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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22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서울에도 해는 뜬다]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07:15


  남산을 오르는 버스에 있다. 아마 첫차인 듯하다.. 함께 하는 이들은 네다섯명 정도.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창밖만 바라본다.

  아직 주위가 어둡다. 저멀리 도시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여전히 남아있는 가로등 불빛과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아침의 불빛이 교차하고 있다. 어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불빛의 경쟁. 승리자는 없다. 반복만이 있을 뿐...

  그런 날이 있다. 랜덤으로 틀어놓은 노래가 지금 내 상황과 우연히 겹치는 날.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된 듯한,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다.


  슬픔은 날 가로질러 저 멀리 또 흘러가는데
  허무했던 숱한 밤을 지나서
  또 다시 돌아오는 공허한 공기들
  태양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기회는 언제고 반드시 찾아온다 하지만

   

  스위트피의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온다. 위로...그래 나는 남산 위로 간다.



07:35


  주위는 조금 밝아져있다. 해가 뜨는 시간 7시 43분 41초.

  남산에 도착해서 동쪽이 가장 잘보이는 곳을 찾아다녔다. 지금 나는 시야가 트인 비탈길 중간에 서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따뜻한 캔커피를 만진다. 손끝에 전해지는 온기가 긴장을 풀어준다.

  일출을 보려 한다. 동지날을 기점으로 길어지기 해가 보고 싶었다. 지난 밤에 마신 술 때문일 수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생각때문일 수도 있다. 각오를 다지고 싶었나? 이유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 나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

  나는 가장 긴 밤의 끝자락이라는 시간 속에 있다. 산자락이든 도시의 빌딩 사이든 붉은 빛이 내비치면 나는 어떤 시간 속에 있게 될까?


  나는 가장 긴 밤의 한가운데 있다. 

  나는 가장 어두운 밤의 한가운데 있다. 
  그리고 길어지는 태양 앞에 있다.  



08:01


  그저 이쪽이거니 추측할 뿐이다. 거기에는 흘러가는 구름이 있다.

  해는 뜨지 않았다. 아니, 해가 뜨는 것을 보지 못했다. 집을 나설 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올려다 본 하늘에는 전날 눈을 뿌린 구름이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10초의 고민, 그리고 무엇에 이끌린 듯 남산을 향했다. 구름이 걷힐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였는지, 동쪽하늘에 구름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이었는지 알 수 없다. 아무 것도 기대하거나 자신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 구름 뒤 해를 상상한다. 보이는 듯도 하다.



08:49


  버스로 오른 길을 걷는다. 도시의 풍경이 거기에 있다. 아침의 불빛들만이 그곳에 남아있다.

  나는 무얼 한걸까? 평소와 달리 일찍 일어났고, 추운 날씨에 산을 올랐다. 10분 남짓 적당한 장소를 찾았고, 동쪽을 30분 남짓 바라봤다. 길어지는 해는 보지 못하고, 해를 상상했다. 그리고 걷는다.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산을 다 내려오고 큰길로 나섰다. 그 순간 구름 위로 해가 뜨는 것을 본다. 아주 좁은 구름의 틈이다. 그 사이로 해가 보인다. 해를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보고 있지 않아도 태양은 뜬다.'

  해는 다시 구름 아래로 사라졌다.


  

17:12


  카페에 앉아 글을 쓴다. 일몰 시간은 오후 5시 17분 40초다. 오후 내내 나와있던 해는 방금 빌딩숲 아래로 넘어갔다. 5분 뒤면 해의 자취는 아예 사라지고, 가로등 불빛이 위세를 떨칠 것이다. 다시 밤이 된다. 어제보다 1분 정도 짧아진 밤이다.

  

  밤이 되면,

  글은 집어치우고 나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스위트피 - 가장 어두운 밤의 위로

youtu.be/ud71GYV1RhM


 

written by 요리사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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