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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시대의 해적이다

[힐링 클래식]1.아침엔 멘델스존을 들어라 MENDELSSOHN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두 개의 소나타: 2 Sonata for Cello and Fortepiano] 누군가의 음악을 들을 때 나는 ‘그 사람의 기운을 받는다’는 말을 즐겨 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음악에는 그 사람의 인생관과 열정, 기쁨, 슬픔, 고뇌, 좌절, 초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것은 음악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매일같이 아침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컴퓨터를 두드리고, 서류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쓰는 동안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켜고, 온 몸에 잉크를 묻혀가며 악보를 썼다. 평생을 그렇게 말이다. 그들이 마신 수천 잔의 커피, 숨소리, 움켜쥔 머리칼, 환희에 찬 손.. 더보기
여행비둘기,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 여행비둘기를 아시나요? 여행+비둘기, 꽤 훌륭한 닉네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여행하는 비둘기라...제가 생각해도 꽤 로맨틱한 단어조합이네요. 그런데 아쉽게도 여행비둘기는 닉네임이 아닙니다. 중앙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동부에 사는 철새 중의 하나를 여행비둘기라고 불렀어요.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참 좋은 네이밍 센스라고 칭찬해주고 싶네요. 여행비둘기는 매우 아름다웠어요. 수컷은 짙은 푸른색과 연두색의 깃털을, 암컷은 차색과 회색빛의 깃털을 가지고 있었어요. 40센티미터의 유선형 몸은 완벽했지요. 게다가 머리까지 작았으니 꽤 보기 좋은 몸매였지요. 또 이동하는 철새라 가슴근육이 아주 발달했어요. 가슴근육 덕분에 시속 100키로미터로도 거뜬히 날 수 있었어요. 새 중에서도 가장 몸빨있는 녀석이었던 셈이.. 더보기
[Remember 美]1.톰과 제리, 현대미술로 만나다 그림 제목이 톰과 제리다. 70년대중반~80년대초반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듣고 자란 친숙한 만화 주인공들이다. 2011년, 그들을 다시 캔버스 위에 올려놨다. 이런 그림이 아주 잘 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그림을 보는 감상자에게 무한한 해석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현대미술의 묘미에 아주 충실한 작품이다. 제리가 테이블 가운데 놓인 그릇 위에 맘편히 걸터 앉아 치즈의 맛에 흠뻑 취해있다. 그 옆에 톰이 보인다. 눈을 부라리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당장이라도 제리를 낚아챌 기세다. 매번 골려주는데 재미붙인 제리와 늘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톰의 심리상태가 그림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 둘을 사이에 두고 검은 액자틀 하나가 놓여져 있다. 문제는 그 검은 액자틀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 더보기
[밥 먹는 앵무새] 영국의 대표 음식, 피쉬앤칩스(Fish and chips) 영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빅벤(Big Ben), 타워브리지(Tower Bridge), 웅장한 대성당들, 영국 차(tea), 빨간색 2층 버스, 축구, 펍, 셰익스피어, 해리포터 등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제국이었던 만큼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많겠지요. 그런데 음식 얘기는 빠졌네요. 영국에서 조금이라도 지내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음식이 좀 그렇긴 하지요. 하지만 오늘은 ‘영국의 음식’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몇 되지 않을 요리들 중에서 대표인 피쉬앤칩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피쉬 앤 칩스의 역사와 문화 피쉬앤칩스는 19세기 후반 영국 북해의 트롤어업의 발전과 항구와 주요 거점 산업도시를 이어주는 열차의 발전과 함께 노동자계층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음식으로 부상하게.. 더보기
숨겨진 보물찾기 - 알라딘서점편 숨겨진 보물찾기 - 알라딘 서점편: 서혜경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집 종로에 알라딘 책방이 생겨 종종 들르곤 한다. 헌 물건을 다루어 그런 것이지는 몰라도 교보, 영풍, 반디 이런 윤기 번지르르나는 새책방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책이나 음반을 팔러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그 판 물건을 사려고 기웃대는 사람들로 내내 북적인다. 나 역시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우글우글 시장통 같다. 사람에 치어 책 한권 제대로 보기 힘들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 찜책을 잡아내기도 한다. 그렇게 기대반, 구경삼아 반 나는 어슬렁댄다. 며칠 전, 듣지도 않는 씨디 팔아버릴 심산으로 알라딘에 들렀더니 꽤 값을 쳐 줬다. 네 장 팔아 만 오천원. 유행지난 대중가요 팔아 이 정도 이문 남겼으면 .. 더보기
맥가이버 키드의 생애 80~90년대 만큼 TV에서 외화시리즈를 많이 방영한 시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의 꿈은 아마도 외화 주인공이 되는 것이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힘, 신체능력, 두뇌, 창조력, 정의감, 인간애, 유쾌함, 침착함 등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600만불의 사나이와 맥가이버가 기억에 남습니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힘과 신체능력을 대표한다면, 맥가이버는 두뇌와 창조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상반되는 캐릭터들이지요. 저는 맥가이버가 꿈이었어요. 어린 마음에도 600만불의 사나이는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는지...아니면 우리 집에는 돈이 없어 '사나이'가 되는 비용인 600만불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잘 기억은 안나네요. 600만불의 사나이 흉내내며 계단.. 더보기
백건우, 라벨을 노래하다 라벨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백건우. 그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곡 중의 하나가 바로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 D장조' 말 그대로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곡이다. 한편으로 갸우뚱했다. ‘한 손으로만 다채로운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감상을 마친 후,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다. 엄지손가락이 건반을 주도해 나아가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명쾌한 건반 하나하나가 가슴에 거대한 울림을 자아낸다. 라벨은 대단한 고집쟁이였다. 그 고집만큼 자신에 대한 실력과 자부심도 꼿꼿했다. 청년 백건우는 프랑스와 라벨을 사랑했다. 그의 왼손에서 뿌려지는 타건의 신비로움이란 마치 땅거미가 지는 석양의 마지막 어스름을 불러일으킨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이내 청량한 바람과 고슬고슬 풀벌레 소리가 그 빈 자리를 고독하게 채워.. 더보기
늑대소년, 그 시절을 향한 무한긍정, 그리고... [우리는 이 시대의 해적이다] 늑대소년, 그 시절을 향한 무한긍정, 그리고... 용산에서 늑대소년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동창회 부부동반 모임인 듯 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이 정겨웠다. 신호가 얼른 바뀌지 않아 어르신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어르신 한 분이 또다른 어르신에게 핀잔를 준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안그래도 그 어르신이 뭘 그렇게 찾으실까 궁금해하던 중이었다. 자연히 귀를 쫑긋 세웠다. "입대할 때 용산에 모였잖아. 육이오 때. 육십년만에 처음 오는 것 같네." 대답을 하면서도 어르신은 계속 무언가를 찾았다. 핀잔을 줬던 어르신도 이해한다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