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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31 새해맞이 해돋이- 동해 추암마을을 가다.



[새해맞이 해돋이- 동해 추암마을을 가다] 


정동진보다 더 빨리 해가 뜬다고 하는 동해의 작은 마을 추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이곳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4시가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육지에 발을 내딛으니 온통 캄캄한 가운데 세찬 파도소리만 사방에서 들려온다. 아무도 없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니 사람들이 많이 없을 거에요.” 


레나스(의사 겸 항해사)의 말이 맞았다. 해는 7시가 넘어야 뜬다고 했다. 그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요리사는 체력이 철철 흐르는지 벌써 배에서 내렸다.  


“선장! 이제 일어나요! 하늘이 열리는 시간이 다 됐어요!”





으음? 레나스가 어깨를 툭툭 친다. 졸린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하늘이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눈깨비처럼 갑작스레 쏟아지는 빗방울에 동해바다의 일출구경에 불안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삼십 여분을 넘기니 어느 새 비는 잠잠해지고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희미한 빛이 틈새를 벌려가며 한 뼘 한 뼘 번져 나아가고 있었다. 에메랄드 바다 위에 청아한 구름이 이리저리 뒤섞여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무색케 했다. 그 속에서 불타오를 그 강렬한 햇덩어리를 모두가 고대하고 있다. 좀 더 해를 멋지게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요리사가 말했다. 레나스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나무계단을 오르고 올라 절벽에 이르니 고고한 소나무 숲이 장광하게 펼쳐친다. 나무 사이사이로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바닷물과 기괴한 바윗덩이들이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소나무 숲을 지나 다음 풍경의 계단으로 오르는 순간,


아. 하고 탄성을 지른다. 




수평선 저 너머에서부터 시퍼런 물결이 바다를 가르며 겹겹이 몰려온다. 쉴새없이 바위들을 몰아친다. 바위와 절벽마디마디에 세월이 흔적이 구구절절하게 묻어있다. ‘어디 와 볼테면 얼마든지 와보라’ 하는 듯. 모두들 초연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바다와 꼿꼿하게 싸우고 있다. 파도와 파도가 만나 부딪히는 곳, 파도와 바위가 만나 깨어지는 곳. 좌르르 쏟아진 물결의 파동이 새하얀 거품으로 일고 일어나 당장이라도 내 눈 앞에 떨어질 것만 같다. 기상찬 바람을 이겨내며 천지의 변화를 굽어보는 그야말로 단번에 눈맛이 후련해지는 호쾌한 기분에 젖고 만다. 동해의 겨울 파도란 이런 것이구나. 사나이의 거침없는 기상이고 힘찬 기백이구나. 





그리고 마침내 촛대바위에 오르는 순간, 하늘은 이내 붉게 잠기고 만다. 신비로운 바다새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촛대의 끝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세상의 점화를 알린다. 이렇게 2012년 마지막 아침의 경종이 울린다. 한참동안 넋을 잃고 절경 속에 피어난 해돋이의 광경을 바라본다. 밀려오는 흥에 못이겨 ‘와~~’ 하고 소리 한번 내질렀다. 그래, 2013년 이겨보자! 맞더라도, 주저앉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자! 





절벽의 계단에서 내려왔을 무렵, 이미 온 세상이 빛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찬란한 해오름과 마주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조금 더 꽉 쥔 주먹손으로 오겠노라고 이곳과 마음의 약속을 했다.  





곧이어 요리사가 아침 준비로 바빠졌다. 아침은 일명 해돋이라면. 휴대용 가스렌지에 불 붙이고, 냄비에 물을 올린다. 물이 끓을 때쯤, 삼양라면에 햄과 참치를 함께 곁들여 넣는다.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해돋이면의 스멜이 시장기를 자극한다. 여기서 잠깐. 술이 빠질 수야 없지. 항해사인 레나스를 제외하고, 요리사와 나는 카스 캔을 촤악 까서는 ‘위하여!’를 힘껏 외치며 두둑한 라면식사에 신명을 더했다. 그 때의 맛은, 도저히 표현 불가능이다. 위대한 마무리였다. 


이천십삼년. 해적단 멤버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 것이다. 힘내자! 



Written & Photo by 선장, 선의, 요리사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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