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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1 지하철 현장 르포 2. 지옥철의 군상

 

 

현재 시간 저녁 7시 10분. 강남역 2호선은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다. 줄은 스크린 도어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단 끝까지 길게 늘어진다. 퇴근길에 늦게 합류한 사람들은 이 기괴한 ‘놀이기구 행렬’에 긴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러시아워, 버스를 타나 지하철을 타나 꼴은 마찬가지다. 할 수 없이 전쟁같은 사람통에 몸을 맡긴다.

 

취이잉...‘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낭랑한 녹음멘트와 함께 이중으로 된 기계문이 일제히 열린다. 봇물 터지듯 사람들이 우르르 튕겨 나온다. ‘으어어~’, ‘꺅!’ 여기저기서 비명 아닌 비명을 내지르고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더니 곧이어 그 앞으로 ‘모세의 길’이 열린다. 선두는 해병대다. 자신의 몸으로 육탄방어 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을 뚫고 전진한다. 후발대가 착실하게 그 뒤를 따라 붙는다. 행여나 줄이 끊길세라 나오는 사람들 모두 ‘앞으로 밀착’ 형태를 단단히 유지한다.

 

떠난 자들의 빈자리를 기다린 자들이 순식간에 메꿔버린다. 이번 열차에 어떻게든지 몸을 싣고픈 사람들은 까치발로 문끝에 간당간당 매달려 주변 사람들을 거의 포옹하다시피 한다. ‘어서! 제발...!’ 출입문이 닫히기만을 고대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출입문과 스크린 도어가 ‘윙~치킹 윙~치킹’ 소리를 내며 닫힐 듯 말 듯 약만 올린다. 결국 몇 명의 사람들이 열차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선다. 이 정도라면 나는 '세 번째 열차 정도에 몸을 실을 수 있겠구나' 하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세 번째 열차를 탔다. 아니, 밀려들어 왔다. 가만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본다. 빼빼로 통의 초코막대처럼 조금의 여유도 없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신체 부위 중 움직일 수 있는 건 얼굴과 손 뿐. 특히 남자들은 성추행 의혹에 휘말리지 않게 위해 하나같이 ‘가슴 위에 손’을 하고 있다. 모두들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DMB 보는 사람, 카카오톡하는 사람, 쇼핑몰 구경하는 사람, 인터넷 신문 보는 사람, 눈을 감은 채 시끄럽게 헤비메탈 드는 사람, 정말 각양각색이다. 핸드폰이야 말로 이 지옥철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진통제인 것이다.  

 

5년 전 쯤, 어느 시골 마을의 양계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커다란 공간에 형광등 불빛달랑 몇 개 켜져 있는 어두컴컴한 방이었다. 가로세로 약 50cm 정도 되는 수백 개의 철장 속에 수천마리의 닭들이 갇혀있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양계장이 떠나가라 울부짖는다. 때가 되면 물과 모이가 나온다. 먹이를 먹기 위해 이리저리 엉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힘에서 밀린 자는 모이도 거의 먹을 수 없다. 슬슬 미쳐가는 닭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닭의 주인장은 목숨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의 온도와 먹이, 빛 정도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다 탈진하여 죽어버릴 것 같아 보이지만 주인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죽으면 그저 골라내어 폐기할 뿐이다. 슬며시 물어보면 국가에서 정한 최소치 기준만 벗어나지 않으면 그런 것들 따위 전혀 상관없다는 식으로 답한다.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갈 이 훗날의 상품에 영양식품상 가시적인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관계없다는 얘기다.

 

퇴근길 지옥철 안에서 연신 애니팡을 눌러댄다. 동시에 카톡으로 약속을 잡는다. 갓 튀겨낸 치킨에 맥주 거하게 걸친다. 만취해서 집에 돌아온다. 쓰러져 잔다. 천둥 같은 알람소리에 벌떡 잠에서 깬다. 어제 마신 술에 반쯤 취해서는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한다. 오늘도 십분 늦게 나왔다. 망할, 출근길 지옥철이 도착한다. 으쌰으쌰 응원행렬처럼 온 사람들이 철통 안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닌다. 모두들 인상이 꾸겨진다. 열차가 조금 안정되자 다시 애니팡에 빠져든다.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무개념 인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잠복해 있던 경찰들이 수갑을 채워 다음 역에서 끌고 내린다. 지옥철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정상제품들이 온전히 제품 부속코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힘찬’ 하루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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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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