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비둘기를 아시나요? 여행+비둘기, 꽤 훌륭한 닉네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여행하는 비둘기라...제가 생각해도 꽤 로맨틱한 단어조합이네요.

 

그런데 아쉽게도 여행비둘기는 닉네임이 아닙니다. 중앙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동부에 사는 철새 중의 하나를 여행비둘기라고 불렀어요.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참 좋은 네이밍 센스라고 칭찬해주고 싶네요.

 

여행비둘기는 매우 아름다웠어요. 수컷은 짙은 푸른색과 연두색의 깃털을, 암컷은 차색과 회색빛의 깃털을 가지고 있었어요. 40센티미터의 유선형 몸은 완벽했지요. 게다가 머리까지 작았으니 꽤 보기 좋은 몸매였지요. 또 이동하는 철새라 가슴근육이 아주 발달했어요. 가슴근육 덕분에 시속 100키로미터로도 거뜬히 날 수 있었어요. 새 중에서도 가장 몸빨있는 녀석이었던 셈이지요.

 

아름다운 깃털, 큰 몸집, 발달한 가슴근육...

 

여행비둘기의 장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자신의 생태조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연히 발달한 녀석의 특성들이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을 위한 장점이 스스로를 멸종하게 만들게 됩니다.

 

여행비둘기를 묘사하며 제가 과거형을 쓴 이유를 알겠지요?

 

아참,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네요. 그건 한때 여행비둘기의 수가 50억이나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사람인구에 육박하는 수이지요. 상상해 보세요. 50억의 여행비둘기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것을요. 3일 밤낮, 하늘을 가리고 이동하는 모습은 한마리의 거대한 새로 착각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리는 얼마나 시끄러울까요. 게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하얀...여기까지만!

 

50억이나 되는 여행비둘기가 멸종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가능하더라고요.

 

아름다운 깃털은 유럽귀족들의 장식과 침구재료로 사용되었어요. 발달한 가슴근육은 그 맛이 뛰어나 미식가들의 혀를 녹였다고 하네요. 19세기 급격히 인구가 증가한 미국에게 여행비둘기의 큰 몸집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식량이었을 거에요. 개체수도 많겠다. 조금 없앤다고 티도 안난다고 생각했을 테지요.

 

 

 

사냥방법은 간단했어요. 여행비둘기가 이동하는 하늘을 향해 총을 난사합니다. 조준할 필요도 없어요. 그런 후 기다리면 거의 쏜 총알 수만큼의 여행비둘기가 떨어집니다. 참 쉽죠?

 

뒤늦게 여행비둘기를 보호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1900년 마지막 야생 여행비둘기가 사살되었습니다. 그리고 1914년 9월 1일 오후 1시 신시내티동물원에서 마사의 추락사를 마지막으로 여행비둘기는 멸종합니다.

 

29년 생애동안 한번도 여행해 본 적이 없는 여행비둘기...서글프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사는 언제나 꿈꾸었을 겁니다. 기억 속 어딘가 남아있는 긴 여정을 말입니다.

 

이 세상에서 무언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척 가슴 아픈 일입니다.

 

 +사진 : http://thevictoriantimes.blogspot.kr/2012/02/martha-last-known-passenger-pigeon.html

 +내용참조 :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도요새)

 

Written by 여행비둘기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              출판사 : 도요새              출간일 : 2002년 11월 5일

 

 

※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도요새)'는 한때 지구에 존재했던 동물들에 관해 말하고 있어요. 그들의 삶의 기록의 아닌 죽음의 기록이지요. 죽음은 대부분 인간활동이 원인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합니다.

다른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고 인간만이 남은 지구를 상상해보세요. 인간만 혼자 살 수 있을까요? 지구라는 한정된 곳에서 생명의 운명은 비슷할테니까요. '지구공동체'는 인간사이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닐 겁니다. 여행비둘기가 자신의 뛰어난 점 때문에 멸종했듯이 인간도 비슷한 길을 걷지 않을까요? 스스로 자랑하는 뛰어난 두뇌가 멸종으로 이끌지는 않을까요?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5.01.28 19:23

    비밀댓글입니다

  2. 2015.03.08 12:46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을 위한 장점이 스스로를 멸종하게 만들게 됩니다
    이 말이 공감되지 않는군요...
    글의 뉘앙스로는 비둘기들이 스스로 멸종을 자처한 듯이 느껴져요.
    여행비둘기의 멸종은 100%인간들의 무자비한 학살과 인간들의 갈망하는 욕심 때문입니다



2012년 가을, 길에서 서울역을 만났다. 거대한 현재의 驛舍가 아닌 舊역사 말이다. 입구가 활짝 개방되어 있었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닫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歷史에 한자리를 마련하고서 말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기웃거리니 안쪽에서 북소리가 흘러나온다. 북소리에 이끌려 역사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이 문을 지난 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 다녀올 때가 아닌가 싶다. 여행에 지친 몸을 이끌고 문을 나섰을까.


중앙홀로 들어서니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사람들의 행선지에 대해 궁금해 하다가 얼른 정신을 차린다. 홀의 중앙에서 공연자가 큰북을 치고 있다. 천장이 높은 홀에 북소리가 울린다. 홀로 연주하는 북공연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앙홀을 지나 예전에는 대합실이었을 공간으로 들어간다. 설치미술들이 전시되어 있다. 예술 문외한에게도 흥미로운 전시들이 펼쳐진다. 처음에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한다. 찬찬히 구성요소들을 뜯어보고, 구성요소가 결합한 방식을 찾아내고, 결합하여 이룬 전체형태를 파악한다. 적어도 나의 경험 안에서 나만의 의미로 즐길 수 있다.


이 와중에도 북소리는 귀를 울린다. 지금 공간을 통해 전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10분전의 북소리가 남아있는 건지.


익숙하지 않은 미술을 감상하는 것에 지쳤는지. 서울역의 예전 모습을 찾고 있다. 흔적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철로 위에 KTX가 정차해 있는 것이 보인다. 흑백사진 속에서 증기기관차가 있던 철로에 지금은 고속열차가 있다.


섹소폰을 부는 사람이 좁은 복도를 오가고 있다. 여전히 귓가를 맴도는 두둥둥소리에 맑은 멜로디가 섞인다.


잠든 아이가 아빠 품에 안겨있다. 엄마의 손을 잡고 표를 끊는 아빠를 기다리는 꼬마가 있다. 한 가족이 뛰어와 간신히 열차에 오른다. 기차 출발 전에 가락국수 사오면서 아빠가 웃는다. 요이땡을 감싼 비닐 벗겨 소년에게 주는 엄마도 보인다. 시간이 여기에 동시에 설치된다.


기억을 지나 어느 방안에서 비올라-혹은 첼로-의 선굵은 소리가 추가된다. 그리고 문을 지나 어느 순간에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을 만난다. 시간 혹은 공간의 차이를 두고 펼쳐지는 4중주.


기묘한 4중주는 다시 중앙홀에 들어서자 끝이 났다. 움직이지 않고선 연주되지 않을, 걷기도 완성되는 음악은 거기서 끝이 난다. 나는 관람자인 동시에 연주를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다.


다른 플레이어의 음악을 상상해본다. 누군에게는 타악음악이고, 다른 이에게는 바이올린과 큰북의 2중주이다. 또 다른 조합의 3중주도 있을 것이다. 브레이크 타임의 연주자는 침묵의 음악을 완성시키지 않았을까. 동선에 따라 음악은 무한히 늘어난다.


1925년 완성된 이후로 서울역사는 이미 하나의 공연장이자 전시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것이 연주고, 기억이 미술이다. 우리는 누구나 거대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아주 긴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가가 아닐까?


구 서울역사가 문화역서울284로 다시 태어난 것이 반갑다. 과거 한 시점으로의 복원도 좋지만, 한 아이가 누군가의 음악에 감격하고, 새로운 연주를 이어나갈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왼쪽 건축초기 1, 2등 대합실, 오른쪽 복원 후 전시실1로 활용



  o 구 서울역사가 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로 개장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2011년 서울역 복원을 마치고, 2012년 4월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개장이후 19개의 전시, 공연, 강연, 축제 등이 열리는 등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아직 예정된 연주가 없는 상태이다.

최근까지 6주동안 55인의 작가와 함께하는 150여회의 퍼포먼스 전시 '플레이타임'이 연주되었다. 본문은 6주중 하루에 연주된 음악의 기록이다.

홈페이지(seoul284.org)에서 프로그램 소개와 함께 과거와 현재의 공간 비교, 서울역과 서울에 대한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Written by 여행비둘기


Posted by 해적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전버튼 1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