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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 알바

[책보다 알바] 5장. 혼자서 혼자하기 하나. 내가 일하는 곳은 주로 술을 파는 곳이긴 했지만 초저녁이면 종종 식사를 목적으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있다. 워낙 분위기가 ‘술 먹자!’하는 분위기라 많지 않지만 찌개라는 메뉴 때문인지, 가게이름 때문인지 백반집으로 착각해 들어오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 물론 자리에 앉았다가도 식사거리가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는 다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없는 식사 손님들 중에서도 혼자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주로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남자손님이었다. 그런 분들 역시 자리에 앉았다가도 다시 나가시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왠지 알 수 없는 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쌍해서가 아니라 힘든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가벼운 술 한 잔으로 자신을 달래려하는 가장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직.. 더보기
[책보다 알바] 4장. 서툴다 서투름 하나. 살아오면서 알바를 많이 했지만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음식을 했던 적은 없었다. 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삶고, 볶고,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만드는 음식은 사실 어렵지는 않았다. 단지 요리를 많이 해본 적 없는 난 요리를 하는 것이 서툴렀다. 찌개를 끓일 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짜게 만들었고, 볶음 요리를 할 땐 팬을 돌리는 게 서툴러 데이기 일쑤였다. 고기는 너무 오래 삶아 다 흐물흐물해질 때도, 너무 불을 일찍 꺼 덜 익히기도 했다. 상품으로 내놓는 요리가 처음인 나였기에 서툴러 벌어진 일들이었다. 특히 내가 가장 서툴렀던 것은 칼질이었다.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밥 꼬박꼬박 먹고 다녔던 난 칼질이라고는 피자나 스테이크 먹을 때 써봤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랬던 내가 요리를 하기 위해 양파.. 더보기
[책보다 알바] 3장. 익숙해진다는 건 익숙함 하나.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인간 모두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그 상황에 적응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보고 ‘익숙해졌다.’라고 말한다.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인지라 알바를 하는 동안 너무도 힘들었던 것들에 대해 익숙해져 갔고, 그중 가장 ‘익숙해졌다.’ 혹은 ‘요령이 생겼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설거지였다. 누군가 “설거지가 힘들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설거지야 말로 지구상 남아있는 그 어떤 일보다 귀찮고 짜증남과 함께 엄청 힘든 일이라 자부할 수 있다. 아무튼 설거지는 내가 알바 하는 동안 나를 가장 괴롭힌 일중 하나였다. 내가 일하는 곳은 조리실이 작아 식기세척기가 없다. 그래서 음식과 함께 나갔던 그릇들은 고스라니 사람 손을 거쳐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 더보기
[책보다 알바] 2장. 취한다는 건 내가 일하는 곳은 보쌈을 메인메뉴로 하는 퓨전 주점이다. 즉, 술을 파는 것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의 취한 모습을 보고는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각각 다르듯이 사람마다 취한 모습도 정말 다양한데 살펴보면 대충 이렇다. 가장 대중적 유형은 고성방가형이다. 취기가 오른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 유형으로 잔이 돌면 돌수록 목소리가 커진다. 술도 먹고 귀도 함께 먹은 건지 점차 대화의 데시벨은 높아져 아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한 테이블의 목소리가 커지니 조용히 대화하던 다른 테이블은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레 다른 손님들도 목소리가 커진다. 이는 연쇄반응처럼 조금씩 퍼져 나중엔 술 마시는 사람 모두가 소리를 지르는 상황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 더보기
[책보다 알바] 1장. 알바를 한다는 건 알바를 시작했다. 직장이 아닌 알바를 선택하게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생계로 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무래도 직장을 잡게 되면 본의 아니게 많은 시간을 직장에 쏟게 된다. 그 점이 싫었다. 그나마 알바는 시간조절도 자유로운 편이고 책임감면에서도 자유로울 테니 직장보단 나을 거 같았다. 또 한 가지는 친구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 녀석이 작년에 주점을 오픈했다. 급하게 일손이 필요했고 잠시 가게 좀 도와 달라 부탁을 해왔다. 모르는 곳에 알바를 하는 것보단 그래도 아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편할 것 같아 그 제안을 수락했고, 그 때부터 생계를 위한 알바가 시작됐다. 알바를 시작한지 수일이 지나자 나는 특이한 질문을 받고는 했다. 사장이 친구인 관계로 가게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