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빅벤(Big Ben), 타워브리지(Tower Bridge), 웅장한 대성당들, 영국 차(tea), 빨간색 2층 버스, 축구, 펍, 셰익스피어, 해리포터 등등.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제국이었던 만큼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많겠지요. 그런데 음식 얘기는 빠졌네요. 영국에서 조금이라도 지내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음식이 좀 그렇긴 하지요. 하지만 오늘은 ‘영국의 음식’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몇 되지 않을 요리들 중에서 대표인 피쉬앤칩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피쉬 앤 칩스의 역사와 문화

 

피쉬앤칩스는 19세기 후반 영국 북해의 트롤어업의 발전과 항구와 주요 거점 산업도시를 이어주는 열차의 발전과 함께 노동자계층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음식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신선한 생선이 인구가 집중된 도시로 빠르게 운송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렇게 1860년에 첫 번째 피쉬앤칩스 가게가 런던에 문을 열게 됩니다.

 

감자튀김은 프랑스에서, 반죽한 생선을 튀겨 먹는 문화는 유태인 이주민들에 의해 전해졌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감자튀김을 프라이(fries)나 프렌치프라이(French fries)라고 부르지만, 영국에서는 칩스(chips)라고 합니다. 그 맛과 만드는 방법은 똑같지만 칩스가 좀 더 크고 두껍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자튀김 역시 19세기 후반 같은 시기에 영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부터 내려온 감자튀김 문화와 잉글랜드 남부에서 올라온 생선튀김 문화가 결합되어 피쉬앤칩스라는 독특한 형태의 음식이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 전 지역에서는 이미 튀김식의 요리들이 일반화되었지만, 생선과 감자의 조합으로 요리가 된 것은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첫 번째의 감자튀김 가게는 Oldham의 현재의 Tommyfield Market 자리에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이곳을 바로 영국 패스트푸드의 기원지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제2차 세계대전 중 피쉬앤칩스는 배급받는 물품을 제외하고 영국 국민들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20년 전만해도 이것을 신문에 싸서 주곤 했습니다. 요즘에는 흰 종이 ― 기름이 먹는 특별한 종이 ― 에 싸서 먹기 편하게 종이상자에 담아줍니다. 식당 안에서도 먹기도 하지만 take-away 식으로 길가나 공원 벤치에 앉아 먹곤 합니다. 지역마다 피쉬앤칩스 식당도 있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체인점도 있고, 길가 트럭에서 파는 행상인들도 있습니다. 가게 이름도 다양한데요. 예를 들어서, "A Batter Plaice", "Salmon to Watch Over Me", "A Salt and Battery", "The Codfather","The Frying Scotsman","Oh My Cod", "Mullet Over", "Chip Off The Old Block" 등과 같이 재미있는 이름의 가게들이 있습니다. 

 

 

 

 

근래 들어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인 피쉬앤칩스를 잘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만개 이상의 가게가 영국 나라 안에 있고, 250,000개의 그릇이 작년에 팔렸다고 합니다. 영국국민 중 50%가 한 달에 한번, 14%가 일주일에 한번 먹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여전히 피쉬앤칩스가 다른 식당에서 한 끼 식사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이죠. 합리적인 가격에, 노동자계층의 역사가 깃들어있고, 그리고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죠. 피쉬앤칩스는 음식을 떠나 그들에게는 문화 그 자체인 것입니다.

 

로만가톨릭에는 금요일에 고기를 안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특히 사순절기간에 말이죠. 그래서 생선 요리를 다른 고기에 대체해서 먹곤 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전통이 신교도의 프로테스탄트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전통적으로 금요일에는 피쉬앤칩스를 먹는 경향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동전오배건이가 다녔던 영국의 대학 College 식당에서도 금요일마다 피쉬앤칩스가 나왔다고 하네요. 지겹게 먹었다고 합니다(동전오배건, 그의 글이 궁금하시면, [동전오백원] - Intro。500원 짜리 남자로 고고~). 

 

만드는 방법

 

감히 집에서 해 드시라고 추천하지는 않기에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영국에서도 가정에서 피쉬앤칩스를 만들어 먹지는 않는답니다. 주로 피쉬앤칩스로 codhaddock (대구의 일종), 이 두 생선을 가장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생선을 밀가루 반죽 입히고 식물성 기름에 튀깁니다. 영국에서는 두 생선을 다르게 비교하지만 한국에서는 대구와 대구의 일종으로 사전에 검색되네요. 칩스, 즉 감자튀김도 똑같은 방식으로 만듭니다. 먹을 때에는 기호에 맞게 소금이나 식초를 뿌려 먹습니다.
 
이 두 생선은 영국해안 근처에서 많이 잡히던 생선입니다.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생선종류인 cod(대구)는 요즘에는 잘 잡히지 않아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 생선으로 대체하려고 하나 사람들이 맛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나요. 역시 뭐니 뭐니 해도 피쉬앤칩스는 'cod and chips'입니다.

 

앵무새의 맛 평가

 

 영국에 놀러갔을 때 잉글랜드 동북부, Yorkshire주의 항구 도시인 위트비(Whitby)를 들렸습니다. 이곳에는 영국에서 가장 맛있는 피쉬앤칩스를 파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갔었죠. Magpie‘s Cafe라는 이름의 식당입니다. 바닷가에서 먹는 것이라 그런지 신선한 느낌도 들고요. 도시에서 사먹었을 때보다 느끼한 맛이 덜해서 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비쌉니다. Haddock and chips가 레귤러(340g)로 £11.95이고, Cod and chips가 레귤러(310g)로 같은 가격입니다. 물론 takeaway는 £4.95로 비슷한 가격입니다. 동북부에 가실 일이 있으신 분들은 위트비에 들려서 맛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홈페이지: www.magpiecafe.co.uk

 

그러니깐, 맛이 어떠냐구요? 맛으로만 드신다고 하지 마시고, 영국 문화를 접해본다고 생각하시는게 좋을꺼 같네요 :) 


Written by 앵무새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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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생애 첫 커피。

 

“전쟁 때는 여기 선착장 바로 앞까지 미군 부대 헌병이 있었어. 그때는 헌병이 휘발유 몇 드럼을 파도에 떨어뜨려서 팔아먹었어. 내가 본부 운수과에 있을 때 조사하러 나온 적이 있었거든. 여기까지가 미군 부대였으니까. 그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셔 봤어. 미군 헌병이 큰 깡통에 들어 있는 커피를 주는 거야. 그야말로 원두커피지. 먹어 보니까 고소하더라고. 그런데 배가 고프니까 그걸 꿀떡꿀떡 다 먹었어. 그게 몇 리터더라? 무척 큰 거였는데 그걸 다 먹고 정신이 이상하게 됐어. 그래서 야전 병원에 실려 갔잖아. 그때 커피 병에 걸려서 혼이 났어.”[각주:1]

 

 

위의 짤막한 글은 고은 시인의 인터뷰 내용이다. 선생님이 33년생이시니까 그의 20대는 1950년대, 그리고 한국전쟁 때를 말하겠다. 미군 군수물자에서 얻은 커피, 그 맛이 쓰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소하기도 하고, 선생님은 당시에 알고 계셨을까? 훗날 우리 국민들이 그 커피 맛에 지독하게 중독될 것을…  

 

 

 

 

내 생애 첫 커피。

 

 

나는 80년대 생이다. 그리고 내 생에 첫 커피는 초등학교에 막 들어갔던 시절 막내이모가 타준 아이스커피였다. 무려 아이스커피! 커피 둘에 투게더 바닐라 아이스크림 크게 두 스푼을 넣어서 타준 커피였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명절 때마다 이모를 만나면 그때의 커피 이야기를 한다. 요즘에도 가끔 그 맛이 생각나서 타 먹어 보지만 그때의 맛을 도저히 따라갈 방법이 없다. 맛있다고 소문 난 아메리카노에도 시도해봤지만 그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단순히 커피가 맛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잠깐의 일탈을 맛볼 수 있어서일까. 당시 어른들 사이에서는 커피가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다고 회자되어 못 먹게 하곤 했다. 반면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맛있는 것을 어른들끼리 몰래 먹기 위해서 우리들한테는 주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더랬다. 진위여부는 차치하고, 첫째인 엄마와 막내이모는 15년 터울이기에 나름 당시의 X세대였던 막내이모는 나에게 맛난 이모표 아이스커피를 타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혁명이었다.   



사진 출처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3390E424E2D265735?original
http://res.heraldm.com/content/image/2011/12/19/20111219000533_0.jpg

 

Written by 앵무새

 

  1.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 동양북스, 2012, 488-489쪽에서 발췌. [본문으로]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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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선 요리] 연말 달력 이야기 1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집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대여섯 정거장을 지났을까. 나는 자리에 앉아 보고 있던 책을 가방 속에 넣어 버리고 새삼스럽게,

"이젠 정말 연말이군!"

하였다.

  달력의 숫자가 12월 31일이어서가 아니라 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포오즈로 앉아 있어도 표정만은 한결 같다.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표정은 무엇보다도 더 나에게 2012년의 마지막 날이란 느낌을 풍겨주었다.

  반대편 문이 열리며 50대 후반의 아저씨가 탄다. 감색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넘긴 모습이 눈에 뜨인다. 그리고 얼굴 가득한 함박웃음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편안해지는 기분을 돋워주는 것이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생각하면서 보니 돌돌 말린 종이뭉치 두 개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것의 정체가 하도 궁금해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이거 달력이요. 은행달력."

한다.

  보니 종이몽치를 감싼 노란 포장지에 은행이름이 프린트되어 있다.

"아, 그렇군요. 은행 다녀오시나봐요."

하니,

"그래. 은행 여러 곳을 들렀어."

한다.

"은행에서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봐요?"

물으니 아저씨는 얼른 대답하는 말이,

"이제 다시 시작이요."

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35년 전 23살의 나이로 상경했다는 것, 처음에는 남의 공장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았다는 것, 4년 전에 그동안 모은 돈으로 창업을 했다는 것, 저금하던 은행 한 지점에서 돈을 빌렸다는 것, 장사가 더럽게 안 된 것, 1년도 안되어 은행 빚은 커녕 가게세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다는 것, 2년 만에 가게를 접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빚을 갚기 시작했다는 것, 오늘 부로 그 빚을 다 갚고 나오는 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웃고 계신 거였군요."

하니,

  "빚청산이 좋은 일이기는 하지. 근데 그것만이 아니라오. 그러니까"

하면서 다시 말을 시작하였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문득 낯선 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개 자신에게 소중한 일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식당이나 버스, 지하철에서 말을 거는 사람이 있을 때면 특별한 일이 아니면 말을 주고받았다.

  달력아저씨는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나는 이야기에 진실로 감격했다. 다행히도 이야기는 내가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하기 전에 끝났다.

  "좋은 말씀 감사해요. 저는 다음에 내려야 되요."

하니, 달력아저씨는

  "늙은 사람 말 재밌게 들어줘서 내가 고맙지. 이거 가져가."

하면서 내손에 달력 한개를 꼭 쥐어준다. 나는 손사레를 치며 사양하다 못이기는 척 달력뭉치를 받았다. 승강장을 출발하는 열차를 돌아보니 달력아저씨는 여전히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나는 집에 도착해서 아내와 함께 새 달력을 채워 나가는 아저씨는 상상하며,

  "이제 정말 새해구나."

하였다. 2013년 달력을 봐서가 아니라 달력아저씨의 사람 좋은 웃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 이태준 '달밤'의 일부분을 따라했습니다.

※ 다음 예고 - 연말 달력 이야기 2


written by 요리사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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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씨, 이리와서 좀 먹어요. 왜 이렇게 안먹어요?"

"아...저, 점심 먹은지가 얼마 안되서 간식은 그냥 그러네요."

"에이~남자가 되가지고 점심가지고 되겠어요? 이리 와서 이거 빵이랑 뻥튀기도 좀 먹어요."


지난 약 4년 동안 일을 하면서 주구장창 들었던 이야기다. 현재 시간 오후 2시 30분, 사무실의 여성 한 분이 조용히 나가더니 이내 빵봉지와 뻥튀기를 산더미 만큼 들고 들어온다. 간식이 도착하면 순식간에 우르르 달려가 와글와글 떠들면서 이걸 먹는건지 흡수하는건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먹어치운다. 참고로 점심은 12시 30분에 다 먹은거다. 


"아, 너무 배부르다~~~이제 못 먹겠다. 다이어트 해야되는데 아놔 미치겠네~~"

"맞아맞아, 우리 요거까지만 먹고 오늘은 끝하자!"


말만 그렇지 ㅠㅠ.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속 먹는다. 한편으로 재미난 것은 서로 그렇게 먹어대면서도 누가 더 많이 먹고, 누가 더 적게 먹는지를 끊임없이 견제하고 관찰한다. 그녀들 마음 속엔 '어우, 쟨 뭔데 저렇게 안먹어? 아 재수없어, 나도 그만 먹어야지' 하는 묘한 감정이 또 하나 있다. '먹지 말아야지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반대로 상대 여성에 대해서는 '더 먹어요 그것가지구 되겠어~요것도 먹구 저것도 먹어요 호호호' 위해주는 척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계속 매긴다. 여기서 덜 먹은 사람은 '튕기네 어쩌네'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고, 가장 잘 먹는 사람은 '마음씨 좋은 푼수'로 통한다. 그렇게 30분 미친듯이 먹고 나면 잠시 동안 잠잠해진다. 남자인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애먼 커피만 들이키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여자가 많은 부서에서는 어떤 직장에서건 반드시 간식을 따로 먹을 수 있는 전용 코너가 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말이다. 각종 유명브랜드의 과자들과 음료, 가끔 외부인이 방문했을 때 선물로 주고가는 고급식품들로 한 구간이 완전히 꽉 차있다. 입이 심심하거나 스트레스가 올라갈 때, 어김없이 찾아가 먹을 수 있도록 해 둔 것이다. 그녀들은 그 구간이 비지 않도록 늘 신경쓴다. 그래서 서로 품앗이처럼 월요일은 누가, 화요일은 또 다른 누가, 수요일은 또또 다른 누가 간식을 가져와 서로에게 보여주면서 자랑한다. "우와, 맛있겠다. 역시...XX씨는 간식센스가 보통이 아니야!" 하면서 칭찬해주고 격려해준다. 기분 좋아진 XX씨는 그 다음주 더 좋은 간식으로 여자직원들에게 화답한다. 박수세례가 쏟아진다. 





그것도 잠시...현재 시간 4시 30분. 간식 먹은지 두 시간 지났다. 이쯤 되면 서서히 여자들의 간식 본능이 일어난다. "아...그새 출출해지네. 모 먹을까?" "아 배고파 나 미쳤나봐 과자 하나 먹어야지~~""제가 커피 내려서 올께요~!" 하며 슬슬 또 간식 먹을 준비를 한다. 


"우리 가운데에 놓고 한 개씩만 집어가서 먹어요" 


말만 그렇지 ㅠㅠ. 한 개씩이 뭐냐. 기다란 뻥튀기 봉지를 간식 먹는 책상에 놓는다. 처음에야 한 개지. 두 번째는 세 개, 세 번째는 다섯 개, 네 번째는 10개...뭐야 이거? 가서 보면 이미 다 먹고 없다;;; 서로 하나씩만 먹자고 약속해 놓고 다 먹었으니...서로 민망해서 다음 간식을 꺼내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실험을 해봤다. 초코과자봉지 하나 꺼내 한 두어 개만 먹고 책상에 둔 채 내 자리로 돌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 바톤 터치를 해가면서 한 움큼씩 집어간다. 계속 먹는다. 또 먹는다. 또 먹는다. 또 먹는다. 또 먹는다. 5분만에 봉지 털렸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다. 오늘은 회식이다.


회식...말이 회식이지. 술은 애시당초 관심도 없다. 이미 뭘 먹으러 갈진 그녀들이 다 정해놨다. 그저 소수로 밀린 남자 몇 명은 회식자리 귀퉁이에 쭈구려 앉아 밥 겸 술 겸해서 먹는다. 가운데에선 이미 로마의 대향연이 벌어졌다. 꽃게탕의 게는 이미 다 뜯겨져 있고, 뼈와 국물이 낭자하게 흩어져 있다. 그 다음주로 파전~~~. 그 다음으로 회무침~~~. 마무리로 냉면. 젓가락 휙휙 날아다닌다. 막막 뜯어먹는다. 서로간에 뭐라뭐라고 속사포 랩으로 '블라블라블라블라블라 깔깔깔깔깔 하하하하하' 도저히 연관성 없어보이는 주제들도 알아서 막 이어가며 수다 천국을 만든다. 안주는 벌써 5번이 돌았다. 난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돈은 N분의 1로 낸다. 


"소화도 시킬 켬 커피라도 한잔 하지"





커피만 먹냥? 케잌도 먹지 ㅠㅠ. 초코케잌, 치즈케잌, 고구마케잌, 초코머핀에 마카롱. 자자자잠깐만...몇 개를 시키는거야 도대체? 로마의 대향연 시즌 2가 벌어진다. 집 얘기, 애인 얘기, 돈 얘기, 뒷담 얘기, 조카 예쁘다는 얘기, 너무 먹어서 옷이 안맞는다는 얘기, 우리 엄마랑 어제 쇼핑을 갔다는 얘기, 동생이랑 대판 싸운 얘기, 바바바바바바바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계속 얘기한다. 그러면서 또 재촉한다. 


"허허, 모모씨 오늘따라 왜이렇게 안먹어요? 자 이것도 먹고 요것도 먹고 좀 먹어요. 먹어야 내일 기운내서 일도 하지"


얘들아...저녁 먹었잖니? 지들이 다 먹고 남은 거 남자 몇 명 앞으로 다 밀어넣는다. 슬슬 집에 가고 싶어진다. 배터져서 내일 출근 못할 것 같다. 9시 반 쯤 되니 그녀들의 폭풍간식흡입행사가 막을 내렸다. 


"아~~오늘은 자기 전에 꼭 스트레칭해야지~"

"난 러닝머신이나 좀 타야겠다!"

"샤워 오래해도 살 빠진대요!"

"난 운동 싫어. 그냥 살 찌고 말래 호호"


........앞자리의 남자 동료와 눈교환을 한다. 집에 가는 척 하면서 둘 만 다른 길로 빠진다. 호프집으로 들어간다. 안주는 그냥 오징어 땅콩. 맥주만 마신다. 그냥 허허 웃고 마시고 씁쓸하게 이런저런 얘기나 좀 두리뭉실하게 하다가 둘이서 3000cc딱 나눠 마신다. 적당히 술도 올라온게 기분 좋다. 이렇게 집에 가믄 되는 거다. 


흔히 여자들은 밥배, 간식배, 디저트배, 커피배, 술배가 따로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간식배와 디저트배는 엄연히 다르다고 한다. 디저트배는 점심 먹고 나서 먹는거고, 간식배는 출출할 때 쯤 먹는게 간식배란다. 그리고 밥먹으면서 술은 마시지 않으므로, 밥배와 술배는 구분된다고 한다. 음...남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는 대목;;; 왜일까? 





여기서 잠깐. 인류가 수렵, 채집 활동으로 먹고 살던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 


남자가 하는 일은 무어냐? 사냥이다. 사슴이건 노루건 남자는 그거 하나만 쫓아다닌다. 남자의 머릿 속엔 하나 뿐이다. "저 놈 하나만 잡자." 활로 쏘아 맞추어 어깨에 짊어지고 온다. 그걸로 가족에게 할 의무는 끝났다. '오로지 한 놈만 잡는다'다. 종일 돌아다닌지라 피곤하다. 거하게 저녁 한 판 때리고 잠에 든다. 남자에게 중요한 건 든든한 주식이다. 


그렇다면 여자는 노느냐? 그렇지 않다. 채집을 한다. 집 주변에 있는 먹을만한 풀데기를 찾아다닌다.  그 중에는 나물도 있겠고, 버섯도 있겠고, 열매도 있겠고, 꽃도 있겠고, 그냥 풀도 있겠다. 어쨌든 이것이 먹을 수 있는 건지 없는건지부터 선별한다. 그리고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이것저것 다 뜯어온다. 그리고 집 한켠에 정성껏 분류해서 오늘 아침엔 이거, 점심엔 저거, 저녁엔 그거 다 정해놓는다. 평소에 하는 일이 '선별과 분류'다. 직접 입맛으로 간별하면서 조금 더 신선한 것, 조금 더 맛있는 것을 꼼꼼하고 면밀하게 따진다. 이미 여자의 뇌 속엔 수십가지 풀데기로 꽉 차 있다. 그리고 이웃집 누구네 것과 비교하면서 우위를 따지기도 하고, 나눠 먹기도 하고, 수시로 이 집 저 집 돌아 다니며 풀데기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한다. 여자에게 중요한 건 주식 외의 다른 것들이다. 그 다른 것들의 획득에 여자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김장철이다. 김장철만 되면 아랫집 윗집 옆집 엄마들 서로 바삐 초인종 눌러댄다. 통에 정성껏 담아와 먹어보라고 준다. 엄마는 또 받아서, 먹은 통에 자신이 담근 김치를 건네준다. "누구네 김치래더라. 맛이 좋다. 먹어봐라". 세상에...아침상에 똑같은 겉절이 김친데 우리집꺼 플러스에 안국동네, 옥인동네, 연희동네, 홍제동네, 옆집 할머니네 총출동이다. 김치상인지 밥상인지...먹어보고 비교해보란다. 안 먹으면 직접 손으로 찢어서 밥상에 올려준다. 어디네가 제일 맛있냐고


간식이고 김치고 나물이고 풀데기고 다 따로 노는 것 같지만 결국엔 다 여자의 '선별과 분류' 본능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간식'이 아니고 '간식거리'다. 


Written by 선장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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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비싸다, 그리고 맛있다.]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한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에 들렀다. 나는 카라멜 마끼아또,  친구는 프라프치노를 시켰다. 뭔가 입이 심심해서 디저트로 초코 케익도 하나 주문했다. 커피 두 잔에 케잌 하나의 가격은 대략 1만 7천원. 참고로 이날 친구와 먹은 점심은 6천 원짜리 냉면이었다.


나는 대학시절 내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보냈다. 단순 서빙이 아니라 직접 커피를 만드는 일을 했다. 그래서 커피 맛이라면 간 정도는 제법 볼 줄 안다. 내가 커피 만들던 당시까지만 하더라도(제대 무렵이니 2005년 쯤이다) 커피숍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작해야 작은 영세 브랜드가 동네에 몇 군데 있었을 뿐이다. 커피숍을 찾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커피 문화라는 자체가 사실상 전무했던 시절이다. 


2007년, 2008년 쯤 부터였을까.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엔젤리너스, 투썸플레이스 등 유명브랜드 커피숍이 대로변 곳곳에 두각을 내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동네 PC방 생겨나듯이 동네 온 천지에 우후죽순 퍼져 나갔다. 동네길 한 구간에 스타벅스만 4곳이 몰려 있는 것도 봤다. ‘이 정도면 경쟁이 아니고 같이 망하자는 건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예상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평일에 가나 주말에 가나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있기가 그렇게 힘들었다. 


멈출 줄 모르고 전국 각지로 무섭게 번져가는 커피숍 열풍. 이쯤해서 경쟁사를 물리치기 위해 가격을 내리거나 파격적인 혜택을 줄 법도 한데 여전히 그들은 가격에서만큼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 몇 달 사이 모든 유명브랜드 커피숍이 가격을 인상했다. 언론의 공격을 피해갈 수는 없는 법. 공영방송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커피가 이유없이 비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했다. 


시사프로에서는 커피 원가와 해외 브랜드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커피가격에 거품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지적했고, 교양프로그램에서는 각양각색의 커피브랜드를 놓고 브랜드를 뗀 상태에서 맛을 비교하여 사실상 가격과 상관없이 ‘맛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맛의 변별성도 없으면서 브랜드 값만 취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거다. 


이제는 직장인 점심 한 끼보다 프라프치노 한잔이 더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만 되면 커피숍은 직장인들로 늘 북적 북적댄다. 언젠가 스타벅스 50% 할인행사를 했던 날이 생각난다. ‘그래도 비교적 한적한 스벅에 가면 사람들 별로 없겠지?’라는 생각에 직장인이 몰리지 않을 3시쯤을 노리고 버스 타고 시청 쪽 구석탱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나의 엄청난 오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줄이 꼬리를 물고 물어 건물 밖까지 이어지고 있는 광경에 그만 넋을 잃었다. 모두들 1시간이건 2시간이건 기다려서 반드시 먹고간다는 그 불타는 의지하나로 한여름의 땡볕을 견디고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 ‘기왕에 먹는 거 유명브랜드에서 먹지뭐’ 이런 간단한 생각이었다면 벌써 줄을 이탈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대중이 반드시 브랜드의 품격만을 따져 커피를 마신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각종매체에서의 거듭된 가격 공격, 거품 마케팅의 이슈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타벅스를 찾아간다. ‘퇴근하고 7시 스타벅스에서 만나’, ‘영화보고 스타벅스가서 커피한잔 마실까’, ‘집에 가면서 스타벅스 들러 테이크아웃하자’.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쉽게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왜일까? 왜 스타벅스를 이렇게도 고집하는 걸까? 한방에 정리할 수 있다. 맛있으니까.


스타벅스가 우리 동네에 처음 들어섰을 때, 그리고 친구로부터 스타벅스의 프라프치노가 그렇게 맛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속으로 ‘그게 맛있어봐야 커피지 뭐 별거 있겠냐?’ 내심 비웃었다. 하지만 직접 먹고 난 후 사정이 달라졌다. 생각 그 이상으로 너무 맛이 좋았다. 감탄의 감탄을 하면서 ‘그래, 이 정도는 만들어야 마실만하지’라는 맛의 감동이 혀에 각인됐다. 그 후 나는 달달한 게 생각날 때마다 스타벅스를 찾아가 프라프치노를 시켜놓고 천천히 그 맛을 즐기는 취미가 생겼다.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도 각자만의 개성 있는 맛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내 생각과 지인들의 생각을 조합하여 몇 개 회사의 캐릭터를 얘기해보면 이렇다. 




[스타벅스] 거의 다 맛있다. 프라프치노는 기본이고, 한 여름철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원두가 좋고, 맛의 기복이 덜하다. 어떤 메뉴든 레시피가 안정적이어서 일단 길에서 눈에 띄면 들어간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는 핸드드립으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커피빈]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스타벅스보다 낫다는 평이다. 카페모카도 대표적인 심볼이다. 스타벅스의 바닐라라떼를 먹느니 커피빈 카페모카를 마시는 편이 더 낫다는 평도 많다. 


[폴 바셋] 카페라떼는 이 이상으로 맛있을 수 없다. 어떤 레시피를 썼는지 정말 궁금하다.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모두 능가한다. 


[할리스] 커피빈 만큼은 아니지만 카페모카가 꽤 맛있다. 아메리카노도 중상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다. 


[이디야] 역시 카페모카다. 조금 인스턴트한 맛이 나긴 하지만 ‘달달한 어린이 입맛’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투썸 플레이스] 어떤 커피음료든 굉장히 진하다. 카페인 섭취에 역점을 두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싫어한다. 뭣 모르고 에스프레소 시켰다가 호되게 당한 외국인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투썸 커피를 ‘독약커피’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평가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곳이다. 


언젠가, 맥도날드에서 한 때 자사의 2000원 짜리 커피와 유명브랜드 커피를 비교하는 광고를 엄청나게 때린 적이 있다.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해서 햄버거는 입에 대지 않은 채 맨 입으로 한번 마셔봤다. 하하, 맛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보리차도 아니고 숭늉도 아닌 것이 일종의 ‘숭늉커피’ 같았다. ‘구수하다’라는 표현이 딱 맞다. ‘소비자를 물로 아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커피의 수요가 많지 않던 당시에는 그런 가격 마케팅이 일부 먹혀들어가기도 했겠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커피 소비자 역시 바리스타 만큼 맛에 대한 분별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더 이상 낮은 가격으로의 ‘뻥’ 마케팅은 안 통한다는 거다. 





어느 사이 커피 가격을 문제시 삼는 기사와 뉴스들이 하나 둘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대중이 기꺼이 그 가격을 감수하고 먹는데 언론이 가타부타 이야기를 해 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언론보다 똑똑한 것은 대중이다.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형 프렌차이즈 가운데에서도 몇 군데는 '최악의 맛‘으로 소문이 난 곳도 있다. 어디 대형뿐이랴. 유명 바리스타가 큰 꿈을 가지고 만든 커피숍들도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 않는 사례들도 즐비하다. 마케팅 면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 대중이 원하는 ’보편적인 맛‘의 레시피를 강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물의 포장지도 중요하지만 선물의 내용이 말짱 꽝이면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진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일단 맛이 좋고 볼 일이다.  


Written by 선장 &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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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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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14 15:10

    맞아요. 먹는 건 맛이 1번입니다ㅋㅋㅋ 비싼고 맛난 걸 내돈주고 사먹을 때의 쾌감 ㅋㅋㅋ

2012.11.30 09:02



한적한 일요일 초저녁. 초등학교 동창 녀석 결혼식 다녀온 남자 셋은 헤어지기 아쉬워 당구장에 들어섰다. 당구 한 게임이야 1시간이면 충분하고 다시 길을 나선 세 남자는 번화가 한 커피숍에 들어갔다. 다 큰 사내 셋이 모이면 당연하듯 술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상정이겠지만 잔 기울이기엔 이른 시간이요 저녁을 먹자니 아쉬운 시간이었다. 

사내 셋이라 해도 자리가 없어 말 못했지 자리만 있다면 여자들 못지않은 수다다. 이 날 오랜만에 모인 세 남자의 화두는 음식이었다.


: 요즘 장사는 어떠냐? 손님은? 


: 자꾸 나이가 있으신 손님들이 와서 걱정이다. 우리 집 컨셉은 젊은 여성인데 말이야.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와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보쌈에는 왜 김치가 없냐? 찌개는 너무 달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에게 우리 집 음식은 입맛에 안 맞는데 말이야.


: 확실히 너희 가게는 젊은 층 입맛이지. 보쌈만 봐도 쌈보다는 샐러드 형식으로 나오니깐 어른들에게는 안 맞겠지.


: 그러고 보면 요즘 나가도 음식점은 많은데 먹을 만한 곳은 없어. 예전에 여자 친구가 한번 빕스를 가자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많은 음식 중에서 손이 가는 음식이 없는 거야. 그래서 그냥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왔는데 며칠 뒤에 여자 친구가 빕스를 또 가자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어 “너 혼자 올라가서 먹고 와. 난 밑에 순대국밥 집에서 먹을게. 먹고 이 앞에서 만나자.”라고.


: 크. 그건 좀 심하다!


: 어쩔 수 없는 게 도저히 못 먹겠는데 어떻게 해. 난 스파게티 먹기 시작한지도 얼마 전이야. 확실히 국밥이 최고인거 같아. 하긴 이걸 젊은 애들이 보면 우리더러 늙었다고 하겠지. 입맛도 그렇고.


: 얼마 전에 보니깐 옛날통닭이라고 해서 배달해주는 집이 있더라고. 다 잘라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통째로 튀겨서 배달해 주더라. 신기했어.


: 옛날이었으면 그냥 거기에 신문지 싸서 줬겠지. 예전에 나 서울 살았을 때 아버지가 퇴근길에 종종 사다주셨어. 다른 것도 없이 튀긴 닭만 신문지에 싸서 가져오셨지. 그 치킨 집이 아직도 있어 이수에 가면. 그리고 이사 와서도 우리 집 바로 옆에서 닭을 튀겼는데 거기도 통째로 주는 식이었어.


: 왜 기억 안나? 그 약국 건너편에 정육점에서 옛날에 닭 튀겨 줬었잖아. 거기가 그렇게 해 줬어. 기억 안 나냐?


: 난 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냐? 어쨌든 우리가 어릴 적에 먹던 것이 벌써 ‘옛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될 줄이야. 아무튼 이래저래 요즘은 먹거리 풍요시대야. 먹을게 얼마나 많냐? 


: 그래도 먹을 것은 없어. 


: 어릴 때 사실 외식이라는 게 있었냐? 거의 없었지. 해봐야 그냥 나가서 밥 한 끼 먹는 거지.


: 갈비. 돼지 갈비! 아니면 삼겹살. 이거 아니면 없었지. 


: 맞아. 지금처럼 회가 있어 레스토랑이 있어 그냥 외식이면 고기 집이었지. 너네 혹시 갱시기이 아냐? 


: 갱시기가 뭐야?!


: 나는 종종 어렸을 때 집에서 끓여 먹었는데. 갱시기라고 아버지 어렸을 때 드시던 건데 국에 이것저것 나물 넣고 끓인 거야. 그 뭐냐 꿀꿀이 죽 비슷한 건데 우리 집은 종종 끓여 먹고는 했어.


: 혹시 그거 옛날에 배고파 먹던 음식이냐?


: 그렇지. 지금에서야 그냥 겨울철 별미지만 아버지 어릴 적만 해도 배고파서 먹을 거 없어 먹었던 음식이지. 근데 지금 먹어도 맛있어.


: 그런 음식이 한둘이냐. 옛날에 보리밥도 보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먹은 음식이었지 지금처럼 건강 챙기려 먹는 음식 아니잖아. 잡곡밥도 마찬가지고.


: 우리 엄마 어릴 적만 해도 겨울이면 먹을 게 없어서 산에게서 이것저것 캐 와서 먹고는 했데. 밥 할 때 가운데는 쌀밥 주변은 보리를 넣어서 했데. 그리고 할아버지는 쌀밥으로 드리고 나머지 삼촌이나 이모들은 가운데 조금만 쌀밥을 넣어주고 주변은 보리밥으로 채워주고. 그래서 밥그릇 보리를 조금 뒤적뒤적하면 그 안에 쌀밥이 조금 나오곤 했다나.


: 하긴 우리도 보릿고개 세대는 아닌데 요즘 애들은 어떻겠어. 우리보다 더 심하겠지. 


: 그러니깐 고도 비만이 판치는 거야. 음식도 다 기름진 것만 있으니깐.


: 그건 먹는 것도 그렇지만 요즘 애들이 놀이 문화도 문제지. 우리는 아침 먹고 나가 구슬치기하고, 점심 먹고 축구하고, 저녁 먹고 망까기, 팽이치기하고 그러니 살이 찔 세가 없지. 항상 몸으로 뛰어 노니깐. 요즘 애들은 맨날 붙어서 게임만 하니깐 더 그럴 거야.


: 근데 아마도 우리 먹는 거 보면서 어른들도 먹을 게 없다고 그랬을 거야. 그래봐야 햄버거 피자가 고작이었지만.


: 우리에겐 그게 최고였으니깐. 우리처럼 어른들도 다방에 모여서 그랬겠지. “요즘 애들은 무슨 맛에 그걸 먹는지 모르겠다. 니글니글 빵조가리 뭐가 좋다고 그리 먹나. 그러니깐 살이 찌지”라고 말이야.


: 맞다. 아마도 그랬겠지. 아, 먹는 거 이야기 하니깐 슬슬 배고프다. 가자 매장으로. 불고기나 해먹자.



추억이 담긴 갱시기는 맛있다. 우리는 오늘도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 그래서 갱시기도 옛날통닭도 잡곡밥도 맛있다. 추억이어서.




[갱죽]

지역 : 충북, 경북

이칭 : 갱시기, 갱싱이죽(충북), 콩나물갱죽(경북), 갱이죽(제주도)


밥과 김치 등을 넣고 끓여 죽처럼 만든 음식이다. 찬밥에 고구마, 감자, 기침, 콩나물, 물을 붓고 끓이다가 풋고추, 붉은 고추, 대파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이며, 된장을 푼 물이나 멸치장국국물을 이용하고 수제비를 떠 넣기도 한다. 갱죽은 갱시기라도 불리며, 충북에서는 갱싱이죽, 경북에서는 콩나물갱죽이라고도 한다.  - 네이버 백과사전 -


written by 선의


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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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커피를 마신 기억은 군대를 기점으로 나뉜다.


A(31세): 글쎄, 군대 전에 뭘 마셨는지 기억이 전혀 안나요. 그냥 믹스커피 정도는 마신것 같기도 하고. 그만큼 별 생각이 없던 거겠죠.


B(30세): 대학동기 두 사람과 어딜 놀러가던 중 동료 한 사람이 마트에서 음료수를 사겠다며 뭘 마실지를 물었어요. 그 때 두 사람은 캔커피를 택했고, 저는 베지밀을 선택했죠. 전 군대가기 전까지 한번도 안 마셔본 것 같아요.


두 남자의 커피와의 인연은 군대에서부터 시작된다.


A: 특수한 보직이었죠. 적기를 레이더로 감시하고 보고하는 뭐 그런 보직이라. 새벽12시부터 아침 7시반까지 근무하는 일이 잦았죠. 그 때 마침 에스프레소 정도를 마실만한 육군호랑이가 그려진 컵을 누군가가 줬죠. 아마도 간부였던 것 같은데. 그리고 그 땐 에스프레소가 뭔지도 몰랐고. 일단 그 컵에 믹스커피를 진하게 타서 마시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 마셔봤어요. 실제로 대단하더라구요. 적어도 12시부터 3시반까지는 말똥말똥하게 버틸 수 있게 해줘요. 단 한잔으로 말이죠. 전 사실 카페인의 효과 때문에 마셨어요. 커피라기보다는 각성제의 기능에 더 끌렸다고 해야 하나요?


B: 그 때 처음 커피를 마셨죠. 근데 정확히 말하면 커피를 마신 건 사실 아니에요. 우유에 달달한 무언가를 타서 마신다는 그 자체가 저한텐 더 중요했죠. 그렇게 커피우유는 마셨어도 믹스커피만 즐겨 마셨던 것 같진 않아요.


믹스커피에서 벗어나 프렌차이즈의 커피를 마시게된 배경도 들어보자.


A: 매일 같이 한잔한잔 새벽마다 마셔대니 부사수가 커피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요새 밖에서는 에스프레소 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이런 커피들이 유행하기 시작했으니까 휴가 나가시면 꼭 드시고 오십시요." 이렇게 말이죠. 하 그런데 왠걸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이 두 개만 기억하고 있던 저는 그만 일병 휴가를 나가서 에스프레소를 시켜버렸어요ㅠㅠ 사이즈도 작은 것이 왠지 모르게 군대에서 먹던 것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마셨는데 엄청나게 쓰더군요. 물릴수도 없고, 쪽팔리기도 하고 그냥 앉아서 먼 창밖을 보면서 최대한 우아하게 마셔보려고 노력했어요. 아메리카노 마셔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냥 부대를 복귀해버렸어요. 그 때가 2004년 4월 정도가 되겠네요.


B: 딱히 이유는 기억도 안나고 모르겠어요. 그냥 제대하고 복학하니 후배들이 우르르 커피 전문점 가길래 따라가서 마셨고. 아, 그 기억이 나요. 후배 한명과 커피숍을 가서 무얼 먹겠냐고 물어서 달달한 것 없냐 물었더니 캬라멜 마키아또를 시켜주더군요. 그게 아마 처음으로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A: 전 달달한 맛보다는 카페인이 얼마나 쎈가를 더 따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한 아메리카노 이런 것들을 제대 후부터 즐겨마셨던 것 같아요. 근데 자꾸자꾸 마셔보고 여기저기 가보니 똑같은 아메리카노라도 맛이 다른 것도 알겠더라구요. 그때부터 진짜 커피맛을 따지기 시작하고 호불호가 세졌어요. 요새 그 M사가 최근에 자기네들 커피랑 스/커/할과 같은 회사의 커피를 비교해서 맛의 차이 없다라고 말하는데 그건 쌩뻥이에요. 적어도 제 입장에선 말이죠. 분명히 커피 자체를 즐겨마시지 않는 샘플을 데려다가 시음을 시킨거에요. 사람들이 왜 스 회사에서 할인행사한다하면 길게 줄을 서서 끝까지 기다려 마시고 가는 이유가 뭔지. 그건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만 알죠.


Written by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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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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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1 04:43



뭐랄까. 차가운 바람이 볼이 아리도록 불어도 겨울은 따뜻하다고 말한 것 같다. 하지만 겨울은 따뜻하지 않다. 춥고 쓸쓸함의 대명사다. 그래도 나에게 겨울은 따뜻했다. 정확히는 나를 따뜻하게 했던 것들이 많았다. 호빵도 그중 하나다. 나를 따뜻하게 하는 것. 

겨울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이 호빵이다. 내 입에서 호호 입김 나올 때쯤 슈퍼든 편의점이든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빵이 겨울을 알린다. 


거리 걷다 호빵 연기 피어나면 ‘이제 겨울이 오나’한다. 그리고 그 즈음이면 어머니가 장보며 호빵 한 봉지를 사오시고는 한다. 그러면 확실한 거다. 겨울이 왔다고.

사실 호빵은 찐빵이다. 맛도 비슷하고 만드는 형태도 비슷하다. 달달한 단팥을 넣은 동글동글한 흰 빵에 넣은 모양이 딱 찐빵이다. 단지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찐빵이 필요했고 삼립의 창립자인 허창성이 일본을 방문해 만든 것이 호빵이다. 

호빵이라는 이름 자체도 예쁘다. ‘뜨거워서 호호 분다’, ‘온 가족이 웃으며 함께 먹는다’는 의미란다. 어쩌면 호빵의 사회적 탄생이 찐빵의 매출을 떨어지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찐빵세대가 아닌 나에겐 새로운 추억이요 트렌드였다. 또는 찐빵 세대인 어머니와의 대화를 이어줄 작은 통로였는지도 모르겠다. 


내 나이쯤 된 사람이라면 호빵하면 다른 것 보다 당시 TV에서 울려 퍼지던 CM송을 기억할 것이다. 가수 김도향씨가 부른 노래인데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하는 노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노래가 TV에서 나오곤 했는데 요즘엔 통 못들은 거 같다. 한간에는 이 노래 때문에 매출이 늘었다고 하니 호빵하면 생각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언제였을까? 내방 없이 단칸방에 세 식구 함께 살던 시절 이유는 기억 없지만 아버지께 굉장히 혼난 적이 있다. 책도 날라 오고 매도 오가던 사이 나는 나름 살겠다는 심정으로 옷도 갖춰 입지 못하고 슬리퍼만 신고 도망 나온 적이 있다. 한 겨울이니 추운 건 당연했다. 흔한 잠바대기 하나 못 걸쳐으니 말이다. 


도망 나와 갈 곳도 딱히 없어 동네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너무나 추웠다. 손발은 이미 꽁꽁 얼어 손발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고 전쟁 난민만큼이나 처량하고 불쌍했다. 추위피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주머니에 동전 몇 개 있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정확힌 기억 없지만 아마도 삼백원 정도였던 거 같은데 삼백원으로 할 수 있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친구네 골목 어귀를 돌 때 쯤이었을까? 구석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피어나는 호빵 연기에 귀신 홀린 것 마냥 동전을 털어 호빵을 샀다.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 장독대에 쪼그리고 앉아 호빵의 온기로 손을 녹였다. 호빵을 샀지만 먹을 수 없었다. 먹으면 그 온기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여 아버지께 들킬까 장독대 뒤에 숨어서 호빵의 온기로 추위를 잊기 위해 양손으로 꼬옥 붙잡고 있었다. 조금 지나 어머니 퇴근길에 숨어 있는 나를 보고 집에 데리고 들어갈 때 그때서야 나는 호빵을 먹을 수 있었다. 그 호빵은 이미 나에게 모든 온기를 전해주고 난 뒤라 차갑기 그지없었지만 말이다.


매번 생각난다. 호빵 연기 피어날 때면 그 시절 도망쳐 나와 샀던 따뜻했던 호빵을 말이다. 그때 그 호빵은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이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따뜻한 것. 

지금도 겨울이 따뜻하다고 느끼는 이유도 겨울에 호빵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춥지만 따뜻한 호빵. 그래서 호빵의 따뜻한 기억에 내 겨울은 올해도 따뜻하다.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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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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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새벽일을 한 적이 있다. 새벽일이라면 짐작하겠지만 공사현장에 나가는 거였다. 5시 일어나 차로 부지런히 달리면 7시쯤 현장에 도착한다. 새벽에 일어나본 이라면 알겠지만 씻을 시간도 부족한 아침이다. 

매번 대충 국에 밥 말아 마시듯 먹거나 운 좋게 컨디션 좋아 일찍 일어난 날이면 그나마 밥상 구색 차려 한술 뜨는 게 전부다. 나중엔 체력 딸려 잘 일어나지 못하는 날이 허다해 빈속으로 나가는 게 일수였다. 그래도 나는 부지런한 어머니 덕에 그나마도 잘 챙겨먹은 경우였다.


함께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다. 전부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현장엔 아침 해결할 함바집도 있었지만 상태가 군대 짬밥보다 못했다. 그러다 보니 조회 후 식사 대부분은 편의점에서 해결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맛도 괜찮다. 인스턴트와 레토르트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한 끼 때우는데 큰 거부감은 없었다.

초반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햄버거였다. 봉지 끝 살짝 뜯어 레인지에 잠깐 돌리면 금방 따뜻한 버거를 먹을 수 있었다. 햄버거가 그렇듯 콜라와 조화가 괜찮았다. 햄버거를 먹으며 가장 좋았던 건 굳이 의자에 앉아 먹을 필요가 없단 것이었다. 돌린 햄버거를 들고 아무 곳이나 앉아 먹으면 그만이었다. 뭐, 땅바닥에 앉아 먹는 경우도 있어 보기는 안 좋았을지 모르지만.


햄버거 종류는 많았다. 흔한 불고기버거부터 치킨버거, BBQ버거. 못해도 8가지는 된 듯하다. 오늘은 이거 내일은 저거, 선택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개인적인 입맛으로는 불고기버거가 가장 먹을 만했다. 하지만 햄버거의 가장 큰 단점은 먹고 난 후의 니글거림이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빵에 고기를 넣어대니 콜라를 마신다 해도 느끼함은 가시지 않았다. 나중엔 니글거리다 못해 더부룩하기까지 해 그리 오래 먹지 못했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메뉴는 햄버거보단 깔끔한 샌드위치였다. 채소도 많이 들어있고 고기라 해야 베이컨이나 참치 정도라 느끼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었다. 샌드위치도 햄버거 못지않게 종류가 많았는데 참치마요네즈 샌드위치, 케이준 치킨샐러드 샌드위치, 빵만 다른 호밀빵 샌드위치 까지. 들어있는 내용물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었지만 참치마요네즈 샌드위치는 맛이 꽤 훌륭했다. 참치의 담백함에 마요네즈의 부드러움이 식감을 자극했다. 더불어 레인지에 돌릴 필요가 없어 편리했다.


그러나 샌드위치는 햄버거보다도 오래 먹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샌드위치는 신선한 채소와 빵의 조화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편의점 샌드위치 그렇지 못했다.

빵보다 내용물이 적어 한 두입 베어 먹으면 서너 입은 빵만 먹어야했다. 그래서 두어 입 베어 먹고 나머지 빵 자투리는 피자 끝처럼 버렸다. 그래도 햄버거는 빵이 모자라 버린 적은 없었는데 샌드위치는 그렇지 못했다. 

샌드위치에 들어간 계란은 텁텁하기 일 수였다. 전혀 후레쉬함 따위는 없었다. 특히 식빵 테두리를 떼지도 않은 샌드위치는 악몽이었다. 나중엔 샌드위치 하나 다 먹기 싫어 옆 동료와 하나씩 나눠 먹은 적도 다수다.


샌드위치를 포기 후 나의 아침은 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빵과 우유가 됐다. 편의점에서 파는 빵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옥수수 크림빵과 옛날 크림빵을 뚱땡이 바나나우유에 먹었다. 지극히 개인적 견해로 빵과 바나나우유는 최강의 조합중 하나인 것 같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빵의 식감을 바나나우유가 커버해주며 부드러움은 유지시켜준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 견해다. 빵과 우유는 괜찮은 대안 책이었으나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인 연유로 빵과 우유로는 힘쓰기가 참 어려웠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아침에 밥을 먹어야지!”라는 고리타분한 이유를 대며 이후 쌀이 들어간 음식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는 쌀은 햇반, 삼각김밥, 김밥, 죽 정도였는데 햇반은 반찬이 없어 안됐고, 죽은 무언가 아쉬웠다.

편의점 최고의 제품인 삼각김밥은 내가 아침 먹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했을 때는 동이 났을 때가 많았다. 그나마 한두 개 남아있는 것도 별로 내키지 않는 맛이었다. 






삼각김밥의 탑은 참치마요네즈, 소고기 고추장, 전주비빔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개인 취향에 따라 인정 못 할 수도 있지만 삼각김밥이 우리나라 편의점에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맛들이다. 그만큼 맛은 인증과 보증을 거친 셈이다. 이것들을 그곳에서 일하는 내내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나의 선택도 점차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김밥. 편의점 김밥은 진짜 김밥이다. 김과 밥뿐이다. 아! 물론 단무지는 빠지지 않고 잘 들어있어 김과 밥 그리고 단무지와 먹는 것 같았다. 길에 즐비한 천국에서 파는 김밥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천국에서 파는 김밥은 편의점 김밥에 비하면 이름대로 천상의 맛이다. 더불어 비닐 포장이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기도 어딘가 꺼림직 했고 그냥 먹자니 딱딱한 밥을 넘길 수가 없었다. 그 음식을 먹자니 차라리 굶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편의점 김밥은 그냥 쓰레기 수준이다. 같은 김밥인데 삼각김밥과 어쩜 그리 다른지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고 최악이었다. 음식을 그렇게 만드는 건 죄악이다.


김밥에 충격 받아 더 이상 편의점에 먹지 않았다.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꼭 챙겨 먹었는데 그렇지 못한 나의 동료들은 편의점 음식을 가지고 여러 조합을 시작했다. 조합은 물론 성공도 실패도 있었지만 대부분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다.

한 동료는 굴하지 않고 매일 컵라면을 먹었는데 물론 컵라면 하나만으론 부족했다. 이를 메워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햇반’이었다. 

라면이 익는 동안 햇반을 레인지에 돌리고 라면을 먹은 후 국물에 햇반을 말아먹었는데 김밥 혹은 삼각김밥 라면 조합보다 궁합이 좋았다.


혼자 먹으면 양이 많기에 항상 옆 동료와 같이 나눠먹었는데 이 조합은 맛도 포만감도 상당히 높았다.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라면국물 밥 조합은 못해도 반타작이었다. 나중엔 이 조합도 부족했는지 계란을 하나씩 넣어 먹기 시작했다.

다른 편의점에도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 현장에 있던 편의점은 낱개 계란을 팔았다. 계란하나와 라면을 사 라면 물 부어 익힐 때 같이 계란을 깨 넣어주면 라면 익을 때쯤 계란이 부드럽게 익는다. 생각해보면 시중에 계란라면이 버젓이 왜 이렇게 먹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컵라면과 봉지라면 맛이 다르듯 이 역시 계란라면과는 사뭇 맛이 달랐다. 맛은 물론 계란라면  만큼이나 괜찮았다. 단, 계란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따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누군가 “도시락은 왜 안 먹었어?”라고 할 수 있지만 늦는 날엔 삼각김밥도 동나는 곳에서 아침에 도시락 먹기란 겨울에 천도복숭아 구하기였다. 아마도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름 머리 굴려가며 이렇게 저렇게 먹지 않았을 거다. 세상 모든 거 질려도 밥과 물은 안질릴테니 말이다. 


몇 달이라는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시간에 편의점 먹을 수 있는 온갖 음식을 먹어봤고 이것저것 섞어가며 먹어봤다. 누군가 편의점에서 추천을 원한다면 라면과 햇반, 삼각김밥 조합을 추천하고 싶다. 그나마 가장 끼니답고 간단하다. 매일 먹을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부지런해져 집밥 먹는 게 최고라 말하고 싶다. 세상의 최고의 음식은 어머니의 수와 동일하니까.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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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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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1 03:30




어릴 적 내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육회 같은 생고기류가 하나였고 또 하나는 바로 커피였다. 어머니는 유독 이 두 가지 음식을 못 먹게 했었는데 생고기야 면역 약한 아이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치고 커피는 왜 그랬나 모르겠다.

항상 어머니의 말로는 커피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아니란다.”라고 어린 나를 설득하고는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린 녀석이 커피를 마시고 잠을 못 잘까봐 걱정하셨던 것 같다. 뭐 카페인이 몸에 좋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더불어 지금과 다르게 인스턴트 커피 밖에 없던 시절, 절대로 인스턴트는 입에 못 대게 하셨던 어머니 의지의 한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1 때 맞췄던 교복도 작아질 만큼 시간이 지났을 때 무렵 같은 반 친구 녀석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봤다. 지금 생각하면 쓰기 밖에 안했던 커피를 뭐 맛있다고 그 아이는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내 기분은 흡사 선생님 몰래 담배를 피는 거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어릴 적부터 커피는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라고 인식이 박혀 있어서 그랬던 거 같은데 한번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유혹을 잘도 이겨내고 먹지 않았다. , 그렇다고 내가 동글 안경에 바른생활만 하는 답답한 학생은 아녔는데 아마도 고등학생 때 하지 말아야할 흡연을 하면서 커피까지는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커피보다 안 좋은 것이 흡연인데 말이다.


그 와중 나에게 커피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했던 것이 커피우유였다. 자기합리화이자 절충안이었는데 커피우유는 우유라는 이유만으로 내 자신에게 용서를 구했던 거 같다. 그래도 당시엔 커피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커피우유를 참 좋아했던 거 같다. 나름 어른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커피도 아니고 우유도 아닌 것을 가지고 말이다.

시간 지나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일하는 도중, 누구를 만달 때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마시는 나이가 됐을 때 나에게 커피우유는 그냥 이도저도 아닌 음료가 돼 버렸다. 그 후로 나는 한동안 커피우유를 마신 적이 없다.

누군가 나에게 왜 커피우유를 안마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커피우유는 이도저도 아닌 거 같아요. 어차피 라떼 한잔 시키면 우유가 들어가는데 커피우유는 뭔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라떼가 아니고서야 커피우유는 백날 먹어도 커피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커피도 잘 먹지 않는 지금에서 종종 커피우유를 먹자면 생각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쓰지도 않고, 달달하고, 속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주구장창 먹어댔던 믹스커피나 아메리카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어린애 입맛일진 모르지만 말이다.


보면 옛날 보다 종류도 많다. 비닐 팩에 빨대 잘못 꽂아 질질 흐르던 커피우유밖에 없던 때 와 다르게 종류도, 크기도, 맛도 많이 생겨났다. 편의점 유제품 코너에 가선 커피 전문점처럼 무엇을 먹을까?’하고 고민도 한다.

어릴 적 아빠의 구두를 신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던 것처럼, 나도 커피를 마시기 위해 빨리 어른이 됐으면 했다. 정작 어른이 됐을 땐 자리 때문에 먹는 커피가 뭐 좋다고 그리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의 호기심 때문이었겠지만 커피우유가 아닌 진짜 커피를 먹을 나이가 빨리 왔으면 하고 바랬다. 그 시절이 소중한지도 모르고 말이다.


내일이 되면 커피 대신 커피우유 하나를 먹을 생각이다. 커피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것이긴 하지만 쓴 소리만 가득한 세상, 달달한 커피우유로 한번 달래보려고 말이다.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것이 나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written by 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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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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