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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트러스트

[우리집에 왜왔니] 3. 최순우 옛집 눈구경 선생님. 선생님 댁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성북동 길에는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습니다. 밤사이 내린 함박눈으로 번잡했던 서울의 거리가 잠시 고요한 휴식을 누리듯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잠시 끊긴 사이 골목이며 지붕이며 집 앞에 늘어선 자전거와 화분까지 하얀 눈의 손길이 미치지 아니한 곳이 없습니다. 검푸른 밤하늘을 수놓던 수천수만의 하얀 알갱이들이 대지에 내려앉아 온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따라 선생님 댁 뒤뜰의 달 항아리가 떠오르는 것은 텅 빈 밤하늘에 무심히 걸려있는 둥근 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화려하게 몸치장을 하던 대로변의 네온사인과 간판들이었건만 이렇게 자연의 강림 앞에서는 한 낱 어린아이 색칠거리에 불과한 것인가 봅니다. 하늘이 자아낸 천연한 흰 물감을 풀어버리면 순간 그것들은 다시 .. 더보기
엄마, 딸, 손녀 그리고 헌 신 대학로 혜화로터리를 건너 한성대 입구 사거리에 접어들어 좌회전을 받으면 곧장 성북동 길로 이어진다. 사거리 주변에는 과일장수, 과자장수, 떡장수, 김밥장수 누구 할 거 없이 이런저런 상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님들과 흥정을 벌인다. 성북동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오면 오래된 철물점, 문방구, 사진관, 쌀집, 추어탕집이 보이고 그 뒤로 빽빽하게 살림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쪽저쪽에 고등학교, 중학교도 보인다. '서울에 아직도 이런 동네가 있나' 싶을 정도로 7080년대의 냄새가 폴폴나는 그런 동네라고나 할까. 암튼 와보면 '아 여기가 성북동이구나'라는 필이 딱 느껴진다. 중간 쯤 올라오면 큰 길가에 조그마한 구멍가게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매우 올드한 국수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앞 횡단보도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