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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힐링클래식]8. 마우리치오 폴리니 /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데뷔 실황 ​언젠가 보그 잡지에서 폴리니의 화보를 본 적이 있다.비에 젖은 겨울의 도심 거리, 롱 코트 사이로 담배불을 감추며 무심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한 남자. 1960년, 폴리니는 열아홉살에 쇼팽 콩쿨에서 우승했다. 우승 심사곡은 피협 1번. 쇼팽이 대중에게 이 곡을 선보였던 것도 열아홉살 때였다. 심사결과 만장일치로 폴리니는 1위를 차지했는데, 심사위원이었던 루빈스타인은 이렇게 탄식했다. "우리 중에서 저 사람보다 기교에서 앞설 수 있는 사람 있을까?" 그 때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1960년이면 그래도 실황앨범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간을 거슬러 파고 내려갔다. 작년 봄, 결국 해외 사이트에서 폴리니 첫 데뷔 쇼팽 실황앨범을 찾아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사이트로부터 주문한 앨범은 도.. 더보기
[스크린 샷] 폴리스 스토리 2014 그리고 성룡 성룡이라 하면 80년대에 태어난 이들에겐 영웅이자 최고의 스타였다. 물론 나도 어렸을 적 성룡의 액션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친구들과 비디오를 함께 시청한 뒤 성룡의 액션을 따라하며 뛰놀고는 했다. 우리의 윗세대에게는 이소룡이 있었다면 우리세대에는 성룡이었다. 나는 특히 아시아판 ‘인디아나 존스’라고 불렸던 ‘용형호제’를 좋아했는데 특유의 성룡식 생활형밀착형 코믹액션이 잘 살아난 작품이었다. 이와 더불어 내 머리 속에 성룡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폴리스 스토리’였다.영화의 제목처럼 폴리스 스토리는 성룡의 경찰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맨몸으로 나쁜 조직에 맞서 싸우는 성룡의 모습을 보고 어린 시절 경찰의 꿈을 가진 아이들이 종종 있었고, 나도 그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랬기에 폴리스 스토리 201.. 더보기
[힐링클래식] 7. 베토벤 황제, 정명훈과 줄리니 지휘자 정명훈을 알게 된 것은, 그가 이끄는 서울시향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황제 실황 음반을 통해서였다. '빰~~~'하고 시작하는 오케스트라의 첫 음에서부터 '아 협연이구나'를 알 수 있다. 관현악의 소리를 강하게 뿜어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하면 피아니스트는 온전히 자기 색깔대로 연주를 이끌어갈 수 있다. 정명훈은 곡의 전체 구도에서 조화와 균형에 큰 비중을 두는 스타일의 지휘자였다. 세네번 정도 들었을 때 음반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줄리니와 미켈란젤리의 황제 음반. 정명훈의 '첫 음'과 줄리니의 '첫 음'이 굉장히 흡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장 인터넷에서 '줄리니 정명훈'을 검색해봤다. 하하 이런, 두 사람은 정말 인연이 있었다. 정명훈은 줄리니가 이끄는 .. 더보기
[힐링클래식]6. 첼리스트 양성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양성원을 알게 된 것은 라흐마니노프 베스트 앨범[EMI]을 통해서였다. 첼로 소나타. 활시위를 켜는 첫 음부터 온몸에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단숨에 빠져들었다. 한달 정도 이 곡만 주구장창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양성원을 더 알고 싶어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적이던 찰나, 때마침 EMI에서 양성원 전집 한정반이 출시되었다는 꿀같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주저없이 서점으로 뛰어가 집어들고, 신주단지 다루듯 집으로 모셔와 오디오에 귀를 묻었다. 양성원만의 매력을 딱 집어 말한다면 남성미 넘치는 현의 군무가 아닌가 싶다. 특히 졸탄 코다이의 첼로 독주는 상당히 독보적이다. 타연주가와 비교해 들어봐도 수준에서나 색깔에서나 부족함이 없다.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뱉어내는 숨소리와 적막 속에 퍼지는 송진냄새가 음반 속에 자욱.. 더보기
[힐링클래식] 5. 하스킬, 박하우스, 안다. 죽음마저도 아름다웠던. 뉴스는 보지 않는다. 날씨 정도만 확인한다. 그 시간에 무한도전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무한도전은 무념무상으로 웃게 해주고, 음악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1. 하루에 세 번 이상은 클라라 하스킬의 모차르트 피협 19번을 듣는다. 신은 인간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아름답다는 말 밖에는. 2. 방해받지 않는 시간, 빌헬름 박하우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2번 실황 연주를 듣는다. 인간의 마음비움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경건하다는 말 밖에는. 3. 며칠 사이 퇴근길, 모차르트 피협 22번을 넘보고 있다. 게자 안다의 지휘 겸 연주 음반을 듣는다. 인간의 참되고 신성한 노력의 힘을 맛볼 수 있다. 꾸준하다는 말 밖에는. 자료를 찾던 중, 세 사람의 인연을 알게.. 더보기
[Remember 美]3. 고독의 의미, 임동식의 경치 외롭다는 건 '나 밖에 없다'는 주변으로부터의 쓸쓸함, 소외감이다. 그것은 지금 내가 어떤 공간, 어떤 시간에서 느껴지는 찰나의 감정이다. 외부와의 이질감을 의식한 나로 빠져든 '나'이다. 그것이 잠시 머물때는 우수의 감정으로 머물다 가겠지만, 심각해지면 우울증으로 빠지는 그런 성질의 것이다. 고독하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말 그대로 '외로운 나'이다. 고독하다는 것은 '외롭다'를 넘어서 '외로운 나' 그 자체를 홀로 깨닫고 있는 상태이다. 낙엽을 밟으며 '아, 외롭다' 하며 눈물짓는 것과는 달리, 그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나를 한발 물러서 지켜보고 있는 '나'인 것이다. 외로운 나로부터 빠져나와 그 '나'를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자아의 발현이다. 오늘 고독한 그림 하나를 우연히 만났다.. 더보기
[힐링 클래식]3. 내가 클래식을 듣는 이유 "그 놈의 클래식은 도대체 왜 듣는거야?" 친구들이 종종 내게 묻는 질문이다. 묻는 투로 봐서는 질문이라기보다는 거의 질타에 가깝다. '그 졸음오는 재미없는 음악을 들으면 니가 잘난 것처럼 보여서 그런거야?'라는 비아냥도 꽤 담겨있는 것 같다. 아예 없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 거짓말일 거다. 실제로 클래식을 들어서 주변으로부터 덕 아닌 덕을 본 적도 몇 번 있으니 그것도 아주 조금 첨가되었다고 하면 맞겠다. 재즈 클래식도 아닌 주로 18-19세기의 낭만주의 음악을 선호하는 까닭에 늙은이라는 소리도 적지 않게 들었다. 노친네라고 놀려도 나는 할 말이 없다. 남들 홍대 클럽가서 최신 음악에 흔들대며 젊음을 만끽할 시기에, 지산 롹 페스티벌 가서 두 손 치켜 올려들고 반 정신나간 놈처럼 헤드빙 해도 시원치 않을.. 더보기
[힐링 클래식] 2.쇼팽의 정석, 폴리니 기교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쇼팽 연습곡 쇼팽 이전에도 연습곡은 존재했다. 오늘날까지도 피아노 학원의 바이블로 우뚝 서 있는 체르니가 대표적인 선구자다. 쇼팽과 피아노에서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피아노의 귀신' 리스트도 어렸을 적 체르니에게 탄탄한 기본기를 사사했다. 피아니스트에게 연습곡은 다소 지루한 과정이지만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필수 코스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연습곡의 수준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단단히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연습곡의 끝판을 완성한 것이다. 그의 연습곡은 결국 공연장 연주곡의 반열에 올라섰다. 쇼팽이 활약하던 시기는 낭만주의 시대로, 피아노가 독립된 악기로 인정받아 이제 막 기악으로서 꽃을 피우던 시기였다. 쇼팽과 리스트의 초절정 기교의 곡들을 들어보면 딱 그 생각 밖엔.. 더보기
그림으로 보는 아이들세상- 박물관 체험놀이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늘 아이들을 위한 체험코너가 있습니다. 그곳은 늘 엄마와 아이들로 북적북적대죠. 뭔가를 만들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고, 스탬프를 찍기도 하고 기타 등등 요새는 체험놀이도 부쩍 발전해서 별의 별 것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들. 여기서 하나 팁을 드리도록 하죠. 아이들이 체험놀이할 때 뒷전에서 쉬지 말고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거기에 아이들의 지금의 성향과 앞으로의 미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실제 예를 하나 드리도록 하죠 후후.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쌍천 이영춘 박사를 기리는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농촌위생운동에 크게 이바지한 군산의 대표적인 위인이죠. 내용을 아는 친구들도 있겠고, 모르는 친구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건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중요한 건 .. 더보기
[우리집에 왜왔니] 3. 최순우 옛집 눈구경 선생님. 선생님 댁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성북동 길에는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습니다. 밤사이 내린 함박눈으로 번잡했던 서울의 거리가 잠시 고요한 휴식을 누리듯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잠시 끊긴 사이 골목이며 지붕이며 집 앞에 늘어선 자전거와 화분까지 하얀 눈의 손길이 미치지 아니한 곳이 없습니다. 검푸른 밤하늘을 수놓던 수천수만의 하얀 알갱이들이 대지에 내려앉아 온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따라 선생님 댁 뒤뜰의 달 항아리가 떠오르는 것은 텅 빈 밤하늘에 무심히 걸려있는 둥근 달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화려하게 몸치장을 하던 대로변의 네온사인과 간판들이었건만 이렇게 자연의 강림 앞에서는 한 낱 어린아이 색칠거리에 불과한 것인가 봅니다. 하늘이 자아낸 천연한 흰 물감을 풀어버리면 순간 그것들은 다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