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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5 지구 멸망과 동지 팥죽의 관계

[주방에서] 지구 멸망과 동지 팥죽의 관계


1221? 세상이 망하는 날이잖아. 지구 종말, 마야사람들 똑똑해요. 진짜로 멸망할거야? 사과를 심을까? 여긴 배잖아. 그럼 배를 심어야지.”

 

요리사가 불안해하네요. 선장이라는 사람이 한소리 하니 요리사가 아까부터 저러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은 요리사에게 밥 얻어먹기 힘들 수도 있겠어요. 나쁜 선장 같으니라고.

 

2012 1221일이 무슨 날인줄 알아?

 

선장이 이렇게 말했는데요. 그날에 요리사에게 무슨 큰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걱정입니다. 요리사가 없어지면 제가 굶어 죽을 수도 있거든요.

 

옆에서 숙취를 이기기 위해(?) 해장술을 마시고 있던 선의가 끙끙거리면서 물어보네요. 그리고 선장은 대답을 하고요.

 

선의 선장이 지구 멸망 같은 거 기다릴 사람 같지는 않고. 그럼 20121221, 그날이 무슨 날인데요?”

 

선장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 팥죽 먹는 날!!!!

 

선의 맞다. 그날이 동지(冬至)군요. 그래서 아까 요리사한테 팥을 씻으라고 했군요. 그런데 의미심장하네. 지구 종말과 해가 가장 짧은 날이라. 뭔가 연관이 있나 봐요?

 

 저는 치즈 먹는 것을 그만두고 싱크대에 있는 요리사를 봤어요. 아까부터 달콤한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더라니, 팥죽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지만 굉장히 맛있을 것 같아요. 제가 그러거나 말거나 둘은 대화를 계속 합니다. 누구보고 들으라는 건지.

 

선장 동지를 한해의 끝으로 보기도 해. 해가 가장 짧은 날이니까.”

 

선의 , 그래서 마야사람들이 그 날을 지구 멸망의 날로 생각했던 거군요. 어둠이 제일 긴 날이니 그럴 법도 하네요.”

 

선장 부활에 더 의미를 두지 않았을까? 해가 가장 짧다는 것은 다시 길어진다는 말이니까. 크리스마스가 말야, 크리스마스랑 동지랑 며칠 차이 안 나잖아, 원래는 페르시아, 유럽 등지에서 태양신, 농경신 등을 기리는 축일이었다고 해. 말하자면 태양의 생일이라는 거지. 나중에 예수의 생일이라는 의미가 덧씌워진 거거든.”

 

선의 그러면 왜 사람들은 마야 사람들이 지구 멸망을 예언했다고 하는 거죠? 선장 말대로 라면 1221일은 멸망의 걱정하는 날이 아니라 시작을 축하하는 날이잖아요. 새해처럼

 

선장 지금 마야에서 지구멸망을 예언 했니 어쩌니 하는데 사실 그건 다 구라야. 마야사람들은 멸망을 예언한 게 아니야. 그냥 자기들이 쓸 달력을 20121221일까지만 만들었던 거지. 달력 만드는데 93일까지 만들겠어? 아니면 한해 넘어가서 112일까지 만들겠어? 12 31일까지 만들지. 마야에서는 20121221, 올해 동짓날이 자기들이 생각하는 한 시대의 마지막 날인거야. 그리고 새 시대의 시작이기도 하고.

 

선의 . 기술력이 대단하네요. 몇 백 년 뒤 태양 위치도 계산하고. 그래도 이상하네요. 왜 굳이 2012년인 거죠. 2013년도 아닌.”

 

선장 마야 사람들 기준으로 한 시대가 5125년 정도였다고 해. 세상이 창조된 날, 즉 한 시대의 시작부터 5125년이 흐른 날이 바로 서기로 20121221일인거지.

 

선의 , 1365일도 길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그쪽은 말하자면 1년이 5125년이라는 말이군요. 그 사람들은 정말 엄청나게 긴 세월을 생각하는 사람들이군요.”

 

선장 우리가 새해부터 새 달력을 쓰는 것처럼 마야 사람들도 그때부터 새로운 달력을 쓰려고 했겠지. 500년 뒤의 달력을 뭐 하러 미리 만들겠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선의 . 말하자면 내년에 한글날이 휴일인지 아닌지 확정되지 않아서 달력제작업자가 2013년 달력을 늦게 인쇄하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선장 오 괜찮은 비유. 마야문명이 침략자들을 물리쳤다면 올해부터 새로운 달력을 만들어 사람들한테 나눠준다고 부산을 떨었겠지. 아니면 기존에 쓰던 달력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마야달력은 해, , 행성의 운행을 모두 고려해서 만들었다고 하자나. 그러니까 마야사람들은 5125년마다 정확히 반복되는 천체운행의 비밀을 알았던 거지. 믿거나 말거나.”

 

선의 쓸 자리가 모자랐을 수도 있겠네요. 아쉽네요. 마야문명이 남아있었으면 5125년 만에 오는 새 시대를 맞이하는 축제를 크게 했을 텐데. 우리도 가서 신년음식 먹으면서 축제를 즐겼을 거고, 술도 먹고......아침 먹고 술, 점심 먹고 술, 저녁 먹고 술, 창문을 열어보니 술이 오네요. 술고래 세 마리가 비틀거리는데 아이구 좋아라 술꾸러기.”


선장 그놈의 술타령 그만 해라. 안 그래도 우리끼리 동짓날 축제라도 벌이자고 하던 참이었어. 팥죽도 먹고, 선의가 좋아하는 술도 먹고. 그만 둘까보다.”

 

선의 반드시 해야해요. 술 때문이 아니라 마야인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술을 먹, 아니 축제를 해야 해요. 그들이 못다한 축제를......”

 

선장 어쩌다보니 마야 이야기만 길게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동지를 한해의 시작으로 생각하기도 했어.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부르고, 동짓날에 다음해 달력을 나눠주기도 했대. 떡국같은 새해음식인 팥죽도 쑤어먹고. 팥죽은 겨우내 허해진 기운을 보충해준대. 또 팥죽이 악귀를 쫓아서 죽음이나 나쁜 일도 예방 한다고 하고.”

 

지루한 연극 같은 대화를 이제야 끝났어요. 누가 쓴 대본인지 진짜 연극이었으면 망했을 걸요. 적어도 저는 저런 이야기에 관심 없거든요. 팥죽이라는 음식에는 조금 관심이 가지만요. 이때 지금까지 말이 없던 요리사가 입을 열었어요. 


요리사 그럼. 팥죽 먹으면 지구 멸망 안 해? 안 죽는 거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선장이 대답합니다.

 

선장 그래그래. 팥죽 먹으면 안 죽어. 다 살아. 멸망 안 해.”

 

요리사 신난다. 팥죽 만들어야지. 1221일은 팥죽 먹는 날이다!!!

 

선장 그래그래. 1221일은 멸망하는 날도, 해가 가장 짧은 날도, 동지도 아니다. 그냥 팥죽 먹는 날이야. 팥죽 먹는 날.”

 

착한요리사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 저녁은 거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장과 선의가 계속 말을 합니다. 저는 관심 없지만요.

 

선의 그나저나 마야사람들 말대로 새시대가 왔으면 좋겠어요.”

 

선장 제발 좀 왔으면 좋겠어. 우리 해적질도 좀 잘되고.”

 

선의 1221일에 다 같이 해 뜨는 거 봐요. 다시 길어지는 태양 보면서 술이나 마시죠. 맛나게.”

 

선장 새시대의 태양이라. 좋지."


요리사가 커다란 솥에 무언가를 끓이고 있어요. 아마도 저게 팥죽이라는 건가 봅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리고, 달콤한 냄새가 나네요. 배가 고프네요. 조용히 있던 앵무새가 크게 울음소리를 냅니다. 앵무새도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빨리 요리사가 팥죽을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Fin-

 

Written by 주방의 새앙쥐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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