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 해적

맥가이버 키드의 생애 80~90년대 만큼 TV에서 외화시리즈를 많이 방영한 시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의 꿈은 아마도 외화 주인공이 되는 것이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힘, 신체능력, 두뇌, 창조력, 정의감, 인간애, 유쾌함, 침착함 등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600만불의 사나이와 맥가이버가 기억에 남습니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힘과 신체능력을 대표한다면, 맥가이버는 두뇌와 창조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상반되는 캐릭터들이지요. 저는 맥가이버가 꿈이었어요. 어린 마음에도 600만불의 사나이는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는지...아니면 우리 집에는 돈이 없어 '사나이'가 되는 비용인 600만불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잘 기억은 안나네요. 600만불의 사나이 흉내내며 계단.. 더보기
특선요리 - 연말 달력 이야기 1 [특선 요리] 연말 달력 이야기 1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집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대여섯 정거장을 지났을까. 나는 자리에 앉아 보고 있던 책을 가방 속에 넣어 버리고 새삼스럽게, "이젠 정말 연말이군!" 하였다. 달력의 숫자가 12월 31일이어서가 아니라 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포오즈로 앉아 있어도 표정만은 한결 같다.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표정은 무엇보다도 더 나에게 2012년의 마지막 날이란 느낌을 풍겨주었다. 반대편 문이 열리며 50대 후반의 아저씨가 탄다. 감색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넘긴 모습이 눈에 뜨인다. 그리고 얼굴 가득한 함박웃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편안해지는 기분을 돋워주는 것이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생각하면.. 더보기
우리 동네 해돋이 명소 [서울에도 해는 뜬다] 우리 동네 해돋이 명소 자. 2012년도 마지막 날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시간의 구분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항상 이때가 되면 어쩐지 경건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쯤되면 2013년 첫 해돋이 생각을 하게된다.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2012년을 돌아보고, 2013년의 각오를 다지고 싶어하는 것이 똑같은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다고 차를 몰고 세네시간을 달려 바다고 산이고 가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리고 또 갔다고 치자. 바다나 산에서 해돋이 보는 게 뭐 그리 쉬운 일인가? 해돋이 보는 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거 다 핑계다. 인정하자. 운이 없는거다. 당신 운 없는 걸 왜 조상님 탓을 하나? 해돋이를 볼 수 있다고 치자.(조상님께 .. 더보기
솔로대첩으로 본 남과 여 어느새 2012년 12월 끝자락이다. 솔로들에겐 지옥 같았던 크리스마스도 이미 지나가 마음에 평온을 얻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래도 확실히 올 크리스마스는 솔로들에게도 가슴 설레는 날이었는데 바로 ‘솔로대첩’때문이었다. 솔로남녀가 여의도에 모여 짝을 찾는 SNS 이벤트인 솔로대첩은 크리스마스에 솔로로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생각해보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크리스마스에 혼자 보내게 될 내가 안타까워 미팅을 주선해 준다니 생각만으로도 감사하지 않은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솔로대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왜? 남. 자. 만. 나왔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에 따르면 여자의 수가 비둘기보다 적었다니 뭐 할 말 다한 것 아닌가? 사실 솔로대첩이야기를 접했을 때 친구들.. 더보기
Happy birthday to you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말미’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한 소녀가 태어났어요. 요즘과 다르게 집안에 여자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집안의 일 거드는 손 하나 생긴 것이지 경사는 아니었답니다. 지금처럼 학교가 제대로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그냥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나날이었거든요. 그래도 소녀는 큰 병치레 없이 건강히 자랐답니다. 시간이 지나 소녀가 17살이 되었을 때 이웃 마을인 ‘계하’의 한 청년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어요. 화려한 예식장은 아니었지만 마을에 조촐한 잔치가 열렸고 많은 마을 사람들이 찾아 두 사람의 화촉을 축하해주었답니다.조금 시간이 흘러 부부는 머지않아 아이를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뱃속의 아이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어요. 아이를 잃은 이유는 잘 알지 못했지만 부부는 슬퍼했어.. 더보기
[500원] 내장산 백양사의 고불매 호남오매(湖南五梅)라 일컫는 고불매(古佛梅)。 그녀를 보러갔건만 이미 그녀는 가고 없단다. 시들은 꽃잎만이라도 보여 달라고 했건만 지조 있는 그녀는 애써 감추며 허락하지 않는단다. 언젠가 뭇 사내와 조우하자 한송이 매화꽃으로 피었다고 했던가. 하여 홍조(紅潮)를 띤 그녀가 나를 맞이하는 꿈을 꿨건만, 그 자취조차 찾을 길이 없단다. 범인(凡人)에게 매화는 욕심일 뿐이란다. 그렇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 사람。 Written by 동전오배건 더보기
문장은 행동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행동은 문장의 결과물이다 '서울에도 해는 뜬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이 머리속에 등장했을 때, 자전거를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던 중이었다. 해뜨기 직전의 어스푸레하던 하늘을 기억한다.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비치기 시작했다. 바로 전까지 새벽 한강변을 자전거로 달렸다. 새벽 자전거는 처음이다. 밤까지 내리던 비는 어느새 물러가 있었다. 얼굴을 스치는 공기가 상쾌했다. 며칠째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는 순간은 한번도 같았던 적이 없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잘 알 수 있는 곳이 자전거 위이다. 하늘, 공기, 바람, 풍경, 사람, 강물은 때때로 변했다. 그걸 보는 재미가 있다. 페달을 밟는 마음도 수시로 바뀐다. 밖의 풍경에 관심을 가지다가도 어느 순간 안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그날도 그랬다. 갑자.. 더보기
백건우, 라벨을 노래하다 라벨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백건우. 그의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곡 중의 하나가 바로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 D장조' 말 그대로 왼손만으로 연주하는 곡이다. 한편으로 갸우뚱했다. ‘한 손으로만 다채로운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감상을 마친 후,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다. 엄지손가락이 건반을 주도해 나아가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명쾌한 건반 하나하나가 가슴에 거대한 울림을 자아낸다. 라벨은 대단한 고집쟁이였다. 그 고집만큼 자신에 대한 실력과 자부심도 꼿꼿했다. 청년 백건우는 프랑스와 라벨을 사랑했다. 그의 왼손에서 뿌려지는 타건의 신비로움이란 마치 땅거미가 지는 석양의 마지막 어스름을 불러일으킨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이내 청량한 바람과 고슬고슬 풀벌레 소리가 그 빈 자리를 고독하게 채워.. 더보기
아이템풀 한때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소위 노가다라는 것을 한 것인데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5시에 작업이 마무리 되고는 했다.어느 날 오후 5시가 되어 집에 가기 위해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멀리서 같이 일하는 형님이 날 보며 갑자기 “아이템풀 좀 줘”이러는 거다. 순간 ‘이양반이 날도 안 더운데 더위를 먹었나? 한참 일하는 사람한테 왜 아이템풀을 달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공사현장에서 아이템풀이라니? 그런 이름의 공구가 따로 있었나 싶었다. 결국 내가 “뭐요?”라고 되묻자 그 형님은 다시 한 번 “아이템풀 달라고!!”하는 것이다. 아이템풀이 무엇이던가? 90년대 초등학교도 아닌 국민학교 시절 구슬치기, 팽이치기, 땅따먹기 하며 놀던 .. 더보기
새해맞이 하나 - 색연필 깎기, 그리고 꿈 [새해맞이- 색연필 깎기, 그리고 꿈] 새해맞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새해가 오고 있다고 느낀 것은 이번이 생전 처음이다. 그 동안의 연말에는 "크리스마스에 뭘하지?"만 고민했지, "새해는 어떻게 준비하지?"가 늘 빠져 있었다. 그만큼 나에겐 '새해'라는 것이 무의미했고, '새해맞이'라는 것이 무색했다. 어렸을 적에는 그저 명절되면 일가친척한테 새배하고 새뱃돈 두둑히 받으면 그게 새해인가보다 했다. 조금 더 커서는 1월 1일이 되면 일찌감치 일어나 반쯤 뜬 눈으로 안방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서는 전화기를 귀에 걸고 집안어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안부인사 1~2분 묻고 끊는 것이 예사였다. 새뱃돈 받기는 뭐한 나이고, 나이값 한답시고 의례적으로 하는 새해를 위한 일종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