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많이 변했어요. 황금같은 점심시간 쪼개서 헬스클럽 다녀오는 사람들, 회식 자리 줄이고 주말 등산 가는 사람들, 틈틈히 배운 요가로 아침 저녁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사람들. 일에 찌들고 지쳐버린 자기 몸을 적극적으로 돌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운동해도 스트레스 지수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더 체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몸은 돌보지만 정작 마음은 돌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도 몸과 똑같아요. 일의 몰입에도 한계가 있고, 마음의 방어벽에도 일정한 두께가 있습니다. 정적수준을 넘어가면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방어벽은 허물어져 의기소침과 우울증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죠. 몸살은 신경쇠약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마음도 몸과 같이 세심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해요.

 

하루 중 마음 정리가 가장 필요한 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잠들기 전입니다. 잠자는 시간은 의식의 세계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넘어가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의식의 세계에서 차곡차곡 쌓여버린 마음의 수많은 오물과 찌꺼기들, 정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대로 뇌 속 어딘가에 버려집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썩어 곪아버리죠. 상태가 심각해지면 그 오염물들이 무의식의 세계로까지 뿌리를 뻗습니다. 순식간에 줄기와 가지가 솟아오르고 잎이 무성해집니다. 깨끗했던 마음 속 공간이 온통 독소의 숲으로 변해버리는 거죠.

 

'내일 출근하면 해결해야 할일이 산더미같은데...잘 될까?', '아, 오늘 그 사람은 정말 이기적이었어.', '아침 출근길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과장님한테 욕먹은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이런저런 잡생각이 부풀어오르다보면 잠이 올리가 없죠. 스탠드를 다시 켜고 이불에서 나옵니다. 핸드폰을 열어 스케쥴을 살펴봅니다. 가방에 넣어둔 서류철도 들춰내죠. 걱정은 태산같이 높아져만 갑니다. 온통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채 잠이 들어버립니다. 숙면이 이루어질리가 없죠. 당연히 아침이 피곤합니다. 무의식의 세계엔 온통 마음의 쓰레기들 뿐이거든요.

 

마음에도 따듯한 이불을 덮어주세요. 잠들기 전 잠시 생각했던 것들이 꿈에 나오는 경우,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마음의 이불덮기'는 나만의 중요한 힐링이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조용한 음악 하나 틀어보세요. 그리고 눈이 맑아지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나 풍경 사진첩을 찬찬히 훑어 보세요. 자세히 보지 말고 그저 즐기듯이 책장을 넘기세요. 눈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자구요.

 

차분한 음악으로 귀를 씻어주고, 푸근한 그림과 사진으로 눈요기도 했습니다. 누웠나요? 잡생각을 펼치는 대신 스스로에게 위안어린 한 마디 남겨주세요. 오늘도 정말 수고했노라고. 실수한 것들, 놓쳐버린 것들, 이제 그만 용서하고 좋은 마음으로 잠들자고. 힐책거리, 나쁜 생각은 하루에 하나씩 종이비행기에 날려 보내요. 칭찬거리를 그 자리에 채워넣자구요.

 

'마음의 이불덮기'가 하루이틀 지나고 한달두달이 계속되면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서 서서히 용기가 샘솟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훨씬 부드러워지구요.

 

세상에 쫓기듯 잠들지 말고, 세상과 나 모두를 보듬어주고 잠들자구요. 오늘도 좋은 하루, 좋은 밤입니다^^

 

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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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8 02:24

    그래요 제생각이그래요
    마음을 돌봐야하죠 완전 공감

2013.02.21 22:05



세상엔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들이 많다. 내 경우엔 물건 사고 난 후의 포장 상자와 사용설명서가 꼭 그렇다. 

물건을 꺼내고 그냥 버려도 되는 상자를 이상하게 나는 잘 버리지 못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없다. 꼭 어딘가에 쓸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번 방에 한 구석에 두었다 나중에 엄마의 잔소리를 한차례 듣고 나서야 버린다.

버린다고 버려도 아직도 방 한구석엔 많은 상자들이 있다. 얼마 전에 정리하다 안 사실인데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폰 상자부터 처음 산 스마트폰의 상자, 얼마 전 새로이 바꾼 상자까지 다 있었다. 누가 보면 대리점 하냐고 할 것 같다. 물론 이 상자들은 활용성보단 예뻐서 남아있었지만 지금도 ‘버려야하나?’하고 고민한다. 상자도 상자지만 함께 있는 설명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나름 ‘언젠간 보겠지’하고 두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설명서를 찾아본 적은 없다. 그러니 책상 서랍은 지금 있지도 않은 물건의 설명서로 한 가득이다. 이것도 어느 날인가 날 잡아서 싹 다 버렸지만 언제 다시 가득찰지 모르겠다. 이해는 못하겠지만 나에게 있어 물건의 설명서와 상자는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물건이다. 그러다보니 신발을 사올 때 마다 참 곤욕이다. 매번 크고 예쁜 상자에 담겨 있어 ‘아, 이걸 어떻게 하나?’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다.


못 버리는 게 또 있는데 바로 어릴 적 풀던 문제집이다. 지금 책 꽂아 놓을 자리가 부족해 책들이 슬금슬금 방바닥으로 밀고 나오는 판국에 내 방 책장에는 예전에 풀던 문제집이 책장을 한 칸이나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절대 보지 않는다. 엄마의 잔소리도 심하다.


“그놈의 문제집 좀 버려! 볼 거야?! 안 볼 거면 좀 버려” 계절 바뀔 때마다 듣는 소리다. 내가 생각해도 문제의 문제집들은 절대 안 본다. 앞으로도 물론 안볼 거 같다. 근데 못 버리겠다. 이건 상자나 설명서보다 심한데 버려야지 하면서도 왠지 어릴 적 물건을 버리면 내 추억 한 부분을 찢어 버리는 거 같아 쉽지 않다. 마음 같아선 평생 끌어안고 가고 싶다. 


이런 물건, 물질적인 것들 말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들도 참 많다. 우선 라면에 밥 말아 먹기가 그런 편이다. 그냥 라면만 먹으면 뭔가 허전하다. 그렇다고 밥을 말아 먹으면 너무 배불러 속이 안 좋다. 그래서 매번 고민한다. ‘말아야하나?’하고.


자정 가까이 된 시간에 오는 친구 전화도 비슷하다.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보람찬 내일을 위해 일찌감치 씻고 이불속에 들어갔더니 울리는 친구의 전화한통. 받자니 왠지 지금 나가야 할 거 같고, 안 받자니 친구녀석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특히 애인이 있는 녀석 전화의 경우 그게 더 심하다. ‘여자친구랑 헤어졌나?’하는 생각과 함께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외근 후 4시 30분에도 많은 고민을 한다. 회사로 가자니 자리에 앉자마자 퇴근할 거 같고, 그냥 퇴근하자니 뭔가 불안하고 아무튼 참 미치겠다. 그래서 나는 그 절충안으로 커피숍을 택했는데 커피숍에 가서 일을 한다. 그리고 퇴근시간에 집에 간다. 뭐 나름의 합리화이자 절충안이었다.


추운 겨울 10분 빨리 도착한 약속, 걷기엔 멀고 택시나 버스를 타기엔 가까운 거리, 엄마와 아내가 싸울 때 등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들이 세상엔 참 많다. 이런 것들에 비하면 짜장, 짬뽕의 선택은 쉬운 거 같다. 짬짜면이 있으니 말이다.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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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2 05:26

    공감가네요 힘내요 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가 지났다고 방심하고 있는가? 커플들의 만행이 연말의 크리스마스에만 한정되어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직 수행이 부족한 결과다.

커플들은 평소 시시각각 우리들을 위협한다. 특히 주 5일제가 확립되어가는 가운데 커플들은 주말에 살판난다. 그 덕에 우리들은 주말에 간단한 영화라는 문화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 거기에 주말이면 몰려드는 커플 스키족들의 뒹구는 모습에 그 곳도 안전하지 못하다.


지금은 사실 우리가 잠시 물러 서야할 때다. 조금 있으면 봄이 온다. 그리고 발렌타인데이도 온다. 그때 우리는 많은 전력을 잃게 된다. 그 시기를 이기기 위해 지금 움츠러들어야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야 ‘솔로를 위한 주말 허비 지침서!!’

이를 반드시 숙지해 주말에 나돌아 다녀 커플들의 공격을 받아 체력을 잃는 일은 없도록 하자. 




제1장. 산은 산이오 물은 물이다

주말은 커플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주기다. 젊은 남녀가 벌건 대낮에 손을 잡고 많은 곳을 헤집고 다닌다. 공원은 물론 동네 산책로 번화가, 없는 곳이 없다. 그래서 운동할 곳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긴 이르다. 우린 산으로 간다. 


그렇다. 아직 산에는 커플들에게 점령당하지 않았다. 주로 노부부, 부자, 부녀가 대부분이다. 또는 혼자 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남자가 더 많다. 이곳은 아직 커플들의 영역외다. 업무 스트레스로 잃었던 체력을 보충하기 아주 좋은 기회다. 


생각해보라.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애인에게 시달릴 텐가? 아니면 공기 맑고 물도 맑은 산에 올라 심신을 단련할 텐가? 커플들이 사랑을 키우는 동안 우리는 산 정상에 올라 건강과 체력을 키울 수 있다! 

단지 가끔 출몰하는 커플들이 있는데 재수 없으면 정상에 오를 때까지 계속 같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과감하게 쉬었다 가거나 빠르게 다른 등산로로 이탈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내려올 때 약수라도 한통 떠 온다면 어머니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 

잊지마라. 심신이 튼튼한 자 오래 산다. 





제2장. 죠리퐁을 파헤쳐라

점심 먹고 나른한 오후 2시. 무엇을 하던 심심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밖을 나가자니 커플들의 공격이 무섭다. 그럼 지금 바로 슈퍼나 편의점으로 달려가라. 그리고 그곳에서 과자를 사라. 그것도 자잘하고 양이 많은 것으로 말이다. 무엇을 사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죠리퐁을 골라라.


죠리퐁을 아는가? 밥알 모양으로 초코맛이 나는 과자다. 그러면 그 죠리퐁 한 봉지에 몇 알이 들어있는 줄 아는가? 요즘 같이 질소과자가 난무하는 과자시장에서 진정성을 가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라. 몇 개 들어 있는지 세어 질소과자의 현주소를 알리자. 절대 쓸데없는 일이 아니다. 아이들 먹거리가지고 장난치는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에 대한 일타를 날릴 절호의 기회다. 


이 방법은 역사가 깊다. ‘성냥 탑 쌓기’, ‘이쑤시개 쌓기’ 등 다양하게 이어져 왔다. 단지 요즘은 성냥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과자로 대체해 사용할 뿐이다.


2시부터 부지런히 세기 시작한다면 4시~5시 사이에 모두 셀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자연스레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즐거운 예능을 시청한다면 누구보다 알찬 주말을 보내게 될 것이다.

초반 많은 양의 죠리퐁이 쉽지 않다면 그럼 ‘뻥이요’도 괜찮다. 시작이 중요하지 내용물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차츰 차츰 늘려 가면 된다. 

명심해라. 이것은 제과업계에게 일침을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제3장. 롤하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롤(LOL)을 하라.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 바로 시작하고 원래 하던 사람은 더욱 몰두해라. 어찌 주말에 나갈 생각이 드는가? 챔피언은 다 모았는가? 시시각각 변하는 전략과 전술은 파악했는가? CS는 잘 먹는가? 아직 미숙한 것이 너무 많지 않은가? 주말은 이것을 연습할 수 있는 완벽한 시간이다.

생각해보라 커플 친구 녀석이 롤을 어떻게 하는지를. 불쌍하지 않는가? 애인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집중도 못한다. 집중을 못하니 팀은 지고 팀원들에게는 민폐가 된다. 


반대로 게임에 집중했을 경우 애인의 카톡이나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해 애인은 삐진다. 삐져서  풀어주려고 전화 걸어야 하고 걸어서 “오빠가 미안해”했더니 “오빠가 뭐가 미안한데?”라고 말하면 뭐가 미안한지도 모른 체 다시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래도 안 풀리면 온갖 애교를 다 떨어야한다. 이게 도대체 뭔가? 나의 아름다운 주말을! 도대체 왜 이렇게 보내야하는가? 


우린 정말 행복하다. 무엇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우린 행복하고 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우린 정말 행운아다. 

명심해라. 남자에게 협동은 아름답다.


written by 저격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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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 이제는 굳이 이 키워드를 이야기의 소재로 다루는 것도 참 새삼스러워 지는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주의 모든 것을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음과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를 통해서 ‘쇼핑몰’을 검색해보면 각종 사이트, 카페, 블로그 등에서 수도 없이 많은 온라인쇼핑몰들을 접하게 된다. 말 그대로 정보의 홍수이다. 어느 사이트에서 전문화된 상품을 파는지, 어느 곳이 가격이 저렴한지, 신용이 있는지 등 소비자들은 갖가지 정보에 혼란스럽게 되고 온갖 정보의 노출에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다. 방대한 양의 정보는 오히려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꼴이 되고 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 허브의 기능을 갖춘 대형 온라인쇼핑몰, 즉 오픈마켓이다.

 

이제는 황금시간대 TV드라마의 광고 중에도 버젓하게 등장하는 옥션, 지마켓, 11번가와 같은 대형 온라인쇼핑몰이 바로 그들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온라인백화점이라고 볼 수 있다. 아니, 나는 개인적으로 이들에게서 백화점 보다는 오히려 한때 정말 잘 나갔던 용산전자상가의 느낌을 받곤 한다. 왜 그 제품을 선택하고 어떻게 진열했는가에 대한 이유보다는 오직 제품의 다양성, 저렴한 가격에만 중심이 치우쳐진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히려 지나친 경쟁만을 부추겨 판매자들끼리 제 살을 깎아먹는 현상을 보이고 말았다. 소비자도 힘들고 판매자도 힘들게 된다.

 

한편 근래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티켓몬스터, 그루폰, 쿠팡, 위메프 등의 공동구매 방식을 추구하는 소셜커머스는 오픈마켓에서 한 차례 진화된 온라인쇼핑몰이다. 공동구매라는 특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셜커머스를 통해서 혜택을 소비자에게 준 이후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정상가 재구매를 유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차례 혜택을 받고난 소비자는, ‘원래 싼 제품을 왜 평소에 비싸게 파는지’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반대로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소셜커머스는 오픈마켓보다 오히려 신뢰성을 갖지 못한다. 이미 수차례 뉴스와 신문 보도를 통해서 알려졌다시피 운영자의 도덕성 문제가 이 사업의 관건이다.

 

이 외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이 있다. 여기에는 주로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전문 의상쇼핑몰 등을 들 수 있다. 특성화 있고 전문화 되었다는 장점이 있으나 가격적인 면에서는 경제적이지 못하다. 비싼 가격만큼 혹은 운영자의 이름값만큼 고퀄리티의 제품이 판매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쇼핑몰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3년 1월에 한 차례 더 새롭게 진화된 쇼핑몰이 등장하였다. 바로 ‘이유샵’이라는 이름의 쇼핑몰이다. 이곳은 “물건을 싸게만 판매하는 단순 쇼핑몰이 아니라 해당 물건을 싸게 팔 수 있는 이유, 즉 ‘스토리’를 제시하는 신개념 쇼핑몰”이라고 한다. 왜 이 제품이 저렴한지, 제품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지, 판매자들에게는 어떻게 이익이 돌아가는지 등의 이유와 근거를 소비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이 온라인쇼핑몰의 핵심이다. 매일 하나씩 새로운 상품이 공개되는 형식인데, 농수산물, 패션, 여행, 레져, 뷰티 등의 다양한 제품들이 각각 저마다의 이유와 스토리를 갖고 소비자들과 만나게 된다.

 

 

 

기업들의 신제품 출시 전 평가를 위한 제품,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은 신제품, 기부에 참여하고 싶은 제품,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제품, 과다한 재고 제품, 유통기간 임박 제품,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온 과정부터 제품을 개발하게 된 스토리가 있는 제품, 농어촌 살리기(직거래) 등의 스토리 컨셉이 정해져 있다.

 

운영 면에서도 신뢰성이 간다. 인터넷 한국일보를 통해서 직접 기자들이 기사로 다루며 두 눈으로 확인한 제품들이 주로 선정된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용을 쌓을 수 있는 공신력이 있는 것이다. ‘착한 쇼핑몰’을 표방하는 이유삽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전략에서 상품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갈 예정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새로운 쇼핑몰은 우리 해적단과 같은 배고픈 작가팀에게도 희소식이 될지 모르겠다. 우리들의 책과 잡지가 쇼핑몰에 판매되는 동시에 해적단을 후원해 주는 소셜펀딩의 혜택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유샵에서 한우불고기를 구매하려는 찰나, 어라?! 벌써 품절이다.

그렇담 부부굴비로 시켜서 해적단 녀석들이나 불러야겠다.

 

이유가 있는 쇼핑몰, 이유샵: www.becauseshop.co.kr

 

Written by 앵무새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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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배우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실력은 개미 콧구멍 크기만큼씩 나아지고 있다. 갑자기 개그 코너의 유행어가 생각난다. '그건 니 생각이고.' 벼룩 콧구멍 크기만큼씩 좋아지는 걸로 합의를 보자. 개미, 벼룩한테 콧구멍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새벽에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대견하다. 심지어 남들보다 10분이나 먼저 풀에 나와 혼자 연습을 한다. 이제 킥판을 잡고 물위에 떠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경지는 된다. 물론 숨을 쉬러 물밖으로 머리를 들면 어김없이 가라앉는 문제는 있다. 나의 사전에 완벽이란 없으니까.

 

오늘 수영을 처음 배우는 남자 한 명이 새로 왔다. '음 파' 와 물장구를 배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랬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저 단계에서 포기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수영을 배우며 답답한 것은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사의 말만으로 나의 문제점을 알기란 쉽지 않다. 웃긴 모양을 직접 보고 실컷 웃어야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배우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나의 문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하던가?

 

결국 머리를 들면 가라앉는 문제점은 한시간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강사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깨우치지 못하였다. '괜찮아. 벼룩 콧구멍만큼씩이라도 좋아지고 있으니까.'라며 다음 시간을 기약하였다. 긍정적인 마인드.

 

처음 온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한시간을 잘 마쳤다. 다행이다. 게다가 머리를 들어도 가라앉지 않는 경지를 벌써 깨우치더라. 강습을 시작 삽십 분만에 이미 나를 추월했다. 수영천재가 나타났다......

 

환불기간 지났나? 포기할까? 이런 걸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던가?

 

 - 반면교사(反面敎師) - 본이 되지 않는 남의 말이나 행동이 도리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를 이르는 말

 

- 새옹지마(塞翁之馬) -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

- 다음 어학사전에서...

 

Written by 잠수부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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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 1. 자신이 게임 속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부류>
- 게임은 이미 시작되었는데 "어? 이게 뭐지?"란 식의 뜻뜨미지근한 반응만 보인다.

- 배고프면 일어나서 풀이나 뜯는다. 
-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조차 잊게 되고 곧이어 게임 속 부속물로 전락한다. 한가하게 제자리를 맴돌다가 머지않아 먹잇감이 되거나 다른 캐릭터의 도구로 전락한다. 게임의 일부로 흡수된 것이다.
- 게임부속물이므로 논할 가치조차 없다.  
 
<유형 2. 게임 부속물로 전락된 것은 알지만 업그레이드가 안되는 부류>
- '게임이란 사실을 잊으면 게임부속물로 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 하지만 게임 한구석탱이 속에서 안주하고 있다. '게으름'이라는 저주의 마법이 걸려 있다. 
- 노력을 하지 못하고 오직 게임 시스템 탓만 하며 투덜댄다.
- 이 부류의 99/100은 평생 그렇게 처박혀 산다. '게으름'의 마법은 웬간해서는 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 이미 게임 부속물이다.
- 적 출현시 유형 1과 마찬가지로 추풍낙엽이다.
 
<유형 3. 게임 플레이는 하지 않고 허풍만 늘어놓는 부류>  
- 자신이 게임부속물인 점을 강력히 부정한다.
- 자신이 마치 엄청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영웅인듯 떠들어댄다.
- 당연히 게임 부속물이다.
- 빈약한 HP로 깐죽대다가 주위의 적에게 금방 들통나고 표적이 된다.  
- 유형 2보다 더 위험하다. 집중 포격받고 난도질 당한다.
 
<유형 4. 열심히 게임 플레이를 하는 부류>
- 전략과 실속은 없지만 한푼두푼 HP를 저축하고 열심히 아이템을 찾는다.
- 전략과 실속이 없는 덕분에 내실성이 거의 없다.
- 그래도 열심히 무언가를 찾아다닌다.
- 적에게 발견되면 즉시 죽임을 당한다.
- 결과적으로 유형 3과 다를 바가 없다. 게임부속물이다.  
 
<유형 5. 전략과 모험을 걸고 플레이를 하는 부류>
-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
- 그렇기 때문에 풀 뜯어먹고 돈 줍고 하는 짓은 잘 안한다.
- HP와 아이템을 얻을 전략적 방법을 구사한다.
- 나름의 성과가 있다.
- 다만 모험과 승부를 즐기기 때문에 한 순간에 모든 재산을 잃을 위험이 있다.
- 유형 1,2,3,4의 부류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게임 부속물이 아니다. 게임 주인공이다.
 
<유형 6. 신중함과 전략을 구사하는 부류>
- 게임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
- 단번에 많은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 다만 너무 신중해서 아이템 획득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 그래도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부류이다. 전략을 통해 HP와 아이템을 확보하고 보존하기 때문이다.
- 게임 주인공이다.

  

자,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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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간 저녁 7시 10분. 강남역 2호선은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다. 줄은 스크린 도어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단 끝까지 길게 늘어진다. 퇴근길에 늦게 합류한 사람들은 이 기괴한 ‘놀이기구 행렬’에 긴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러시아워, 버스를 타나 지하철을 타나 꼴은 마찬가지다. 할 수 없이 전쟁같은 사람통에 몸을 맡긴다.

 

취이잉...‘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낭랑한 녹음멘트와 함께 이중으로 된 기계문이 일제히 열린다. 봇물 터지듯 사람들이 우르르 튕겨 나온다. ‘으어어~’, ‘꺅!’ 여기저기서 비명 아닌 비명을 내지르고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더니 곧이어 그 앞으로 ‘모세의 길’이 열린다. 선두는 해병대다. 자신의 몸으로 육탄방어 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을 뚫고 전진한다. 후발대가 착실하게 그 뒤를 따라 붙는다. 행여나 줄이 끊길세라 나오는 사람들 모두 ‘앞으로 밀착’ 형태를 단단히 유지한다.

 

떠난 자들의 빈자리를 기다린 자들이 순식간에 메꿔버린다. 이번 열차에 어떻게든지 몸을 싣고픈 사람들은 까치발로 문끝에 간당간당 매달려 주변 사람들을 거의 포옹하다시피 한다. ‘어서! 제발...!’ 출입문이 닫히기만을 고대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출입문과 스크린 도어가 ‘윙~치킹 윙~치킹’ 소리를 내며 닫힐 듯 말 듯 약만 올린다. 결국 몇 명의 사람들이 열차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선다. 이 정도라면 나는 '세 번째 열차 정도에 몸을 실을 수 있겠구나' 하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세 번째 열차를 탔다. 아니, 밀려들어 왔다. 가만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본다. 빼빼로 통의 초코막대처럼 조금의 여유도 없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신체 부위 중 움직일 수 있는 건 얼굴과 손 뿐. 특히 남자들은 성추행 의혹에 휘말리지 않게 위해 하나같이 ‘가슴 위에 손’을 하고 있다. 모두들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DMB 보는 사람, 카카오톡하는 사람, 쇼핑몰 구경하는 사람, 인터넷 신문 보는 사람, 눈을 감은 채 시끄럽게 헤비메탈 드는 사람, 정말 각양각색이다. 핸드폰이야 말로 이 지옥철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진통제인 것이다.  

 

5년 전 쯤, 어느 시골 마을의 양계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커다란 공간에 형광등 불빛달랑 몇 개 켜져 있는 어두컴컴한 방이었다. 가로세로 약 50cm 정도 되는 수백 개의 철장 속에 수천마리의 닭들이 갇혀있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양계장이 떠나가라 울부짖는다. 때가 되면 물과 모이가 나온다. 먹이를 먹기 위해 이리저리 엉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힘에서 밀린 자는 모이도 거의 먹을 수 없다. 슬슬 미쳐가는 닭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닭의 주인장은 목숨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의 온도와 먹이, 빛 정도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다 탈진하여 죽어버릴 것 같아 보이지만 주인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죽으면 그저 골라내어 폐기할 뿐이다. 슬며시 물어보면 국가에서 정한 최소치 기준만 벗어나지 않으면 그런 것들 따위 전혀 상관없다는 식으로 답한다.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갈 이 훗날의 상품에 영양식품상 가시적인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관계없다는 얘기다.

 

퇴근길 지옥철 안에서 연신 애니팡을 눌러댄다. 동시에 카톡으로 약속을 잡는다. 갓 튀겨낸 치킨에 맥주 거하게 걸친다. 만취해서 집에 돌아온다. 쓰러져 잔다. 천둥 같은 알람소리에 벌떡 잠에서 깬다. 어제 마신 술에 반쯤 취해서는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한다. 오늘도 십분 늦게 나왔다. 망할, 출근길 지옥철이 도착한다. 으쌰으쌰 응원행렬처럼 온 사람들이 철통 안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닌다. 모두들 인상이 꾸겨진다. 열차가 조금 안정되자 다시 애니팡에 빠져든다.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무개념 인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잠복해 있던 경찰들이 수갑을 채워 다음 역에서 끌고 내린다. 지옥철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정상제품들이 온전히 제품 부속코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힘찬’ 하루는 시작된다.

 

이전 글 보기: 지하철 현장 르포 1. '공'과 '사'의 구분

 

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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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처음이신 분 계세요?"

 

강사가 묻는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하나, 둘...여섯 명 중 두 명이 생초짜. 생초짜는 70센티미터 초보자 풀의 라인 한편으로 안내되었다. 라인 저편은 초보분들의 영역이다. 같은 물을 공유하지만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지금부터 음 파 할거에요. 물속에서 숨을 내쉴 때는 코로 음 하고 물밖에서 파 하고 입으로 마시는 거에요."

 

강사가 풀에 시범을 보여준다. 그래, 숨 쉬는 것은 자신이 있지. 하고 생각했다. 음 파 음 파 음 파를 연습했다. 여기까지는 할 만했다.

 

다음에 한 것은 앉아서 물장구 치는 것이다.

 

"앉아서 손은 뒤를 짚고요. 무릎을 펴고 힘차게 물장구를 치면 되요."

 

역시나 시범을 보이며 강사가 알려준다. 몇번 따라해보니 물장구를 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는 물속에서 물장구를 할게요. 난간을 잡고 몸을 편안하게 뻗는 다음 허벅지를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물장구를 치세요."

 

강사의 시범대로 해봐도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나의 여자동료는 곧잘 따라한다. 다리를 막 휘저으니 몸이 물에 떠.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다시 해봐도 실패. 어느새 발은 바닥을 차고 있다.

 

"남자분들은 몸에 너무 힘을 줘서 많이들 그래요. 근육도 많고. 어깨에 힘을 빼고 해봐요. 다리를 너무 꽉꽉 누르지 말고 다리가 빠지면 들어올린다는 생각으로 하면 되요."

 

여자동료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고 있을 때 옆에서 '니 마음 다 알아'라는 시선을 던지던 강사의 말이다. 말은 쉽지. 몸은 가라앉는다. 몇번 몸을 잡아주던 강사의 한마디,

 

"남자회원님, 바닥에 엎드리시고 허벅지만 물에 내놓고 물장구쳐 보세요. 힘드시면 음 파 하시고요. 여자회원님은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동료는 생초짜에서 초보로 신분이 상승되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상 '땅짚고 헤엄치기'를 한다. 의미는 '아주 하기 쉬운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서 '아주 쉬운 일을 능히 해야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바뀐다.

 

사실 부끄러울 만도 한데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원래 못한다고 인정해버리니 바닥에 엎드려 물장구치는 걸 즐길 수 있었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수영을 배울 때도 좀처럼 뜨질 못했다. 부표는 나의 친구. 진작에 뜰 줄 알았으면 수영할 줄 알았겠지. 하고 중얼거렸다.

 

"많이 좋아졌어요. 근데 아직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네요. 그리고 구석에서 하지 마시고 가까이 오세요."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라인 가까이로 조금 다가서 연습을 한다. 강사가 이제는 팔을 쭉 펴고 음 파와 함께 물장구를 치게했다. 음 할 때 몸이 조금 뜨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파 하려고 고개를 들면 다시 가라앉았다.

 

"......이 분이 안 뜨는 것은 발장구를 어느 정도 쳐야 뜨는지 잘 몰라서에요......"

 

물로 전달되는 말소리가 꿈같다. 초보분들의 시선을 느끼고, 생초짜의 쿨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아. 나는 초보인 걸. 초보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이런 느낌을 보여주려 했으나. 현실은, 어떻게 뜨지도 못하지? 불쌍하다. 이런 느낌이었을까.

 

한시간이 다 되어 다함께 손을 모아 화이팅 하고 끝났다. 감히 예상해보자면 한달내내 바닥짚고 물장구만 칠 것 같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하루이틀 사이에 고쳐질 게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몸에 느껴지는 새로운 감촉. 다 내려놓고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배우는 것이 얼마 만인지. 지금껏 너무 아는 척만 하고 있었는다. 물에 뜨지도 못하면서.

 

written by 잠수부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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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매서운 겨울 날씨의 연속이다. 기세등등한 동장군 덕분에 옷깃을 여미는데 힘이 들어가서 점퍼 지퍼가 고장이 나 버렸다. 지퍼에 달린 고리가 끊겨져 버린 것이다. 쇠고리였는데…
 
초강력 따뜻한 이 털 점퍼는 ex-girl friend의 선물이다. 보편적으로 오랫동안 연애를 하게 되면 연인들에게는 사시사철의 선물들이 쌓여져 간다. 특히나 한국의 연인들은 철마다 서로 챙겨줘야 할 기념일들이 넘치지 않은가. 하지만 헤어지게 되면 이것들은 처치곤란에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남겨두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의 해결법은 다르다.

 

어떻게 헤어졌느냐에 따라, 얼마냐에 따라, 팔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대체로 커플링), 애착에 따라, 추억에 따라 등등등.
 
얼마 전 지인에게 이 잠바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녀와의 고만고만한 추억이 깃든 잠바라고 그런데 지금은 가난해서 버릴 수는 없다고, 농담어린 이야기였다. 지인은 기왕 망가진 거 겸사겸사 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추억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 옷은 더 이상 내가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 무슨 염치로 이 옷을 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와의 만남은 24개월이었다. 그렇다, 약정 기간이 끝났다. 24개월, 그리 짧지도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들. 누가 이러한 기한을 정했을까? 정말 합리적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간, 바로 24개월이란다. 그 정도 사귀다 헤어졌으면 나는 나쁜 놈이 아닌 게 된다. ‘자연스럽게 헤어졌죠 뭐.’ 이렇게 주위에 말 할 수 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럴 수 있다, 그런가보다.
 
여기에서 번호이동을 하거나 신규가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통신사로 돌아가는 법은 없다. 가면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새로움, 익숙함이 부끄러워져 고개 돌리게 하는 그 말. 새로운 것은 신비롭다. 어쨌든 그녀는 내 탓에 그녀의 잠바주인을 만나는데 2년이나 늦어져 버렸다. 미안하오.
 

 

오래되면 익숙해져서 서로 잘 적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오래되면 쉽게 망가지기도 하는 법이다. 그렇다, 오래되면 망가질 위험성도 높은 것이다. 망가졌을 때 우리는 대처하게 된다. "고치느냐, 버리고 새것을 택하느냐." 어쨌든 약정 기간이 끝났다는 것은 둘 다 알고 있었고, 우리의 선택은 버리는 쪽이었다.

 

또 하나의 선택, 오래되어 망가진 점퍼의 운명. 하지만 이번에 나는 고치는 카드를 선택했다. '뭐, 고치면 되지.' 잠시 점퍼를 버릴까 고민해봤지만 이내 수선집으로 향한다. 나도 추억을 고치는 중이다.

 

그렇게 본다면 추억은 자기목소리로 만들어질 뿐이다. 한 사람은 상처로 남아있을 수도 있는데 한 사람은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여기는 것, 아니 여기고 싶은 것. 그것이 추억이다. 그래, 추억은 어떻게 보면 이기적일수도 있는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이라는 약에 취해 그녀와의 지난 사랑은 오후의 낮잠처럼 달콤한 꿈으로만 남아 있다. 그 당시의 오해와 아픔, 그리고 슬픈 감정은 지금 명백히 기억에서 되살릴 수가 없다.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다. 그 슬픔을 지웠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만을 기억하고 싶어서 추억을 수선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파할 내 가슴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 사진 : 위 사진은 흑석동의 뉴타운 재개발 전 동네골목의 모습이다. 이제는 동네골목 가로등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의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다. 동네 골목도, 우리도 더 이상 없다.


Written by 동전오배건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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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물찾기 - 알라딘 서점편: 서혜경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집


종로에 알라딘 책방이 생겨 종종 들르곤 한다. 헌 물건을 다루어 그런 것이지는 몰라도 교보, 영풍, 반디 이런 윤기 번지르르나는 새책방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책이나 음반을 팔러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그 판 물건을 사려고 기웃대는 사람들로 내내 북적인다. 나 역시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우글우글 시장통 같다. 사람에 치어 책 한권 제대로 보기 힘들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 찜책을 잡아내기도 한다. 그렇게 기대반, 구경삼아 반 나는 어슬렁댄다. 


며칠 전, 듣지도 않는 씨디 팔아버릴 심산으로 알라딘에 들렀더니 꽤 값을 쳐 줬다. 네 장 팔아 만 오천원. 유행지난 대중가요 팔아 이 정도 이문 남겼으면 족한거다. 그리고는 한편으로, '요걸로 괜찮은 클래식 음반 있음 하나 사봐?' 하는 생각에 음반 코너로 갔다.


이것저것 뒤적대던 중, 아놔 이런 대박 발견!!!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집 앨범 발견!!! 참고로 나는 다양한 수집벽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누구누구의 라흐마니노프 앨범을 모으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둘 사 모아서, 똑같은 곡을 각자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비교해보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다. 중고서점에 서혜경씨의 라흐마니노프 작품의 출현이라니!!!


사실 국내에서 라흐마니노프 피협을 전곡 레코딩한 것은 백건우가 유일무이했다. 그러니까 서혜경은 두 번째의 깃발을 꽂은 피아니스트가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여성으로서는 최초다. 라흐마니노프 피협 완주는 피아니스트가 대가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숙명적인 음악의 대협곡이다. 보통 연주자들은 이 곡의 한 악장만 준비하는데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다. 그만큼 4악장 모두가 기교적으로 매우 난해하고, 해석 자체도 선구자들을 뛰어 넘기에 너무나도 힘에 겹다. 그러나 서혜경은 전곡 레코딩을 단 일주일만에 완주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서혜경의 20대는 화려했다. 세계를 경악시킨 당돌한 피아니스트였다. '동양인은 테크닉으로 승부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건반이 부서질듯 내리꽂는 듯한 파워풀한 연주로 세계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세계적인 피아토 콩쿠르 부조니에서 동양인 최초, 최연소 우승, 뮌헨 콩쿠르 2위, 1988년에는 카네기홀 선정 세계 3대 피아니스트에 선정되었다. 그녀의 연주에 반한 세계적 거장 아이작 스턴은 그녀의 집에 찾아가 점심을 같이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에게도 암이라는 절대절명의 시련이 찾아온다. 피아노를 칠 수 없다는 의사의 권고, 연주를 강력하게 반대하는 집안사람들, 서른세번의 방사선 치료와 대수술, 여덟번의 항암치료, 점점 깊어가는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그녀는 건반을 놓치 않았다. 마침내 2008년 1월, 그녀는 병마를 떨쳐내고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과 3번을 완주해낸다. 투병 이후 1년만의 재기였다. 재기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는 매우 특별했다. 20대 시절 부조니 콩쿠르 우승 이후 3년 간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했을 때에도 그녀는 라흐마니노프 피협 3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서혜경과 피아노,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는 이렇게 지독한 인연을 맺고 있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이제 열정이라는 숨결에 인생이라는 깊이가 더해졌다. 그리고 한 열성 팬에 의해 100만불의 보험으로 보호받고 있다. 


'이런 앨범을 이렇게 내놓다니...서혜경이 별로였나? 아니면...낭만주의가 싫어서 팔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거 제품에 하자 있는 거 아냐?'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씨디를 이쪽저쪽 비추어봤지만 딱히 흠집이나 문제되는 점이 보이질 않는다. 바코드를 보니 값은 만천원. 현재 만오천원을 쥐고 있으니 그래도 사천원 흑자다. 





당장에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켜고 아이폰으로 음원을 옮기는 중 더 거한 대박 발견!!! 마지막 세번째 씨디에 서혜경씨의 친필 싸인이 휘갈겨져 있다. 필시, 이 씨디를 손에 넣은 사람은 서혜경씨의 지인 또는 독주회에 참석한 사람이렷다? 


아무래도 이 판매자는 클래식엔 별 관심없지만 사회적 또는 정치적 인간관계에 의해 이 친필 음반을 손에 넣은 듯하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이렇게 매물로 내놓인 것이다. 그 사람이 버린 '폐물'이 '보물'로 내게 온 셈이다. 


책방 이름 알라딘 맞다^^


Written by 사샤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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