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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오이가 싫다] 달리기, 살리기 야근을 마친 후 곧장 집으로 와 나이키 깔맞춤으로 갈아입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지금 뛰어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아파트 단지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줄넘기를 돌리는 시간마저 포기한지 어엿 반년이 지나가는 시점이다. 보통 1500개는 거뜬히 해내는 관절이지만 지금은 그리 했다간 온 뼈마디가 작살이 날 것 같아 일단 러닝으로 운동의 가닥을 다시 잡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 아파트 단지를 돌아본 적이 없으니 우선 오늘은 다섯 바퀴를 뛸 다짐으로 무거운 몸뚱아리를 이끌었다. 입사 후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나는 10키로가 쪘다. 숨이 막힐 듯히 차오르는 가스배는 이제 점차 살로 굳어져 그러려니 하는 뚱보의 길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 더보기
[힐링클래식]8. 마우리치오 폴리니 /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데뷔 실황 ​언젠가 보그 잡지에서 폴리니의 화보를 본 적이 있다.비에 젖은 겨울의 도심 거리, 롱 코트 사이로 담배불을 감추며 무심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한 남자. 1960년, 폴리니는 열아홉살에 쇼팽 콩쿨에서 우승했다. 우승 심사곡은 피협 1번. 쇼팽이 대중에게 이 곡을 선보였던 것도 열아홉살 때였다. 심사결과 만장일치로 폴리니는 1위를 차지했는데, 심사위원이었던 루빈스타인은 이렇게 탄식했다. "우리 중에서 저 사람보다 기교에서 앞설 수 있는 사람 있을까?" 그 때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1960년이면 그래도 실황앨범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간을 거슬러 파고 내려갔다. 작년 봄, 결국 해외 사이트에서 폴리니 첫 데뷔 쇼팽 실황앨범을 찾아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사이트로부터 주문한 앨범은 도.. 더보기
[책보다 알바] 5장. 혼자서 혼자하기 하나. 내가 일하는 곳은 주로 술을 파는 곳이긴 했지만 초저녁이면 종종 식사를 목적으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있다. 워낙 분위기가 ‘술 먹자!’하는 분위기라 많지 않지만 찌개라는 메뉴 때문인지, 가게이름 때문인지 백반집으로 착각해 들어오는 손님들이 더러 있다. 물론 자리에 앉았다가도 식사거리가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는 다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없는 식사 손님들 중에서도 혼자오시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주로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남자손님이었다. 그런 분들 역시 자리에 앉았다가도 다시 나가시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왠지 알 수 없는 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쌍해서가 아니라 힘든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가벼운 술 한 잔으로 자신을 달래려하는 가장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 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