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보면 우아한 옷을 입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고급스런 가방을 멘 여성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컵을 들고 있다. 회사로 가는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지 바쁜 걸음이다. 멀뚱멀뚱 나는 짧은 1초 동안 여자의 스타일을 평가하고 바로 컵으로 눈이 향한다. 자동반사적이다. 스타벅스, 커피빈, 엔젤리너스 등 유명한 커피전문점의 커피인지 아니면 길 다방표 커피인지를 확인한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 해서웨이’가 잘 차려입고 커피를 양손으로 들고 뉴욕 한복판 거리를 걷는 장면은 여성 누구나 꿈꾸는 장면이다. 직업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는 현대여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도 직장에 다니면 꼭 반듯한 옷을 차려입고 커피한 잔을 손에 쥐며 출근해야지 생각했는데, 현실은 사무실에서 잠 쫓기 대용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어쨌든 커피는 현대 여성을 돋보여주는 필수 아이템이자 궁핍함을 보여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러한 커피의 모순적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요즘 한층 연말분위기를 채우기 위해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 한잔을 구입할 때마다 스티커를 준다. 스티커 20장을 채우면 다이어리를 제공한다. 실제로 다이어리의 가격은 스티커 20장을 채우는 것보다 저렴하지만 사람들은 커피 브랜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20장을 빼곡히 채운다. 다이어리를 탐하는 자들은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약속장소를 필사적으로 카페로 추진한다. 


모으는 재미와 붙이는(?) 재미는 마약과도 같아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인터넷 카페에서 스티커가 장당 약 500원~1,000원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까지 나오는 걸까? 그냥 다이어리를 구입하면 될 것을. 사실 나도 길거리에 떨어진 스타벅스 스티커를 주워 모으면서까지 다이어리를 받았다. 


“난 스타벅스 커피가 더 맛있어. 나는 커피빈. 나는 투섬.”, “나는 벤티 싸이즈의 아메리카노를 마셔줘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라며 으스대며 서로 커피 브랜드에 따른 선호도를 자랑하는데, 이것은 브랜드 커피만 마시는 까다로운 여자임을 5분간 보여주는 면이다. 그러면서 비싼 커피를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타는 모습을 보여준다. 커피의 화려함을 택한 대신 지갑의 궁핍함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자기 자동차를 타고 커피를 마시는 진정 커피러버들도 있지만 말이다.


written by 빙구토끼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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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천신만고 끝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손에 쥐었다. 아아...그동안 얼마나 길고 긴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던가! ㅜㅜ 돌이켜보니 12월은 스타벅스 다이어리 스티커 모으기에 정신줄 놨던 달이었다. 오늘의 커피, 아메리카노, 라떼, 비안코, 초콜렛 모카에서부터 프라프치노까지! 스타벅스 메뉴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메뉴를 30일이란 시간 동안 훑어보았던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물론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돈 주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정가 17000원. 그러나 이것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스티커 모으기 대작전'을 통해 이것을 획득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는 총 17개의 스티커를 모아야한다. 주어진 시간은 11월 1일부터 12월 31일 내에 한해서다. 17개의 스티커 가운데에서도 3개는 크리스마스 전용 음료를 마실 때 주는 빨간 스티커이고, 나머지 14개는 일반 음료를 마실 때 주는 하얀 스티커다. 물론 빨간 스티커를 주는 음료는 일반 음료보다 훨씬 비싸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제 값 주고 마실 경우 최소 5만 3000원어치가 넘는 비용이 든다. 하얀 스티커의 일반 음료 중 가장 싼 '오늘의 커피'와 빨간 스티커의 크리스마스 음료 중 제일 저렴한 음료를 샀을 때의 기준이다. 그냥 샀을 때보다 무려 3배 이상의 돈이 든다. 


다이어리를 손에 넣고 싶어하는 층은 2030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주머니가 얇다. 그냥 맨 땅에 헤딩하면 훅 털린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작전이 필요하닷!  


- 작전 하나. 스타벅스 '스티커+1' 마케팅 철저히 활용하기!

12월에 접어들자 여자친구는 나에게 당분간 스타벅스 커피를 최대한 이용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로 날짜별로 바뀌는 '스티커+1' 행사에 관한 내용을 보내주면서, 가급적 이 지침서에 맞게 음료를 마셔줄 것도 함께 부탁했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는 남성인 나로서는 힘이 들었다ㅡㅜ;;; 그 중 기억나는 것만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일반 음료 포함하여 12000원 이상 구입 시 스티커 한장 추가

요게요게 아주 미묘해~~ 둘이 가서 음료 2개를 시키면 12000원에 조금 못 미치는 턱걸이 가격이 나온단 말이다. 스티커를 받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비싼 케잌까지 먹긴 그렇고..... 2000원짜리 쿠키를 하나 사면 오케이! 


2. 두유라떼 마시면 하얀색 스티커 한장 추가에 사이즈 업

우유보다 상대적으로 두유의 단가가 낮다는 점을 공략한 것 같다. 어쨌든 두유를 싫어하지 않는 나로서는 쌩유! 


3. 텀블러에 음료 주문하면 하얀색 스티커 한장 추가 

일회용 컵과 머그잔 사용을 자제하여 비용 감축을 하려는 것 같다. 텀블러 그 까이꺼 들고가기 어려운 거 아니쥐. 이것두 쌩유!


4. 크리스마스 음료시키면 스티커 한장 추가

'비싼 거 맛있으니까 어서 마셔보라'는 소리다. 어차피 스티커로 다이어리 받기로 작정한 거다! 하나 마셔 하나 덜 마시면 되는거다. 이것두 썡유!


5. 스타벅스 전용카드에 30000원 이상 충전시 빨간색 스티커 한장 추가

아...여기서부턴 좀 어렵다. 내가 스벅 전용 매니아가 아니기 때문에 카드까지 사는 건 좀...(긁적긁적). 이건 여자친구의 몫이다. 오래전부터 전용 카드를 사용하면서 '별'을 철저하게 활용했던 여자친구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새해가 되도 그 카드로 먹을 거 어려울 것 없다. 토스! 오케이! 


6. 텀블러 사면 스티커 한장 추가 

아아...이건 나도...여자친구도 부담스럽다. 포기한다;;;




- 작전 둘. 합동 대작전 돌입하기!

이렇게 모아도 사실 다이어리를 받기에는 아직 스티커가 부족하다. 17개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더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같이 모으다 보면 다이어리 하나 받고 끝내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 '희한한 집착성'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내 것도 받아야지 않겠어? 동생껀? 주변 사람들껀? 응???'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뇌 속이 온통 스티커로 뒤덮인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 스티커...여기서부턴 가족, 친구, 친지를 동반한 모든 지구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원기옥도 아니고;;;;; 


1. 스티커 있어?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별 생각없이 스티커만 받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의 지갑을 열어보라! 특히 남자들 지갑! 대부분 카운터에서 '스티커 모으세요?'라는 질문에 어정쩡하게 '아...네' 하면서 그냥 주머니에 넣어두거나 지갑 한 켠에 무심코 끼워두는 사람들을 공략하면 돈 들이지 않고 스티커를 모을 수 있다. 


2. 어? 다이어리 받았어? 남는 거 있어?

이제 막 다이어리 받은 사람들에게 연락이 닿으면 지체없이 물어보라. 반드시 그들도 과욕에 따른 처치곤란의 스티커들이 두 세 개쯤은 남아있다. 그렇게 남은 것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솔로들은 자신의 것만 받으면 그 다음엔 땡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남 줘버리고 만다. 염치는 무슨. 만나서 받아라 ㅋㅋㅋ. 


3. 엄마아빠~~스타벅스에서 모임해요!

요새 엄빠들 모임도 커피숍에서 종종 이루어진다. 난 분명히 봤다. 아줌마 셋이서 스벅 오셔서는 음료만 시키고 스티커는 '아뇨, 됐어요.' 하고 마는 것을...(아...저걸 날 줬다면...아악 ㅠㅠㅠㅠ) 연말에 엄빠들 송년회 정말 많다. 그 중에서 한번쯤은 분명히 커피숍 간다. 많게는 열명씩도 간다구! 사전에 철저히 부모님 교육에 들어가면 된다. 엄빠! 커피숍 가면 꼭 스타벅스로 가요! 그리고 스티커 받아오는 거 잊지 마세요! 



- 작전 셋. '막장의 눈'으로 관찰하기 

연말에 스타벅스에 가서 조용히 주변을 관찰해보라. 모두들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다. 특히 카운터 주변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왜 추운데 2층, 3층 가지 않고 1층에 우글우글 앉아있단 말이냐!!! '막장의 눈'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쥐 후훗. 꼭 이 와중에도 스티커 안 모으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다. 이 사람들 꼭 한 두 개씩 그냥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그냥 스티커를 받은 채 주변 테이블에 올려놓고 횅 가버린다. 이 때를 놓쳐선 안돼!!! 냄새가 폴폴 나는 양반 곁에 웅크리고 있다가 먹이를 놓고 가면 살쾡이처럼 잽싸게 달려가 낚아채버려! 실제로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모아 덕지덕지 더러운 스티커 판을 종업원에게 내민 내 친구도 있다구! 이젠 눈치 염치 코치 다 없는 거야!!! 달려들어!!! 붙여!!!





이렇게 우린 연말에 스타벅스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다이어리도 몇 개 획득했다^^ 그리고 돈도 꽤...썼다^^;;; 이렇게 우린 스타벅스에 '적금'을 들어주었지요 아하하^^;;;;;;;;;



스타벅스가 노리는 것은 단순히 매출 증진이 아니여. 고것은 일차적인 것잉게... 고것보담서도 음료 전체를 한번 쫘악 훑어봐라 그거여! 다 먹다 보면 어케 뒤여? 레시피 고것에 중독이 되어부러~~스벅 커피 하면 딱 혀에서 맴이 돈당께! 스티커를 도구 삼아 사람들의 시각과 미각에 철저하게 '스타벅스' 네 글자를 각인 시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게 뭔줄 알여? 커뮤니티여. 혼자 모으다가는 말짱 거지되부러~~ 주변 사람들 도움이 필요혀~~~ 얼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커뮤티니가 맹글어져써~~! 다이어리 받고 서로들 사진 찍고 페북 올리고 막 이래저래 자랑질들을 혀. 프라다 가방 메고 다니는 것 마냥 '나 스타벅스 다이어리 쓰는 사람잉게 고렇게 아쇼!' 딱 눈도장 찍는겨. 어차피 속에 내용은 거기서 거기여~ 이와 같이 소비자의 브랜드와 디자인의 연중 상용화를 통해 스타벅스 이미지의 지속화를 노린다. 그것은 맨 마지막 장에 붙어 있는 무료 쿠폰 세 장에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언제든 스타벅스에 들러달라는 것이다. 


Written by 장사꾼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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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비싸다, 그리고 맛있다.]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한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렀다. 나는 카라멜 마끼아또,  친구는 프라프치노를 시켰다. 뭔가 입이 심심해서 디저트로 초코 케익도 하나 주문했다. 커피 두 잔에 케잌 하나의 가격은 대략 1만 7천원. 참고로 이날 친구와 먹은 점심은 6천 원짜리 냉면이었다.


나는 대학시절 내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냈다. 단순 서빙이 아니라 직접 커피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래서 커피 맛이라면 간 정도는 제법 볼 줄 안다. 내가 커피 만들던 당시까지만 하더라도(제대 무렵이니 2005년 쯤이다) 커피숍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작은 영세 브랜드가 동네에 몇 군데 있었을 뿐이다. 커피숍을 찾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커피 문화라는 자체가 사실상 전무했던 시절이다. 


2007년, 2008년 쯤 부터였을까.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엔젤리너스, 투썸플레이스 등 유명브랜드 커피숍이 대로변 곳곳에 두각을 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동네 PC방 생겨나듯이 동네 온 천지에 우후죽순 퍼져 나갔다. 동네길 한 구간에 스타벅스만 4곳이 몰려 있는 것도 봤다. ‘이 정도면 경쟁이 아니고 같이 망하자는 건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예상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평일에 가나 주말에 가나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멈출 줄 모르고 전국 각지로 무섭게 번져가는 커피숍 열풍. 이쯤해서 경쟁사를 물리치기 위해 가격을 내리거나 파격적인 혜택을 줄 법도 한데 여전히 그들은 가격에서만큼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 몇 달 사이 모든 유명브랜드 커피숍이 가격을 인상했다. 언론의 공격을 피해갈 수는 없는 법. 공영방송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커피가 이유없이 비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시사프로에서는 커피 원가와 해외 브랜드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커피가격에 거품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적했고, 교양프로그램에서는 각양각색의 커피브랜드를 놓고 브랜드를 뗀 상태에서 맛을 비교하여 사실상 가격과 상관없이 ‘맛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맛의 변별성도 없으면서 브랜드 값만 취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거다. 


이제는 직장인 점심 한 끼보다 프라프치노 한잔이 더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만 되면 커피숍은 직장인들로 늘 북적 북적댄다. 언젠가 스타벅스 50% 할인행사를 했던 날이 생각난다. ‘그래도 비교적 한적한 스벅에 가면 사람들 별로 없겠지?’라는 생각에 직장인이 몰리지 않을 3시쯤을 노리고 버스 타고 시청 쪽 구석탱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나의 엄청난 오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꼬리를 물고 물어 건물 밖까지 이어지고 있는 광경에 그만 넋을 잃었다. 모두들 1시간이건 2시간이건 기다려서 반드시 먹고간다는 그 불타는 의지하나로 한여름의 땡볕을 견디고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기왕에 먹는 거 유명브랜드에서 먹지뭐’ 이런 간단한 생각이었다면 벌써 줄을 이탈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대중이 반드시 브랜드의 품격만을 따져 커피를 마신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각종매체에서의 거듭된 가격 공격, 거품 마케팅의 이슈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타벅스를 찾아간다. ‘퇴근하고 7시 스타벅스에서 만나’, ‘영화보고 스타벅스가서 커피한잔 마실까’, ‘집에 가면서 스타벅스 들러 테이크아웃하자’.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쉽게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왜일까? 왜 스타벅스를 이렇게도 고집하는 걸까? 한방에 정리할 수 있다. 맛있으니까.


스타벅스가 우리 동네에 처음 들어섰을 때, 그리고 친구로부터 스타벅스의 프라프치노가 그렇게 맛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그게 맛있어봐야 커피지 뭐 별거 있겠냐?’ 내심 비웃었다. 하지만 직접 먹고 난 후 사정이 달라졌다. 생각 그 이상으로 너무 맛이 좋았다. 감탄의 감탄을 하면서 ‘그래, 이 정도는 만들어야 마실만하지’라는 맛의 감동이 혀에 각인됐다. 그 후 나는 달달한 게 생각날 때마다 스타벅스를 찾아가 프라프치노를 시켜놓고 천천히 그 맛을 즐기는 취미가 생겼다.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도 각자만의 개성 있는 맛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내 생각과 지인들의 생각을 조합하여 몇 개 회사의 캐릭터를 얘기해보면 이렇다. 




[스타벅스] 거의 다 맛있다. 프라프치노는 기본이고, 한 여름철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원두가 좋고, 맛의 기복이 덜하다. 어떤 메뉴든 레시피가 안정적이어서 일단 길에서 눈에 띄면 들어간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는 핸드드립으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커피빈]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스타벅스보다 낫다는 평이다. 카페모카도 대표적인 심볼이다. 스타벅스의 바닐라라떼를 먹느니 커피빈 카페모카를 마시는 편이 더 낫다는 평도 많다. 


[폴 바셋] 카페라떼는 이 이상으로 맛있을 수 없다. 어떤 레시피를 썼는지 정말 궁금하다.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모두 능가한다. 


[할리스] 커피빈 만큼은 아니지만 카페모카가 꽤 맛있다. 아메리카노도 중상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다. 


[이디야] 역시 카페모카다. 조금 인스턴트한 맛이 나긴 하지만 ‘달달한 어린이 입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투썸 플레이스] 어떤 커피음료든 굉장히 진하다. 카페인 섭취에 역점을 두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싫어한다. 뭣 모르고 에스프레소 시켰다가 호되게 당한 외국인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투썸 커피를 ‘독약커피’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평가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곳이다. 


언젠가, 맥도날드에서 한 때 자사의 2000원 짜리 커피와 유명브랜드 커피를 비교하는 광고를 엄청나게 때린 적이 있다.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해서 햄버거는 입에 대지 않은 채 맨 입으로 한번 마셔봤다. 하하, 맛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보리차도 아니고 숭늉도 아닌 것이 일종의 ‘숭늉커피’ 같았다. ‘구수하다’라는 표현이 딱 맞다. ‘소비자를 물로 아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커피의 수요가 많지 않던 당시에는 그런 가격 마케팅이 일부 먹혀들어가기도 했겠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커피 소비자 역시 바리스타 만큼 맛에 대한 분별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로의 ‘뻥’ 마케팅은 안 통한다는 거다. 





어느 사이 커피 가격을 문제시 삼는 기사와 뉴스들이 하나 둘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대중이 기꺼이 그 가격을 감수하고 먹는데 언론이 가타부타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보다 똑똑한 것은 대중이다.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형 프렌차이즈 가운데에서도 몇 군데는 '최악의 맛‘으로 소문이 난 곳도 있다. 어디 대형뿐이랴. 유명 바리스타가 큰 꿈을 가지고 만든 커피숍들도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 않는 사례들도 즐비하다. 마케팅 면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대중이 원하는 ’보편적인 맛‘의 레시피를 강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물의 포장지도 중요하지만 선물의 내용이 말짱 꽝이면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진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일단 맛이 좋고 볼 일이다.  


Written by 선장 & 선의

Photo by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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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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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4 15:10

    맞아요. 먹는 건 맛이 1번입니다ㅋㅋㅋ 비싼고 맛난 걸 내돈주고 사먹을 때의 쾌감 ㅋㅋㅋ


“야! 진짜 오래간만이다”

 

영풍문고 음반 코너에서 기웃대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반가운 목소리로 어깨를 툭 친다. 돌아보니 노○○형이다. 안본 사이에 몰라보게 살이 빠진 모습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갑게 악수를 나누었다.

 

형과 나는 한 학년에 1반, 반 인원수 30명, 전교생을 합쳐도 180명이 채 되지 않는 사립학교 출신의 동문이다. 당시 방송매체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열린 교육 1세대’다. 형은 ○○국민학교 3회 졸업생, 나는 4회 졸업생이다. 조그마한 건물 한 채에 매일같이 오고가며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함께 생활해 온 까닭에 오늘처럼 서로 갈 길 가다 마추져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그런 정도라 보면 되겠다. 그리고 형과 나는 오랜 시간 같은 동네에 살면서 이곳저곳 골목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럭저럭 인사를 주고받은 전력이 있어 이런 우연찮은 만남도 결코 부담스럽지는 않다.

 

“오랜만에 봤는데 커피라도 한잔 할래?”

평소처럼 그럭저럭 인사를 주고받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오늘은 예외인가보다.

“좋죠. 마침 커피도 땡겼는데!”

곧장 서점 지하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뭐 마실래?, 메뉴 불러. 내가 너한테 얻어먹을 수는 없잖냐”

잘 빠진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돈다. 허허, 그러고 보니 이 정도 얼굴값이면 여자 여럿 따라붙을 상이다. 달걀형 얼굴에 오똑한 콧날, 안정적인 눈매와 시커먼 숯 눈썹에 쌍꺼풀까지 졌다. 머리도 이래저래 잘 만지고, 옷걸이에 옷발도 제법 받네 그려. 살이 쏙 빠지니 새삼스레 그의 외모를 다시 보게 된다.

 

가방 놓고, 짐 놓고 하는 사이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라떼 한잔이 나왔다. 머그잔으로 시킨 걸 보니 금방 헤어질 생각은 아닌 듯싶다.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 넘기기 무섭게 동시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찌찌뽕. 내가 먼저 썰을 풀었다. 전공은 인문학을 했고(어차피 세부전공 이야기해봐야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 재미없는 직업에 염증을 느껴 이탈을 시도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미디엄 수준의 이야기로 그 동안의 라이프 스토리를 노릇노릇 구워줬다.

“그렇지, 우린 부속품이 될 수 없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던진 형의 단호한 한 마디다. (뭐 꼭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형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형 역시도 그 동안의 애환, 방황, 고민의 웅덩이에서 한참을 허우적댔고, 나름대로 그곳에서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는 노력이 역력해 보였다. 그 역력함의 흔적이 눈가에 진 검은 그늘과 빼쪽 마른 형의 몰골에서 드러난다. 우리나라 3대 대학 안에 손꼽히는 그 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취직은 건축회사로 했단다. 그것도 모두가 회피하는 현장직으로 말이다. 이력서를 내다내다 안되다 보니 결국 그 진로를 선택한 모양이다. 뭔가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느낌에 반년도 채우지 않고 사표를 냈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8개월 동안 로스쿨을 준비했는데, 점점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진로와는 맞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고 그의 마지막 무기인 ‘일본어 능통자’로서의 능력을 살려 통번역 대학원 쪽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여자 친구는 있어?”

형의 두 번째 질문이었다.

“예, 있어요.”

물어보는 투가 왠지 모르게 ‘난 없는데 넌 있니?’로 들린다. 역시나 예상은 맞았다.

“야, 그래도 넌 여자 친구 있으니까 살만하겠다. 난 공부한답시고 친구들이랑 다 연락 끊고...그렇다고 집에 자꾸 있기도 미안하고, 그래서 이렇게 학원 끝나면 카페오고, 카페에서 공부하다 또 학원가고 그냥 그렇게 지낸다.”

“그건 맞아요. 저도 여자 친구 없었으면 병원에서 살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에이 그리고 형, 형 정도면 여자가 줄줄이 따라 붙을 것 같은데요. 얼른 여자 친구 만드세요. 제가 어떻게 소개팅 해드려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졌다.

“에이 내가 뭘 딱히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 만들면 뭐하냐. 나중에 자리 잡으면 그 때 가서 만들던지 해야지.”

‘자리 잡으면’이란 if형의 그 말이 비수에 꽂힌다. ‘자리를 잡으면 무엇 무엇을 하겠다’. 어딜 가나 내 또래와 그 주변에서는 남녀누구 구분할 것 없이 사방팔방에서 남발하는 말이다. 무슨 얼마나 대단한 자리가 있길래 우리는 에브리데이 ‘자리를 잡겠다’고 외치는 것인지 이제 뭐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그리고 ‘자리’라는 용어가 아예 우리 88만원 세대의 고정멘트에 녹아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겹친다.

“자리를 잡는다...자리를 잡는 게 뭘까요 형?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자리 찾다가 좋은 거 다 놓치겠다 싶기도 해요. 그래서 전 요새 그냥 자리고 뭐고 다 제쳐두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요.”

씁쓸하게 웃어대니 형도 따라 웃는다.

“그래, 하고 싶은 대로 뭘 하고 사냐?”

“음...일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글도 쓰고 하죠.”

“글? 글은 무슨 글을 쓰는데?”

“그냥 전공 따라 논문도 쓰고요, 지금까지는 논문 위주였죠. 우리 쪽 분야로다가 좀 쓰다가 보니까...근데 공급을 해도 수요가 없으니 휴지조각이랑 다를 바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방향을 좀 틀어서 문화콘텐츠 쪽으로다가...아, 형 로스쿨 준비하셨다면서요? 문화산업이랑 관련해서 법도 좀 아세요? 제가 요번에 그 쪽으로 논문 하나 썼는데.”

논문 얘기에 문화산업이 어쩌구저쩌구 떠들어대니 형의 눈빛이 빛난다.

“논문이면 너 지금 대학원 다니니?”

“졸업은 했구요. 그냥 이젠 실험삼아 반 취미삼아 반 그렇게 논문은 계속 내고 있어요.”

“혹시 그 글 볼 수 있냐?”

마침 가방에 논문 하나 갖고 있었던 게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

“야, 니가 이런 글도 쓰고...이런 일 했구나 너. 고학력자네!”

“석사가 무슨 고학력자인가요. 그냥 어중간한 나부랭이 정도죠. 어디가서 이거 가지고 명함 내밀면 웃어요.”

“야, 그래도 나보다 너가 훨씬 전문적이고 가능성 있어 보인다.”

“전, 형이 더 그래 보이는데요.”

“너 이 책 딱 한 권 갖고 있는 거야?”

“아뇨. 필요하시면 갖고 가세요.”

“야 고맙다. 내가 학원 끝나고 진지하게 한번 읽어볼게. 너 재밌는 일 하는구나.”

“하하, 글쎄요.”

형이 학원 수업이 있다 길래 우리는 곧 잔을 마저 비우고 일어섰다. 영풍문고를 빠져나와 연락처를 주고받는데 형이 무거운 말 한 마디 남긴다.

“야, 이 커피숍 생활도 얼른 때려 치고 싶다.”

“아 그럼요.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형 정도면 분명히 좋은 자리 잡으실 거에요.”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오는데도 눈치 보이고, 학원에 가면 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고, 카페 오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정말 못해먹겠다. 하하, 내가 나중에 자리 잘 잡고 한번 제대로 밥 살게. 아니, 야 술이나 한잔 하자”

“술도 좋죠 형. 조심해서 가세요. 연락드릴께요.”

 

얼마나 외로웠으면 지나가다 마주친 동네 동생을 데려다가 커피 시켜 놓고 이런 얘기를 했을까 싶다. 형이 하루 빨리 커피숍을 벗어나 우뚝 그 ‘자리’에 서기를 바랄 뿐이다. 나 역시 커피숍에 오는 횟수를 줄여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만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 커피숍은 마음과 현실의 도피처가 된 것일까. 


Written by 선장

Painted by 사샤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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