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천신만고 끝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손에 쥐었다. 아아...그동안 얼마나 길고 긴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던가! ㅜㅜ 돌이켜보니 12월은 스타벅스 다이어리 스티커 모으기에 정신줄 놨던 달이었다. 오늘의 커피, 아메리카노, 라떼, 비안코, 초콜렛 모카에서부터 프라프치노까지! 스타벅스 메뉴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메뉴를 30일이란 시간 동안 훑어보았던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물론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돈 주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정가 17000원. 그러나 이것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스티커 모으기 대작전'을 통해 이것을 획득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는 총 17개의 스티커를 모아야한다. 주어진 시간은 11월 1일부터 12월 31일 내에 한해서다. 17개의 스티커 가운데에서도 3개는 크리스마스 전용 음료를 마실 때 주는 빨간 스티커이고, 나머지 14개는 일반 음료를 마실 때 주는 하얀 스티커다. 물론 빨간 스티커를 주는 음료는 일반 음료보다 훨씬 비싸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제 값 주고 마실 경우 최소 5만 3000원어치가 넘는 비용이 든다. 하얀 스티커의 일반 음료 중 가장 싼 '오늘의 커피'와 빨간 스티커의 크리스마스 음료 중 제일 저렴한 음료를 샀을 때의 기준이다. 그냥 샀을 때보다 무려 3배 이상의 돈이 든다. 


다이어리를 손에 넣고 싶어하는 층은 2030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주머니가 얇다. 그냥 맨 땅에 헤딩하면 훅 털린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작전이 필요하닷!  


- 작전 하나. 스타벅스 '스티커+1' 마케팅 철저히 활용하기!

12월에 접어들자 여자친구는 나에게 당분간 스타벅스 커피를 최대한 이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로 날짜별로 바뀌는 '스티커+1' 행사에 관한 내용을 보내주면서, 가급적 이 지침서에 맞게 음료를 마셔줄 것도 함께 부탁했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는 남성인 나로서는 힘이 들었다ㅡㅜ;;; 그 중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일반 음료 포함하여 12000원 이상 구입 시 스티커 한장 추가

요게요게 아주 미묘해~~ 둘이 가서 음료 2개를 시키면 120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턱걸이 가격이 나온단 말이다. 스티커를 받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비싼 케잌까지 먹긴 그렇고..... 2000원짜리 쿠키를 하나 사면 오케이! 


2. 두유라떼 마시면 하얀색 스티커 한장 추가에 사이즈 업

우유보다 상대적으로 두유의 단가가 낮다는 점을 공략한 것 같다. 어쨌든 두유를 싫어하지 않는 나로서는 쌩유! 


3. 텀블러에 음료 주문하면 하얀색 스티커 한장 추가 

일회용 컵과 머그잔 사용을 자제하여 비용 감축을 하려는 것 같다. 텀블러 그 까이꺼 들고가기 어려운 거 아니쥐. 이것두 쌩유!


4. 크리스마스 음료시키면 스티커 한장 추가

'비싼 거 맛있으니까 어서 마셔보라'는 소리다. 어차피 스티커로 다이어리 받기로 작정한 거다! 하나 마셔 하나 덜 마시면 되는거다. 이것두 썡유!


5. 스타벅스 전용카드에 30000원 이상 충전시 빨간색 스티커 한장 추가

아...여기서부턴 좀 어렵다. 내가 스벅 전용 매니아가 아니기 때문에 카드까지 사는 건 좀...(긁적긁적). 이건 여자친구의 몫이다. 오래전부터 전용 카드를 사용하면서 '별'을 철저하게 활용했던 여자친구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새해가 되도 그 카드로 먹을 거 어려울 것 없다. 토스! 오케이! 


6. 텀블러 사면 스티커 한장 추가 

아아...이건 나도...여자친구도 부담스럽다. 포기한다;;;




- 작전 둘. 합동 대작전 돌입하기!

이렇게 모아도 사실 다이어리를 받기에는 아직 스티커가 부족하다. 17개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더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같이 모으다 보면 다이어리 하나 받고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희한한 집착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 것도 받아야지 않겠어? 동생껀? 주변 사람들껀? 응???'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뇌 속이 온통 스티커로 뒤덮인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여기서부턴 가족, 친구, 친지를 동반한 모든 지구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원기옥도 아니고;;;;; 


1. 스티커 있어?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별 생각없이 스티커만 받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의 지갑을 열어보라! 특히 남자들 지갑! 대부분 카운터에서 '스티커 모으세요?'라는 질문에 어정쩡하게 '아...네' 하면서 그냥 주머니에 넣어두거나 지갑 한 켠에 무심코 끼워두는 사람들을 공략하면 돈 들이지 않고 스티커를 모을 수 있다. 


2. 어? 다이어리 받았어? 남는 거 있어?

이제 막 다이어리 받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닿으면 지체없이 물어보라. 반드시 그들도 과욕에 따른 처치곤란의 스티커들이 두 세 개쯤은 남아있다. 그렇게 남은 것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솔로들은 자신의 것만 받으면 그 다음엔 땡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남 줘버리고 만다. 염치는 무슨. 만나서 받아라 ㅋㅋㅋ. 


3. 엄마아빠~~스타벅스에서 모임해요!

요새 엄빠들 모임도 커피숍에서 종종 이루어진다. 난 분명히 봤다. 아줌마 셋이서 스벅 오셔서는 음료만 시키고 스티커는 '아뇨, 됐어요.' 하고 마는 것을...(아...저걸 날 줬다면...아악 ㅠㅠㅠㅠ) 연말에 엄빠들 송년회 정말 많다. 그 중에서 한번쯤은 분명히 커피숍 간다. 많게는 열명씩도 간다구! 사전에 철저히 부모님 교육에 들어가면 된다. 엄빠! 커피숍 가면 꼭 스타벅스로 가요! 그리고 스티커 받아오는 거 잊지 마세요! 



- 작전 셋. '막장의 눈'으로 관찰하기 

연말에 스타벅스에 가서 조용히 주변을 관찰해보라. 모두들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다. 특히 카운터 주변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왜 추운데 2층, 3층 가지 않고 1층에 우글우글 앉아있단 말이냐!!! '막장의 눈'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쥐 후훗. 꼭 이 와중에도 스티커 안 모으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다. 이 사람들 꼭 한 두 개씩 그냥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그냥 스티커를 받은 채 주변 테이블에 올려놓고 횅 가버린다. 이 때를 놓쳐선 안돼!!! 냄새가 폴폴 나는 양반 곁에 웅크리고 있다가 먹이를 놓고 가면 살쾡이처럼 잽싸게 달려가 낚아채버려! 실제로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모아 덕지덕지 더러운 스티커 판을 종업원에게 내민 내 친구도 있다구! 이젠 눈치 염치 코치 다 없는 거야!!! 달려들어!!! 붙여!!!





이렇게 우린 연말에 스타벅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다이어리도 몇 개 획득했다^^ 그리고 돈도 꽤...썼다^^;;; 이렇게 우린 스타벅스에 '적금'을 들어주었지요 아하하^^;;;;;;;;;



스타벅스가 노리는 것은 단순히 매출 증진이 아니여. 고것은 일차적인 것잉게... 고것보담서도 음료 전체를 한번 쫘악 훑어봐라 그거여! 다 먹다 보면 어케 뒤여? 레시피 고것에 중독이 되어부러~~스벅 커피 하면 딱 혀에서 맴이 돈당께! 스티커를 도구 삼아 사람들의 시각과 미각에 철저하게 '스타벅스' 네 글자를 각인 시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게 뭔줄 알여? 커뮤니티여. 혼자 모으다가는 말짱 거지되부러~~ 주변 사람들 도움이 필요혀~~~ 얼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뮤티니가 맹글어져써~~! 다이어리 받고 서로들 사진 찍고 페북 올리고 막 이래저래 자랑질들을 혀. 프라다 가방 메고 다니는 것 마냥 '나 스타벅스 다이어리 쓰는 사람잉게 고렇게 아쇼!' 딱 눈도장 찍는겨. 어차피 속에 내용은 거기서 거기여~ 이와 같이 소비자의 브랜드와 디자인의 연중 상용화를 통해 스타벅스 이미지의 지속화를 노린다. 그것은 맨 마지막 장에 붙어 있는 무료 쿠폰 세 장에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언제든 스타벅스에 들러달라는 것이다. 


Written by 장사꾼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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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도 해는 뜬다] 우리 동네 해돋이 명소

 

  자. 2012년도 마지막 날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시간의 구분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항상 이때가 되면 어쩐지 경건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쯤되면 2013년 첫 해돋이 생각을 하게된다.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2012년을 돌아보고, 2013년의 각오를 다지고 싶어하는 것이 똑같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다고 차를 몰고 세네시간을 달려 바다고 산이고 가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리고 또 갔다고 치자. 바다나 산에서 해돋이 보는 게 뭐 그리 쉬운 일인가? 해돋이 보는 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거 다 핑계다. 인정하자. 운이 없는거다. 당신 운 없는 걸 왜 조상님 탓을 하나?

 

  해돋이를 볼 수 있다고 치자.(조상님께 감사해라. 조상님 덕이다.) 장열히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각오를 다지고 돌아서는 순간 마주한 광경은 당신을 분노케 한다. 그곳에는 커플이 있다. 깍지 낀 손을 모으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해돋이 보러 왔으면 해나 볼 일이지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남자가 말한다.

 

  "우리 애기 눈에서 해가 뜨네. 소원 빌어야겠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러면 무슨 좋은 방법 없냐고? 그래서 내가 이 글을 쓰는거다. 그래서 당신도 '서울 해돋이', '우리 동네 해돋이'로 검색해서 여기 들어온 것 아닌가?

 

1. 우선 6시 41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7시 41분에 해가 뜨니 한시간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해돋이 보는 데 중요한 건 시간이지 장소가 아니다.

 

2. 따뜻하게 입고 집밖으로 나간다.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밖은 생각보다 춥고 어둡다. 반드시 극복해야 된다.

 

3. 겨우 나왔다. 이제 캔커피를 사자. 뜨는 해를 보며 마시는 따뜻한 캔커피는 상당하다. 편의점 알바생에게 '새해 복 많이 받아요.'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말라.

 

4. 이제 해뜨기까지 30분 정도 남았다. 우리 동네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가장 높은 곳이 어딘가? 동네 뒷산이든, 아파트 옥상이든 상관없다. 출입이 가능하면서도, 동쪽에 가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 평소 자기 동네에 애정이 있다면 쉬운 일이다.

 

5. 생각해냈다면 망설이지 말고 가자. 시간이 빠듯하다. 도착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심하면 어제까지 없던 건물이 생겼을 수도 있다. 나만의 해돋이 포인트를 찾자. 방향을 모르겠다면 지도 어플을 활용하자. 지도 오른쪽이 동쪽이다.

 

 

  잠시 기다리면 해가 뜰 것이다. 2013년의 첫 해를 보며 소원을 빌며 각오를 다지자. "올해에는 꼭 ㅇㅇ할 것이다." 큰소리로 외쳐보자. 행운을 빈다. 이제 캔커피를 마셔봐라. 꿀맛이지 않은가? 당연하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했으니 배가 고플만도 하다. 집에 가서 아침밥을 먹자. 2013년 첫 아침밥을 먹고 기운내서 일년을 사는거다.

 

  생각보다 실망스럽다고? 신년 아침에 부지런을 떨었고,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해돋이 포인트를 찾았다. 뭘 더 바라는가?

 

  '우리 동네 해돋이'라는 포스트(http://blog.naver.com/jyleen/60176739058)에 가보자. 왠만한 해돋이 명소 보다도 멋진 광경이지 않은가? 우리 동네에서 이것보다 더 멋진 해돋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잘 찾아보라.

 

written by 요리사 지망생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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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해돋이- 동해 추암마을을 가다] 


정동진보다 더 빨리 해가 뜬다고 하는 동해의 작은 마을 추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이곳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가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육지에 발을 내딛으니 온통 캄캄한 가운데 세찬 파도소리만 사방에서 들려온다. 아무도 없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니 사람들이 많이 없을 거에요.” 


레나스(의사 겸 항해사)의 말이 맞았다. 해는 7시가 넘어야 뜬다고 했다. 그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요리사는 체력이 철철 흐르는지 벌써 배에서 내렸다.  


“선장! 이제 일어나요! 하늘이 열리는 시간이 다 됐어요!”





으음? 레나스가 어깨를 툭툭 친다. 졸린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하늘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눈깨비처럼 갑작스레 쏟아지는 빗방울에 동해바다의 일출구경에 불안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삼십 여분을 넘기니 어느 새 비는 잠잠해지고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희미한 빛이 틈새를 벌려가며 한 뼘 한 뼘 번져 나아가고 있었다. 에메랄드 바다 위에 청아한 구름이 이리저리 뒤섞여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무색케 했다. 그 속에서 불타오를 그 강렬한 햇덩어리를 모두가 고대하고 있다. 좀 더 해를 멋지게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요리사가 말했다. 레나스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나무계단을 오르고 올라 절벽에 이르니 고고한 소나무 숲이 장광하게 펼쳐친다. 나무 사이사이로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바닷물과 기괴한 바윗덩이들이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소나무 숲을 지나 다음 풍경의 계단으로 오르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을 지른다. 




수평선 저 너머에서부터 시퍼런 물결이 바다를 가르며 겹겹이 몰려온다. 쉴새없이 바위들을 몰아친다. 바위와 절벽마디마디에 세월이 흔적이 구구절절하게 묻어있다. ‘어디 와 볼테면 얼마든지 와보라’ 하는 듯. 모두들 초연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바다와 꼿꼿하게 싸우고 있다. 파도와 파도가 만나 부딪히는 곳, 파도와 바위가 만나 깨어지는 곳. 좌르르 쏟아진 물결의 파동이 새하얀 거품으로 일고 일어나 당장이라도 내 눈 앞에 떨어질 것만 같다. 기상찬 바람을 이겨내며 천지의 변화를 굽어보는 그야말로 단번에 눈맛이 후련해지는 호쾌한 기분에 젖고 만다. 동해의 겨울 파도란 이런 것이구나. 사나이의 거침없는 기상이고 힘찬 기백이구나. 





그리고 마침내 촛대바위에 오르는 순간, 하늘은 이내 붉게 잠기고 만다. 신비로운 바다새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촛대의 끝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세상의 점화를 알린다. 이렇게 2012년 마지막 아침의 경종이 울린다. 한참동안 넋을 잃고 절경 속에 피어난 해돋이의 광경을 바라본다. 밀려오는 흥에 못이겨 ‘와~~’ 하고 소리 한번 내질렀다. 그래, 2013년 이겨보자! 맞더라도,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자! 





절벽의 계단에서 내려왔을 무렵, 이미 온 세상이 빛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찬란한 해오름과 마주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조금 더 꽉 쥔 주먹손으로 오겠노라고 이곳과 마음의 약속을 했다.  





곧이어 요리사가 아침 준비로 바빠졌다. 아침은 일명 해돋이라면. 휴대용 가스렌지에 불 붙이고, 냄비에 물을 올린다. 물이 끓을 때쯤, 삼양라면에 햄과 참치를 함께 곁들여 넣는다.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해돋이면의 스멜이 시장기를 자극한다. 여기서 잠깐. 술이 빠질 수야 없지. 항해사인 레나스를 제외하고, 요리사와 나는 카스 캔을 촤악 까서는 ‘위하여!’를 힘껏 외치며 두둑한 라면식사에 신명을 더했다. 그 때의 맛은, 도저히 표현 불가능이다. 위대한 마무리였다. 


이천십삼년. 해적단 멤버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 것이다. 힘내자! 



Written & Photo by 선장, 선의, 요리사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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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지기 친구들을 누추한 집으로 초대하였다. 집안 사정이 더 나빠진 것을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이기에 부끄러움 따위는 없었다. 유학시절에 소포까지 보내주며 응원을 해주었던 소중한 친구들이기에 보은의 의미에서 한해를 마무리하고자 특별한 송년회를 열었다.

 

대학시절에 친구들이 된 ‘우리’는 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계속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취업을 한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나처럼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 예전에는 8명 모두가 모여도 서로의 관심사가 같았기 때문에 이야기보따리가 끝이 없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되고 관심사도 달라지다 보니 함께 모여도 이전만큼의 즐거움과 재미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결혼을 한 친구와 앞둔 친구, 아직은 결혼 생각이 없는 친구들(대체적으로 남자애들), 이들이 적당히 섞이고 버무려져 맛깔난 대화를 나누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그렇다, 한마디로 적절한 대화의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8명이 항상 함께 했는데, 일자리도 각각 떨어지게 되고 만나도 예전만큼 흥이 없으니, 이제는 모일 때마다 두세 명 빠지는 것은 예삿일처럼 되어 버렸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났었는지 만날 때면 늘 ‘까르르르~’ 웃고 자지러지던 우리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진지 오래다.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서 힘들고 지쳤던 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결혼에 대한 부담 등등등 저마다 어깨에 한 가득씩 짐을 짊어지고 모임에 오게 된다.

 

서로의 가벼운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꽃은 피어난다. 그러고 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짐 보따리를 푼다.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영향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마이너스적인 세균과 독소를 퍼뜨려 모두에게 ‘한숨’이라는 병 유발시킨다. 이렇게 쉴 새 없이 떠든다고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란 그렇게 만만한 녀석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균은 전염을 유발할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 항체를 만들만큼 성숙하지 못하다. 또한 서로 분야가 다르니 진정으로 이해를 구할 리 만무하다.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 대응은 감정적이지 않아 서로에게 무미건조할 뿐이다. 이쯤 되면 내가 더 말해서 무엇 하랴, 란 생각이 든다. 혹은 친구들 이야기만 다 들어주느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꺼내지 못한다. 꽝! 다음 기회에, 다들 힘들어 죽겠단다. 다들 힘든데 내 힘든 것 보태면 무엇하랴.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만나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말하고 싶어서, 보여주고 싶어서, 어필하고 싶어서 만나는 것인가.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변했을까. 너무나도 닮아져 버렸다. 이제는 주변의 다른 모임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여러 모임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모임은 특별했다. 그 이유는 이 친구들을 만나면 행복 에너지가 가득했고 꿈과 열정이 있었고 만날수록 건설적인 자극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흐른 것일까, 아니면 서로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만날 때마다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만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은 잘 안다. 그것은 서로에게 욕심일 뿐이다. 힘든 일이 생기면 이야기도 들어주고 슬픔을 나누는 것이 친구이다. 잘 안다. 하지만 항상 힘들다고 토로하는 만남은 아닌 것 같다. 누가누가 더 힘든가, 경연 식으로 자랑을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긴 요즘은 뭐든지 경쟁하는 오디션이 트렌드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슬픈 일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주로 장례식과 같은 부고를 받았을 때, 예외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반면에 정말 행복한 일이 생겼을 때 정작 그보다 많은 사람들은 모이지 않는다. 기쁨은 함께 하면 배가 되고, 슬픔은 함께 하면 반으로 덜 수 있다고 했던가. 그런데 현실에서는 기쁜 일이 생겼을 때는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왜? 나만 엄청 사는 게 바쁘니깐) 축하해줄 다른 이들이 그 사람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모임의 참석은 필수가 아닌 게 되어 버린다. 아니면 실제는 배가 아플 수도 있는 법일지 모른다. 우리는 칭찬에 인색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칭찬을 하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형식적인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은 누구나 일가견이 있다(마치 진심인양 혹은 세상이 꺼져라 하고). 하지만 정말로 슬픔을 나누기 위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정말 친하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온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아니면 심적 깊은 곳에서 다른 사람의 슬픔을 꼭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모인 것은 아닐까. 나는 사는 게 이렇게 힘든데 저 친구도 나만큼 힘든 것일까, 이렇게 확인으로써 얻어지는 안도감에 모이는 것은 아닐까. 너무 잔인한 생각인가, 인간미라고 느껴지지 않는 생각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러운 법인데 그래도 나는 이 모임을 유지하고 싶었나보다. 사람들 역시 저마다 억지로라도 유지하고 싶은 모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들이 소중해서 일까 아니면 그 관계 속에 담겨있는 나름의 추억을 잃고 싶지 않아서 때문일까.

 

항상 톱니바퀴가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면 좋겠지만 한두 명 어긋난다고 해서 모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항상 8명 모두가 모여야 한다는 것은 욕심이다. 그동안 잘 참여하지 않던 친구가 오랜만에 온다고 하더라도 웃으며 맞이할 수 있다면, 그게 친구고 그렇게 모임이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처음으로 우리 모임에 테마를 만들어 보았다. ‘2022년, 10년 뒤 당신의 모습으로 참석하는 파티’가 이번 테마였다. 식사를 하며 모이는 것은 여느 파티 때와 같았지만, 이번 모임에는 꼭 10년 뒤 꿈을 이룬 자신의 모습으로 참석하여야 했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꿈을 이룬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 발표하고, 그 꿈을 이룬 비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어야 했다.

 

우리는 각자의 꿈을 이룬 멋진 모습으로 모이게 되었다. 모대학 겸임교수이자 고용노동부 자문위원, 한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학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노벨상 수상자, 모 컨설턴트 회사 이사, 해외 민박 사업가, 사회적 기업가 등 정말 쟁쟁한 사람들이 우리 집에 초대된 것이다. 그 중에는 만들어온 명함을 나눠주는 친구도 있었고, 본인이 집필할 책 표지를 갖고 온 친구, PPT를 통해서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보여준 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때로는 교수님의 제자가 되어서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했고, 작가의 팬이 되어서 질문을 하기도 했고, 노벨상 수상자의 어머니에게 어떻게 자식교육을 시켰는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멘토 사업에 성공을 한 사회적 기업가는 연신 성공한 친구들을 본인의 사업에 끌어들이려 노력을 보였다.

 

십년 뒤 성공의 여부는 중요하지가 않았다. 이 중에서는 자신이 말하고 꿈꾸고 설계한 것처럼 성공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특별한 송년회는 꿈을 꾸라고, 아프니깐 청춘이니 희망을 가지라고, 한계를 벗어나 도전하라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여느 자기계발서처럼 지친 친구들을 위로하고자 만든 자리는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뜻 깊게 생각을 해 본적도 없다. 그들 나름의 성공 방식을 찾는 법, 그러기 위해서 본인을 정말 이해하는 것이 자기 계발서들의 지침을 따르는 것보다 선행해야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이라는 큰 뜻보다는 오히려 이 작은 모임을 지켜보고 싶었다. 사회에 찌들어 상처받고 날개가 꺾인 친구들에게, 그대들은 꿈을 갖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칭찬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Written by 동전오배건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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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12년 12월 끝자락이다. 솔로들에겐 지옥 같았던 크리스마스도 이미 지나가 마음에 평온을 얻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확실히 올 크리스마스는 솔로들에게도 가슴 설레는 날이었는데 바로 ‘솔로대첩’때문이었다. 솔로남녀가 여의도에 모여 짝을 찾는 SNS 이벤트인 솔로대첩은 크리스마스에 솔로로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생각해보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크리스마스에 혼자 보내게 될 내가 안타까워 미팅을 주선해 준다니 생각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은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솔로대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왜? 남. 자. 만. 나왔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에 따르면 여자의 수가 비둘기보다 적었다니 뭐 할 말 다한 것 아닌가?

사실 솔로대첩이야기를 접했을 때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뭐 크리스마스에 할 거 없으면 솔로대첩이나 가지 뭐”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사실 조금은 ‘가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낼까봐서는 아니었다) 근데 이런 생각은 아주 잠시였다. 왜? 아무리 생각해봐도 솔로대첩은 실패할 수밖엔 없었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는 태생적으로 다른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선 여자는 솔로대첩에 나올 이유가 없었다. 여자는 남자만큼 이성에 환장한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야 ‘지금 손을 잡으면 될까?’, ‘어떻게 하면 손을 잡을까?’, ‘어깨동무를 먼저해야하나?’, ‘키스는 언제하지?’ 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스킨십, 스킨십, 스킨십이다.(정색하고 아니라 반박하면 할 말은 없다) 오랫동안 연애를 못한 남자는 주구장창 여자, 여자, 여자를 왜치고 다닌다. 왜? 태생이 그렇다. 남자는. 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 남자보다 백배는 이성적이다. 그리고 감성적이다. 남자와 다르게 솔로라고 어디서 남자를 꼬시고 돌아다니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SNS 이벤트에는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여자는 남자와 다르게 여자들끼리도 잘 논다. 


남자는 남자끼리 못 논다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도 남자들끼리 잘 논다. 단지, 남자들의 노는 자리엔 항상 술이 낀다. 아니면 당구치고 술 마시고, PC방 갔다가 술을 마신다. 어쨌든 술이다. 어떻게 가든 술자리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남자들은 여자이야기를 한다. 나이어린 놈이나 먹은 놈이나 여자이야기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솔로들끼리 모였을 땐 절정이다. 그리고 그 술자리의 결론은 ‘우울’이다.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에 시커먼 사내놈들끼리 만나면 우울하다. 잘 놀지만 우울하다. 그래서 남자는 솔로대첩에 열광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자들끼리의 크리스마스는 다르다. 소위 말하는 파티를 벌인다. 예쁘장한 펜션을 빌려 솔로 친구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우아하게 보낸다든지 룸 형식의 술집에서 케익과 함께 즐겁게 보낸다. 

케익에 촛불을 붙이고는 연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이렇게 보냈어요”하고 인증을 한다. 자랑스러운 것이다. 남자는 남자들끼리 놀았다고 SNS에 올리면 대답은 십중팔구 “ㅋㅋㅋㅋ”다. 그러니 크리스마스를 우울하게 보낼 이유가 없는 여자에게 솔로대첩은 무의였던 것이다.


다음으로 남자는 충동적이고 여자는 계획적이다. 남자는 술을 먹다 갑자기 “스키장 갈까?”하면 “그래. 가자!” 이게 된다. 정확히는 대부분이 이런다. 많은 행동들이 충동적으로 움직인다.(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여자들은 사전에 미리 만나 철저한 계획을 통해 행동을 이행하는 편이다. 남자처럼 “가자!”하면 “콜!”하는 시스템은 극히 드물다. 사전에 미리 만나 크리스마스에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짜다보면 커플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솔로대첩보다는 우리끼리 화려한 싱글을 자처하며 노는 게 더 효과적이란 계산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미리미리 계획을 짜고 약속을 미리 정하니 솔로대첩에 참가할 시간은 따위는 없는 것이다. 


남자처럼 급하게 만나 “뭐하지? 할 거 없는데 솔로대첩이나 가자”이러지 않는 다는 것이다. 혹여 친구들과 약속이 없는 여자라도 남자들보다 가족적이라 가족들과도 함께 잘 보내기 마련이다. 남자와는 다르게 말이다.

구구절절 설명이 길지만 사실 내가 솔로대첩에 안간 가장 큰 이유는 솔로대첩에는 예쁜 여자는 안 올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예쁜 여자는 이런 날 바쁘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라. 주변에 예쁜 여자가 있다.(없더라도 있다고 치자 이번만) 근데 연락해 봤더니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무런 약속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하겠는가? “아, 넌 약속이 없구나.ㅋㅋ 난 약속 있는데” 이러진 않을 거 아닌가? 약속을 깨서라도 예쁜 여자를 만날 것이다.(아니면 아니라고 해봐라) 


좀 더 과장해 이런 의미(?)있는 날을 잘 보내 연인으로 발전할지도 모르는데 그 여자를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겠냔 말이다. 김태희가 크리스마스에 혼자 보내는 게 상상이 가는가? 그것도 약속이 없어서?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예쁜 여자는 주변에서 가만 두질 않는다. 혼자일 시간이 없다. 때문에 바쁘다. 고로 한가로이 솔로대첩에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태생적으로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더욱 그런 거 같다. 유교적 사상 때문인지 사회적 풍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남자나 여자나 결국은 인간이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마음이 끌리는 감성적 동물이란 말이다. 큰 기대의 솔로대첩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진실은 어디가나 통하는 법. 대한민국 많은 솔로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그 노력만큼은 큰 박수를 보낸다.


written by 저격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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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둘 - 새 필통, 병사의 재편성]


필통을 잃어버렸다. 얼추 3주 전부터 보이지 않기 시작했으니까 12월 초순에 분실한 게 틀림없다. 어디서 잃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집안 곳곳 다 찾아봐도 없으니 이건 ‘실종사고’로 마무리 지어도 크게 문제 없으리라 본다. 


그 녀석은 나의 글쓰기에 거의 5년을 넘게 종사했다. 그러니까 내가 쓴 대부분의 글들은 그 필통 속에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밝은 황토색을 지닌 비닐류의 원통형 필통이었다. 쟈크도 튼튼해서 쓰는 내내 단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다. 믿음직한 친구였다. 슬프다. 이젠 그가 없다. 그리고 그를 포함한 나의 듬직했던 펜과 기타도구 등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병사들 상당수를 잃었다.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애도만 표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글쟁이는 글을 써야 한다. 우연인지 필연이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들과 나는 2012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인연을 마감했다. 언젠가 훗날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부디 쓰레기통에 폐기처분되지 않고 글을 쓰는 새 주인을 만나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기를 바랄 뿐이다. 


고로, 나는 본의 아니게 새해맞이 차원에서 새로운 필통을 구해야 했고, 나의 글 작업을 도와줄 필기구 병사들을 다시 소집해야만 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교보문고 핫 트랙스에서 엄정한 나의 평가 하에 새로운 필통을 등용했다. 색깔은 기존의 황토색보다 더 어두운 고동색의 필통. 한 쪽 면에 초록색 바탕의 ‘STUDY HARD ■BASIC STYLE■'이 표기되어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딱 촌스럽다. 한국 출신이다. 


그래서 골랐다. 글이 예술의 큰 범주에 포함된다고 해도 글은 어디까지나 글이다. ‘나 대단한 글 쓰는 모모모 작가라는 사람이요’ 미친놈처럼 떠들고 다닐 것 아닌 바에야 그저 책 읽고 필요한 부분에 줄 하나 뚜렷하게 긋고, 잘못 썼으면 지우면 끝인 거다. 그런 그들을 잘 담아주면 된다. 그 외의 역할은 없다. 묵묵히 그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 


필기구들도 마찬가지다. 우선 다행히 필통 밖에 빼놓은 관계로 목숨을 건진 녀석들부터 소개하겠다. 화이트다. 꽤 비싼 값을 하는 친구다. 일반적으로 액체로 가득찬 ‘수정액 화이트’는 마르기를 기다려야 하므로 기동성이 매우 떨어진다. 빨리 마르라고 ‘후~후~’ 불고 꽤 귀찮은 작업을 요한다. 틀렸다 하면 단번에 죽 그어버리고 그 위에 바로 새로운 내용을 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빼어난 능력의 수정도구다. 이름은 'WHIPER MR5'다. 일본 출신이다. 



검정색 펜을 소개한다. 밴드로 따지면 팀의 베이스다. 이름은 ‘DESK BALL 활’이라고 한다. 글씨 두께가 조금 두껍긴 하지만 부드럽게 써지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면에서 상당히 마음에 든다. 아직도 잉크가 많이 남아있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살아줘서 고맙다. 한국 출신이다. 



자, 그 다음엔 색깔 펜이다. 본래의 각 도구에 따른 역할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 없는 관계로 재편성이 불가피하다. 


1. 빨강펜: 반드시 숙독해야 하는 부분을 표기할 때 사용한다. 실종된 관계로 새로 구입했다. 이름은 ‘동아 애니볼 501’이다. 한국 출신이다. 


2. 파랑펜: 찬동하는 글에 표기할 때 사용한다. 원래 사용하던 펜이 있었지만 실종된 관계로 이 ‘STAEDTLER’로 대체했다. 상당히 비싼 친구다. 한 때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릴 때 사용했던 친구인데, 나머지 친구들은 거의 다 잉크를 써서 버렸지만 이 친구만큼은 아직도 잉크가 꽤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고맙다. 굉장히 잘 써지고 촉감이 좋다. 독일 출신이다. 


3. 보라펜: 일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상식적인 부분을 표기할 때 사용한다. 이 녀석도 필통과 함께 사라졌다. 당분간 파란펜으로 표기하되, 다른 표식을 하여 구분하는 임시책을 택해야겠다. 


4. 녹색펜: 의문이 들거나 반대하는 글에 표기할 때 사용한다. 이 녀석도 실종되었다. 비판용으로 사용하던 친구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친구를 대신할 도구가 필요하다. 당장 마련하기 어려워 노란색 형광펜으로 대체하였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녹색이 훨씬 보기에 좋다. 이름은 ‘Colorful'이다. 


5. 회색펜: 새롭게 등용한 도구다. 신한에서 만든 것인데, 한 쪽은 굵은 글씨, 다른 한 쪽은 얇은 글씨를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굵은 글씨는 어떤 특별한 메시지나 문구를 작성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거금 2500원을 들였으니 앞으로 돈 값을 톡톡히 해 주어야 한다. 이름은 'TOUCH'로 한국 출신이다. 





마지막으로 포스트 잇. 이 친구 빼놓고 글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색깔이 파, 녹, 빨, 주, 노로 이루어졌다. 각 학자들, 작가들의 견해를 구별하거나, 어떤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나누어 놓거나, 또는 서로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 구분할 때 사용한다. 포스트 잇 색깔 끝에 글씨만 간단하게 표기하고 책 갈피갈피마다 붙여 놓으면 나중에라도 발췌할 때 까먹지 않고 온전하게 작업할 수 있어 굉장히 좋다. 일본 3M 출신이다. 현재 빨간색을 다 썼다. 고로, 삼성에서 나오는 빨간 포스트 잇이 달린 펜과 병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글쓰기에 필요한 필기도구들의 재편성을 알아보았다. 새해에는 좀 더 강력한 병사들을 소집하여 나의 글쓰기 전선에 절대 무리가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이상. 


Written by 사샤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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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04 16:32

    이거어디서샤셨어요??제발가리켜주세요

  2. 2013.06.04 16:33

    필통

2012.12.28 20:32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말미’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한 소녀가 태어났어요. 요즘과 다르게 집안에 여자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집안의 일 거드는 손 하나 생긴 것이지 경사는 아니었답니다. 지금처럼 학교가 제대로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나날이었거든요. 그래도 소녀는 큰 병치레 없이 건강히 자랐답니다.


시간이 지나 소녀가 17살이 되었을 때 이웃 마을인 ‘계하’의 한 청년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어요. 화려한 예식장은 아니었지만 마을에 조촐한 잔치가 열렸고 많은 마을 사람들이 찾아 두 사람의 화촉을 축하해주었답니다.

조금 시간이 흘러 부부는 머지않아 아이를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뱃속의 아이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어요. 아이를 잃은 이유는 잘 알지 못했지만 부부는 슬퍼했어요. 그런데 이 불행이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다음에 생긴 아이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소녀와 청년은 그 누구보다 슬펐답니다. 그래도 둘은 슬퍼도 눈물을 꾹 참았어요.


슬픔을 가슴에 안은 체 1년이 지나자 그 불행은 축복으로 바뀌었어요. 첫아이가 태어난 거예요. 소녀를 빼닮은 여자아이였어요. 축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둘째 아이, 셋째아이도 태어나 나중엔 8명의 아이들이 태어났어요. 하늘이 가엽게 여겼는지 아이들은 하나같이 큰 병치레 하나 없이 나날이 커갔답니다. 어려운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아이들은 누구보다 건강했답니다.


60년 후 12월…

계하마을에는 큰 잔치가 열렸어요. 마을의 가장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의 생일잔치가 열렸거든요. 생일잔치에는 할머니의 8명의 자녀들과 많은 손자, 손녀들이 찾아왔어요. 추운 겨울이었지만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기위해서 멀리서 다들 찾아 온 것이었어요.


할머니의 자녀들도 나이가 많아 머리에 흰머리가 보이기도 했지만 누구하나 병치레 없이 이곳에 모일 수 있는 것에 할머니는 감사했어요. 그리고 자녀들은 이곳에 계신 할머니가 오래오래 사시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했답니다. 


아직도 계하마을에는 100년 전 말미에서 시집을 온 한 소녀가 살고 있어요. 그리고 많은 자녀들과 손자들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고 있답니다.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말이죠.



할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지금보다 더 오래오래 건강히 사세요.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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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색연필 깎기, 그리고 꿈]


새해맞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새해가 오고 있다고 느낀 것은 이번이 생전 처음이다. 그 동안의 연말에는 "크리스마스에 뭘하지?"만 고민했지, "새해는 어떻게 준비하지?"가 늘 빠져 있었다. 그만큼 나에겐 '새해'라는 것이 무의미했고, '새해맞이'라는 것이 무색했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명절되면 일가친척한테 새배하고 새뱃돈 두둑히 받으면 그게 새해인가보다 했다. 조금 더 커서는 1월 1일이 되면 일찌감치 일어나 반쯤 뜬 눈으로 안방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서는 전화기를 귀에 걸고 집안어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안부인사 1~2분 묻고 끊는 것이 예사였다. 새뱃돈 받기는 뭐한 나이고, 나이값 한답시고 의례적으로 하는 새해를 위한 일종의 '기계적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엄밀히 말해 '새해맞이'가 아니었다고 믿는다. 내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때가 되면 세상 사람 누구나 다 하는, 그런 뻔한 스토리의 한 단락을 장식하는 그 정도의 느낌이랄까. 그만큼 나에게 있어 '새해'란 늘 계속되는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는 휴일 정도에 그치는 그저그런 날의 하나에 불과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무섭게 일터에 뛰어들고, 그 일터에 병행하여 또 공부를 하겠다고 아둥바둥댔던 지난날의 시절, '새해'가 들어갈 틈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나는 새해를 비웃었다. 


"새해? 새해가 오면 뭐가 달라져? 그냥 사는거지."

"새해가 밥먹여 주냐? 호들갑들은 쯧쯧."

"해피뉴어는 무슨...해피하냐? 에라이 새드무비다."


내가 새해를 무시하니, 새해도 나를 무시하는 게 느껴졌다. 늘 새해없는 새해를 맞이하니 그날이 그날이고, 이날이 이날같았다. 쳇바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셈이다. 


2012년을 정리해보면, 꽤 격동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쳇바퀴 인생에서 탈출하고자 내 밥그릇 울타리의 밖을 넘어섰다. 넘어서 걸어가보니 꽤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접해보지 못했던 세계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그만큼 기존에 쥐고 있던 많은 것을 잃었다. 잃은 것도 있지만, 스스로 버린 것도 많았다.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갈 수는 없는 법. 뭐든지 기회비용이라는 건 존재하는 거니까. 


그리고 그렇게 2012년의 겨울이 내 앞에 닥쳤다. 나는 잠시 멈추어섰다. 그리고 그루터기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내가 행복한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서른 즈음에서, 나는 스스로가 일어서면 해낼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혜민스님 말씀대로 멈추어 보니 비로소 새해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새해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보지 못했던 것들, 겪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겪고 성장하는, 그리고 작지만 내실있는 열매를 맺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2013년'이 아닌 '나만의 새로운 2013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색다른 새해 준비작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해맞이 첫 작업으로 나는 색연필을 깎았다. 두 다스를 깎으니 한 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노랑, 빨강, 파랑, 보라, 연두, 초록, 황갈, 주황, 검정 등등 여러가지 색깔이 많았다. 여기서 색연필을 예쁘게 다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색연필이 필요할 때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길고 뭉뚝하게 깎는 것이 중요하다. 다 깎고 나면 이면지에 각각의 색연필을 돌려가면서 뭉뚱그리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 그림을 그릴 때 날카로운 선이 나오지 않는다. 색연필 그림에서 삐져나오거나 두리뭉실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러나 날카로운 선은 그림에 해가 되기 때문에 가급적 그런 선이 나오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을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새해맞이라고 해서 기대했더니 기껏 색연필이냐라고 웃음치는 사람들 있을 것이다.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면, 단순히 평소에 하지 않은 비일상적 행동으로 막연히 내년의 희망을 걸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사람 모두에게 각각 주어진 어떤 특별한 재능, 그리고 사명감 정도는 있다고 믿는다. 이것을 생각할 때 소름이 돋고, 심장이 쿵쾅대고,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그런, 불길같이 솟아오르고 있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색연필을 깎는 것이다. 내 마음이 나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있지 않은가. 너는 전방위 아티스트가 될 운명이라고. 





전방위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조용한 아지트다. 시칠리아 섬에 나는 조그마한 정원이 딸린 2층 집을 지을 것이다. 시칠리아 섬은 가보지도 않았고,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곳에 지으라고 내 마음이 나에게 말한다. 40대의 나는 그곳에서 휴가를 보내며 사랑하는 아내와 예술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하고 있다. 


새해맞이 기념으로 나에게 아담한 집을 선물한다. 

 

Written by 사샤

Painted by 사샤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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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연말. 주말 저녁거리는 이미 커플들로 가득 차 솔로들은 설 자리가 없다. 연말은 솔로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왜? 바로 성탄!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닷!! 내 생일도 아닌 날에 왜 이렇게 우리는 우울해야하나? 하지만 걱정마라. 크리스마스에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이 순간 세상의 모든 솔로를 위한 본격 솔로지침 제1장 ‘성탄허비 지침서’를 공개하겠다.



제1절 잠들라. 꿈이 너를 평안케 하리라


잘 생각해보라. 크리스마스는 별것인가? 내 생일도, 내 친구 생일도 아니다. 여자 친구처럼 있다고 믿으나 보이지는 않는 예수의 탄생일이다. 우리에겐 아무런 기념이 되지 않는 날이란 말이다. 그저 검정 숫자 가득한 12월 달 한줄기 희망 같은 빨간 날일뿐이다. 정말 꿀 같은 휴일이란 말이다!


연말이라고 친구 망년회, 회사 송년회, 동호회 송별회 등에 지친 내 간의 휴식을 마련해줄 절호의 찬스다. 고민하지 말라. 그냥 잠들면 모든 것이 평안타. 그래도 못 잠들겠다면 지금부터 준비하면 된다. 


오늘부터 잠자리에 들지 마라. 온라인게임이든 B급 좀비영화를 보든 잠들지 마라. 심신을 지치게 하라. 물론 잠을 참는 것은 무척 힘들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미친 듯이 지친 심신을 이끌고 따뜻한 이불속에 내 몸을 맡기고 한잠 푹 자고 났을 때의 개운함을. 단, 사전준비가 실패해 중간에 잠들 경우 잠 못 드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날도 추운 날 밖을 싸돌아다녀야 하는 커플들의 가혹한 운명에 비하면 집에 있을 수 있는 우리는 정말 행운 것이다. 잊지 말라. 꿈은 우리를 평안케 한다.





제2절 보고 감상하라. 문화생활이 네게 여유를 제공하리라


월화수목금금금 같은 직장생활에 문화생활한지가 언제인가? 숨 막히는 지옥철에서 책 한 장 넘길 여유가 있었느냔 말이다! 

올해는 특히나 볼만한 영화가 많은 해였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도둑들, 광해, 범죄와의 전쟁, 건축학개론, 호빗 등 볼만한 영화들이 차고 넘쳤다. 지금 거론한 영화들만 봐도 이틀도 부족할 것이다. 밖을 나갈 시간이나 있겠는가? 최고의 작품을 감상하고 연말의 따뜻한 감성과 함께 느끼면 이 얼마나 여유롭고 상류사회 같은 모습이란 말인가? 여기서 “전 이 영화들을 다 봤는데요? 어떻게 하죠?”라고 질문할 수 있다. 이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어찌 한 사람으로 태어나 오늘만 보고 산단 말인가? 내년에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액션의 전설! 최고의 히어로! 최고의 경찰, 존 맥클레인의 부활인 다이하드 5탄이 개봉한다!!


5탄이 개봉되는 이 시점에서 과거 윌리스 형님의 활약을 어찌 안볼 수 있겠는가? 1편부터 4편까지 복습하라. 어차피 다이하드는 한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는 영화다. 이걸로도 부족하다 싶으면 시걸 형님의 언더시즈도 함께 한다면 이번 크리스마스는 풍성할 것이다. 이젠 캐빈 같은 건 개나줘라.

추운 날 구하기 힘든 영화표를 구하기 위해 발품 팔아야할 커플들에 비하면 따뜻한 이불과 귤이 함께하는 우리는 천국이다. 더불어 시걸 형님과 윌리스 형님이 함께 한다면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기억하라. 문화생활은 우리에게 여유를 가져다준다.





제3절 일하라. 오늘의 노력이 너를 발전케 하리라


남들이 놀 때 놀고, 남들일 할 때 일하면 발전이 있겠는가? 어찌 휴일이라고 놀 생각만 하는가! 오늘 그대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내일일 수 있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일하기 좋은 조건인가? 만나자고 징징거리는 여자 친구가 있나, 밥 먹자고 조르는 여자 친구가 있나, 아니면 영화보자고 연락하는 여자 친구가 있나. 없다. 우리는.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방할 여자 친구가 없다!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최고의 환경이다.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란 말이다. 근데 여기서 “휴일이라 거래처가 쉬어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라고 질문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어리석은 질문이다.


어찌 발전 없이 지금에 안주하려 하는가? 일을 할 수 없다면 공부를 해라. 자기개발 모르는가? 손은 여자 친구 손잡는데 쓸 것인가? 있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손을 놀고만 있게 할 텐가? 커플들은 여자 친구 손을 잡고 쓸 때 없는 시간을 보낼 동안 우리의 손엔 책이 들려있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능률적이고 유익한가? 

이것이 쌓이면 좋은 학업 성적으로 좋은 인사고가로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우리에겐 지금이 기회다. 기억하라. 오늘의 노력은 우리에게 부를 가져다 줄 것이다.




제4절 즐겨라. 게임이 모든 걸 잊게 하리라


게임 좋아하는가? 게임을 좋아한다면 지금 이시기를 놓칠 수 없다. 온라인게임들은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해 선물을 잔뜩 뿌리는 시기다. 우리가 이시기를 놓친다면 얼마나 아쉽겠는가? 생각해보라. 크리스마스 한정 옷을 착용하고 있는 내 캐릭터를 말이다! 


커플들을 보라. 게임을 좋아해도 여자 친구의 눈치 때문에 게임도 맘 놓고 할 수가 없다. 클랜의 명예가 달린 경기에 여자 친구의 전화가 왔다면 자넨 이미 진 것이다. 왜? 적은 벨소리를 듣고 ‘이걸 받아야하나 말아야하나’하고 고민하고 있는 자네를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눈 한번 깜빡인 걸로 승부가 갈리는 판에 그런 고민은 사치다. 이미 정신 상태부터 진 것이다. 

여기서 “저는 온라인게임 안하는데요. 어쩌죠?”라고 질문할 수 있다. 걱정 말라. 세상엔 온라인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원래 대작은 따로 있다. 




우선 시드마이어의 문명을 접해보라. 한 국가를 만들고 원시시대부터 미래시대까지 발전하고 전쟁을 막고 과학과 문화를 높이고 시민의 평화를 지키다보면 이미 새벽이 밝아 오고 있다. 

삼국지의 엔딩을 본적이 있는가? 천하를 얻기 위해 재야에 숨은 인재 찾아 등용하고 촉나라를 치기 위해 위나라와 외교를 하고 유비관우장비의 형제애에 가슴 뭉클해 하라. 시대의 영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삼국지는 최고의 작품이다. 천하가 이미 자네 손에 있다면 26일이 밝아 오고 있을 것이다. 


모험이 필요한가? 오대양을 누비며 동료와 함께하는 모험이 가득한 대항해시대가 있다.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으로, 인도양을 건너 태평양으로, 새로운 마을을 발견해 주둔을 하고 무역을 통해 수익을 올리면 나의 함대는 점점 강해진다. 모험이 가득한 이것을 어찌 포기하겠는가? 전 세계의 숨겨진 보물을 다 찾았다면 크리스마스는 이미 과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대작들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 모두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계속 이 게임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조심해야한다.

커플들의 손엔 연인의 손이 있다고 부러워 말라.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자네의 캐릭터엔 +12검이 들려있을 테니깐. 기억하라. 게임은 모든 것을 잊게 할 것이다.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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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이었을까? 친구한 녀석이 새로 나온 아이폰을 처음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평소 애플사의 아이팟을 애용하던 나는 아이폰이라 하여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단지 아이팟 터치에 전화기 기능을 더한 새로운 제품 정도로 인지하는 정도? 그러나 친구 녀석이 나에게 보여준 다양한 어플들은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도 이랬을까?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 신기함 그 자체였다. 그중 여자 목소리로 대신 욕을 하던 어플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고 재밌었다. 차후 내가 스마트폰을 구입하자마자 가장 먼저 설치한 어플도 그 욕 어플이 었을 정도다. 거기에 지금은 국민 어플이 된 ‘카카오 톡’은 더욱 신기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 어플은 전화번호가 있고 상대방도 이 어플이 있으면 자동으로 친구등록이 되지”라고 설명했다. 정말 신기했다. 내가 친구를 찾아서 친구등록을 할 필요가 없고 전화번호만 있으면 친구추가가 된다니? 이건 영화에서나 될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이용되는 듯했다. 거기에 문자를 보내는 것도 꽁짜라고 하니 스마트폰이 더욱 더 위대해 보였다. 그 외에도 버스의 도착시간이나 컴퓨터 못지않은 게임 퀄리티 등 스마트폰의 매력은 넘쳐흘렀다.


그 매력에 빠져 차후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구입했으나 익히는데 꾀나 고생했다. 나는 지금껏 얼리어답터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신식 전자기기를 다루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조금 달랐다. 

처음 아이폰을 접했을 땐 전화를 끊는 것도, 문자를 쓰는 것도 조차 힘들었다. 더군다나 어플을 받기위한 앱스토어의 가입절차가 뭐 이리 복잡한지 한동안 친구의 아이디를 도용하며 살아가기도 했다.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나이가 들어서 이제는 새로운 것 하나 알아가는 것도 힘든 건가?’였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읽고 이해하는 것이 귀찮았던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스마트폰이 조금 익숙해진 후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일한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별달리 할 것도 없는데 이것저것 보고 먹이를 찾는 승냥이 마냥 앱스토어를 뒤지고 다니고는 했다. 그렇다보니 배터리의 소모량이 엄청나서 항상 방전될까봐 걱정했었다. 그래서 보조 배터리까지 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스마트폰도 그냥 핸드폰이었다.


할 일없으면 들어갔던 앱스토어 덕에 밀리지 않았던 업데이트는 이제는 업데이트 하라고 숫자 뜨는 것조차 귀찮고 무섭다. 심심하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 걸었던 카카오 톡도, 혹시나 방전될까봐 샀던 보조 배터리도 가방 한 켠에서 먼지만 쌓여 가고 있다. 집에 오면 충전해달라고 빨갛게 들어오던 배터리도 80%이상 남아 있을 때도 있고, 가끔씩 바쁠 때면 90%이상 남아있어 다음날까지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남아있고는 한다. 한때는 책을 집어던지고 매달렸던 스마트폰도 시간이 지나자 결국 예전에 사용하던 핸드폰이 됐다. 예전보다 조금 영리한(?) 핸드폰 정도랄까?

이런 스마트폰 마냥 나도 언젠간 나이를 더 먹고 서서히 사람들 관심 밖으로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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