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11.19 바람
  2. 2012.10.22 남자는 집이다
  3. 2012.10.19 사람이 집이다
2013.11.19 02:02

 

 

엄마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우리 집은 방 한 칸, 부엌 하나에 화장실도 딸리지 않은 작은 집이었다. 주인집을 중심으로 세 가구 정도가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었는데 우리 것은 아니었지만 마당에 텃밭도 있는 그런 집이었다.
당시 엄마는 돈벌이가 썩 좋지 않았던 아빠를 대신에 근처의 작은 공장에서 일을 하셨다. 아침이면 가족들의 아침을 다 준비하고 출근을 하셨고, 퇴근 후에는 쉬지도 못하고 저녁을 준비하셨다. 그렇게도 엄마를 부지런히 살게 했던 것은 작은 전셋집이라도 얻기 위해서였고, 그것은 엄마의 작은 바람이기도 했다.
나는 어려 전세와 월세의 차이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우리 집’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살면서 ‘누구누구네 집에 세 들어산다.’라는 말을 종종 듣고는 했는데 이 말이 어렸지만 우리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엄마의 바람은 10년이 지나고서야 이뤄졌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자 근처의 작은 빌라 3층으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엄마의 바람대로 매달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전셋집이었다. 작지만 내방도 생겼고,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책상도 생겼다. 우리 가족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있었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부엌도 있었다. 주인집 아들놈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더 이상 ‘세 들어 산다.’라는 말을 듣지도 않았다. 왜 그리도 엄마가 “전셋집 전셋집”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엄마의 첫 전셋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 집 주변으로 재개발이 결정되면서 다시 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시 집을 얻는 건 쉽지 않았다. 재개발 소식이 동네에 퍼지자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올랐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집과 비슷한 크기의 집을 구하기에는 보증금이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어쩔 수 없이 엄마가 택한 곳은 조금 떨어진 한 빌라의 반지하였다.


반지하였지만 기존의 집과 크기는 비슷했고 건물도 그나마 깨끗한 편이었다. 그러나 반지하는 불편한 점이 참 많았다. 밖에서 집안이 보일까 쉽사리 창문을 열지 못했고, 창문을 연다 해도 창문이 땅에 가깝게 있다 보니 흙먼지가 그대로 창문을 넘어 들어오곤 했다. 그러니 아무리 더워도 창문을 한 뼘 이상 여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베란다도 없어 빨래는 항상 거실에서 말려야했는데 이것도 햇빛이 들어오는 때를 놓치면 잘 마르지 않아 한참을 널어놓아야했다. 비가 오는 날엔 방바닥이 눅눅해져 한여름에도 보일러를 틀어야 할 때도 있었는데 날도 더운데 보일러까지 트니 찜질방이 따로 없었다.


이렇게도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엄마가 이집을 선택했던 이유는 예전처럼 전셋집이었기 때문이었다. 반지하였지만 그래도 전세는 전세였다. 그 점이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는지 이 집에서 엄마는 오랫동안 살았고 덕분에 나도 전학 없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마쳐 대학까지 졸업하게 되었다.
엄마는 원했던 전셋집에 살게 되었지만 내가 대학을 졸업해 첫 번째 직장을 가질 때 까지도 단 한번 쉼 없이 계속 일을 하셨다. 조금은 쉬엄쉬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엄마는 부단히도 열심히 일을 하셨다. 엄마가 일을 멈출 수 없던 것은 전세도 결국은 ‘내 집’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 집도 언제 가는 이사를 가야 한다.”며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내 집’을 갖기 위해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그것은 엄마의 또 다른 바람이었다.


내가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둘 때쯤 엄마는 오랫동안 살았던 반지하에서 조금은 오래된 빌라의 1층 전셋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만 무엇이 부족했는지 엄마는 결국 ‘내 집’을 갖지 못했다. 그래도 엄마는 반지하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셨다.
더 이상 비가와도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됐고, 창문을 활짝 열어도 밖에서 보이지 않았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말릴 수도 있었고, 세탁기를 베란다에 놓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엄마는 세 번째 전셋집으로 이사를 했고, 어느새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셨다.

 

엄마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전셋집을 얻는 것, 그리고 아직 이루지 못한 ‘내 집’을 갖는 것. 어쩌면 처음부터 엄마의 바람은 전셋집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사는 솜씨 없었던 엄마에게 ‘내 집’이란 것은 너무도 큰 바람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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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04:39

 

 

 

대학 졸업 후 쉴 틈도 없이 직장을 얻고, 혹 넘어질까 걱정하며 달리니 벌써 이립(而立)이다. 뜻을 세울 나이라는데 정작 뜻 보다는 항상 주머니에 돈이 떨어질까 걱정하며 살았다. 그러니 정작 결혼은 친구 청첩장에서나 보는 단어이자 의미다.

명절이면 이제 결혼해야지라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에 매번 건조하게 아직 할 것도 많고, 돈도 없고요. 아직 아니에요라고 대답한다. 내가 대답을 하고도 이 아이러니에 웃음이 난다.


결혼은 본디 사랑하는 이성과 평생을 약속하는 성스러운 의식. 이 성스런 의식에 대한 대답에 애인이라는 이성은 빠진 체 돈도 없고요로 대답하다니. 결혼을 위한 가장 우선 조건은 평생을 같이 할 애인 아닌가? 그럼 현재 만나는 사람이 없는 내 답도 애인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답이 맞는 거다. 내 답대로 해석하자면 나는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는 거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여자를 만날 수 있어. 근데 이 아이러니한 돈이 없어 결혼을 못 한다라는 대답에 반론을 재기할 30대 미혼 남자들이 몇이나 될까? 구역질나는 현 사회 상태에 대해 분하고 열 받지만 나도, 결혼을 못한 수많은 30대 남자들도 수긍한다.


결혼에 돈이 필요한 것은 예식도 그렇지만 남자는 을 장만해야한다. 이 거지같은 공식이 언제부터 우리사회에 깊게 뿌리 박혔는지는 나도, 우리 엄마도 모르겠지만 남자는 집을 장만해야한단다.

어르신들 이야기로는 단칸방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얻으면 된다고 한다. 참 바보 같을 정도로 훌륭한 말이다. 이 대답에 나는 훌륭히 대답할 수 있다. 그런 여자는 이미 한참 전에 나보다 더 능력 있고 잘생긴 녀석과 결혼 했을 것이라고. 그럼 전세로 시작해보자.


전세? 대한민국 땅 덩어리가 좆만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도권 웬만한 아파트 전세 값은 억대다. . 무슨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단위다. 그럼 내가 지금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인가? 차라리 주인공이라면 어떻게는 드래곤을 쳐 잡아 억을 얻어 결혼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판타지 소설에서 나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냥 평범한 판타지 속 작은 마을의 여관집 아들, 무기상, 아이템상의 아들일 뿐이다. 판타지 속이라도 나는 을 얻을 수 없다.


남자는 집이다. 남자가 집을 얻지 못하면 결혼도 못한다. 너무 자학적이고 비관적이라고? 근데 좆같이도 사실 아닌가? “미안해. 나는 아직 돈을 많이 모으지 못해 아파트 전세는커녕 작은 단칸방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아라고 말하면 여자가 괜찮아. 함께 벌어서 마련하면 되지. 우리가 사랑하는데 집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대답해 줄 것 같은가? 군대서 읽은 워크 투 리멤버(Walk to Remember)에서나 나올 듯한 대사다.


대학 시절로 가 나는 대학 학비를 어머니께서 부지런히 일을 해 마련해 주셨다. 그 큰 자혜로운 희생 덕에 나는 졸업 후에도 빚은 없었다. 그러지 않은, 혹은 못한 많은 주변 친구들은 알바를 해서 학비를 벌었을까? 아니다. 대부분 학자금 대출을 통해 등록금 및 학비를 마련했고 정작 알바를 통해서는 개인의 용돈 정도를 썼다.

대학 등록금은 방학을 통해서도 마련할 수 없다. 휴학을 해 학비를 마련하지 않는한 불가능하다. 시간당 오천원도 안 되는 알바비 받으며 500만원이나 되는 학비를 마련한다고? 방학기간인 3개월 동안에 500만원을 버는 곳이라면 나는 대학 때려치우고 지금 그곳에서 일을 했을 거다.


졸업 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직장인이 된 학생은 몇 년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땅만 보며 달린다. 그리고 허리 좀 피고 하늘 좀 바라볼 때쯤이면 서른, 결혼할 나이. 모아 논 돈 따위는 없다. 근데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기위해 집을 마련해야한다. 그래서 다시 은행을 찾아간다.

융자와 대출을 끼고 집을 얻는다. 남자는 작은 사회라 불리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빚을 지고, 진짜 사회에 나와 부단히도 아끼고 졸라매 빚을 갚고, 2의 인생이라 불리는 결혼을 하면서 다시 빚을 진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다니려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집을 갖기 위해선 빚을 져야한다. 학비를 부모님이 내 주시는 것처럼, 집도 부모님이 해결해 주시지 않으면 30대에 집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빚을 내는 것이다.


대학생이 알바로 학비를 마련할 수 없듯이 직장인도 월급을 모아 집을 마련할 수 없다. 역겹게도 대한민국이라는 판타지 속에서는 말이다.


written by 저격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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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9 03:41


나의 큰집, 큰아빠 큰엄마가 계신 큰집은 대전 석교동에 있다. 마당이 멋들어지게 자리 잡고 있으며 드라마에서나 올 법한 멋진 이층집이었다. 나무 바닥으로 되어있던 넓은 거실은 한 발, 한 발 내 걸을 때마다 삐걱삐걱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는 했다. 내 방하나 없던 작은 집에 살았던 나에겐 큰집은 나에게 정말 큰집답게 커다란 집이었다. 이런 큰집은 갈 때마다 놀이터였다. 특히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던 큰집은 나에게 보물창고였다.


자상하셨던 큰엄마는 항상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셨는데 흡사 일본식 가옥처럼 너무 과하진 않았지만 절제가 있었던 그런 품위 있는 정원이었다. 이런 정원의 식물들을 신기해하며 바라보기도, 마당의 강아지와도 함께 뛰놀았다.


거실에서 이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한발 한발 옮길 때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날 설레게 했다. 물론 이층엔 세를 주어 다른 세대가 살아 끝까지 올라가보진 못했다. 그래서 더 궁금해 했던 거 같다.


넓은 거실에 장식되어 있던 수석들은 항상 빛이 났다. 그중 동물모양을 닮았었던 수석들은 나의 장난감이 되었고, 거실은 세렝게티가 됐다. 출판사에 근무하시던 큰아빠 덕에 집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는데 이런 책을 몇 개 들고 나와 윤이 반질반질 나는 나무거실에 앉아 읽으면 거실은 오래된 도서관이 됐다. 조금은 낡았을 지도 모를 집이었지만 워낙 꼼꼼하셨던 큰엄마는 이 집을 품위 있는 보물창고로 만들어 놓으셨다. 멋진 고성 같이.

 

콩알만 한 키에서 대한민국 남자 평균키를 넘겼을 때 큰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남겨진 집은 사촌형과 큰아버지께서 계속 사셨다. 그 집에서 바뀐 건 큰어머니가 안 계신 것뿐이었다.


내가 호기어린 20대를 넘어 능글맞은 30대가 되었을 때 나의 고성 같고 보물창고였던 큰집은 고성은커녕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가 되어갔다.


품위 있던 정원의 풀과 나무들은 모두 말라 죽어 얼마 전에 모두 잘라냈다. 하얀 흙만을 드러낸 채 정원은 사막이 되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온갖 집안의 안 쓰는 물건으로 채워져 한 계단 오르기도 힘들었고 기분 좋은 소리를 냈던 나무 거실은 윤기를 잃어 낡은 나무 판때기를 깔아 놓은 거 같았다.


거실의 수석들은 빛을 잃어 수석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울 정도로 돌덩이가 되어버렸고 처치 곤란으로 남았다. 집은 흡사 폐허 같았다.


큰집에서 바뀐 것이라곤 큰어머니가 안 계신 것뿐이었다. 그렇게 집을 아끼고 가꾸셨던 큰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집도 죽었다. 집의 주인은 있지만 집의 실질적 주인은 큰어머니였던 것이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니께 전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어차피 돌려줄 돈인데 전세는 왜 주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집을 혼자 그냥두면 죽기 때문에 사람을 들이는 것이란다.”라고 하셨다. 물론 어린 나는 이해 못할 말이었다. 집이 죽는 다는 것이.


사람이 곧 집이고 집이 곧 사람이었다. 사람도 혼자 못살 듯이 집도 혼자 살 수 없었다. 큰어머니 애정과 사랑을 잃은 큰집은 지금도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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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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