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현장 르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1.11 지하철 현장 르포 2. 지옥철의 군상
  2. 2012.12.03 지하철 현장 르포 1. '공'과 '사'의 구분

 

 

현재 시간 저녁 7시 10분. 강남역 2호선은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다. 줄은 스크린 도어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단 끝까지 길게 늘어진다. 퇴근길에 늦게 합류한 사람들은 이 기괴한 ‘놀이기구 행렬’에 긴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러시아워, 버스를 타나 지하철을 타나 꼴은 마찬가지다. 할 수 없이 전쟁같은 사람통에 몸을 맡긴다.

 

취이잉...‘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낭랑한 녹음멘트와 함께 이중으로 된 기계문이 일제히 열린다. 봇물 터지듯 사람들이 우르르 튕겨 나온다. ‘으어어~’, ‘꺅!’ 여기저기서 비명 아닌 비명을 내지르고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더니 곧이어 그 앞으로 ‘모세의 길’이 열린다. 선두는 해병대다. 자신의 몸으로 육탄방어 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을 뚫고 전진한다. 후발대가 착실하게 그 뒤를 따라 붙는다. 행여나 줄이 끊길세라 나오는 사람들 모두 ‘앞으로 밀착’ 형태를 단단히 유지한다.

 

떠난 자들의 빈자리를 기다린 자들이 순식간에 메꿔버린다. 이번 열차에 어떻게든지 몸을 싣고픈 사람들은 까치발로 문끝에 간당간당 매달려 주변 사람들을 거의 포옹하다시피 한다. ‘어서! 제발...!’ 출입문이 닫히기만을 고대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출입문과 스크린 도어가 ‘윙~치킹 윙~치킹’ 소리를 내며 닫힐 듯 말 듯 약만 올린다. 결국 몇 명의 사람들이 열차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선다. 이 정도라면 나는 '세 번째 열차 정도에 몸을 실을 수 있겠구나' 하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세 번째 열차를 탔다. 아니, 밀려들어 왔다. 가만히 주변 사람들을 둘러본다. 빼빼로 통의 초코막대처럼 조금의 여유도 없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신체 부위 중 움직일 수 있는 건 얼굴과 손 뿐. 특히 남자들은 성추행 의혹에 휘말리지 않게 위해 하나같이 ‘가슴 위에 손’을 하고 있다. 모두들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DMB 보는 사람, 카카오톡하는 사람, 쇼핑몰 구경하는 사람, 인터넷 신문 보는 사람, 눈을 감은 채 시끄럽게 헤비메탈 드는 사람, 정말 각양각색이다. 핸드폰이야 말로 이 지옥철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진통제인 것이다.  

 

5년 전 쯤, 어느 시골 마을의 양계장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커다란 공간에 형광등 불빛달랑 몇 개 켜져 있는 어두컴컴한 방이었다. 가로세로 약 50cm 정도 되는 수백 개의 철장 속에 수천마리의 닭들이 갇혀있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양계장이 떠나가라 울부짖는다. 때가 되면 물과 모이가 나온다. 먹이를 먹기 위해 이리저리 엉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힘에서 밀린 자는 모이도 거의 먹을 수 없다. 슬슬 미쳐가는 닭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닭의 주인장은 목숨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의 온도와 먹이, 빛 정도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다 탈진하여 죽어버릴 것 같아 보이지만 주인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죽으면 그저 골라내어 폐기할 뿐이다. 슬며시 물어보면 국가에서 정한 최소치 기준만 벗어나지 않으면 그런 것들 따위 전혀 상관없다는 식으로 답한다.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갈 이 훗날의 상품에 영양식품상 가시적인 문제만 발생하지 않으면 관계없다는 얘기다.

 

퇴근길 지옥철 안에서 연신 애니팡을 눌러댄다. 동시에 카톡으로 약속을 잡는다. 갓 튀겨낸 치킨에 맥주 거하게 걸친다. 만취해서 집에 돌아온다. 쓰러져 잔다. 천둥 같은 알람소리에 벌떡 잠에서 깬다. 어제 마신 술에 반쯤 취해서는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한다. 오늘도 십분 늦게 나왔다. 망할, 출근길 지옥철이 도착한다. 으쌰으쌰 응원행렬처럼 온 사람들이 철통 안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닌다. 모두들 인상이 꾸겨진다. 열차가 조금 안정되자 다시 애니팡에 빠져든다.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무개념 인간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잠복해 있던 경찰들이 수갑을 채워 다음 역에서 끌고 내린다. 지옥철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정상제품들이 온전히 제품 부속코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힘찬’ 하루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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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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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다] '사'가 '공'을 이기다. 

4호선 당고개행 열차에 중년 남자 넷에 여자 한 분이 지하철에 들어섰다. 족히 50대가 넘어보이는 분들로, 동창모임인지 굉장히 시끌법적하다. 노약자석칸을 모두 점령했다. 껄껄대며 뭐라뭐라 고래고래 큰 소리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10대 무개념 청소년 무리처럼 장난식으로 욕을 주고받더니 급기야는 남자 대 남자 시비로 이어진다. 지하철에 스피커를 달아놓은냥 쩌렁쩌렁 울린다. 여자까지 나서서 말리지만 어림도 없다. 불쾌해진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리고 옆칸으로 옮겨간다.


멱살을 잡고 싸우기 직전, 한 사람이 제대로 약점 잡혔다. 공격자가 친구 체육교사라는 점을 이용, 대중에게 '이놈이 체육교산데 이렇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욕을 한다. 체육교사 친구가 그때서야 흠칫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를 부득부득갈지만 몸짓은 좀전같지 않다. 교사는 상대 친구에 대해 사회적 지위로 공격할 건덕지가 없는지 딱히 그에 맞는 대응은 못하고 "으이구, 띠띠자식 너!!!"만 반복비트로 돌린다. 그리고 사람들이 혹여나 자신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담고 있는지 예의주시한다.

상대는 '너 이 놈 잘 걸렸다' 쾌재를 부르며 "여러분! 이 체육 교사라는 인간이 자기보고 양아치니까 덤벼보랍니다. 덤벼! 한판뜨자 여기서! 이 띠띠띠야!!! 예라이 이 띠띠띠야! 하하나원참!" 반복비트를 돌린다. 이제는 여유롭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치려면 쳐보라는 식의 느긋한 제스처를 취해보이며 싱긋 웃기까지 한다.

친구들이 뜯어 말리고 말려 결국 약 올리는 친구를 질질끌고 먼저 하차한다. 교사는 못내 찝찝한 듯 내리지는 못하고 결국 노약자석에 다시 주저앉아 씩씩댄다. 몇 분 가지 않아 서서히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실례가 많았습니다!" 큰 목소리로 90도로 허리숙여 사죄의 인사를 한다. 이쪽 저쪽에서 "그러게 죄송할 짓을 왜 해요!", "나이 먹고 왜 저래 쯧쯧...", "아 그냥 내려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어른들 세계의 최대 공격 포인트는 갈등이 생겼을 때 상대의 공적, 사회적 지위를 대중에 노출시켜 전의를 상실케 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소식이라면 나누어 갖는 한국사회에서는 매우 유효한 전략이다. 단순한 싸움 하나가 일단 SNS에 번지면 입소문으로 이야기에 살이 붙고 붙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설화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그의 신변과 가족의 안위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공인인 그는 그게 가장 두려웠던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리다] '공'이 '사'를 이기다. 

안국역 지하철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나가는 출구길목에 무려 네 명의 거지가 앉아있다. 가장 안쪽의 거지는 할아버지다. 선비처럼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렸다. 낡은 베낭과 몇 개의 비닐봉지, 여정에 필요한 지팡이도 있다. 통조림 철통 하나를 덩그러니 던져두고 느긋하게 깍지를 끼고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구걸보다는 노숙에 비중을 뒀다. 


두 번째 거지는 50대가 좀 넘어보이는 중년 남자다. 옷으로 온 바닥을 휘젓고 다녔는지 지하철 바닥과 옷 색깔이 비슷해졌다. 사람이라기보다 조형물 같다. 모자를 벗어 사람들에게 "도와주세요~도와주세요~"를 계속 외친다. 그러나 구호소리가 절실해 보이진 않는다. 대충대충 한다. 쓸쓸하게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간다. 


세 번째 거지는 할머니다. 상대적으로 바깥에 앉아있어 추울 법도 하다. 두터운 외투에 모자를 꾹 눌러 쓴 채 잠이 들었다. 작고 하얀 그릇 하나만 갖고 나왔다. 동전 500원짜리 한 개, 백 원 짜리 한 개만 덩그러니 들어있다. 


마지막 거지는 비교적 젊어보이는 중년 남자다. 공장에서 입을 법한 엔지니어 작업복을 입고 있다. 원래 직업이 그것인지, 아니면 어디서 주워입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엄동설한의 바깥쪽 계단에 착 엎드려서는 두 손을 정성스레 모아 하늘로 치켜 올렸다. 그러나 그의 손에 올려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칼바람이 쌩쌩분다. 언제까지 저 자세로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들 모두 12월 대목을 알고 있고 이곳에 모였다. 그리고 인사동에서 삼청동을 오가는 사람들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 길목에 네 명은 너무 많다. 이래서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기 어렵다. '고객'은 누굴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제각기 다른 포즈와 다른 옷을 입고 있어도 대중의 입장에서는 변별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부랑자건 노숙자건 거지건 사기꾼이건 알길이 없다. 육해공 군인이 휴가 때 모두 군복에 칼 다리미질로 말끔히 다려입고 나와도 대중의 눈에는 그냥 '군인' 두 글자로 통하는 것과 같다.  


결국 사람들은 맨 끝자락에 서서 종을 흔들고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공인구호기관의 구세군 함에 지폐를 넣는다. 지금은 불경기다. 두 번 돈을 넣지 않는다. 경쟁이 아니라 공멸이다. 


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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