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동대문 의류 도매상인과 친해졌다. 그에게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듣다보니 이거 나도 한번 시작해볼까 싶다. 물론 초반에 엄청난 대출과 신체적 고통이 있겠지만 감수할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동대문 같은 의류시장은 없다. 동대문시장에서 원단, 부자재부터 완성품까지 한 번에 다 볼 수 있고, 다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지하부터 지상10층 이상에 달하는 패션몰이 몰려있고, 패션몰 매장마다 신상 옷으로 미어터진다. 동남아는 물론이고 유럽까지 소문나서 외국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몰려온다. 매일매일 신제품이 나오는 이곳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동네다.


지금도 잘 되지만 한창 잘되던 80, 90년대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돈을 포대자루에 담아서 집에 가져가면 세어보지도 못하고 다음날까지 쌓아둔다.’ 도매시장은 백 프로 현금장사고 한 번에 한두 벌에서 수백 벌까지 판매하니 잘만하면 캐쉬가 막 들어온다는 거다. 어떤 상인 분은 일마치고 집에 갔는데 호주머니마다 돈뭉치가 꽉꽉 들어차 있었단다. 이거 완전 딴 세상 얘기 아니냐고.


동대문 의류시장은 대부분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상인들도 대부분 20대에서 30대다. 이들은 본인이 옷 디자인에서 생산, 판매까지 다하는 ‘만능인’이다. 물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들이다. 유명 브랜드 옷을 약간 참고하고 거기에 창의성을 가미한다고나 할까? 인기가 예상되는 제품들은 하루만에 만들어 내고는 한다.


이들 중에는 본인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종업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일하지만 점포가 없는 사람들의 최종 목표는 내 점포마련이다. 이곳 도매 쇼핑몰 안 2~3평짜리 매장 한 칸의 권리금은 억대를 호가한다. 좋은 자리는 점주의 마음대로 쫓아내기도 한다. 월세도 매년 올라서 버티기가 점점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점포를 가지려고 하는 건 남다른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입자(옷을 대신 사고 파는 중간업자)가 말하기를


“여기가 밤새고 몸 쓰면서 일해서 막노동 같죠? 이래봬도 여기 알부자들 많아요. 잘되는 점포 하나 가지면 일 년 만에 서울에서 집 사고, 차도 사요. 과장이 아니고 정말 그런 부자들이 있어요.”


입이 떡 벌어진다. 잘된다는 전제하에 일 년만 고생하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거다. 한 번은 친해진 도매상인 가게에서 하룻밤 일을 도운 적이 있다.(사실 나는 도운 거고 그분은 한 번 시켜준거다...) 여하튼 소매점에서 주문 들어온 옷들 포장하는 대만 두 시간 홀딱, 혼자서 하면 서너 시간을 넘기기도 한단다. 그리고 중간 중간 몰려드는 손님들 응대하는 것도 일이다. 


도매 점포는 옷을 입어보는 건 불가능하다. 다들 전문가들이라 걸려있는 모양새만 봐도 다 알더라. 디자인 보고 색상, 사이즈 종류 보고 맘에 들면 바로 사간다. 거래하는데 5분도 안 걸린다. 길어야 10분? 우선 만들어 걸어놓으면 파는 건 금방이다.(디자인이 기본은 된다는 전제 하에!) 소매보다 팔기는 확실히 쉽다.

영업을 마칠 때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상인 분이 나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oo씨, 나 내년에 점포 하나 더 낼 건데, 거기 와서 알바 해! 같이하자, 지금 일 때려 쳐!”

 “그럴까요?? 언제쯤이요?”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인 분 잠시 당황한 것 같다. 웃으면서 “그래그래 여름쯤에~”하는데 나는 예사로 들리지가 않더라. 아직 난 연락을 기다리고 있고 시간은 1년 반이 지났다. 나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고 싶은데, 오랜만에 염치없이 전화 한 번 해야 하나...(물론 함부로 덤볐다가 수억 날린 전설도 있으니까. 함부로 덤비진 맙시다.)


written by 돌고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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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시장에 옷 사러 가보신 분들 많을 거야. 나도 필 꽂히면 밤11시쯤 동네친구 꼬셔서  급 쇼핑 후 새벽에 택시타고 돌아오곤 해. 예전에 동대문 옷이 ‘싸서’ 막 사 입기 좋은 줄 알았는데 가보니 생각보다 비싸서 등 돌린 적 있어. ‘뭐야? 이제 동대문도 돈독이 올랐구만!’ 싶어서 실망 좀 했지. 근데 이래저래 시장에 대해 알게 되고 몇 번의 경험을 해보니 이게 비싼 게 아니구나 싶더라. 그 얘기 좀 해볼까 해.


동대문시장은 도매와 소매로 구역이 나뉘어있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두타, 밀리오레가 있는 곳이 소매야. 도매는 큰 길을 건너면 있는 또 다른 고층빌딩 집결지인데 동대문에서 옷 좀 사 입어 봤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알아. 여기에서는 우선 소매만 얘기 할 거야. 



소매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디자이너’와 ‘사입’매장으로 주인이 직접 디자인을 하는 매장과 도매에서 떼어온 매장을 분류해. 대부분 사입 매장이고 이들 간에는 속도경쟁, 가격경쟁이 심해. 누가 먼저, 혹은 누가 더 저렴하게 파느냐가 승패를 결정하지. 물론 디자이너와 사입 간에도 경쟁은 있어. 

한 번은 디자이너가 매장에 옷을 걸어놨는데 바로 앞 사입 매장에서 똑같은 옷을 팔더래. 어디서 샀느냐며 싸움 나고 난리 났는데 그냥 도매에 있길래 사온 것뿐이라며 사과한마디 없이 옷을 내렸다고 해. 그러나 이미 디자이너는 그 옷의 생명이 끝났다고 하더라. 거기 말고 다른 집에서도 사갔지 않겠냐며.


이곳의 이런 특징을 알고 나면 쇼핑을 하는 게 조금 재밌어져. 디자이너 매장은 ‘디자이너 존’이라고 친절하게 표지판이 붙어있고 표지판이 없는 곳은 그냥 사입 매장이라고 생각하면 될 꺼야. 


우선 디자이너 존의 특징은 패기 넘치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본인들의 디자인을 맘껏 하기 때문에 신선한 맛이 있어. 색상이나 디자인이 화려하고 과감해서 구경만 해도 재미가 쏠쏠하지. 디자이너 의상이기 때문에 원단이나 패턴이 고급이고 옷이 탄탄해. 그 덕에 가격은 조금 놀랄 수 있어. 하지만! 그 속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지. 세일도 은근히 자주하기 때문에 세일 상품을 노리면 백퍼 득템 할 수 있어. 동대문에서 디자이너 샵이 있는 곳은 두타밖에 없으니 두타 1층 몇 군데와 지하1층 한 코너를 찾아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거야.


사입 매장은 도매에서 구매해온 것들이라 매장별로 겹치기도 하고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해. 근데 여기서 잘 알아야 할 건 발품을 파는 만큼 저렴하고 좋은 옷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야. 같은 디자인이어도 소재가 다를 수 있으니까. 사입 매장의 진정한 매력은 찾아보는 재민데 무엇을 찾아보느냐, 바로 백화점표 옷과 유사한 옷을 찾는 거지. 이건 내가 동대문에 자주가게 된 계기이기도 하지.



예전에 한 번 명동 백화점 투어를 한 적이 있어. 아이쇼핑 좀 해볼까 하고 신나게 백화점에 들어섰지. 옷이 아주 예쁘고 탐이 났어. 그러나 옷 가격은 전혀 예쁘지 않더라. 점점 구매의욕이 떨어지며 터덜터덜 돈으로 지친 맘 돈으로 달래보자며 동대문으로 간 거야. 비교적 싸니까 뭔가 하나 건질 수 있을 거라며. 근데 이게 웬일? 백화점에서 내가 눈물 흘리며 등 돌린 옷들이 여기에 고스란~히 걸려 있는 거야! 내 눈을 의심했다 진짜!! 디스플레이까지 비슷해. 백화점을 요기다 옮겨놓은 줄 알았어. 근데 그냥 똑같이 카피면 안 되지. 불법이잖아. 자세히 보니 동대문 옷이 아주 미묘하고 디테일하게 다르더라고. 보면 볼수록 확실히 다르긴 달라. 


튀는 색은 튀지 않게, 장식이 과한 옷은 노말 하게, 전반적으로 부담스러운 옷은 평범하게 바꿔 놨어. 그러면서 특징은 살려뒀어. 게다가 옷의 질이 좋아. 인터넷이랑은 확실히 달라. 가격은 절반! 백화점 옷이 10, 20하면 동대문 옷은 5, 10하는 거지. 그니까 동대문 옷 따지고 보면 아주 비싼 것도 아니야. 다, 생각이 있는 가격이더란 말이지. 잘 생각해봐 여러분. 싸고 실용적인 옷 입을래 비싸고 조심스러운 옷 입을래?


물론 뭐든 비싼 게 제 값 한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돈은 없지만 패셔너블하고 싶은 20대, 저렴하게 여러 벌 갖고 싶은 30대, 질 좋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 찾는 40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동대문도 가끔 들러볼만 하지 않나? 우리 엄마는 센스가 넘쳐서 50대 이지만 여기서 보물을 찾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착장 하셨는데 15만원 들었어. 이만하면 가끔 가볼만 하지 않은가 싶어. 개인의 취향이니까. 





인터넷 옷은 못 믿겠고 백화점 옷은 너무 비싸다 싶은 분들에게 강추~ 옷에 관심 있는 분들! 뉴 시즌에 백화점 들렀다가 동대문 한 번 가보세요. 신세계가 열립니다. 크크크.


Written by 돌고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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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9 00:46 신고

    늘 상 다니는곳이라 포스팅이 새롭게 보입니다.즐거운 주말이 되세요

    • 2013.02.03 13:41

      자주 다니시니까 더 잘아시겠네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크크

  2. 2013.04.12 12:02

    저도 백화점의 사악한 가격때문에
    동대문 쇼핑을 해보고싶은데..
    도매가로 산다는건 불가능 일까요?ㅠㅜ
    동대문 쇼핑을 처음 시작해
    보는거라서 바가지 쓰지는 않을지
    싸게 살수 있을지 걱정되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거든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ㅈ닝

    • 2013.04.15 18:38

      도매가로 사는 분들 종종 있어요. 노련하게 소매상인것 처럼-
      근데 그것도 도매상인분들 다 알면서 팔아주는 거래요 ㅋㅋ
      더 이상 생산안되고 몇 장 안남은 옷은 도매상가에서도 행거에 걸어놓고 따로 팔기도하니까 한 번 도매상가도 둘러보세요.

      하지만 고생하는 도매상인, 소매상인 모두를 생각해서
      책정된 가격으로 사시길 권유드려요!!
      (너무 비싸다 싶으면 조금 깎아달라고 해보세요 한국스타일로 ㅋㅋ)

      그리고 가격이 높다고 생각들지도 몰라요, 인터넷 쇼핑몰에 비해서.
      근데 이건 제 경험상으로도 그렇고, 상인분들도 보증하는 얘긴데
      저렴한 온라인 옷은 오프라인 옷과 질의 차이가 난답니다.
      디자인이 비슷하더라도 원단이나 마무리가 달라요.
      오프라인의 모든 옷이 좋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더 질좋은 옷이 많다는 건 확실하답니담. 그리고 눈으로 보는 것 만큼 정확한게 없어요!

      잘 다니다보면 내 취향에 맞고 가격도 괜찮은 옷 집을 몇 군데 찾으실 거예요. 마음을 활짝열고, 아이쇼핑을 자주자주 가보세요!

  3. 2013.04.12 12:03

    저도 백화점의 사악한 가격때문에
    동대문 쇼핑을 해보고싶은데..
    도매가로 산다는건 불가능 일까요?ㅠㅜ
    동대문 쇼핑을 처음 시작해
    보는거라서 바가지 쓰지는 않을지
    싸게 살수 있을지 걱정되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거든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ㅈ닝

  4. 2014.10.15 01:2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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