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보그 잡지에서 폴리니의 화보를 본 적이 있다.비에 젖은 겨울의 도심 거리, 롱 코트 사이로 담배불을 감추며 무심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한 남자.
1960년, 폴리니는 열아홉살에 쇼팽 콩쿨에서 우승했다. 우승 심사곡은 피협 1번. 쇼팽이 대중에게 이 곡을 선보였던 것도 열아홉살 때였다.
심사결과 만장일치로 폴리니는 1위를 차지했는데, 심사위원이었던 루빈스타인은 이렇게 탄식했다. "우리 중에서 저 사람보다 기교에서 앞설 수 있는 사람 있을까?"
그 때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1960년이면 그래도 실황앨범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간을 거슬러 파고 내려갔다. 작년 봄, 결국 해외 사이트에서 폴리니 첫 데뷔 쇼팽 실황앨범을 찾아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사이트로부터 주문한 앨범은 도착하지 않았고, 답신도 오지 않았다.
며칠 전, 그 때의 아쉬움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파크 앱에 들어갔다가 '해외수입'코너에서 짜잔 그 앨범을 찾아냈다. 늦은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나와 씨디를 돌렸다. 쾌속질주의 1악장부터 단 침을 삼켰다. 3악장이 끝나고 오디오에서 쏟아지는 관중들의 갈채 박수에 내 박수도 보탰다. 1960년으로 돌아갔다.
-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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