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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해적단

지하철 현장 르포 2. 지옥철의 군상 현재 시간 저녁 7시 10분. 강남역 2호선은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다. 줄은 스크린 도어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단 끝까지 길게 늘어진다. 퇴근길에 늦게 합류한 사람들은 이 기괴한 ‘놀이기구 행렬’에 긴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러시아워, 버스를 타나 지하철을 타나 꼴은 마찬가지다. 할 수 없이 전쟁같은 사람통에 몸을 맡긴다. 취이잉...‘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 낭랑한 녹음멘트와 함께 이중으로 된 기계문이 일제히 열린다. 봇물 터지듯 사람들이 우르르 튕겨 나온다. ‘으어어~’, ‘꺅!’ 여기저기서 비명 아닌 비명을 내지르고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더니 곧이어 그 앞으로 ‘모세의 길’이 열린다. 선두는 해병대다. 자신의 몸으로 육탄방어 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을 .. 더보기
[500원] 산과 바다 같은 사람 높은 곳에 있어 흔한 눈길조차 주지 않아도 산이 좋다.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런 말 들려주지 않아도 바다가 좋다. 산과 바다 같은 그대가 그냥 좋다. 산에 오르면 그 웅장함과 숲의 신비함에 마냥 좋습니다. 산에 가면 내가 좋은 것이지요. 바다에 가면 세상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있는 그 위대한 포용력에 그냥 좋습니다. 덕분에 시야가 탁 트이고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며 위안을 받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파도소리만 철썩일 뿐 나에게 아무런 말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는 바다가 좋습니다. 그 사람은 산과 바다처럼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대에게 다가가면 내가 좋았습니다. 산과 바다는 내가 온 것이 반갑다는 말이 없고, 그녀 역시 내가 다가온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더보기
[Remember 美]1.톰과 제리, 현대미술로 만나다 그림 제목이 톰과 제리다. 70년대중반~80년대초반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듣고 자란 친숙한 만화 주인공들이다. 2011년, 그들을 다시 캔버스 위에 올려놨다. 이런 그림이 아주 잘 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그림을 보는 감상자에게 무한한 해석의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현대미술의 묘미에 아주 충실한 작품이다. 제리가 테이블 가운데 놓인 그릇 위에 맘편히 걸터 앉아 치즈의 맛에 흠뻑 취해있다. 그 옆에 톰이 보인다. 눈을 부라리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당장이라도 제리를 낚아챌 기세다. 매번 골려주는데 재미붙인 제리와 늘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톰의 심리상태가 그림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 둘을 사이에 두고 검은 액자틀 하나가 놓여져 있다. 문제는 그 검은 액자틀이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 더보기
[밥 먹는 앵무새] 영국의 대표 음식, 피쉬앤칩스(Fish and chips) 영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빅벤(Big Ben), 타워브리지(Tower Bridge), 웅장한 대성당들, 영국 차(tea), 빨간색 2층 버스, 축구, 펍, 셰익스피어, 해리포터 등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제국이었던 만큼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많겠지요. 그런데 음식 얘기는 빠졌네요. 영국에서 조금이라도 지내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음식이 좀 그렇긴 하지요. 하지만 오늘은 ‘영국의 음식’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몇 되지 않을 요리들 중에서 대표인 피쉬앤칩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피쉬 앤 칩스의 역사와 문화 피쉬앤칩스는 19세기 후반 영국 북해의 트롤어업의 발전과 항구와 주요 거점 산업도시를 이어주는 열차의 발전과 함께 노동자계층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음식으로 부상하게.. 더보기
[생각하는 앵무새] 당선축하에 올리는 글 아무개가 엎드려 아룁니다. 당선이 되셨다는 소식을 저 멀리 바닷가에서 듣게 되었나이다. 그 은혜에 어찌할 줄 모르겠사오며, 황송스럽고 감격함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여 미약하나마 그림과 꽃씨를 공물로 올리옵나이다. 소인네 해적들 사이에서는 님을 마리앙뜨와그네로 칭송한답니다. 뵙기를 기약하기 어려우매 사모함이 그지없으니 다만 거센 바닷바람을 만나 멀리 님의 단아한 용모를 상상하고, 매양 달 아래서 새벽빛을 읊조리며 속절없이 꿈속에서 그리워할 뿐입니다. 소인은 바닷가에 있는지라 달려가 알현하지 못하옵나이다. 애오라지 편지로써 만나 뵙는 걸 대신하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함이 한스럽습니다. 제 본분을 헤아리지 못하고 위엄을 범한 듯싶사오나 은혜와 연모의 마음을 견디지 못하겠나이다. 황송스러울 뿐입니다.. 더보기
[500원] 옛 애인 선물 처리법 한창 매서운 겨울 날씨의 연속이다. 기세등등한 동장군 덕분에 옷깃을 여미는데 힘이 들어가서 점퍼 지퍼가 고장이 나 버렸다. 지퍼에 달린 고리가 끊겨져 버린 것이다. 쇠고리였는데… 초강력 따뜻한 이 털 점퍼는 ex-girl friend의 선물이다. 보편적으로 오랫동안 연애를 하게 되면 연인들에게는 사시사철의 선물들이 쌓여져 간다. 특히나 한국의 연인들은 철마다 서로 챙겨줘야 할 기념일들이 넘치지 않은가. 하지만 헤어지게 되면 이것들은 처치곤란에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남겨두는 사람도 있다. 저마다의 해결법은 다르다. 어떻게 헤어졌느냐에 따라, 얼마냐에 따라, 팔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대체로 커플링), 애착에 따라, 추억에 따라 등등등. 얼마 전 지인에게 이 잠바에 대해서 얘.. 더보기
국회의원 연금법 그리고 언론플레이 국회의원 연금법 통과됐다. 뭐 국회의원 연금법 별거 아니다. 그냥 단순히 하루만이라도 국회의원 직에 몸담았다면 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 것뿐이다. 몇 억대의 재산이 있는 양반들에게 120만원이 사실 돈이겠는가? 20년 국민연금 꼬박 쏟아 부어도 고작 45만원 받는 우리 같은 양민에게나 큰돈이지 그 양반들에겐 별 것 아닌 거다. 그냥 내가 아주 조금 좆같은 건 월급 120만원 받는 내 세금 때서 줘야하다는 거 정도? 뭐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닌데 나 같은 소시민이 떠들어봐야 뭐하겠냐만은 그래도 앞에서 스캔들 하나 터트려 놓고 양아치마냥 뒤에서 이렇게 조용히 처리하니 정말 역겹기 그지없을 뿐이다. 공부하는 애들 무상으로 밥을 매기니 마니 하는 사람들이 지들 입에 쳐 넣는 건 아주 재빠르니 참.. 더보기
숨겨진 보물찾기 - 알라딘서점편 숨겨진 보물찾기 - 알라딘 서점편: 서혜경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집 종로에 알라딘 책방이 생겨 종종 들르곤 한다. 헌 물건을 다루어 그런 것이지는 몰라도 교보, 영풍, 반디 이런 윤기 번지르르나는 새책방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책이나 음반을 팔러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그 판 물건을 사려고 기웃대는 사람들로 내내 북적인다. 나 역시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우글우글 시장통 같다. 사람에 치어 책 한권 제대로 보기 힘들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거의 새책이나 다름없는 찜책을 잡아내기도 한다. 그렇게 기대반, 구경삼아 반 나는 어슬렁댄다. 며칠 전, 듣지도 않는 씨디 팔아버릴 심산으로 알라딘에 들렀더니 꽤 값을 쳐 줬다. 네 장 팔아 만 오천원. 유행지난 대중가요 팔아 이 정도 이문 남겼으면 .. 더보기
[차 마시는 앵무새] 내 생애 첫 커피 고은 시인의 생애 첫 커피。 “전쟁 때는 여기 선착장 바로 앞까지 미군 부대 헌병이 있었어. 그때는 헌병이 휘발유 몇 드럼을 파도에 떨어뜨려서 팔아먹었어. 내가 본부 운수과에 있을 때 조사하러 나온 적이 있었거든. 여기까지가 미군 부대였으니까. 그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셔 봤어. 미군 헌병이 큰 깡통에 들어 있는 커피를 주는 거야. 그야말로 원두커피지. 먹어 보니까 고소하더라고. 그런데 배가 고프니까 그걸 꿀떡꿀떡 다 먹었어. 그게 몇 리터더라? 무척 큰 거였는데 그걸 다 먹고 정신이 이상하게 됐어. 그래서 야전 병원에 실려 갔잖아. 그때 커피 병에 걸려서 혼이 났어.” 위의 짤막한 글은 고은 시인의 인터뷰 내용이다. 선생님이 33년생이시니까 그의 20대는 1950년대, 그리고 한국전쟁 때를 말하겠다. 미.. 더보기
스타벅스 다이어리- 스티커 모으기 대작전 돌아보기 2012년 12월 31일. 천신만고 끝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손에 쥐었다. 아아...그동안 얼마나 길고 긴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던가! ㅜㅜ 돌이켜보니 12월은 스타벅스 다이어리 스티커 모으기에 정신줄 놨던 달이었다. 오늘의 커피, 아메리카노, 라떼, 비안코, 초콜렛 모카에서부터 프라프치노까지! 스타벅스 메뉴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메뉴를 30일이란 시간 동안 훑어보았던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물론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돈 주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상품이다. 정가 17000원. 그러나 이것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스티커 모으기 대작전'을 통해 이것을 획득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는 총 17개의 스티커를 모아야한다. 주어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