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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해적단

동대문 시장 탐구록 - 의류 도매상가에서 들은 ‘돈의 전설’ 우연한 기회에 동대문 의류 도매상인과 친해졌다. 그에게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듣다보니 이거 나도 한번 시작해볼까 싶다. 물론 초반에 엄청난 대출과 신체적 고통이 있겠지만 감수할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동대문 같은 의류시장은 없다. 동대문시장에서 원단, 부자재부터 완성품까지 한 번에 다 볼 수 있고, 다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지하부터 지상10층 이상에 달하는 패션몰이 몰려있고, 패션몰 매장마다 신상 옷으로 미어터진다. 동남아는 물론이고 유럽까지 소문나서 외국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몰려온다. 매일매일 신제품이 나오는 이곳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동네다. 지금도 잘 되지만 한창 잘되던 80, 90년대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돈을 포대자루에 담아서 집에 가져가면 세어보지도 못하고 다음날까지 쌓아둔다.. 더보기
그림으로 보는 아이들세상- 박물관 체험놀이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늘 아이들을 위한 체험코너가 있습니다. 그곳은 늘 엄마와 아이들로 북적북적대죠. 뭔가를 만들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고, 스탬프를 찍기도 하고 기타 등등 요새는 체험놀이도 부쩍 발전해서 별의 별 것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들. 여기서 하나 팁을 드리도록 하죠. 아이들이 체험놀이할 때 뒷전에서 쉬지 말고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거기에 아이들의 지금의 성향과 앞으로의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 예를 하나 드리도록 하죠 후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쌍천 이영춘 박사를 기리는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농촌위생운동에 크게 이바지한 군산의 대표적인 위인이죠. 내용을 아는 친구들도 있겠고, 모르는 친구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건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중요한 건 .. 더보기
[우리집에 왜왔니] 3. 최순우 옛집 눈구경 선생님. 선생님 댁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성북동 길에는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습니다. 밤사이 내린 함박눈으로 번잡했던 서울의 거리가 잠시 고요한 휴식을 누리듯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잠시 끊긴 사이 골목이며 지붕이며 집 앞에 늘어선 자전거와 화분까지 하얀 눈의 손길이 미치지 아니한 곳이 없습니다. 검푸른 밤하늘을 수놓던 수천수만의 하얀 알갱이들이 대지에 내려앉아 온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따라 선생님 댁 뒤뜰의 달 항아리가 떠오르는 것은 텅 빈 밤하늘에 무심히 걸려있는 둥근 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화려하게 몸치장을 하던 대로변의 네온사인과 간판들이었건만 이렇게 자연의 강림 앞에서는 한 낱 어린아이 색칠거리에 불과한 것인가 봅니다. 하늘이 자아낸 천연한 흰 물감을 풀어버리면 순간 그것들은 다시 .. 더보기
[발정난 앵무새] 性 공화국 대한민국 원나잇의 선구자들 말끝마다 장하다! 하던 시절 물 건너 온 미제를 선호했습니다. 미국인들이 ○○ 맞은편 ○○동 ○○카바레로 나와 사교춤을 추었습니다. 우람한 미국인에 매달려 춤추는 작은 여인의 모습은 고목에 붙은 매미를 연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홀이 끝나고 통행금지 시간이 오기 전에 그날 밤의 짝짓기를 위해 정신없는 여인들을 보게 됩니다. ○○에도 유명한 춤꾼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저녁을 먹고 ○○나 ○○로 나가서 춤을 춥니다. ○○동의 어떤 아줌마는 춤 선생과 바람이 나 새벽 단봇짐을 쌌습니다. 동서 간에 춤추러 다니다 함께 바람이 나서 집안 망신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이 이야기는 현재 한국사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럼 언제냐고요? 놀라지 마세요. 한국 전쟁 이후 60-70년대 우리 기성세대.. 더보기
[편의점 도시락 어디까지 먹어봤니?#3] 제육볶음 정식 편 편의점 도시락의 가장 발달한 나라는 아마 일본일 것이다. 이유를 조금 살펴보자면 아마 혼자 밥 먹는 문화가 발달해서가 아닌가 싶다. 예전 일본에 갔을 때 느낀 점 중 하나지만 식당에도 혼자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많다. 술도 마찬가지고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문화가 상당히 발달했다. 함께하는 것을 즐겨하는 순수혈통의 한국인으로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나라도 조금씩 혼자 생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마 편의점 도시락이 생기고 가장 좋아했을 사람은 기러기 아빠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집에 들어가며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 챙겨 레인지에 돌린 후 가볍게 맥주와 티비를 함께 하면 잠시 적적함도 달랠 수 있으니 말이다. 자취생 역시 맨날 먹는 라면에서 따뜻한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는 도시.. 더보기
[보물섬] 가만가만 조곤조곤 소소한 행복 간만에 입은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한 동전 500원과 같은, 잠에서 깼는데 기상시간이 30분 더 남았을 때와 같은, 가끔씩 찾아오는 비온 뒤 상쾌한 날씨 같은, 심심한 버스 안에서 무심코 들리던 라디오 소리에 내 십팔번곡이 나올 때와 같은, 포기하고 탔는데 기계가 "환승되었습니다." 할 때와 같은, 정말 듣기 지루한 수업이 휴강될 때와 같은, 직장상사가 출장 갈 때와 같은, 단골집아줌마가 오랜만에 왔다며 음료수서비스를 줄 때와 같은, 가글이 있는 식당화장실 같은, 으스스한 겨울 날씨에 화장실 변기에 앉았는데 비데의 변좌 기능으로 따근따근함을 느낄 때와 같은, 소장하고 싶지만 돈 주고사기에는 아까운 책을 중고서점에서 만났을 때와 같은, 커피쿠폰 적립이 다 쌓여서 공짜로 먹을 때와 같은, 가끔 지인의 지인 덕.. 더보기
[Remember 美]2.빛의 신전, 이영길의 세계 정독도서관 옆 소격동 길을 지나다가 이 그림을 마주쳤을 때, 생전 처음 '그림을 사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던 12월의 겨울. 추위도 까맣게 잊은 채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그림이 그림같지 않았다. 새로운 차원의 신세계로 나를 인도하는 듯 했다. 내가 무의식 중에 꿈꾸던 진짜 이상향의 안식처에 다다른 듯한 완벽한 환상을 맛보았다. 온 빛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 온 빛이 산과 바다에 내려 앉았다. 이곳은 물결도 바람도 존재하지 않는 곳. 모든 것이 멈추었다. 빛과 그림자로 빚어낸 이 담박하고도 신비한 능선을 따라 차근차근 걸어가본다. 움직이는 것은 오직 나 뿐이다. 산 중턱에 잠시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바닷 속 세상이 훤히 보인다. 팔깍지를 끼고 그 자리에 누워버린다. 나도 이.. 더보기
[만들기놀이] 종이눈송이 패턴 여러분, 유난히도 이번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죠?! 그래서 오늘은 신비스러운 눈송이 문양을 활용해서 패턴그리기를 할 거에요. 가위로 종이를 오리는 부분이 많으니깐 만들 때 꼭 손 조심해야 해요!!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준비물 가위, 색 도화지 1, 흰 도화지 1, 스펀지, 물감 3색(아크릴 혹은 포스터칼라) 스텝 1 정사각형의 흰 종이를 반 접고 또 반을 접어줍니다. 스텝 2 한 쪽 코너의 모서리가 맞은편 코너에 만나도록 접어주세요. 이렇게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줍니다. 스텝 3 한 쪽 코너를 잘라서 곡선 모양으로 만들어줍니다. 스텝 4 가위를 이용해서 여러 모양으로 잘라주세요. 사진처럼 접힌 부분까지 겹쳐 잘라줘야 합니다. 단, 모양들 사이의 공간은 꼭 남겨줍니다. 스텝 5 종이를 펼쳐서 한 번 .. 더보기
동대문 시장 탐구록 - 저렴하게 센스 있게 동대문 쇼핑 동대문시장에 옷 사러 가보신 분들 많을 거야. 나도 필 꽂히면 밤11시쯤 동네친구 꼬셔서 급 쇼핑 후 새벽에 택시타고 돌아오곤 해. 예전에 동대문 옷이 ‘싸서’ 막 사 입기 좋은 줄 알았는데 가보니 생각보다 비싸서 등 돌린 적 있어. ‘뭐야? 이제 동대문도 돈독이 올랐구만!’ 싶어서 실망 좀 했지. 근데 이래저래 시장에 대해 알게 되고 몇 번의 경험을 해보니 이게 비싼 게 아니구나 싶더라. 그 얘기 좀 해볼까 해. 동대문시장은 도매와 소매로 구역이 나뉘어있어.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두타, 밀리오레가 있는 곳이 소매야. 도매는 큰 길을 건너면 있는 또 다른 고층빌딩 집결지인데 동대문에서 옷 좀 사 입어 봤다 하는 사람들은 다 알아. 여기에서는 우선 소매만 얘기 할 거야. 소매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 더보기
[500원] 함께 걷는 길에서 그거 아나요? 당신과 함께 길을 걸으면 세상 모든 게 전부 내 것만 같았답니다. 그 어느 누구도 부러울 게 없었죠. 당신과 함께 있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였답니다. 당신은 제게 왜 꼭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거리를 잘 가느냐고 툴툴거렸지만, 혹시 그거 아나요? 당신과 함께 길을 걸을 때면 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내 옆에 지금 당신이 함께한다고 자랑하고 싶었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요. 오늘도 나와 함께 길을 걸어 주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진 : 독일의 퀼른 다리 그리고 사랑의 자물쇠 Written by 동전오배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