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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나는 생오이가 싫다] 달리기, 살리기 야근을 마친 후 곧장 집으로 와 나이키 깔맞춤으로 갈아입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지금 뛰어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줄넘기를 돌리는 시간마저 포기한지 어엿 반년이 지나가는 시점이다. 보통 1500개는 거뜬히 해내는 관절이지만 지금은 그리 했다간 온 뼈마디가 작살이 날 것 같아 일단 러닝으로 운동의 가닥을 다시 잡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 아파트 단지를 돌아본 적이 없으니 우선 오늘은 다섯 바퀴를 뛸 다짐으로 무거운 몸뚱아리를 이끌었다. 입사 후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나는 10키로가 쪘다. 숨이 막힐 듯히 차오르는 가스배는 이제 점차 살로 굳어져 그러려니 하는 뚱보의 길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 더보기
[책보다 알바] 5장. 혼자서 혼자하기 하나. 내가 일하는 곳은 주로 술을 파는 곳이긴 했지만 초저녁이면 종종 식사를 목적으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있다. 워낙 분위기가 ‘술 먹자!’하는 분위기라 많지 않지만 찌개라는 메뉴 때문인지, 가게이름 때문인지 백반집으로 착각해 들어오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 물론 자리에 앉았다가도 식사거리가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는 다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없는 식사 손님들 중에서도 혼자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주로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남자손님이었다. 그런 분들 역시 자리에 앉았다가도 다시 나가시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왠지 알 수 없는 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쌍해서가 아니라 힘든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가벼운 술 한 잔으로 자신을 달래려하는 가장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직.. 더보기
[책보다 알바] 4장. 서툴다 서투름 하나. 살아오면서 알바를 많이 했지만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음식을 했던 적은 없었다. 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삶고, 볶고,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만드는 음식은 사실 어렵지는 않았다. 단지 요리를 많이 해본 적 없는 난 요리를 하는 것이 서툴렀다. 찌개를 끓일 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짜게 만들었고, 볶음 요리를 할 땐 팬을 돌리는 게 서툴러 데이기 일쑤였다. 고기는 너무 오래 삶아 다 흐물흐물해질 때도, 너무 불을 일찍 꺼 덜 익히기도 했다. 상품으로 내놓는 요리가 처음인 나였기에 서툴러 벌어진 일들이었다. 특히 내가 가장 서툴렀던 것은 칼질이었다.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밥 꼬박꼬박 먹고 다녔던 난 칼질이라고는 피자나 스테이크 먹을 때 써봤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랬던 내가 요리를 하기 위해 양파.. 더보기
[힐링필링] 4. 월요병 예방과 극복, 생각의 차이에서부터 직장인이라면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월요병. 지옥같은 일주일의 시작. 당장 월요일 아침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근거려 온다. 대한민국 수천만 직장인들이 매주 일요일 밤만 되면 고단한 마음에 잠을 설친다. 일요일 아침부터 증상이 찾아와 휴일 전체를 망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악순환의 반복은 곧 직장생활에 대한 염증과 회의, 이직 고민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내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월요병. 무엇이 문제일까? 월요일이 문제인가, 회사가 문제인가, 아니면 내가 문제인가? 일단 월요일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만약 당신이 프리랜서라고 해보자. 월요일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걸 누가 몰라서 이래요?' 고함치는 분들 계실지도 모르겠다. 맞다. 프리랜서로 멀쩡하.. 더보기
백수의 겨울 겨울은 잔인한 계절이다. 여유롭고 있는 자야 설경이 아름다고 낭만적인 계절일지 모르지만 겨울은 없으면 없을수록 잔인해진다. 특히 백수에게 겨울은 더욱 혹독하고 잔인한 계절이다. 겨울이 백수들에게 지옥인 건 일단 춥기 때문이다. 추워서 어딜 나갈 수가 없다. 날이나 따뜻하면 산책도하고 공원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지만 한겨울에 공원가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 그러니 자연스레 집에 뒹구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럼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본 어머니는 “방구들 무너져 이놈아!!”하시며 등짝 스매시를 날리신다. 여기서 어머니의 잔소리 강도는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 길수록 강도가 높아진다. 초기에는 넋두리 식으로 “이제 나이도 있는데 빨리 좋은 자리 잡아야할 텐데.”, “너만 취직을 하면 내가 걱정이 없겠다.” 정도.. 더보기
[책보다 알바] 3장. 익숙해진다는 건 익숙함 하나.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인간 모두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그 상황에 적응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보고 ‘익숙해졌다.’라고 말한다.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인지라 알바를 하는 동안 너무도 힘들었던 것들에 대해 익숙해져 갔고, 그중 가장 ‘익숙해졌다.’ 혹은 ‘요령이 생겼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설거지였다. 누군가 “설거지가 힘들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설거지야 말로 지구상 남아있는 그 어떤 일보다 귀찮고 짜증남과 함께 엄청 힘든 일이라 자부할 수 있다. 아무튼 설거지는 내가 알바 하는 동안 나를 가장 괴롭힌 일중 하나였다. 내가 일하는 곳은 조리실이 작아 식기세척기가 없다. 그래서 음식과 함께 나갔던 그릇들은 고스라니 사람 손을 거쳐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 더보기
[책보다 알바] 2장. 취한다는 건 내가 일하는 곳은 보쌈을 메인메뉴로 하는 퓨전 주점이다. 즉, 술을 파는 것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의 취한 모습을 보고는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각각 다르듯이 사람마다 취한 모습도 정말 다양한데 살펴보면 대충 이렇다. 가장 대중적 유형은 고성방가형이다. 취기가 오른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 유형으로 잔이 돌면 돌수록 목소리가 커진다. 술도 먹고 귀도 함께 먹은 건지 점차 대화의 데시벨은 높아져 아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한 테이블의 목소리가 커지니 조용히 대화하던 다른 테이블은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레 다른 손님들도 목소리가 커진다. 이는 연쇄반응처럼 조금씩 퍼져 나중엔 술 마시는 사람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 더보기
바람 엄마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우리 집은 방 한 칸, 부엌 하나에 화장실도 딸리지 않은 작은 집이었다. 주인집을 중심으로 세 가구 정도가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었는데 우리 것은 아니었지만 마당에 텃밭도 있는 그런 집이었다. 당시 엄마는 돈벌이가 썩 좋지 않았던 아빠를 대신에 근처의 작은 공장에서 일을 하셨다. 아침이면 가족들의 아침을 다 준비하고 출근을 하셨고, 퇴근 후에는 쉬지도 못하고 저녁을 준비하셨다. 그렇게도 엄마를 부지런히 살게 했던 것은 작은 전셋집이라도 얻기 위해서였고, 그것은 엄마의 작은 바람이기도 했다. 나는 어려 전세와 월세의 차이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우리 집’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살면서 ‘누구누구네 집에 세 들어산다.’라는.. 더보기
[책보다 알바] 1장. 알바를 한다는 건 알바를 시작했다. 직장이 아닌 알바를 선택하게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생계로 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무래도 직장을 잡게 되면 본의 아니게 많은 시간을 직장에 쏟게 된다. 그 점이 싫었다. 그나마 알바는 시간조절도 자유로운 편이고 책임감면에서도 자유로울 테니 직장보단 나을 거 같았다. 또 한 가지는 친구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 녀석이 작년에 주점을 오픈했다. 급하게 일손이 필요했고 잠시 가게 좀 도와 달라 부탁을 해왔다. 모르는 곳에 알바를 하는 것보단 그래도 아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아 그 제안을 수락했고, 그 때부터 생계를 위한 알바가 시작됐다. 알바를 시작한지 수일이 지나자 나는 특이한 질문을 받고는 했다. 사장이 친구인 관계로 가게를 .. 더보기
[힐링필링] 2. 악관절증상 스스로 고치기. 어느날 카페에 가서 책 보고 있는데 옆에서 문득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악관절 때문에 밥도 못먹는다구요.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티비에서도 룰라 김지현이 악관절 때문에 귀가 안들리는 증상까지 생겨서 양악수술 받았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저는 악관절이라는 증상을 겪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치해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이러다 말겠지, 저러다 말겠지 하다가 이빨 끝 다 나갔구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턱에서부터 머리까지 깨질것 같은 고통 때문에 하루 종일 두통약 달고 지낸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몸살이 나니까 악관절부터 나빠지더라구요. 너무 아파서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스스로 증상을 지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