 말이 없고, 그녀 역시 내가 다가온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다가갈수록 내가 좋았던 것이니까요.

 

요즘 들어, 나에게 산과 바다 같은 그대가 힘들어 합니다. 아무런 말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한 사람에게는 드높은 사랑과 드넓은 위안을 주던 위대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산이고 바다입니다. 


Written by 동전오배건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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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이야기 - 특선요리 - 연말 달력 이야기 1

 

 

  감색양복을 멋지게 입은 사람이 은행창구에 앉아 있어. 맞아. 아까 봤던 달력아저씨야. 이때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네. 은행직원이 마주 웃으며 말을 건네고 있어. 우리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까?

 

  "상환이 완료되었어요. 축하합니다. A고객님"

 

  이름을 듣지 못해서 급하게 A라고 했어. 괜찮지? 우리 아저씨는 여전히 웃고 있어. 지하철에서의 아저씨가 해준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아마 이때가 은행대출을 모두 갚은 시점인 모양이야. 아저씨 축하해요. 앞으로 탄탄대로만 남았네요.

 

  "덕분에 아주 빨리 갚은 것 갚아요. 고마워요."

 

  하고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섰어. 이제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일만 남은 거지. 근데 아저씨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은행직원에게,

 

  "아참 잊을 뻔 했군. 저기 달력 주시오. 2013년 은행달력 말이오."

 

  아, 아까 들고 있던 달력을 여기서 받은 모양이야. 은행직원이 달력을 찾고 있어. 자기 자리에는 없는지 주변 직원에게 물어보다가, 그도 없는지 지점 전체를 뒤지고 있어. 공짜 달력도 구하기 힘들다는 말이 사실인가 봐. 은행직원이 분주해지는 것에 맞춰 아저씨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더니,

 

  "죄송합니다. 이번에 달력 찾으시는 고객이 많아 달력이 전부 소진된 상태입니다."

 

  하는 순간, 아저씨의 얼굴은 처음으로 굳어졌어. 아주 심각한 얼굴, 봐. 미간에 그려진 내 천川자를. 그깟 달력 하나에 뭐 그리 심각해지냐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은행에서 다음해 달력을 받는 일은 아저씨한테 굉장히 중요한 일이거든.

 

  내가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기를 해줄게.

 

  아저씨는 스물세 살의 첫 월급날에 처음으로 K은행에서 첫 통장을 만들었어. 그 날이 바로 12월 달이라 은행에서 달력을 주었어. 그날부터 아저씨의 은행달력 역사가 쌓인 거야. 무슨 역사냐고. 아저씨의 역사, 아저씨 가족의 역사. 달력 숫자 하나하나에 차곡하게 하루하루의 일들을 쌓아간 거야.

 

  매달 7일에는 별표가 그려지고 숫자가 새겨져. 30여 년 동안 조금씩 늘어간 숫자들, 7일이 무슨 날이냐면? 바로 월급날이었지. 아내와의 첫 데이트 날에는 194×2=388원이라고 적혀있대. 그때 다방커피 한잔이 194원이었거든. 이게 아저씨의 생애 첫 커피였어. 겉으로는 맛을 음미하는 척 해도 속으로는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느냐며 투덜거렸다고 해.

*타인의 첫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두 남자의 커피 비긴즈*

*고은 시인의 생애 첫 커피가 관심이 있다면? [차 마시는 앵무새] 내 생애 첫 커피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는 매일매일 작은 숫자들이 이어지지. 여기서 퀴즈. 이 숫자들이 뭘까? 3, 2, 1, 0. 정답은 바로 아저씨가 아내에게 사다준 과일의 기록이야. 자두, 복숭아, 바나나, 수박, 귤. 아내가 과일만 찾았거든.

 

  이렇게 35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거야. 아저씨의 안방 문갑에는 35개의 달력이 소중히 모셔져 있어. 아내가 이따금 꺼내보며 미소 짓는 게 아저씨의 취미야.

 

  한번은 딸애가 무슨 커피 집에서 쿠폰으로 받았다며 다이어리를 선물한 적이 있었어. 신식이라며 며칠 써본 아저씨는 금방 은행달력을 돌아갔어. 다이어리는 글씨도 작은 게 영 쓸 맛이 안 난다나 뭐라나. 저녁에 아내와 팔 베게하고 누워 벽에 걸린 달력 보는 재미도 없다며…….

 

  이런 아저씨에게 2013년 은행달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2012년을 마지막으로 지구가 멸망하는 일하고 똑같은 거야. 쌓아갈 내일이 없다는 의미인거지.

*2012년 지구 멸망에 관심이 있다면? 지구 멸망과 동지 팥죽의 관계*

 

  다른 은행달력도 있잖아. 달력을 사도되고. 라고 생각했지? 나도 지하철에서 들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 근데 생각해봐. 다들 '이거 아니면 절대 안 돼.'라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지 않아? 그게 너구리 라면일 수도 있고, 아이폰일 수도 있고, 스타벅스 커피이기도 하고. 하나의 물건에 하나씩의 사연을 간직하며.

 

  스타벅스 다이어리하고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어. 열심히 17장을 모아서 다이어리를 교환하러 갔는데, "다이어리 물량이 소진되어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하고 점원이 말하면 어떤 기분이겠어? 참담하지. 그리곤 어떤 행동을 하겠어? 스타벅스 다이어리 구하겠다며 이 동네 저 동네 매장은 다 찾아다닐 거잖아.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관심이 있다면? 스타벅스 다이어리- 스티커 모으기 대작전 돌아보기

 

  아저씨도 마찬가지야. 내일까지 꼭 구해주겠다는 은행직원을 뒤로 하고 가장 가까운 매장부터 뒤지기 시작하는 거 보이지? 집념의 사나이. 은행달력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제주도라고 갈 기세야.

 

  결국 아저씨가 들린 은행지점이 10군데야. 자그마치 지하철역 다섯 개야. 대단하지. 그러고 결국엔 득템. 박수 쳐야지. 짝짝짝짝짝. 다행히도 지구가 멸망하는 일 따윈 없어. 2개나 얻고 집에 가는 길에 만난 게 바로 나였지.

 

  "집에 가면서 아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사갈거야. 사과, 배, 바나나, 멜론……."

 

  하고 아저씨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 2012년의 마지막 역사가 채워지는 거지. 상상을 해봐. 과일을 먹으며 아내와 2013년을 써나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 아저씨의 이야기는 이게 다야.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달력에 삶이 깃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집안을 한번 둘러봐. 어떤 달력이 걸려있어? 은행달력이야? 회사달력? 아니면 학교달력일까? 병원달력? 아하, 무한도전 달력도 있을 거야. 보여? 그 달력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어때?

 

written by 요리사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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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처음이신 분 계세요?"

 

강사가 묻는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하나, 둘...여섯 명 중 두 명이 생초짜. 생초짜는 70센티미터 초보자 풀의 라인 한편으로 안내되었다. 라인 저편은 초보분들의 영역이다. 같은 물을 공유하지만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지금부터 음 파 할거에요. 물속에서 숨을 내쉴 때는 코로 음 하고 물밖에서 파 하고 입으로 마시는 거에요."

 

강사가 풀에 시범을 보여준다. 그래, 숨 쉬는 것은 자신이 있지. 하고 생각했다. 음 파 음 파 음 파를 연습했다. 여기까지는 할 만했다.

 

다음에 한 것은 앉아서 물장구 치는 것이다.

 

"앉아서 손은 뒤를 짚고요. 무릎을 펴고 힘차게 물장구를 치면 되요."

 

역시나 시범을 보이며 강사가 알려준다. 몇번 따라해보니 물장구를 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물속에서 물장구를 할게요. 난간을 잡고 몸을 편안하게 뻗는 다음 허벅지를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물장구를 치세요."

 

강사의 시범대로 해봐도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나의 여자동료는 곧잘 따라한다. 다리를 막 휘저으니 몸이 물에 떠.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다시 해봐도 실패. 어느새 발은 바닥을 차고 있다.

 

"남자분들은 몸에 너무 힘을 줘서 많이들 그래요. 근육도 많고. 어깨에 힘을 빼고 해봐요. 다리를 너무 꽉꽉 누르지 말고 다리가 빠지면 들어올린다는 생각으로 하면 되요."

 

여자동료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고 있을 때 옆에서 '니 마음 다 알아'라는 시선을 던지던 강사의 말이다. 말은 쉽지. 몸은 가라앉는다. 몇번 몸을 잡아주던 강사의 한마디,

 

"남자회원님, 바닥에 엎드리시고 허벅지만 물에 내놓고 물장구쳐 보세요. 힘드시면 음 파 하시고요. 여자회원님은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동료는 생초짜에서 초보로 신분이 상승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상 '땅짚고 헤엄치기'를 한다. 의미는 '아주 하기 쉬운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서 '아주 쉬운 일을 능히 해야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바뀐다.

 

사실 부끄러울 만도 한데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원래 못한다고 인정해버리니 바닥에 엎드려 물장구치는 걸 즐길 수 있었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수영을 배울 때도 좀처럼 뜨질 못했다. 부표는 나의 친구. 진작에 뜰 줄 알았으면 수영할 줄 알았겠지. 하고 중얼거렸다.

 

"많이 좋아졌어요. 근데 아직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네요. 그리고 구석에서 하지 마시고 가까이 오세요."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라인 가까이로 조금 다가서 연습을 한다. 강사가 이제는 팔을 쭉 펴고 음 파와 함께 물장구를 치게했다. 음 할 때 몸이 조금 뜨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파 하려고 고개를 들면 다시 가라앉았다.

 

"......이 분이 안 뜨는 것은 발장구를 어느 정도 쳐야 뜨는지 잘 몰라서에요......"

 

물로 전달되는 말소리가 꿈같다. 초보분들의 시선을 느끼고, 생초짜의 쿨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아. 나는 초보인 걸. 초보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이런 느낌을 보여주려 했으나. 현실은, 어떻게 뜨지도 못하지? 불쌍하다. 이런 느낌이었을까.

 

한시간이 다 되어 다함께 손을 모아 화이팅 하고 끝났다. 감히 예상해보자면 한달내내 바닥짚고 물장구만 칠 것 같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하루이틀 사이에 고쳐질 게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몸에 느껴지는 새로운 감촉. 다 내려놓고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배우는 것이 얼마 만인지. 지금껏 너무 아는 척만 하고 있었는다. 물에 뜨지도 못하면서.

 

written by 잠수부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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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제목이 톰과 제리다. 70년대중반~80년대초반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듣고 자란 친숙한 만화 주인공들이다. 2011년, 그들을 다시 캔버스 위에 올려놨다. 이런 그림이 아주 잘 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그림을 보는 감상자에게 무한한 해석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현대미술의 묘미에 아주 충실한 작품이다. 

 

제리가 테이블 가운데 놓인 그릇 위에 맘편히 걸터 앉아 치즈의 맛에 흠뻑 취해있다. 그 옆에 톰이 보인다. 눈을 부라리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당장이라도 제리를 낚아챌 기세다. 매번 골려주는데 재미붙인 제리와 늘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톰의 심리상태가 그림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 둘을 사이에 두고 검은 액자틀 하나가 놓여져 있다. 문제는 그 검은 액자틀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의 여부다. 어찌보면 뚫려 있는 액자틀 속에 톰이 고요히 잠복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톰을 그린 그림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하다.

 

감상자를 갸우뚱하게 하는 데는 뒤에 놓인 액자들도 한몫한다. 화가는 맨 앞에 놓여진 액자틀만 정면으로 제시한 채 나머지 액자는 측면으로 돌려 그것이 어떤 그림인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이것이 탁월한 센스다. 

 

나는 아마 모든 액자에 톰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이 화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화가의 화실일 것이며 그 화가는 자신의 반려자와 다름없는 고양이 톰을 이번 전시 작품의 모델로 삼아 화실 전체를 꾸며 놓았을 것이다.  


'톰의 화실'에 잠입한 제리는 처음부터 이렇게 양반처럼 앉아 느긋하게 승리의 자세를 취했을 것 같진 않다. '이게 진짜 톰이야 아니야?' 하며 슬금슬금 곁눈질로 톰의 액자들을 신중하게 하나하나 짚어 나가면서 결국 '이건 그림이야!' 결론 내린 후에야 마음을 놓았겠지. 

 

제리의 털이 흰색이란 점도 퍽 흥미롭다. 원래 제리의 털 색깔은 붉갈색이다. 일반적인 쥐에 대비되는 존재임을 부각시키려고 한 듯 보이는데, 실험용 쥐처럼 정말 우둔함을 나타내려고 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특출난 존재임을 드러내려고 한 것인지, 그것을 감상자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제리가 모든 치즈를 의기양양하게 먹어치울지, 톰이 액자틀에서 튀어나와 제리를 먹어치울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과연 무엇이 맞는지는 이 그림을 그린 짓궂은 톰의 화가만이 알겠지. 

 

<작품: Tom and Jerry_유민석_2011>

    - 한국미술, 내일을 보다 / 2011 2. 9 WED - 2. 18 FRI / AKA Space 


Written by 사샤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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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견딜 수 없던 혹한이 계속됐다. 집에 들어 앉아 있어도 추운 날, 이상한 소리에 보일러실에 들어갔더니 태평양 저리가라 물바다 되어 있었다. 보일러가 터졌는지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에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뭐 별수 없이 세숫대야를 놓고 퍼 나르기 시작했다. 한여름 장마철도 아닌 한겨울에 때 아닌 물난리라니 정말 귀찮기 그지없었다.


한 시간쯤 퍼 나르자 대충정리가 됐다. 보일러실에 물 한번 고였을 뿐인데 아주 귀찮음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 맨날 물난리가 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도 귀찮나 싶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 어릴 적 연탄불로 한겨울 나던 시절 엄마는 맨날 연탄불을 갈고 관리하고, 얼마나 귀찮았을까 싶다. 보일러라는 편리한 시설에 너무도 물들어 겨울에 그거 조금 움직였다고 이렇게나 짜증나고 귀찮은데 말이다.


엄마에게 달려가 물었다. “엄마~ 우리 예전에 겨울 준비할 때 연탄 얼마나 준비했어? 백장? 이백장?” 엄마는 잠시 생각하지더니 “계산해봐 하루에 두 장 정도 쓰니깐 얼마나 드는지” 겨울이 대략 3개월이라 쳐서 계산 두두려봤더니 백장은 택도 없었다. 


잘은 기억안나지만 겨울에 연탄을 얼마나 들여놓느냐에 따라 그 집안의 부가 상징됐던 거 같다. 돈이 없어 50장 놓는 집, 돈이 있어 한번에 100장, 200장 씩 들여 놓는 집. 연탄이 차곡차곡 쌓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왠지 뿌듯하고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예전엔 연탄을 빌려주기도 했다. 우리 집도 종종 옆집 아주머니에게 연탄을 빌려주고는 했는데 나중에 아저씨 월급날이 돌아와 연탄을 들여놓을 때 갚아주고는 했다. 지금으로 비교하면 기름보일러 기름 빌려주는 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래서 겨울나기에 연탄은 중요하다는 것을 어린나이지만 조금이나마 깨달았던 거 같다.


사실 나에게 연탄은 노는데 사용한 기억이 대부분이다. 지금처럼 쓰레기 버리는 곳이 정해져 있지 않던 예전에는 대문 옆 담벼락에 주로 연탄재를 쌓아 놓고는 했다. 겨울철이면 골목 곳곳 쉽게 찾아 볼 수 있던 것이 연탄재였다. 

겨울에 놀 것도 없던 애들에게 연탄재는 참 차고 놀기 좋은 장난감이었다. 물론 연탄재 차고 놀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많이도 혼났다. 가끔 짓궂은 아이들은 연탄재를 친구들에게 던지기도 해 옷이 먼지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사실 연탄재 재활용의 최고봉은 눈사람 만들 때다. 지금은 연탄재가 없어 그냥 눈을 뭉쳐서 눈사람을 만들지만 예전엔 연탄재를 굴려서 기본 틀을 잡아 눈사람을 만들었다. 연탄재를 몇 바퀴 굴리면 순식간에 커다란 눈덩이가 만들어지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안에 연탄재가 들어있다보니 그 눈덩이는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연탄재가 기본 틀을 단단히 잡아주니 만들기가 편했다. 가끔은 안에 연탄재가 들어있는 줄 모르고 눈사람을 부시다가 다리 아파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연탄재는 최고의 아이템이었던 셈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연탄재는 겨울철 꼭 필요했는데 눈이 녹지 않고 얼어버린 골목길 제설(?)용이었다. 제설이라는 단어는 사실 어울리지 않지만 빙판길에 연탄재 몇 개 부셔 놓으면 어르신들도 언덕길 오르는데 문제없었다. 지금도 우리 집 앞에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빙판길인데 연탄재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가스보일러가 생기면서 집에서는 편리해졌지만 골목길 입장에서는 오히려 불편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연탄이 없어지면서 연탄재는 사라졌다. 사라진 것은 연탄재만은 아니었는데 연탄에 꼭 필요한 번개탄과 연탄집게도 볼 수 없게 됐다. 번개탄은 연탄불을 피우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종종 엄마의 심부름으로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사오고는 했는데 그렇게도 불이 안 붙던 연탄이 번개탄 하나면 순식간에 불이 붙고는 했다. 어린나이에 번개탄의 능력은 거의 해리포터 수준이었다.


연탄집게에 대해서는 사실 좋은 기억이 없다. 맨날 잘못하면 엄마한테 연탄집게로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은 기억이 있을 리가 없다. 그냥 사라진 편이 나는 좋다.(웃음) 그게 쇠로 만들어진 거라 생각보다 맞았을 때 많이 아프다. 그래서 연탄 갈 때 잘못한 걸 엄마에게 걸리지 않는 편이 좋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식이 잘못했을 경우 들고 있는 물건으로 때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연탄은 없어졌다. 그 덕에 연탄가스 중독 같은 사고도 없어졌다. 보일러는 꺼질 염려 없어 많은 어머니들, 며느리들의 걱정을 덜어 줬고 늦은 밤 연탄불이 꺼져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어졌다. 지금의 연탄은 구시대의 유물이 됐고 번화가 간판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가 됐다. 그래서 은은했던 연탄불에 구워 먹던 가래떡도, 달고나도 연탄과 함께 아련한 추억이 됐다.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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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08 09:17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